[취재후] 주식투자해서 ‘40% 대박 수익’낸 G 씨는 누구?

입력 2020.06.26 (10:32) 수정 2020.06.2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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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세금 35만 원→421만 원’ 사례에 불만
기재부, 세금 변화 설명 위해 가상 사례 제시
“주식 양도세 내는 건 상위 5%”
‘이중과세’ 논란 등 공청회서 다뤄질 듯

"4,000만 원 잃으면 421만 원 환급해주게?"

정부가 어제(25일) 발표한 '금융 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주식 양도소득세가 전면 도입돼 1억 원을 투자해 4,000만 원을 번 사람의 세금이 현재 35만 원에서 2023년부터는 421만 원으로 늘어난다는 대목에 대한 반응이었다.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칼만 안 들었지 날강도들이네", "세금 못 뜯어먹어서 안달이네" 등의 댓글도 달았다. 이번 세제 개편을 이른바 '세금 폭탄'으로 보는 시각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점은 1억 원을 투자해 4,000만 원 수익을 냈다면 수익률이 무려 40%라는 것이다.

흔치 않을 것 같은 '주식 대박' 사례는 왜 기사에 등장해 세금 폭탄 사례가 된 걸까.

■'주식 대박' 출처는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1억 투자해 4,000만 원을 번 사례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다룬 언론 기사에 대부분 나왔다. '주식에 1억 원 넣어 4,000만 원 벌면 세금 35만 원→421만 원'이라고 제목을 단 언론사도 있었다.

언론이 일부러 자극적인 주식 대박 사례를 기사에 넣은 건가 싶지만, 사례 출처는 기획재정부 보도자료다. 기재부는 '금융 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 설명 자료'라는 제목으로 낸 자료에서 몇몇 가상사례를 들어 달라지는 세 부담을 설명했다.


기재부는 1주당 5만 원인 주식 2,000주를 1억 원을 주고 산 '가상의 G 씨'를 만들어냈다. 이 주식이 1주당 7만 원으로 40% 오르면서, G 씨는 주식을 팔아 4,000만 원 수익을 냈다.

G 씨는 지금이라면 거래금액 1억 4,000만 원에 증권거래세율 0.25%를 곱한 35만 원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그러나 주식 양도소득세가 전면 도입되는 2023부터는 양도차익 4,000만 원에서 기본 공제액 2,000만 원을 뺀 금액(2,000만 원)에 세율 20%(수익 3억 원 이하 세율)를 곱한 400만 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거래세는 세율이 0.15%로 내려 21만 원만 내면 되는데, 합치면 421만 원이다.

기재부는 보도자료에 이러한 세액 변화까지 자세히 설명해놨고, 언론들이 그대로 기사에 활용했다.

■ "수익률 40%는 상위 20만 명 얘기"…전체 투자자의 약 3%

1억 원을 투자해서 40% 수익을 내는 개인투자자들이 얼마나 될지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위 20만 명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에서 한국거래소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전체 개인투자자가 600만 명인 걸 고려하면, 20만 명은 상위 3%가량 된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은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낼까. 황 연구위원은 "개인별 수익률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부분 마이너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도입으로 양도세를 내는 사람은 개인투자자의 상위 5%인 30만 명이라고 밝혔다. 40% 수익률을 내는 사람이 상위 3%라고 했으니, 상위 5%라면 수익률이 30~40% 이상 된다고 볼 수 있다. '주식 황금손'들인 셈이다.

■ 전면 도입이라지만 납세자 숫자 등 보면 '측면 도입'

주식 양도세가 수익률 기준 상위 5% 투자자들에게 매기는 세금이 된 건 기본 공제액이 2,000만 원으로 크기 때문이다.


1억 원 투자해서 2,000만 원을 번 사람들까지는 세금을 안 내도 된다는 얘긴데, 이 경우도 수익률은 20%나 된다. 기재부가 보도자료에 주식 대박 사례를 넣은 이유도 주식 양도세가 대박 수익률을 기록한 사람들만 내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세금을 내는 사람 숫자가 적고, 기본 공제액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식 양도세는 전면 도입이 아니라 '측면 도입'이다. 그런데도 기재부가 전면 도입이라고 한 건 상위 5%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체의 85%나 되기 때문이다. 사람 숫자가 아닌 소득으로 보면 전면 도입으로 볼 수 있다.

■ "해외로 투자자 탈출한다"…논란 계속

주식 양도세 전면 도입은 다양한 논란을 낳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현재 해외 주식에 투자해 250만 원 넘는 양도차익을 내면 세율 22%의 양도세를 낸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주식에도 해외 주식과 비슷한 양도세(양도차익 3억 원 이하 세율 20%)를 때리면 국내 투자자들이 더 매력적인 해외 주식으로 몰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기본공제액 차이를 생각해보면 맞지 않는 예상이다. 국내 주식은 양도차익 기본공제액이 2,000만 원, 해외 주식은 250만 원이다.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에서 똑같이 2,000만 원을 벌었다고 하면 국내 주식은 세금을 안 내도 되지만 해외 주식은 1,750만 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해외주식과 비슷한 세율로 국내 주식에 양도세를 걷는다고 해서 해외로 갈 이유가 없는 셈이다.


■ 증권거래세 '이중과세' 논란도
증권거래세 세율을 낮추긴 하지만 아예 폐지하진 않았기 때문에 양도세와 거래세의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증권거래세는 거래에 매기는 세금이고 양도세는 소득에 매기는 세금이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달라 이중과세로 보기 어렵고, 거래세를 폐지하면 잦은 거래로 시장이 혼란스러워지는 걸 막을 수 없다는 이유 등을 들면서 거래세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 논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일리가 있는 부분으로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폐지하긴 어렵겠지만, 증권거래세는 장기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며 "이번에 폐지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정부가 제시하지 않은 건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식 양도세 전면 도입 방안을 7월 말에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확정 발표할 계획인데, 그 사이에 공청회 등에서 증권거래세 폐지 등 여러 논란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 양도세를 내는 건 '1억 원 투자해 4,000만 원을 버는 G 씨'같은 상위 5%지만, 누가 내든 없던 세금이 생기는 건 반가운 일은 아니다. 여러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게 세법 개정안 확정까지 기재부가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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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주식투자해서 ‘40% 대박 수익’낸 G 씨는 누구?
    • 입력 2020-06-26 10:32:07
    • 수정2020-06-26 10:32:57
    취재후·사건후
‘세금 35만 원→421만 원’ 사례에 불만<br />기재부, 세금 변화 설명 위해 가상 사례 제시<br />“주식 양도세 내는 건 상위 5%”<br />‘이중과세’ 논란 등 공청회서 다뤄질 듯
"4,000만 원 잃으면 421만 원 환급해주게?"

정부가 어제(25일) 발표한 '금융 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주식 양도소득세가 전면 도입돼 1억 원을 투자해 4,000만 원을 번 사람의 세금이 현재 35만 원에서 2023년부터는 421만 원으로 늘어난다는 대목에 대한 반응이었다.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칼만 안 들었지 날강도들이네", "세금 못 뜯어먹어서 안달이네" 등의 댓글도 달았다. 이번 세제 개편을 이른바 '세금 폭탄'으로 보는 시각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점은 1억 원을 투자해 4,000만 원 수익을 냈다면 수익률이 무려 40%라는 것이다.

흔치 않을 것 같은 '주식 대박' 사례는 왜 기사에 등장해 세금 폭탄 사례가 된 걸까.

■'주식 대박' 출처는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1억 투자해 4,000만 원을 번 사례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다룬 언론 기사에 대부분 나왔다. '주식에 1억 원 넣어 4,000만 원 벌면 세금 35만 원→421만 원'이라고 제목을 단 언론사도 있었다.

언론이 일부러 자극적인 주식 대박 사례를 기사에 넣은 건가 싶지만, 사례 출처는 기획재정부 보도자료다. 기재부는 '금융 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 설명 자료'라는 제목으로 낸 자료에서 몇몇 가상사례를 들어 달라지는 세 부담을 설명했다.


기재부는 1주당 5만 원인 주식 2,000주를 1억 원을 주고 산 '가상의 G 씨'를 만들어냈다. 이 주식이 1주당 7만 원으로 40% 오르면서, G 씨는 주식을 팔아 4,000만 원 수익을 냈다.

G 씨는 지금이라면 거래금액 1억 4,000만 원에 증권거래세율 0.25%를 곱한 35만 원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그러나 주식 양도소득세가 전면 도입되는 2023부터는 양도차익 4,000만 원에서 기본 공제액 2,000만 원을 뺀 금액(2,000만 원)에 세율 20%(수익 3억 원 이하 세율)를 곱한 400만 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거래세는 세율이 0.15%로 내려 21만 원만 내면 되는데, 합치면 421만 원이다.

기재부는 보도자료에 이러한 세액 변화까지 자세히 설명해놨고, 언론들이 그대로 기사에 활용했다.

■ "수익률 40%는 상위 20만 명 얘기"…전체 투자자의 약 3%

1억 원을 투자해서 40% 수익을 내는 개인투자자들이 얼마나 될지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위 20만 명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에서 한국거래소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전체 개인투자자가 600만 명인 걸 고려하면, 20만 명은 상위 3%가량 된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은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낼까. 황 연구위원은 "개인별 수익률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부분 마이너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도입으로 양도세를 내는 사람은 개인투자자의 상위 5%인 30만 명이라고 밝혔다. 40% 수익률을 내는 사람이 상위 3%라고 했으니, 상위 5%라면 수익률이 30~40% 이상 된다고 볼 수 있다. '주식 황금손'들인 셈이다.

■ 전면 도입이라지만 납세자 숫자 등 보면 '측면 도입'

주식 양도세가 수익률 기준 상위 5% 투자자들에게 매기는 세금이 된 건 기본 공제액이 2,000만 원으로 크기 때문이다.


1억 원 투자해서 2,000만 원을 번 사람들까지는 세금을 안 내도 된다는 얘긴데, 이 경우도 수익률은 20%나 된다. 기재부가 보도자료에 주식 대박 사례를 넣은 이유도 주식 양도세가 대박 수익률을 기록한 사람들만 내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세금을 내는 사람 숫자가 적고, 기본 공제액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식 양도세는 전면 도입이 아니라 '측면 도입'이다. 그런데도 기재부가 전면 도입이라고 한 건 상위 5%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체의 85%나 되기 때문이다. 사람 숫자가 아닌 소득으로 보면 전면 도입으로 볼 수 있다.

■ "해외로 투자자 탈출한다"…논란 계속

주식 양도세 전면 도입은 다양한 논란을 낳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현재 해외 주식에 투자해 250만 원 넘는 양도차익을 내면 세율 22%의 양도세를 낸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주식에도 해외 주식과 비슷한 양도세(양도차익 3억 원 이하 세율 20%)를 때리면 국내 투자자들이 더 매력적인 해외 주식으로 몰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기본공제액 차이를 생각해보면 맞지 않는 예상이다. 국내 주식은 양도차익 기본공제액이 2,000만 원, 해외 주식은 250만 원이다.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에서 똑같이 2,000만 원을 벌었다고 하면 국내 주식은 세금을 안 내도 되지만 해외 주식은 1,750만 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해외주식과 비슷한 세율로 국내 주식에 양도세를 걷는다고 해서 해외로 갈 이유가 없는 셈이다.


■ 증권거래세 '이중과세' 논란도
증권거래세 세율을 낮추긴 하지만 아예 폐지하진 않았기 때문에 양도세와 거래세의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증권거래세는 거래에 매기는 세금이고 양도세는 소득에 매기는 세금이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달라 이중과세로 보기 어렵고, 거래세를 폐지하면 잦은 거래로 시장이 혼란스러워지는 걸 막을 수 없다는 이유 등을 들면서 거래세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 논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일리가 있는 부분으로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폐지하긴 어렵겠지만, 증권거래세는 장기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며 "이번에 폐지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정부가 제시하지 않은 건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식 양도세 전면 도입 방안을 7월 말에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확정 발표할 계획인데, 그 사이에 공청회 등에서 증권거래세 폐지 등 여러 논란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 양도세를 내는 건 '1억 원 투자해 4,000만 원을 버는 G 씨'같은 상위 5%지만, 누가 내든 없던 세금이 생기는 건 반가운 일은 아니다. 여러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게 세법 개정안 확정까지 기재부가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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