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결핵 의심에도 어린이집 운영한 원장…23개월 유아까지 ‘양성’

입력 2020.06.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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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의 한 가정 어린이집 원장이 폐결핵 의심 소견 진단을 받고도 한 달 넘게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한 달 뒤 원장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역학조사 결과 전체 원아 18명 중 4명이 잠복 결핵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양성 반응을 보인 아이 중엔 생후 23개월 된 유아도 포함돼 있습니다.

잠복 결핵은 환자의 몸에 결핵균이 있지만, 아직 활동성으로 발전하지는 않은 단계입니다. 잠복 결핵 환자의 일부는 평생에 걸쳐 활동성 결핵이 발병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성인보다 면역력이 낮은 어린아이의 경우 잠복 결핵이 활동성으로 발전할 위험이 더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약 먹일 때마다 자지러져"…학부모들 분노

취재진은 어제(25일) 이 어린이집 학부모 8명을 한 자리에서 만났습니다. 이들 중 잠복 결핵 양성 반응이 나온 3살 남아의 엄마는 "아이가 약통만 봐도 자지러진다"며 "매일 아침 뱉어내면 다시 먹이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9개월간 이 과정을 반복할 생각을 하니 속상하다"고 말했습니다. 양성 반응이 나온 원아들은 9개월간 결핵치료제를 먹으며 경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어린이집 원장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학부모들과 나눈 대화 일부어린이집 원장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학부모들과 나눈 대화 일부

학부모들은 '결핵 사태'를 다루는 원장의 태도가 적절치 않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다른 확진 원아의 아빠는 "원장이 최초로 결핵 확진 사실을 알릴 때 확진자가 자신이 아니라 다른 교사인 척 숨겼다"면서 "아이가 잠복 결핵 양성 판정을 받은 뒤 퇴소하겠다고 하자 수업료를 내라고 독촉하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고 토로했습니다.

■ 폐결핵 의심소견에도…한 달간 출근한 원장

안양시에 확인한 결과,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지난달 7일 안양의 한 병원에서 폐결핵 의심 소견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일 서울의 다른 병원에서 재차 검사를 받은 원장은 이번에는 결핵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원장은 객담 검사와 내시경이 포함된 정밀 검사를 받게 됐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한 달여의 기간 동안 어린이집에 정상 출근했습니다.

25일 기준 정상 영업중인 어린이집25일 기준 정상 영업중인 어린이집

이달 10일, 원장은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원장은 어린이집 업무 전반을 맡아왔을 뿐 아니라 24개월 미만 영아들이 주로 있는 '0살 반' 담임까지 맡았습니다. 0살 반 영아들은 1차 검사에선 모두 음성이 나왔지만, 혹시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2개월간 약을 먹고 재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현재 이 어린이집에는 기존 18명의 원아 중 9명이 퇴소해 절반만 남았습니다. 원장은 현재 어린이집에 나오지 않고 있으며, 학부모들의 연락을 받지 않는 상태입니다. 취재진 역시 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 어린이집 정상 운영…안양시 "시정명령 검토 중"

영유아보육법상 '어린이집 원장은 전염성 질환에 걸린 것으로 밝혀지거나 의심되는 보육 교직원을 즉시 휴직시키거나 면직시키는 조치'를 해야 합니다. 안양시청은 원장의 결핵 검사를 진행한 두 병원 의사의 소견과 관련법 등을 참고해 어린이집에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로 전염병 확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시기, 안산 유치원 발 식중독 집단 감염에 이은 이번 소식은 아이들의 보육을 맡는 사람들의 책무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질 어른들의 책임 있는 태도가 그 어떤 때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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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결핵 의심에도 어린이집 운영한 원장…23개월 유아까지 ‘양성’
    • 입력 2020-06-26 11:50:27
    취재K
경기도 안양의 한 가정 어린이집 원장이 폐결핵 의심 소견 진단을 받고도 한 달 넘게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한 달 뒤 원장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역학조사 결과 전체 원아 18명 중 4명이 잠복 결핵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양성 반응을 보인 아이 중엔 생후 23개월 된 유아도 포함돼 있습니다.

잠복 결핵은 환자의 몸에 결핵균이 있지만, 아직 활동성으로 발전하지는 않은 단계입니다. 잠복 결핵 환자의 일부는 평생에 걸쳐 활동성 결핵이 발병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성인보다 면역력이 낮은 어린아이의 경우 잠복 결핵이 활동성으로 발전할 위험이 더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약 먹일 때마다 자지러져"…학부모들 분노

취재진은 어제(25일) 이 어린이집 학부모 8명을 한 자리에서 만났습니다. 이들 중 잠복 결핵 양성 반응이 나온 3살 남아의 엄마는 "아이가 약통만 봐도 자지러진다"며 "매일 아침 뱉어내면 다시 먹이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9개월간 이 과정을 반복할 생각을 하니 속상하다"고 말했습니다. 양성 반응이 나온 원아들은 9개월간 결핵치료제를 먹으며 경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어린이집 원장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학부모들과 나눈 대화 일부
학부모들은 '결핵 사태'를 다루는 원장의 태도가 적절치 않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다른 확진 원아의 아빠는 "원장이 최초로 결핵 확진 사실을 알릴 때 확진자가 자신이 아니라 다른 교사인 척 숨겼다"면서 "아이가 잠복 결핵 양성 판정을 받은 뒤 퇴소하겠다고 하자 수업료를 내라고 독촉하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고 토로했습니다.

■ 폐결핵 의심소견에도…한 달간 출근한 원장

안양시에 확인한 결과,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지난달 7일 안양의 한 병원에서 폐결핵 의심 소견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일 서울의 다른 병원에서 재차 검사를 받은 원장은 이번에는 결핵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원장은 객담 검사와 내시경이 포함된 정밀 검사를 받게 됐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한 달여의 기간 동안 어린이집에 정상 출근했습니다.

25일 기준 정상 영업중인 어린이집
이달 10일, 원장은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원장은 어린이집 업무 전반을 맡아왔을 뿐 아니라 24개월 미만 영아들이 주로 있는 '0살 반' 담임까지 맡았습니다. 0살 반 영아들은 1차 검사에선 모두 음성이 나왔지만, 혹시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2개월간 약을 먹고 재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현재 이 어린이집에는 기존 18명의 원아 중 9명이 퇴소해 절반만 남았습니다. 원장은 현재 어린이집에 나오지 않고 있으며, 학부모들의 연락을 받지 않는 상태입니다. 취재진 역시 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 어린이집 정상 운영…안양시 "시정명령 검토 중"

영유아보육법상 '어린이집 원장은 전염성 질환에 걸린 것으로 밝혀지거나 의심되는 보육 교직원을 즉시 휴직시키거나 면직시키는 조치'를 해야 합니다. 안양시청은 원장의 결핵 검사를 진행한 두 병원 의사의 소견과 관련법 등을 참고해 어린이집에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로 전염병 확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시기, 안산 유치원 발 식중독 집단 감염에 이은 이번 소식은 아이들의 보육을 맡는 사람들의 책무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질 어른들의 책임 있는 태도가 그 어떤 때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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