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살지마] 진중권 “조영남 재판은 전문가 민낯 드러낸 사건”

입력 2020.06.26 (18:26) 수정 2020.09.16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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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영남씨 미술품 대작 사기 사건에 대한 대법원 무죄판결이 어제(25일) 나온 이후 이 판결에 대해 몇 몇 법조인들에게 해석을 부탁했습니다.

이 분들의 설명은 거의 같았습니다. 이번 판결의 핵심 문구를 이것으로 보더군요

"미술품 작품에 대한 평가는 위작이나 저작권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사법 자제의 원칙이란 헌법 교과서에서 통치행위를 설명할때 많이 나오는 개념이죠. 국가적인 이해(利害)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 예를 들어 선전 포고 같은 고도의 정치 행위, 즉 통치행위를 법관이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기는 부적절하다고 보는데 그 이론적 근거로 사법 자제의 원칙으로 설명하곤 합니다.

헌법책에서만 보던 이 헌법이론이 조영남 재판에 등장했습니다.

이 사건은 2011~2015년 조씨가 화투짝 그림 이미지를 조수 송모 씨 등 2명에게 대신 그리게 하고 자기 작품인 것처럼 속여 1억 5000만원을 받은 혐의(사기)로 검찰이 기소한 사건입니다.


1심에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유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지난달 28일 이례적으로 공개변론이 열린 만큼 양 측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갔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사기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대법관이라고 한 들 미술작품에 대해 얼마나 알겠습니까. 그러니 미술품 거래의 경우 법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과 관행을 우선 존중하겠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조수를 쓰는 게 이미 미술계에서 널리 퍼진 관행인 상황에서 굳이 이를 사법적 심사로 단죄하기 보다는 이런 문제는 전문가들과 시장의 평가에 맡겨야 하는 것이죠.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어제 나온 조영남씨 미술품 대작 사기 사건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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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씨가 자기 그림이라고 속였는데 왜 사기가 아니냐고요? 대법원은 미술 작품을 산 사람들이 '조영남씨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유통되는 그림을 샀으므로, 조수가 그렸다는 사실을 꼭 고지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겁니다. 또 조수가 그렸다는 사실이 구매자에게 꼭 필요한 중요 정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저작권 위반에 대해서는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으니 불고불리(不告不理) 원칙에 따라 판다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1심 재판에 출석해 조영남씨의 무죄를 주장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판결 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재판에 대해 전문가 집단의 민낮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조영남씨에 대한 기사와 비판은) 거의 집단 린치수준이었다"며 "대중이야 몰라서 그런다쳐도 전문가 집단마저 예술에 대한 이해수준이 19세기 인상주의 시절에 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미술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씨의 사기 혐의가 무죄가 되면서 작가의 아이디어임이 인정되면 실제로 작업은 다른 사람이 해도 자신의 작품임을 주장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이 애초부처 사법심사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작가나 평론가의 영역이라는 의견이 미술계에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이 전업작가들에게는 좌절감을 줄 수 있다는 걱정들도 많습니다. 인지도가 높은 비전업작가들이 조수를 고용해 작품을 만드는 관행이 커질까 하는 우려들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속고살지마> 영상으로 시청해주세요

※일상 속 사기와 속임수를 파헤치고 해법도 제시합니다.
(유튜브 채널 https://bit.ly/2UG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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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6 18:26:51
    • 수정2020-09-16 07:37:14
    속고살지마
가수 조영남씨 미술품 대작 사기 사건에 대한 대법원 무죄판결이 어제(25일) 나온 이후 이 판결에 대해 몇 몇 법조인들에게 해석을 부탁했습니다.

이 분들의 설명은 거의 같았습니다. 이번 판결의 핵심 문구를 이것으로 보더군요

"미술품 작품에 대한 평가는 위작이나 저작권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사법 자제의 원칙이란 헌법 교과서에서 통치행위를 설명할때 많이 나오는 개념이죠. 국가적인 이해(利害)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 예를 들어 선전 포고 같은 고도의 정치 행위, 즉 통치행위를 법관이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기는 부적절하다고 보는데 그 이론적 근거로 사법 자제의 원칙으로 설명하곤 합니다.

헌법책에서만 보던 이 헌법이론이 조영남 재판에 등장했습니다.

이 사건은 2011~2015년 조씨가 화투짝 그림 이미지를 조수 송모 씨 등 2명에게 대신 그리게 하고 자기 작품인 것처럼 속여 1억 5000만원을 받은 혐의(사기)로 검찰이 기소한 사건입니다.


1심에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유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지난달 28일 이례적으로 공개변론이 열린 만큼 양 측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갔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사기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대법관이라고 한 들 미술작품에 대해 얼마나 알겠습니까. 그러니 미술품 거래의 경우 법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과 관행을 우선 존중하겠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조수를 쓰는 게 이미 미술계에서 널리 퍼진 관행인 상황에서 굳이 이를 사법적 심사로 단죄하기 보다는 이런 문제는 전문가들과 시장의 평가에 맡겨야 하는 것이죠.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어제 나온 조영남씨 미술품 대작 사기 사건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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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씨가 자기 그림이라고 속였는데 왜 사기가 아니냐고요? 대법원은 미술 작품을 산 사람들이 '조영남씨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유통되는 그림을 샀으므로, 조수가 그렸다는 사실을 꼭 고지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겁니다. 또 조수가 그렸다는 사실이 구매자에게 꼭 필요한 중요 정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저작권 위반에 대해서는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으니 불고불리(不告不理) 원칙에 따라 판다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1심 재판에 출석해 조영남씨의 무죄를 주장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판결 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재판에 대해 전문가 집단의 민낮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조영남씨에 대한 기사와 비판은) 거의 집단 린치수준이었다"며 "대중이야 몰라서 그런다쳐도 전문가 집단마저 예술에 대한 이해수준이 19세기 인상주의 시절에 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미술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씨의 사기 혐의가 무죄가 되면서 작가의 아이디어임이 인정되면 실제로 작업은 다른 사람이 해도 자신의 작품임을 주장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이 애초부처 사법심사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작가나 평론가의 영역이라는 의견이 미술계에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이 전업작가들에게는 좌절감을 줄 수 있다는 걱정들도 많습니다. 인지도가 높은 비전업작가들이 조수를 고용해 작품을 만드는 관행이 커질까 하는 우려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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