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동원 정치’…‘주민 통제’ 엄격

입력 2020.06.27 (08:08) 수정 2020.06.2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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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위원장의 대남 적대사업 보류지시와 함께 매체 전면에 등장해 남측을 비난하던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발적인 군중집회와 시위를 이어간다던 주민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요?

당국의 필요에 따라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는 북한 주민들, 북한식 동원 정치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두고 북한당국의 대남 비난이 고조되던 지난 6월 초순. 조선중앙TV에선 북한 주민들의 군중집회와 시위 모습이 잇따라 보도됐다.

[조선중앙TV/6월9일 : "우리 청년들의 심장이고 생명인, 정신적 기둥인 우리의 최고 존엄을 건드렸습니다. 이번에. 어디다 대고 감히!"]

[조선중앙TV/6월9일 : "당장 이 길로 저 남쪽으로 달려 나가 천하의 인간쓰레기들인 탈북자 무리들을 죽탕 쳐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집회와 시위 모습을 대거 노출 시킨 것이다.

[조선중앙TV/6월20일 : "남조선 당국의 형태는 온 나라 전체 인민의 적개심을..."]

[조선중앙TV/6월21일 : "우리 인민의 멸족의 의지가.."]

[조선중앙TV/6월22일 : "전체 인민의 보복 열기가 활화산 마냥 세차게 분출되고 있습니다."]

중순부터는‘무자비한 보복열기’라는 주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대남 비난이 인민의 요구임을 강조했다.

[김영철/평강 군민발전소 여단장/6월20일 : "아직 이러쿵 저러쿵 하는걸 보면 이것들이 정신이 덜 들었다 정신이. 북남 사이 공동연락선 완전 차단하고 북남공동 연락사무소 이거 정말 통쾌하게 하늘로 날려 보냈지만 이것만으로는 우리 가슴속에 맺힌 한이 풀리지도 않고.."]

[김선남/동대원구역청년동맹위원회 위원장/6월23일 : "이제 우리가 진행하게 될 대적삐라살포 투쟁은 그 어떤 합의나 원칙에 구애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뭔가. 전체 인민들의 분노의 폭발이라는 것. 이걸 똑똑히 알게 하자는 겁니다."]

그러나 24일, 김정은 위원장의 대남 적대사업 보류 지시 이후 이에 대해선 어떠한 주민 반응도 나오지 않는 상황.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현상을 국가를 위해 결집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회주의국가의 동원 정치 일환으로 평가한다.

[이무철/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기본적으로 군중 동원이라는 것이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그다음에 자신의 정권의 힘을 보여주는 측면, 그다음에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고. 그다음에 관련된 정책이나 혹은 또 다른 국가, 남쪽이나 아니면 미국의 정책들이 이것은 잘못됐다는 것을 우리 인민 대중들이 다 알고 있다 라면서 보여주는 그런 하나의 기제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죠."]

북한 당국은 지도자의 정치적 기반 확립과 체제정립을 위해 일찌감치 정치 행사에 군중을 동원했다.

그 시초는 북한 최초의 열병식인 1948년, 북한 정규군 창설 기념행사다.

[김일성/주석/1948년 북한군 창건일 열병식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을 위하여 앞으로 나갑시다. 조선인민의 강병인 조선인민군 만세! (만세!)"]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군중동원의 횟수를 크게 늘렸고, 그 규모도 확대시켰다.

[기록영화 ‘백승을 떨쳐온 무적의 열병대오’ :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최고 사령관으로 모시고 처음으로 진행된 조선인민군 창건 예순 돌 경축 열병종대..."]

이전보다 화려해진 대규모 열병식. 1992년 진행된 북한군 창건일 열병식은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육성 메시지를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정일/국방위원장/1992년 : "북한군 창건일 열병식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 있으라!"]

이러한 군중 동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승계 과정에서도 적절히 활용됐다.

지난 2010년. 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에 맞춰 집결된 수많은 군중들.

그 앞으로 후계자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당국은 이례적으로 이 열병식을 생중계했고, 외신의 취재도 대폭 허용했다.

대대적인 군중행사를 통해 대내외에 차기 지도자를 선전하려는 의도였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대관식으로 불리는 노동당 제7차 대회 군중 모임에는 10만 명의 평양 시민이 동원돼, 김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을 과시했고 수천 명의 청년들을 동원해 진행하는 횃불 행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선전물이 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국무위원회 위원장 추대 경축 군중대회에까지 수만 명의 시민들을 동원해 자신의 권위와 통제력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무철/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대외적으로도 그만큼 수령과 당의 어떤 정책들에 대해서 우리 인민들이 이만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고 인민들이 수령을 결사옹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북한이라는 나라는 수령을 중심으로 해서 우리 당과 인민 대중들은 똘똘 뭉쳐 있다 이런 것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도자의 권위 과시 외에도 대남, 대미 비난 등 북한 당국의 정치적 입장을 알릴 때도 주민들은 어김없이 동원됐다.

지난 2017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UN총회 연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2017년 9월 유엔총회 : "미국은 강한 힘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와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 칭하며 북한을 향한 초강경 발언을 퍼부었다.

[김정은/국무위원장 성명/2017년 9월 :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도 최초의 성명 발표를 내며 대응에 나섰다.

북미 갈등은 극으로 치닫던 상황. 또다시 북한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북한 전역에서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고취하기 위한 집회가 연일 개최 됐고, 평양 김일성 광장에는 10만이 넘는 인원이 운집했다고 북한 매체는 선전했다.

코로나19 사태 가운데도 대남 비난을 이어갔던 최근의 상황과도 비슷한 모습.

그러나 이렇게 동원된 주민들의 목소리가 진짜 그들의 속내일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 부분이다.

당국에 의한 동원의 강제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시우/2017년 탈북 : "한국은 광화문에서 시위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생존권이나 인권을 위해서 나가서 투쟁을 하잖아요. 시위를 벌이고. 그런데 북한은 그런 건 아니죠. 누가 시키니까 나가서 하는 거죠. 기업소들에게 (동원인력을) 몇 명씩 뽑으라고 지시를 내리거든요. 그래서 참가하는 사람들도 있고, 대학생들이나 고등학교 학생들은 몇 학년이 통째로 동원돼야 되거든요 무조건."]

동원된 주민들의 과격한 발언이나 구호도 주어진 역할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는 것이 최근까지도 북한에 거주했던 탈북민의 증언이다.

[정시우/2017년 탈북 : "미제 침략자들 쓸어버리자! 이런 구호를 하잖아요. 김일성 광장 주석단 옆에 구호대가 따로 있어요. 구호를 외치를 사람들이. 구호대가 먼저 선창을 떼게 되면 맨 앞에 있는 사람들은 카메라 잡히니까 거기 사람들만 열심히 하고 뒤에 사람들은 그냥 귀찮으니까 뒤에서 손만 흔들든가 그러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이 원할 때는 언제든지 주민들을 동원, 해산 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직도 북한사회의 주민 통제와 관리는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무철/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당을 중심으로 해서 모든 기관과 단체들에 의해서 인민대중들에 대한 조직적 관리와 통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조직적인 군중 동원이 가능한 것 같고요. 그다음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런 조직생활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그나마 나중에 개인 생활에 있어서 제한적이지만 나름대로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 조직생활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그런 측면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난 2018년 9월,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당시 공항과 평양 거리에는 수많은 북한주민들이 나와 문 대통령을 환영했다.

그리고,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

15만 북한 주민들을 앞에 선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연설에 나섰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뜨거운 환호가 이어졌다.

불과 2년 전 경기장에 모인 군중은 남북 화합, 한반도 평화라는 공통의 메시지에 공감을 표현한 것이다.

[이무철/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문재인 대통령이 능라도 5월1일 경기장, 거기에 운집한 십오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연설을 하게 한 것은 파격적인 대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외부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와 남북관계개선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인민대중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포용력이라든가 민족적 어떤 열망, 통일에 대한 의지, 이런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측면이 강했던 것이죠."]

한국전쟁 70년, 6.15 공동선언 20년이라는 역사적인 시기. 남과 북은 또다시 기로에 섰다.

서로를 비난하고 적대적 감정을 표출하는 군중의 동원이 아닌 한반도 평화의 길을 함께 모색하는 집합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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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北 ‘동원 정치’…‘주민 통제’ 엄격
    • 입력 2020-06-27 08:18:22
    • 수정2020-06-27 08:31:42
    남북의 창
[앵커]

김정은 위원장의 대남 적대사업 보류지시와 함께 매체 전면에 등장해 남측을 비난하던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발적인 군중집회와 시위를 이어간다던 주민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요?

당국의 필요에 따라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는 북한 주민들, 북한식 동원 정치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두고 북한당국의 대남 비난이 고조되던 지난 6월 초순. 조선중앙TV에선 북한 주민들의 군중집회와 시위 모습이 잇따라 보도됐다.

[조선중앙TV/6월9일 : "우리 청년들의 심장이고 생명인, 정신적 기둥인 우리의 최고 존엄을 건드렸습니다. 이번에. 어디다 대고 감히!"]

[조선중앙TV/6월9일 : "당장 이 길로 저 남쪽으로 달려 나가 천하의 인간쓰레기들인 탈북자 무리들을 죽탕 쳐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집회와 시위 모습을 대거 노출 시킨 것이다.

[조선중앙TV/6월20일 : "남조선 당국의 형태는 온 나라 전체 인민의 적개심을..."]

[조선중앙TV/6월21일 : "우리 인민의 멸족의 의지가.."]

[조선중앙TV/6월22일 : "전체 인민의 보복 열기가 활화산 마냥 세차게 분출되고 있습니다."]

중순부터는‘무자비한 보복열기’라는 주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대남 비난이 인민의 요구임을 강조했다.

[김영철/평강 군민발전소 여단장/6월20일 : "아직 이러쿵 저러쿵 하는걸 보면 이것들이 정신이 덜 들었다 정신이. 북남 사이 공동연락선 완전 차단하고 북남공동 연락사무소 이거 정말 통쾌하게 하늘로 날려 보냈지만 이것만으로는 우리 가슴속에 맺힌 한이 풀리지도 않고.."]

[김선남/동대원구역청년동맹위원회 위원장/6월23일 : "이제 우리가 진행하게 될 대적삐라살포 투쟁은 그 어떤 합의나 원칙에 구애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뭔가. 전체 인민들의 분노의 폭발이라는 것. 이걸 똑똑히 알게 하자는 겁니다."]

그러나 24일, 김정은 위원장의 대남 적대사업 보류 지시 이후 이에 대해선 어떠한 주민 반응도 나오지 않는 상황.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현상을 국가를 위해 결집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회주의국가의 동원 정치 일환으로 평가한다.

[이무철/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기본적으로 군중 동원이라는 것이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그다음에 자신의 정권의 힘을 보여주는 측면, 그다음에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고. 그다음에 관련된 정책이나 혹은 또 다른 국가, 남쪽이나 아니면 미국의 정책들이 이것은 잘못됐다는 것을 우리 인민 대중들이 다 알고 있다 라면서 보여주는 그런 하나의 기제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죠."]

북한 당국은 지도자의 정치적 기반 확립과 체제정립을 위해 일찌감치 정치 행사에 군중을 동원했다.

그 시초는 북한 최초의 열병식인 1948년, 북한 정규군 창설 기념행사다.

[김일성/주석/1948년 북한군 창건일 열병식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을 위하여 앞으로 나갑시다. 조선인민의 강병인 조선인민군 만세! (만세!)"]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군중동원의 횟수를 크게 늘렸고, 그 규모도 확대시켰다.

[기록영화 ‘백승을 떨쳐온 무적의 열병대오’ :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최고 사령관으로 모시고 처음으로 진행된 조선인민군 창건 예순 돌 경축 열병종대..."]

이전보다 화려해진 대규모 열병식. 1992년 진행된 북한군 창건일 열병식은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육성 메시지를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정일/국방위원장/1992년 : "북한군 창건일 열병식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 있으라!"]

이러한 군중 동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승계 과정에서도 적절히 활용됐다.

지난 2010년. 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에 맞춰 집결된 수많은 군중들.

그 앞으로 후계자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당국은 이례적으로 이 열병식을 생중계했고, 외신의 취재도 대폭 허용했다.

대대적인 군중행사를 통해 대내외에 차기 지도자를 선전하려는 의도였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대관식으로 불리는 노동당 제7차 대회 군중 모임에는 10만 명의 평양 시민이 동원돼, 김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을 과시했고 수천 명의 청년들을 동원해 진행하는 횃불 행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선전물이 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국무위원회 위원장 추대 경축 군중대회에까지 수만 명의 시민들을 동원해 자신의 권위와 통제력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무철/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대외적으로도 그만큼 수령과 당의 어떤 정책들에 대해서 우리 인민들이 이만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고 인민들이 수령을 결사옹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북한이라는 나라는 수령을 중심으로 해서 우리 당과 인민 대중들은 똘똘 뭉쳐 있다 이런 것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도자의 권위 과시 외에도 대남, 대미 비난 등 북한 당국의 정치적 입장을 알릴 때도 주민들은 어김없이 동원됐다.

지난 2017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UN총회 연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2017년 9월 유엔총회 : "미국은 강한 힘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와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 칭하며 북한을 향한 초강경 발언을 퍼부었다.

[김정은/국무위원장 성명/2017년 9월 :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도 최초의 성명 발표를 내며 대응에 나섰다.

북미 갈등은 극으로 치닫던 상황. 또다시 북한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북한 전역에서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고취하기 위한 집회가 연일 개최 됐고, 평양 김일성 광장에는 10만이 넘는 인원이 운집했다고 북한 매체는 선전했다.

코로나19 사태 가운데도 대남 비난을 이어갔던 최근의 상황과도 비슷한 모습.

그러나 이렇게 동원된 주민들의 목소리가 진짜 그들의 속내일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 부분이다.

당국에 의한 동원의 강제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시우/2017년 탈북 : "한국은 광화문에서 시위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생존권이나 인권을 위해서 나가서 투쟁을 하잖아요. 시위를 벌이고. 그런데 북한은 그런 건 아니죠. 누가 시키니까 나가서 하는 거죠. 기업소들에게 (동원인력을) 몇 명씩 뽑으라고 지시를 내리거든요. 그래서 참가하는 사람들도 있고, 대학생들이나 고등학교 학생들은 몇 학년이 통째로 동원돼야 되거든요 무조건."]

동원된 주민들의 과격한 발언이나 구호도 주어진 역할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는 것이 최근까지도 북한에 거주했던 탈북민의 증언이다.

[정시우/2017년 탈북 : "미제 침략자들 쓸어버리자! 이런 구호를 하잖아요. 김일성 광장 주석단 옆에 구호대가 따로 있어요. 구호를 외치를 사람들이. 구호대가 먼저 선창을 떼게 되면 맨 앞에 있는 사람들은 카메라 잡히니까 거기 사람들만 열심히 하고 뒤에 사람들은 그냥 귀찮으니까 뒤에서 손만 흔들든가 그러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이 원할 때는 언제든지 주민들을 동원, 해산 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직도 북한사회의 주민 통제와 관리는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무철/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당을 중심으로 해서 모든 기관과 단체들에 의해서 인민대중들에 대한 조직적 관리와 통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조직적인 군중 동원이 가능한 것 같고요. 그다음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런 조직생활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그나마 나중에 개인 생활에 있어서 제한적이지만 나름대로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 조직생활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그런 측면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난 2018년 9월,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당시 공항과 평양 거리에는 수많은 북한주민들이 나와 문 대통령을 환영했다.

그리고,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

15만 북한 주민들을 앞에 선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연설에 나섰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뜨거운 환호가 이어졌다.

불과 2년 전 경기장에 모인 군중은 남북 화합, 한반도 평화라는 공통의 메시지에 공감을 표현한 것이다.

[이무철/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문재인 대통령이 능라도 5월1일 경기장, 거기에 운집한 십오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연설을 하게 한 것은 파격적인 대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외부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와 남북관계개선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인민대중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포용력이라든가 민족적 어떤 열망, 통일에 대한 의지, 이런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측면이 강했던 것이죠."]

한국전쟁 70년, 6.15 공동선언 20년이라는 역사적인 시기. 남과 북은 또다시 기로에 섰다.

서로를 비난하고 적대적 감정을 표출하는 군중의 동원이 아닌 한반도 평화의 길을 함께 모색하는 집합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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