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이 쏘아올린 ‘공정’ 갈등의 이면

입력 2020.06.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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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인천국제공항' 주간입니다. 인천국제공항의 정규직 전환 발표날인 월요일(22일)부터 일시적 혼란을 넘어 사회적 분노로 이어지면서 연일 펄펄 끓고 있습니다. 청와대 청원을 시작으로 폭발한 민심에 정치권까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 공공부문에서 지속적인 업무를 맡았지만 열악한 환경에 놓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진행되고 있는데, 유독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이 '공정' 갈등까지 불러온 걸까요?

■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 내부에서 '부글부글'

복잡하게 뒤섞인 이해 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다지만 후폭풍이 거세도 너무 거셉니다. 마무리가 세심하지 못했단 비난은 피할 수 없습니다.


논란의 중심이 된 보안검색요원들은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보안검색노조 측은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뒤, 공사 측과 1기 협의에서 직고용하기로 합의된 사안이 2기에서 틀어졌다가 이번에 직고용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고 설명합니다.

예상과 달리, '임금은 조금 올라도 결국 정규직 된 거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비난을 한 몸에 받게 됐습니다. 결국, 이들은 입장문까지 내고 "보안검색 업무는 전문 인력이다. 그리고 공사 정규직과는 청원경찰이라는 직군으로 채용되고 급여 또한 용역사 임금보다 약간 차이만 있을 뿐이지, 공사일반직 임금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다. 정규직으로 채용을 원하는 청년들의 일자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호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됐다고 마냥 환영할 수도 없습니다. 김대희 보안검색노동조합 위원장은 "정규직 전환 시 채용 절차는 당연히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탈락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이걸 지켜보는 직고용 대상자에서 배제된 다른 직종도 마음이 복잡합니다. 특히, 인천공항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로 들어가는 보안경비 요원들은 씁쓸합니다. 직고용을 요구했지만 결국 공사 측과 협의가 되지 않아 자회사로 자리를 옮기게 됐는데 직고용 기준이 모호하다는 겁니다.

한재영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 지역지부 국장은 "이미 현장에서도 소모적 논란이 많았다"라고 말을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우리도 청원경찰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이 법적 이유 등으로 버텼고 우리로서는 자회사든 직고용이든 처우만 보장되니까 자회사로 가는 걸 합의했다. 이게 갑자기 뒤집혔기 때문에 논의를 다시 해야지 않냐"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정규직 노조는 발표 당일부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공사의 일방적인 졸속 강행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표면적 이유입니다. 장기호 인천국제공항 노동조합 위원장은 "졸속 정규직 전환으로 무리한 요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노동조합 측은 "공사가 자체 외부 법률 자문받은 자료에서 보안검색요원을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하면서 청원경찰 제도는 적절한 활용방안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나와 있다며 일주일 사이 기존 자문결과를 뒤집는 다른 법률자문을 받아 졸속으로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했다"고 비판합니다. 합의 과정뿐만 아니라 이들이 반발하는 속내에는 청원경찰 등 1천9백여 명이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들어오면 노조 주도권 등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인천공항 정규직 노동조합 기자회견에 다른 공기업 노조 관계자 등도 나왔는데요, 불안감과 우려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에서도 안전 업무직을 정규직화하라고 한 서울시의 지침은 어긋났고 후생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등이 정규직이 됐다"며" 공정하게 오픈해서 누구라도 시험을 볼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게 공정한 일자리 아니겠습니까?" " 이건 취준생들한테 오히려 역차별이고 공정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성토했습니다.

■ '을'의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


내홍이 깊어지는 가운데, 외부 비판도 거셉니다. '알바가 연봉 5천만 원 정규직 된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카카오톡 캡처에 이어, 이번 정규직 대상자들이 거쳐야 하는 '필기시험이 형식적'일 것이라는 문서가 떠돌면서 공정성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집중포화를 맞은 보안검색요원 측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죄인이 됐습니다. 공인수 보안검색운영노조 위원장은 "더운 날씨에도 사복을 입고 다니고 화장실 갈 때도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 식당에 가면 조롱 섞인 말로 '좋으시겠어요. 축하드린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호소합니다.

별개로, 보안검색노조 측은 단톡방 등은 법적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문서에 관련해서도 검색요원들이 만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출처는 언젠가 꼭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지만, 오해 등으로 얼룩진 비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분명한 건 수많은 취업준비생의 가슴에 생채기가 났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취업준비생은 " 취업 시장이 매우 어려워서 친구들도 그렇고 자격증이라든지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서 많이 공부한다. 그런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통해서 일하다가 갑자기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는 기사를 봤을 때 솔직히 많이 무기력해졌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글이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분명 비정규직도 절차를 통해 정규직으로 되겠지만 저희가 정규직으로 지원해서 전형을 밟는 것과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건 다르지 않냐"고 되물었습니다.

인터넷 등에서 터져 나오는 '을'의 분노 속 '실체'에 접근해 구조를 개선할 정책이나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할 정치권 인사들은 분노에만 편승해 입만 보태고 있습니다.

■ 인천공항 정규직 …채용 차별 VS 구조 문제

이번 결정을 두고 분노의 방향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이번 결정이 취업 준비생의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구본환 공사 사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권민식 대표는 "정규직들은 비정규직이 갑자기 정규직이 되면서 본인들이 노력한 것에 대한 차별을 받았고 정규직 대상자가 된 비정규직들은 대통령이 방문한 날짜를 기준으로 채용 차별을 받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또,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은 공채를 거친 게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정규직이 된 건데, 이것이야말로 취업준비생 채용 기회를 뺏는 차별 행위다"고 말했습니다.

청년유니온은 이번 결정은 상식에 가깝고 분노의 실체를 정확히 살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입장문에서 "보안 검색은 공항에서 필수적인 업무라서 이들의 정규직 고용은 상식에 가깝지 가이드라인 발표 시기의 영향으로 정규직화 갈림길에 서게 하는 상황을 해소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의 분노를 대서특필한다고 능사가 아니며 분노의 주체가 누구인지, 분노의 실체가 무엇인지 돌이켜 보아야 한다"며 "분노가 정규직이라는 단어에만 쏠려 있으니 누구의 꿈을 잃게 하였는지 알 길 없이 온통 화만 남아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정보영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비정규직이 정기공채 등을 거치지 않았으니 불공정하다고 하는데 경험을 통해 쌓은 업무 경력은 왜 인정해주지 않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분노한다고 하는데 주로 언급하는 건 서울 4년제 대학을 나와 취업을 준비하는 남성 등이다. 과연 이 계층이 전체 청년을 대변할 수 있을까 싶고 정치권에서도 '청년'이란 단어를 앞세워 본인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일단,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비정규직 대상자가 너무 많고 보안검색요원노조만 4개나 되는 등 이해관계자들이 너무 복잡한 게 사실" 이라며 "규모나 이해관계 복잡성 등을 봤을 때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전했습니다.

다만,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주고 노사와 전문가가 모여 합의를 하지만 합의를 이행하고 구체적인 세부 실행 계획을 만드는 것은 인천공항공사인데, 합의를 구체화하는 과정에 모범 사용자 역할을 하지 않은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도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묻자 "지난 10년 동안 보안검색요원 등은 하청 협력업체 직원의 업무였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 정년퇴직 등 다양한 결원이 발생하면 청년들이 들어올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분노의 칼끝이 향해야 하는 건 '왜곡된 일자리 구조'여야 한다는 겁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

2017년 5월,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한 취임선서에 모두 감동했고 다른 세상을 기대했습니다. 결국, 고질적인 구조는 바꾸지도 못한 채 결과만 평등해져 모두가 배신감을 얻게 될지 사회 틀을 바꾸고 넓혀가는데 거쳐야 하는 성장통일지는 분노가 가라앉은 뒤에나 보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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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공항이 쏘아올린 ‘공정’ 갈등의 이면
    • 입력 2020-06-27 10:01:19
    취재K
그야말로 '인천국제공항' 주간입니다. 인천국제공항의 정규직 전환 발표날인 월요일(22일)부터 일시적 혼란을 넘어 사회적 분노로 이어지면서 연일 펄펄 끓고 있습니다. 청와대 청원을 시작으로 폭발한 민심에 정치권까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 공공부문에서 지속적인 업무를 맡았지만 열악한 환경에 놓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진행되고 있는데, 유독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이 '공정' 갈등까지 불러온 걸까요?

■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 내부에서 '부글부글'

복잡하게 뒤섞인 이해 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다지만 후폭풍이 거세도 너무 거셉니다. 마무리가 세심하지 못했단 비난은 피할 수 없습니다.


논란의 중심이 된 보안검색요원들은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보안검색노조 측은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뒤, 공사 측과 1기 협의에서 직고용하기로 합의된 사안이 2기에서 틀어졌다가 이번에 직고용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고 설명합니다.

예상과 달리, '임금은 조금 올라도 결국 정규직 된 거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비난을 한 몸에 받게 됐습니다. 결국, 이들은 입장문까지 내고 "보안검색 업무는 전문 인력이다. 그리고 공사 정규직과는 청원경찰이라는 직군으로 채용되고 급여 또한 용역사 임금보다 약간 차이만 있을 뿐이지, 공사일반직 임금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다. 정규직으로 채용을 원하는 청년들의 일자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호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됐다고 마냥 환영할 수도 없습니다. 김대희 보안검색노동조합 위원장은 "정규직 전환 시 채용 절차는 당연히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탈락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이걸 지켜보는 직고용 대상자에서 배제된 다른 직종도 마음이 복잡합니다. 특히, 인천공항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로 들어가는 보안경비 요원들은 씁쓸합니다. 직고용을 요구했지만 결국 공사 측과 협의가 되지 않아 자회사로 자리를 옮기게 됐는데 직고용 기준이 모호하다는 겁니다.

한재영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 지역지부 국장은 "이미 현장에서도 소모적 논란이 많았다"라고 말을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우리도 청원경찰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이 법적 이유 등으로 버텼고 우리로서는 자회사든 직고용이든 처우만 보장되니까 자회사로 가는 걸 합의했다. 이게 갑자기 뒤집혔기 때문에 논의를 다시 해야지 않냐"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정규직 노조는 발표 당일부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공사의 일방적인 졸속 강행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표면적 이유입니다. 장기호 인천국제공항 노동조합 위원장은 "졸속 정규직 전환으로 무리한 요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노동조합 측은 "공사가 자체 외부 법률 자문받은 자료에서 보안검색요원을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하면서 청원경찰 제도는 적절한 활용방안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나와 있다며 일주일 사이 기존 자문결과를 뒤집는 다른 법률자문을 받아 졸속으로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했다"고 비판합니다. 합의 과정뿐만 아니라 이들이 반발하는 속내에는 청원경찰 등 1천9백여 명이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들어오면 노조 주도권 등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인천공항 정규직 노동조합 기자회견에 다른 공기업 노조 관계자 등도 나왔는데요, 불안감과 우려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에서도 안전 업무직을 정규직화하라고 한 서울시의 지침은 어긋났고 후생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등이 정규직이 됐다"며" 공정하게 오픈해서 누구라도 시험을 볼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게 공정한 일자리 아니겠습니까?" " 이건 취준생들한테 오히려 역차별이고 공정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성토했습니다.

■ '을'의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


내홍이 깊어지는 가운데, 외부 비판도 거셉니다. '알바가 연봉 5천만 원 정규직 된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카카오톡 캡처에 이어, 이번 정규직 대상자들이 거쳐야 하는 '필기시험이 형식적'일 것이라는 문서가 떠돌면서 공정성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집중포화를 맞은 보안검색요원 측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죄인이 됐습니다. 공인수 보안검색운영노조 위원장은 "더운 날씨에도 사복을 입고 다니고 화장실 갈 때도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 식당에 가면 조롱 섞인 말로 '좋으시겠어요. 축하드린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호소합니다.

별개로, 보안검색노조 측은 단톡방 등은 법적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문서에 관련해서도 검색요원들이 만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출처는 언젠가 꼭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지만, 오해 등으로 얼룩진 비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분명한 건 수많은 취업준비생의 가슴에 생채기가 났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취업준비생은 " 취업 시장이 매우 어려워서 친구들도 그렇고 자격증이라든지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서 많이 공부한다. 그런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통해서 일하다가 갑자기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는 기사를 봤을 때 솔직히 많이 무기력해졌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글이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분명 비정규직도 절차를 통해 정규직으로 되겠지만 저희가 정규직으로 지원해서 전형을 밟는 것과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건 다르지 않냐"고 되물었습니다.

인터넷 등에서 터져 나오는 '을'의 분노 속 '실체'에 접근해 구조를 개선할 정책이나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할 정치권 인사들은 분노에만 편승해 입만 보태고 있습니다.

■ 인천공항 정규직 …채용 차별 VS 구조 문제

이번 결정을 두고 분노의 방향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이번 결정이 취업 준비생의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구본환 공사 사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권민식 대표는 "정규직들은 비정규직이 갑자기 정규직이 되면서 본인들이 노력한 것에 대한 차별을 받았고 정규직 대상자가 된 비정규직들은 대통령이 방문한 날짜를 기준으로 채용 차별을 받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또,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은 공채를 거친 게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정규직이 된 건데, 이것이야말로 취업준비생 채용 기회를 뺏는 차별 행위다"고 말했습니다.

청년유니온은 이번 결정은 상식에 가깝고 분노의 실체를 정확히 살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입장문에서 "보안 검색은 공항에서 필수적인 업무라서 이들의 정규직 고용은 상식에 가깝지 가이드라인 발표 시기의 영향으로 정규직화 갈림길에 서게 하는 상황을 해소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의 분노를 대서특필한다고 능사가 아니며 분노의 주체가 누구인지, 분노의 실체가 무엇인지 돌이켜 보아야 한다"며 "분노가 정규직이라는 단어에만 쏠려 있으니 누구의 꿈을 잃게 하였는지 알 길 없이 온통 화만 남아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정보영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비정규직이 정기공채 등을 거치지 않았으니 불공정하다고 하는데 경험을 통해 쌓은 업무 경력은 왜 인정해주지 않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분노한다고 하는데 주로 언급하는 건 서울 4년제 대학을 나와 취업을 준비하는 남성 등이다. 과연 이 계층이 전체 청년을 대변할 수 있을까 싶고 정치권에서도 '청년'이란 단어를 앞세워 본인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일단,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비정규직 대상자가 너무 많고 보안검색요원노조만 4개나 되는 등 이해관계자들이 너무 복잡한 게 사실" 이라며 "규모나 이해관계 복잡성 등을 봤을 때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전했습니다.

다만,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주고 노사와 전문가가 모여 합의를 하지만 합의를 이행하고 구체적인 세부 실행 계획을 만드는 것은 인천공항공사인데, 합의를 구체화하는 과정에 모범 사용자 역할을 하지 않은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도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묻자 "지난 10년 동안 보안검색요원 등은 하청 협력업체 직원의 업무였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 정년퇴직 등 다양한 결원이 발생하면 청년들이 들어올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분노의 칼끝이 향해야 하는 건 '왜곡된 일자리 구조'여야 한다는 겁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

2017년 5월,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한 취임선서에 모두 감동했고 다른 세상을 기대했습니다. 결국, 고질적인 구조는 바꾸지도 못한 채 결과만 평등해져 모두가 배신감을 얻게 될지 사회 틀을 바꾸고 넓혀가는데 거쳐야 하는 성장통일지는 분노가 가라앉은 뒤에나 보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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