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시간]㉘ 정경심, 20만 원 남은 ‘부적합’ 회사에 투자했다는데…

입력 2020.06.29 (08:40) 수정 2020.06.2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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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무슨 배인지도 모르고 탔는데"…정경심의 '깜깜이' 항해?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0번째 공판에서도 '사모펀드 의혹'에 대한 집중 심리가 이뤄졌습니다. 이날은 정 교수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의 전직 이사 2명이 증인으로 나왔는데요.

재판이 끝난 뒤, 변호인은 정 교수가 처한 상황을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펀드에 투자한 것은 '배에 탔다'고 표현했고, 여러 회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자금이 흘러간 곳을 '목적지'로 표현했죠.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정 교수는 그게 어떤 배인지도 듣지 못한 채 돈을 싣고 배에 탔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길에 누굴 만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심지어는 침몰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배가 향하는 목적지인 '익성'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죄를 묻고 있어 억울하다. 중요한 건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탔던 그 배, '웰스씨앤티'다. 웰스씨앤티를 알았다면, 그런 엉터리 배인 줄 알았다면 타지도 않았을 것이다.


변호인은 이 모든 건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설계한 것으로 의심되고, 일반적인 사건이라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수사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쉽게 말해, 수사기관이 정 교수를 조 씨의 사기 범행에 속은 '피해자'로 바라봤을 수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코링크PE의 재무 담당 이사 이 모 씨와 블루펀드 운용역을 맡았던 이사 임 모 씨도 이러한 정 교수 측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조 씨가 정 교수에게 지금 탄 배가 어떤 배인지를 알려주지 못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는 건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가용현금 20만 원"…말할 수 없는 비밀, 웰스씨앤티?

정경심 교수는 2017년 7월 31일, '블루코어밸류업1호' 사모펀드에 동생과 함께 14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그보다 5일 전, 이 씨와 임 씨, 코링크PE 이상훈 전 대표이사는 투자 대상 회사인 웰스씨앤티에 '실사'를 나갔습니다. 웰스씨앤티라는 회사가 투자하기에 적합한 회사인지 따져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실사하러 다녀온 세 사람, 웰스씨앤티에 이상한 점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회사의 영업 목표나 계획 수립이 미흡하고, 사업 특성이 1회적인 데다 주거래처도 없었던 거죠. 게다가 회사가 처음 제시했던 재무상태와 실사에서 확인한 재무상태가 크게 달랐습니다. 회사의 가용현금이 20만 원뿐이라는 점도 확인됐습니다. 결국 세 사람은 조범동 씨에게 실사 보고서를 통해 '투자 부적합' 판단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됐습니다. 며칠 뒤 정 교수 돈은 문제없이 출자됐고, 투자 대상이 바뀐 것도 아니었습니다. 뭔가 이상하죠.

재판부도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임 씨에게 물었습니다. "아까 증인이 실사를 나갔을 때 웰스씨앤티라는 회사가 매출은 거의 없고 빚만 많고, 여러 가지로 투자 기업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스씨앤티로 투자가 됐단 말이에요. 왜 그렇게 한 거죠? 증인이 블루펀드 운용역이잖아요. 운용역이면 우리 회사가 잘 될 회사를 선택해서 투자해야 하잖아요. 상당히 이례적이고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왜 그런지 증인은 아세요?"

임 씨는 이에 대해 "실사를 나가기 전부터 조범동 대표와 웰스씨앤티 대표가 친하게 지냈던 걸로 알고 있었고 친분에 의해 투자한 걸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느냐, 반대하지 않았느냐는 재판부의 이어진 질문에는 "그러면 안 된다", "그래서 (투자) 불가하다고 보고서도 올렸다"고 말했습니다. 잘못된 건 알았지만, 조 씨 친분에 의해 투자가 진행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임 씨는 조범동 씨의 아내 이모 씨가 웰스씨앤티의 주주였던 것도 당시에는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임 씨와 함께 실사를 나갔던 이 씨 역시 실사를 다녀온 뒤 확실한 투자 반대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조 씨가 강력히 주장해서 최종 투자가 결정됐고, 자신도 조 씨와 웰스씨앤티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중요한 증언을 내놨는데요. 블루펀드가 '블라인드 펀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건, 조범동 씨가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명을 꼭꼭 숨기고 투자자인 정 교수에게 알리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재판부도 여기에 주목해, 이 씨에게 재차 물었습니다. "잠깐 정리를 하죠. 증인 생각엔 웰스씨앤티가 아주 안 좋은 회사라 피고인(정 교수)에게 알려지지 않길 원해서 블라인드 펀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거 맞나요?" 이 씨는 이번에도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 "'웰스씨앤티'는 통로일 뿐"…정경심 돈의 최종 목적지는?

검찰은 그동안 정 교수가 투자한 블루펀드가 블라인드 펀드가 아니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정 교수가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명을 알았든 몰랐든, 돈의 최종 목적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언급된 '익성'말입니다.

조범동 씨는 2017년 7월 블루펀드 투자를 앞둔 정 교수에게 텔레그램으로 투자 구조를 직접 설명해줍니다. 조 씨는 이때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명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익성의 관계사인 'W사'를 거쳐 익성의 배터리 사업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나온 코링크PE 前 이사 이 씨는 '도관'이라는 단어를 언급했습니다. 웰스씨앤티는 그야말로 돈이 지나가는 통로였을 뿐이고, 돈이 최종적으로 가닿은 곳은 익성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검찰과 변호인의 시각 차이가 드러납니다. 검찰은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는 도관에 불과하고, 돈이 흘러간 곳이 결국 익성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 교수는 투자 전에 익성의 배터리 사업에 관한 설명도 자세히 들은 바 있죠. 실질적인 투자처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블라인드 펀드라고 볼 수 없다는 이야깁니다.

하지만 변호인은 웰스씨앤티를 단순한 도관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정 교수가 투자한 건 익성이 아닌 웰스씨앤티이고, 나중에 어떤 형태로 익성과 결합하든 블루펀드 투자자의 수익 구조는 웰스씨앤티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블루펀드 운용역 임 씨에게도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했는데요. "2020년 7월 나오기로 한(만료되는) 블루펀드가 가지고 있는 권리가 뭐가 있습니까? 어디에서 수익을 받아올 수 있는 겁니까? 채권이나 지분을 누구 것을 가지고 있느냐고요?" 임 씨는 블루펀드는 전부 웰스씨앤티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을 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 조국, 증인으로 채택…"법정에서 말한다며 검찰에서 침묵했다"

이날 재판에선 앞으로의 증인신문 일정도 정리했습니다. 가장 관심이 쏠렸던 건 정 교수의 남편, 조국 전 장관의 증인 채택 여부였는데요.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을 아무리 검토해봐도,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도 신문할 필요성이 있다면 소환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검찰이 미리 제출한 조 전 장관에 대한 신문사항과 지금까지의 증인신문, 증거조사를 검토한 결과 신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강남 건물주' 논란처럼 공소사실과 관계없는 사생활과 관련된 질문들은 모두 빼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변호인은 정식으로 이의를 신청했습니다. 조 전 장관을 증인석에 앉히면, 사실상 증언을 강요하는 꼴이라는 주장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본인과 가족 사건이라 증언거부권이 있는데도, 전직 법무부 장관이라는 지위나 정치적 측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증언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말입니다. 법령상 보장된 '친족에 대한 증언거부권'을 형해화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인권침해'도 언급됐습니다. 변호인은 "증인으로서 자신이 한 말이 배우자의 유죄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머릿속에 두고 진술할 수밖에 없는 게 어떻게 보면 인권 침해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부부가 별도의 피고인일 경우 일방을 증인으로 부르면 안 된다는 규칙이나 관행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조 전 장관이 증인으로 와서 유리한 부분을 증언할 기회도 줘야 한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특히 "조 전 장관은 법정에서 얘기한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공소사실과 관련한 사실관계에 대해 전혀 진술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꼭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검찰 측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다음 재판에는 정 교수에게 계좌 명의를 빌려준 페이스북 친구 이 모 씨와, 지난 기일에 불출석했던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이 증인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유튜버 '빨간아재'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강압적 조사를 주장했던 동양대 조교 김 모 씨가 다시 한 번 증언대에 섭니다. 이어지는 [법원의 시간]에서 충실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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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9 08:40:09
    • 수정2020-06-29 08: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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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무슨 배인지도 모르고 탔는데"…정경심의 '깜깜이' 항해?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0번째 공판에서도 '사모펀드 의혹'에 대한 집중 심리가 이뤄졌습니다. 이날은 정 교수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의 전직 이사 2명이 증인으로 나왔는데요.

재판이 끝난 뒤, 변호인은 정 교수가 처한 상황을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펀드에 투자한 것은 '배에 탔다'고 표현했고, 여러 회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자금이 흘러간 곳을 '목적지'로 표현했죠.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정 교수는 그게 어떤 배인지도 듣지 못한 채 돈을 싣고 배에 탔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길에 누굴 만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심지어는 침몰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배가 향하는 목적지인 '익성'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죄를 묻고 있어 억울하다. 중요한 건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탔던 그 배, '웰스씨앤티'다. 웰스씨앤티를 알았다면, 그런 엉터리 배인 줄 알았다면 타지도 않았을 것이다.


변호인은 이 모든 건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설계한 것으로 의심되고, 일반적인 사건이라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수사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쉽게 말해, 수사기관이 정 교수를 조 씨의 사기 범행에 속은 '피해자'로 바라봤을 수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코링크PE의 재무 담당 이사 이 모 씨와 블루펀드 운용역을 맡았던 이사 임 모 씨도 이러한 정 교수 측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조 씨가 정 교수에게 지금 탄 배가 어떤 배인지를 알려주지 못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는 건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가용현금 20만 원"…말할 수 없는 비밀, 웰스씨앤티?

정경심 교수는 2017년 7월 31일, '블루코어밸류업1호' 사모펀드에 동생과 함께 14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그보다 5일 전, 이 씨와 임 씨, 코링크PE 이상훈 전 대표이사는 투자 대상 회사인 웰스씨앤티에 '실사'를 나갔습니다. 웰스씨앤티라는 회사가 투자하기에 적합한 회사인지 따져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실사하러 다녀온 세 사람, 웰스씨앤티에 이상한 점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회사의 영업 목표나 계획 수립이 미흡하고, 사업 특성이 1회적인 데다 주거래처도 없었던 거죠. 게다가 회사가 처음 제시했던 재무상태와 실사에서 확인한 재무상태가 크게 달랐습니다. 회사의 가용현금이 20만 원뿐이라는 점도 확인됐습니다. 결국 세 사람은 조범동 씨에게 실사 보고서를 통해 '투자 부적합' 판단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됐습니다. 며칠 뒤 정 교수 돈은 문제없이 출자됐고, 투자 대상이 바뀐 것도 아니었습니다. 뭔가 이상하죠.

재판부도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임 씨에게 물었습니다. "아까 증인이 실사를 나갔을 때 웰스씨앤티라는 회사가 매출은 거의 없고 빚만 많고, 여러 가지로 투자 기업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스씨앤티로 투자가 됐단 말이에요. 왜 그렇게 한 거죠? 증인이 블루펀드 운용역이잖아요. 운용역이면 우리 회사가 잘 될 회사를 선택해서 투자해야 하잖아요. 상당히 이례적이고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왜 그런지 증인은 아세요?"

임 씨는 이에 대해 "실사를 나가기 전부터 조범동 대표와 웰스씨앤티 대표가 친하게 지냈던 걸로 알고 있었고 친분에 의해 투자한 걸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느냐, 반대하지 않았느냐는 재판부의 이어진 질문에는 "그러면 안 된다", "그래서 (투자) 불가하다고 보고서도 올렸다"고 말했습니다. 잘못된 건 알았지만, 조 씨 친분에 의해 투자가 진행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임 씨는 조범동 씨의 아내 이모 씨가 웰스씨앤티의 주주였던 것도 당시에는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임 씨와 함께 실사를 나갔던 이 씨 역시 실사를 다녀온 뒤 확실한 투자 반대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조 씨가 강력히 주장해서 최종 투자가 결정됐고, 자신도 조 씨와 웰스씨앤티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중요한 증언을 내놨는데요. 블루펀드가 '블라인드 펀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건, 조범동 씨가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명을 꼭꼭 숨기고 투자자인 정 교수에게 알리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재판부도 여기에 주목해, 이 씨에게 재차 물었습니다. "잠깐 정리를 하죠. 증인 생각엔 웰스씨앤티가 아주 안 좋은 회사라 피고인(정 교수)에게 알려지지 않길 원해서 블라인드 펀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거 맞나요?" 이 씨는 이번에도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 "'웰스씨앤티'는 통로일 뿐"…정경심 돈의 최종 목적지는?

검찰은 그동안 정 교수가 투자한 블루펀드가 블라인드 펀드가 아니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정 교수가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명을 알았든 몰랐든, 돈의 최종 목적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언급된 '익성'말입니다.

조범동 씨는 2017년 7월 블루펀드 투자를 앞둔 정 교수에게 텔레그램으로 투자 구조를 직접 설명해줍니다. 조 씨는 이때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명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익성의 관계사인 'W사'를 거쳐 익성의 배터리 사업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나온 코링크PE 前 이사 이 씨는 '도관'이라는 단어를 언급했습니다. 웰스씨앤티는 그야말로 돈이 지나가는 통로였을 뿐이고, 돈이 최종적으로 가닿은 곳은 익성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검찰과 변호인의 시각 차이가 드러납니다. 검찰은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는 도관에 불과하고, 돈이 흘러간 곳이 결국 익성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 교수는 투자 전에 익성의 배터리 사업에 관한 설명도 자세히 들은 바 있죠. 실질적인 투자처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블라인드 펀드라고 볼 수 없다는 이야깁니다.

하지만 변호인은 웰스씨앤티를 단순한 도관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정 교수가 투자한 건 익성이 아닌 웰스씨앤티이고, 나중에 어떤 형태로 익성과 결합하든 블루펀드 투자자의 수익 구조는 웰스씨앤티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블루펀드 운용역 임 씨에게도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했는데요. "2020년 7월 나오기로 한(만료되는) 블루펀드가 가지고 있는 권리가 뭐가 있습니까? 어디에서 수익을 받아올 수 있는 겁니까? 채권이나 지분을 누구 것을 가지고 있느냐고요?" 임 씨는 블루펀드는 전부 웰스씨앤티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을 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 조국, 증인으로 채택…"법정에서 말한다며 검찰에서 침묵했다"

이날 재판에선 앞으로의 증인신문 일정도 정리했습니다. 가장 관심이 쏠렸던 건 정 교수의 남편, 조국 전 장관의 증인 채택 여부였는데요.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을 아무리 검토해봐도,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도 신문할 필요성이 있다면 소환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검찰이 미리 제출한 조 전 장관에 대한 신문사항과 지금까지의 증인신문, 증거조사를 검토한 결과 신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강남 건물주' 논란처럼 공소사실과 관계없는 사생활과 관련된 질문들은 모두 빼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변호인은 정식으로 이의를 신청했습니다. 조 전 장관을 증인석에 앉히면, 사실상 증언을 강요하는 꼴이라는 주장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본인과 가족 사건이라 증언거부권이 있는데도, 전직 법무부 장관이라는 지위나 정치적 측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증언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말입니다. 법령상 보장된 '친족에 대한 증언거부권'을 형해화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인권침해'도 언급됐습니다. 변호인은 "증인으로서 자신이 한 말이 배우자의 유죄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머릿속에 두고 진술할 수밖에 없는 게 어떻게 보면 인권 침해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부부가 별도의 피고인일 경우 일방을 증인으로 부르면 안 된다는 규칙이나 관행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조 전 장관이 증인으로 와서 유리한 부분을 증언할 기회도 줘야 한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특히 "조 전 장관은 법정에서 얘기한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공소사실과 관련한 사실관계에 대해 전혀 진술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꼭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검찰 측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다음 재판에는 정 교수에게 계좌 명의를 빌려준 페이스북 친구 이 모 씨와, 지난 기일에 불출석했던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이 증인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유튜버 '빨간아재'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강압적 조사를 주장했던 동양대 조교 김 모 씨가 다시 한 번 증언대에 섭니다. 이어지는 [법원의 시간]에서 충실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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