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처럼 이재용도? 얼마 안남은 ‘검찰의 시간’

입력 2020.06.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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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소라고요?"

지난 26일 대검찰청 주변에서 수사심의위원회를 마치고 나오는 심의위원들 주변에서 터져 나온 나온 말입니다.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기소하고 수사를 중단하라고 의결한 겁니다.

의견은 팽팽히 맞서지도 못했는데요. 당초 법조계 예상을 뒤엎고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10:3 압도적인 표 차로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가 나왔습니다.

■ 20만쪽·19개월·30여명 피의자신문...심의위 결론에 휘청

이번 사건의 규모를 표현하는 단어들입니다. 검찰은 지난 8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심사 당시 트럭에 실어 400권, 총 20만 쪽 분량의 수사 기록을 제출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피의자신문조서를 제출한 피의자만 3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0여 차례 소환조사가 있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수사는 19개월이 걸렸습니다. 애초 삼성 관계자들을 증거인멸 혐의로 먼저 기소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지만, 중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모펀드 의혹 등을 수사하면서 수사가 늦춰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수사가 막바지에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10:3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겁니다.

■ 30여 명 중 20여 명은 이미 기소 대상?

조사 받은 삼성 경영진 30여 명 중 20여 명은 심의위가 열리기도 전부터 기소 대상이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20여 명에 대해서 '지문원지작성'이 이뤄졌다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법무부령 <지문을 채취할 형사피의자의 범위에 관한 규칙> 2조 3항을 보겠습니다. "혐의없음 불기소처분 사유에 해당하는 피의자에 대하여는 수사자료 표적성과 지문채취를 하지 아니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결국 '혐의없음'으로 불기소할 피의자라면, 지문도 채취하지 말라는 건데요. 이미 삼성 경영진 20여 명에는 지문 채취가 이뤄져 있기 때문에 검찰의 강한 기소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 검찰 짧은 입장..."최종 처분 종합 검토"

이 정도 의지가 있던 검찰로서는 심의위 권고가 답답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검찰은 "수사 결과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만 짧게 밝혔습니다. 추가적인 입장은 특별히 나오지 않는 상태입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심의위 결과를 놓고 "잘 정리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검찰이 스스로 만든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는 꼴이 됩니다.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심의위가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 결론은 냈지만, 그 이유를 뚜렷하게 밝히지는 않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근거를 마땅히 밝히지 않은 권고를 놓고, 검찰이 어떤 최종 처분을 내릴지 관심입니다.

■ 2003년 '에버랜드 사건' 돌이켜보니

고민은 깊어지겠지만, 검찰은 결론을 내야 합니다. 이르면 주중에 최종 처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지난 사건 하나를 떠올리며 검찰 처분을 예상해보기도 합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의혹' 사건입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 당시 전무에게 경영권을 인계하기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값싸게 배당했다는 혐의로 출발한 수사입니다.

2000년 고발된 사건 이후 검찰은 3년 6개월간 50여 명을 조사했고, 기록이 1만 페이지에 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은 2003년 불구속기소 됐지만, 당시 이건희 회장은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이건희 회장은 아무 처분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2005년 1심, 2007년 2심에서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이 유죄판결을 받은 뒤에야 2008년 특검 수사에서 이건희 회장이 불구속기소 됐습니다.

물론, '에버랜드 사건'은 결국 대법원이 이건희 회장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다만 눈여겨볼 부분은 검찰의 처분 결정입니다. 2003년 수사에서 이건희 회장에 내리지 못한 처분을 2008년 특검 수사로 정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수사에서도 비슷한 결정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게 법조계 일부의 분석입니다.

■ 시한부 기소중지? 기소유예?...검찰 처분 고심

그래서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합니다. 시한부 기소중지란 불가피한 사유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을 때 한시적으로 기소 여부를 멈춰두는 겁니다. 보통 피의자와 피해자간 합의하는 시간이 길게 필요하거나, 피의자나 참고인이 중병에 걸렸을 때 이런 처분을 합니다. 한마디로 특정 사유를 달아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만 수사를 중단한다는 겁니다.

이건희 회장 때 처럼 먼저 삼성 미전실 관계자들을 먼저 기소하고 이후 법원 판단을 봐가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식입니다.

규정에는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존중'하도록 돼 있습니다. 당초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던 검찰이 불기소 권고를 '존중'하려면 수사 일부를 부정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하면 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도 일부 받아들이면서 나중에 수사가 재개될 가능성을 열어둘 수도 있습니다.

죄는 인정되지만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심의위의 권고를 완전히 받아들이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 속에서 기소유예 처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1년 7개월 수사 뒤 고심에 빠진 검찰이 이번에는 많은 시간을 고민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번 수사에 주어진 마지막 '검찰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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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처럼 이재용도? 얼마 안남은 ‘검찰의 시간’
    • 입력 2020-06-30 07:01:31
    취재K
"불기소라고요?"

지난 26일 대검찰청 주변에서 수사심의위원회를 마치고 나오는 심의위원들 주변에서 터져 나온 나온 말입니다.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기소하고 수사를 중단하라고 의결한 겁니다.

의견은 팽팽히 맞서지도 못했는데요. 당초 법조계 예상을 뒤엎고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10:3 압도적인 표 차로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가 나왔습니다.

■ 20만쪽·19개월·30여명 피의자신문...심의위 결론에 휘청

이번 사건의 규모를 표현하는 단어들입니다. 검찰은 지난 8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심사 당시 트럭에 실어 400권, 총 20만 쪽 분량의 수사 기록을 제출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피의자신문조서를 제출한 피의자만 3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0여 차례 소환조사가 있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수사는 19개월이 걸렸습니다. 애초 삼성 관계자들을 증거인멸 혐의로 먼저 기소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지만, 중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모펀드 의혹 등을 수사하면서 수사가 늦춰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수사가 막바지에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10:3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겁니다.

■ 30여 명 중 20여 명은 이미 기소 대상?

조사 받은 삼성 경영진 30여 명 중 20여 명은 심의위가 열리기도 전부터 기소 대상이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20여 명에 대해서 '지문원지작성'이 이뤄졌다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법무부령 <지문을 채취할 형사피의자의 범위에 관한 규칙> 2조 3항을 보겠습니다. "혐의없음 불기소처분 사유에 해당하는 피의자에 대하여는 수사자료 표적성과 지문채취를 하지 아니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결국 '혐의없음'으로 불기소할 피의자라면, 지문도 채취하지 말라는 건데요. 이미 삼성 경영진 20여 명에는 지문 채취가 이뤄져 있기 때문에 검찰의 강한 기소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 검찰 짧은 입장..."최종 처분 종합 검토"

이 정도 의지가 있던 검찰로서는 심의위 권고가 답답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검찰은 "수사 결과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만 짧게 밝혔습니다. 추가적인 입장은 특별히 나오지 않는 상태입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심의위 결과를 놓고 "잘 정리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검찰이 스스로 만든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는 꼴이 됩니다.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심의위가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 결론은 냈지만, 그 이유를 뚜렷하게 밝히지는 않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근거를 마땅히 밝히지 않은 권고를 놓고, 검찰이 어떤 최종 처분을 내릴지 관심입니다.

■ 2003년 '에버랜드 사건' 돌이켜보니

고민은 깊어지겠지만, 검찰은 결론을 내야 합니다. 이르면 주중에 최종 처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지난 사건 하나를 떠올리며 검찰 처분을 예상해보기도 합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의혹' 사건입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 당시 전무에게 경영권을 인계하기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값싸게 배당했다는 혐의로 출발한 수사입니다.

2000년 고발된 사건 이후 검찰은 3년 6개월간 50여 명을 조사했고, 기록이 1만 페이지에 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은 2003년 불구속기소 됐지만, 당시 이건희 회장은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이건희 회장은 아무 처분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2005년 1심, 2007년 2심에서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이 유죄판결을 받은 뒤에야 2008년 특검 수사에서 이건희 회장이 불구속기소 됐습니다.

물론, '에버랜드 사건'은 결국 대법원이 이건희 회장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다만 눈여겨볼 부분은 검찰의 처분 결정입니다. 2003년 수사에서 이건희 회장에 내리지 못한 처분을 2008년 특검 수사로 정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수사에서도 비슷한 결정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게 법조계 일부의 분석입니다.

■ 시한부 기소중지? 기소유예?...검찰 처분 고심

그래서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합니다. 시한부 기소중지란 불가피한 사유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을 때 한시적으로 기소 여부를 멈춰두는 겁니다. 보통 피의자와 피해자간 합의하는 시간이 길게 필요하거나, 피의자나 참고인이 중병에 걸렸을 때 이런 처분을 합니다. 한마디로 특정 사유를 달아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만 수사를 중단한다는 겁니다.

이건희 회장 때 처럼 먼저 삼성 미전실 관계자들을 먼저 기소하고 이후 법원 판단을 봐가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식입니다.

규정에는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존중'하도록 돼 있습니다. 당초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던 검찰이 불기소 권고를 '존중'하려면 수사 일부를 부정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하면 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도 일부 받아들이면서 나중에 수사가 재개될 가능성을 열어둘 수도 있습니다.

죄는 인정되지만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심의위의 권고를 완전히 받아들이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 속에서 기소유예 처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1년 7개월 수사 뒤 고심에 빠진 검찰이 이번에는 많은 시간을 고민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번 수사에 주어진 마지막 '검찰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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