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진 불법촬영 ‘불안’…인터넷 공유기에 카메라 숨겨

입력 2020.06.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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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공유기 속에서 '카메라' 발견

여기 인터넷 공유기가 있습니다. 검은색 본체에 두 개의 안테나까지, 겉모습은 참 평범합니다. 그런데 이 공유기를 열어보니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 드러납니다. 카메라가 들어있는 겁니다. 일반적인 카메라는 아닙니다. 가로 7cm, 세로 2cm의 직사각형 모양입니다. 함부로 흔들리지 않도록 테이프로 고정해두기까지 했습니다. 인터넷 공유기에 웬 카메라가 들어있는 걸까요?

인터넷 공유기 속에 들어있던 카메라인터넷 공유기 속에 들어있던 카메라

인터넷 공유기 앞면에 구멍이 뚫려 있다인터넷 공유기 앞면에 구멍이 뚫려 있다

■ '불법 촬영 목적'…공유기에 1mm 남짓 구멍 뚫고 렌즈 연결

먼저, 공유기는 충남 아산의 한 원룸에 있던 거였습니다. 여성 혼자 사는 곳이었는데요. 지난 23일 이곳에서 공유기 교체 작업을 하던 기사가 공유기 속에서 카메라를 발견했습니다. 당시 찍힌 사진을 보면 공유기에는 1mm 남짓 되는 구멍이 뚫려 있고 그 구멍에 카메라 렌즈가 연결돼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용도가 짐작됩니다. '불법 촬영'을 목적으로 공유기 속에 설치된 이른바 '몰래카메라'였습니다. 누가, 왜 이런 짓을 한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 확실한 건 주도면밀하게 설치돼 있었단 겁니다. 배터리가 닳지 않도록 USB 선까지 연결해뒀을 정도였으니까요.

불법 촬영 카메라 USB 선이 공유기에 연결돼 있다불법 촬영 카메라 USB 선이 공유기에 연결돼 있다

불법 촬영 카메라가 발견된 다세대 주택불법 촬영 카메라가 발견된 다세대 주택

■ '메모리 카드'에 불법 촬영 영상물…경찰, "원룸에 접근 가능했던 인물 조사 중"

불법 촬영 카메라에서는 메모리 카드가 발견됐습니다. 메모리 카드에는 이틀 분량의 불법 촬영 영상물이 담겨 있었습니다. 해당 카메라에는 와이파이 모양 스티커와 함께 '신호 혼선'에 주의하라는 안내가 쓰여있었는데요. 촬영한 영상물 '송신'도 가능했던 거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실제 영상 송신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해당 원룸에 접근 가능했던 사람을 상대로도 조사 중입니다. 지금 사는 여성과 관계된 인물은 물론, 전에 살던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불법 촬영 카메라가 설치된 헤어드라이어 거치대불법 촬영 카메라가 설치된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 지난해 3월에도 전국 모텔 돌며 공유기에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한 일당 붙잡혀

그런데 이 사건 어딘가 익숙합니다. 지난해 3월에도 충청권과 영남권 모텔 30여 곳을 돌며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중계'까지 한 일당 4명이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이때도 인터넷 공유기나 헤어드라이어 거치대에 1mm 남짓의 구멍을 뚫고 IP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작은 구멍 속에 내 모든 걸 지켜보는 카메라가 들어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불법 촬영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불법 촬영 수사를 진행 중인 충남 아산 경찰서불법 촬영 수사를 진행 중인 충남 아산 경찰서

■ 여성 2명 중 1명 "디지털 성범죄 당하거나 목격한 적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의 한 실태조사를 보면 서울에 사는 여성 2명 중 1명은 디지털 성범죄를 당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에는 불법 촬영이나, 원치 않는 음란물을 수신하거나, 성적 행위가 찍힌 영상·사진이 유포되는 게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사정은 비슷할 겁니다. 하지만 신고 절차가 번거롭거나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서 신고를 꺼리는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불법 촬영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들이 어떻게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도 중요할 겁니다. 철저한 수사나 엄벌과 함께 '피해 구제'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윱니다.

[연관기사] 교묘해진 불법촬영 ‘불안’ 인터넷 공유기에 카메라 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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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묘해진 불법촬영 ‘불안’…인터넷 공유기에 카메라 숨겨
    • 입력 2020-06-30 09:01:24
    취재K
■ 인터넷 공유기 속에서 '카메라' 발견

여기 인터넷 공유기가 있습니다. 검은색 본체에 두 개의 안테나까지, 겉모습은 참 평범합니다. 그런데 이 공유기를 열어보니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 드러납니다. 카메라가 들어있는 겁니다. 일반적인 카메라는 아닙니다. 가로 7cm, 세로 2cm의 직사각형 모양입니다. 함부로 흔들리지 않도록 테이프로 고정해두기까지 했습니다. 인터넷 공유기에 웬 카메라가 들어있는 걸까요?

인터넷 공유기 속에 들어있던 카메라
인터넷 공유기 앞면에 구멍이 뚫려 있다
■ '불법 촬영 목적'…공유기에 1mm 남짓 구멍 뚫고 렌즈 연결

먼저, 공유기는 충남 아산의 한 원룸에 있던 거였습니다. 여성 혼자 사는 곳이었는데요. 지난 23일 이곳에서 공유기 교체 작업을 하던 기사가 공유기 속에서 카메라를 발견했습니다. 당시 찍힌 사진을 보면 공유기에는 1mm 남짓 되는 구멍이 뚫려 있고 그 구멍에 카메라 렌즈가 연결돼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용도가 짐작됩니다. '불법 촬영'을 목적으로 공유기 속에 설치된 이른바 '몰래카메라'였습니다. 누가, 왜 이런 짓을 한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 확실한 건 주도면밀하게 설치돼 있었단 겁니다. 배터리가 닳지 않도록 USB 선까지 연결해뒀을 정도였으니까요.

불법 촬영 카메라 USB 선이 공유기에 연결돼 있다
불법 촬영 카메라가 발견된 다세대 주택
■ '메모리 카드'에 불법 촬영 영상물…경찰, "원룸에 접근 가능했던 인물 조사 중"

불법 촬영 카메라에서는 메모리 카드가 발견됐습니다. 메모리 카드에는 이틀 분량의 불법 촬영 영상물이 담겨 있었습니다. 해당 카메라에는 와이파이 모양 스티커와 함께 '신호 혼선'에 주의하라는 안내가 쓰여있었는데요. 촬영한 영상물 '송신'도 가능했던 거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실제 영상 송신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해당 원룸에 접근 가능했던 사람을 상대로도 조사 중입니다. 지금 사는 여성과 관계된 인물은 물론, 전에 살던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불법 촬영 카메라가 설치된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 지난해 3월에도 전국 모텔 돌며 공유기에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한 일당 붙잡혀

그런데 이 사건 어딘가 익숙합니다. 지난해 3월에도 충청권과 영남권 모텔 30여 곳을 돌며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중계'까지 한 일당 4명이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이때도 인터넷 공유기나 헤어드라이어 거치대에 1mm 남짓의 구멍을 뚫고 IP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작은 구멍 속에 내 모든 걸 지켜보는 카메라가 들어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불법 촬영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불법 촬영 수사를 진행 중인 충남 아산 경찰서
■ 여성 2명 중 1명 "디지털 성범죄 당하거나 목격한 적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의 한 실태조사를 보면 서울에 사는 여성 2명 중 1명은 디지털 성범죄를 당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에는 불법 촬영이나, 원치 않는 음란물을 수신하거나, 성적 행위가 찍힌 영상·사진이 유포되는 게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사정은 비슷할 겁니다. 하지만 신고 절차가 번거롭거나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서 신고를 꺼리는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불법 촬영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들이 어떻게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도 중요할 겁니다. 철저한 수사나 엄벌과 함께 '피해 구제'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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