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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의 덫’…론스타·하나금융, ‘금융당국 지목’ 증거 제출
입력 2020.06.30 (16:01) 탐사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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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의 덫’…론스타·하나금융, ‘금융당국 지목’ 증거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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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와 재판은 다릅니다.

재판은 재판부를 무작위 배당하는 것부터 정해진 절차에 의해 진행되는 반면, 중재는 중재판정부 구성은 물론 진행되는 대부분의 절차도 당사자들의‘합의’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중재를‘사적 자치’라고 부릅니다.

재판은 법원에서 진행하고 판사가 상임직으로 임용되는 공무원인 반면, 중재의 중재인은 임시직이고 법원이 아닌 중재기관에서 중재를 진행합니다.

론스타-한국 정부 간 ISD 중재는 론스타가 국제 투자 중재기관 가운데 하나인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에 청구한 것입니다. 론스타- 하나금융 간 분쟁은 론스타가 국제상공회의소에 청구한 상사 중재입니다.

하지만 중재와 재판 모두 당사자들이 제출한 증거와 증언으로 결론을 내린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분쟁의 양쪽 당사자가 어떤 증거를 제출하고, 심리에서 어떤 증언을 했는지 살펴보면 양쪽이 어떤 논리와 의도를 가지고 중재에 임하고 있는지 드러납니다.

‘정부 책임’ 증거 집중 제출...‘엑스맨’ 하나금융 이상한 방어

하나금융은 집요한 론스타의 공격을 어떻게 막아내고 승소했을까요? KBS가 입수한 ICC 중재결정문에는 수상한 정황들이 담겨 있습니다.

중재판정부는 "정부 개입이 없었다"는 김승유 전 회장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역설적이게도 하나금융이 스스로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 내부보고서와 회의록들 때문입니다.

이 증거들은 중재판정부가 금융당국을 지목해 제3의 결론을 내리는 근거로 작용합니다. 이런 보고서와 회의록은 결정문에 언급된 것만 14번입니다.

예를 들어, 2011년 3월 10일,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냅니다. 이날 하나금융은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및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이라는 제목의 내부보고서를 작성합니다.

보고서에는 "론스타가 유죄 판결을 받고 금융위원회가 주식처분 명령을 내리면 론스타는 매입가격 이하로 외환은행 지분을 매도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따라서 국부유출이 감소한다"는 외부 견해에 대해
"자회사 편입승인 지연으로 인해 국부유출이 최소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하나금융그룹, 금융시장,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클 것"으로 분석돼 있습니다.

또 "승인 절차가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라는 보고서(2011.3.11)도 증거로 제출됩니다.

금융위가 외환은행 인수승인을 미룬 것에 대해서는 "하나은행 주가가 크게 하락했고, 인수를 위해 조성한 자금을 어떻게 다룰지 우려가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 또한 증거로 제출됐습니다.

이런 보고서들을 근거로 중재판정부는 "외환은행을 빨리 매각하려는 론스타의 입장과 하나금융의 입장에 차이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하나금융이 스스로 가격을 깎은 것이 아니라 금융위의 지시가 있었다"는 판정부의 결론은 상당 부분 하나금융이 낸 증거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던 겁니다.

반대로, 하나금융은 "스스로 가격을 깎았다는 주장을 입증할만한 내부 문서를 내라"는 중재판정부의 요청에 대해서는 "협상 가격이 너무 높다는 언론기사 한 페이지만 제출"했습니다.

협상 몰래 녹음...론스타의 치밀한 준비

론스타는 ICC 중재판정부에 하나금융과 협상 과정을 몰래 녹음한 녹취록을 제출합니다. 중재판정부는 이 녹취록 내용을 근거로 "하나는 시키는 대로 했고, 금융당국이 가격협상에 개입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정문에 인용된 녹취록 부분을 보면 론스타는 '하나의 거짓말'이 아닌 '정부의 개입'을 입증하고 싶었고, 처음부터 패소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2011년 11월 25일 영국 런던에서 론스타와 하나금융 대표들이 모여 담판을 짓는 내용을 녹음해 제출한 것입니다.

결정문에는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과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대화 중 아랫부분이 인용됐습니다.


김승유 회장은 이날 저녁 김석동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ICC 중재 심리에서 인정합니다.

다음날인 11월 26일, 그레이켄과 김승유 두 사람은 다시 만납니다. 하지만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중재판정부는 론스타가 증거로 제출한 녹취록 등을 근거로 론스타의 주장이 더 믿을만하다고 봤습니다.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은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김승유 회장과 통화 사실 자체는 물론 가격협상 개입을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말이나 돼요? 어떻게 정부가 가격에 관여할 수가 있습니까.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자신 있게 모든 거를 했고 기록이 다 남아 있습니다.”

전성인 교수, "둘(하나금융, 론스타)이 한 사람(한국 정부)을 바보로 만드는 과정"



ICC 중재에서 론스타와 하나금융 모두 금융당국을 지목하는 증거를 냈습니다. 이를 두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굉장히 이례적인 중재재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론스타는 가해자라고 당사자가 처음에 지목한 하나금융의 잘못된 행위를 밝히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는데 론스타는‘한국정부가 그렇게 한 거지?’그렇게 하고, 하나금융은‘한국정부가 정말 그랬어요’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이게 상식적인 중재 재판이냐, 보통 중재 들어가면 서로가 적이 되어서 나오는데 둘이 함께 웃고 나온 이상한 중재결정이었죠”

송기호 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은 "론스타가 의도한 전략"이라고 봤습니다.

"론스타는 ISD를 의도해서 처음부터 론스타와 하나금융 사이의 ICC 분쟁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ISD로 가기 위한, 즉 ISD로 증거를 제출하기 위한 그런 전략이었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하나금융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했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뒤에 있다고 론스타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그런 소송이었다고 판단이 됩니다”

전문가들이 론스타가 낸 ICC 분쟁을 하나금융을 이용한 치밀한 ISD 전략이라고 보면서 분노하는 이유입니다.
  • ‘론스타의 덫’…론스타·하나금융, ‘금융당국 지목’ 증거 제출
    • 입력 2020.06.30 (16:01)
    탐사K
‘론스타의 덫’…론스타·하나금융, ‘금융당국 지목’ 증거 제출
중재와 재판은 다릅니다.

재판은 재판부를 무작위 배당하는 것부터 정해진 절차에 의해 진행되는 반면, 중재는 중재판정부 구성은 물론 진행되는 대부분의 절차도 당사자들의‘합의’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중재를‘사적 자치’라고 부릅니다.

재판은 법원에서 진행하고 판사가 상임직으로 임용되는 공무원인 반면, 중재의 중재인은 임시직이고 법원이 아닌 중재기관에서 중재를 진행합니다.

론스타-한국 정부 간 ISD 중재는 론스타가 국제 투자 중재기관 가운데 하나인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에 청구한 것입니다. 론스타- 하나금융 간 분쟁은 론스타가 국제상공회의소에 청구한 상사 중재입니다.

하지만 중재와 재판 모두 당사자들이 제출한 증거와 증언으로 결론을 내린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분쟁의 양쪽 당사자가 어떤 증거를 제출하고, 심리에서 어떤 증언을 했는지 살펴보면 양쪽이 어떤 논리와 의도를 가지고 중재에 임하고 있는지 드러납니다.

‘정부 책임’ 증거 집중 제출...‘엑스맨’ 하나금융 이상한 방어

하나금융은 집요한 론스타의 공격을 어떻게 막아내고 승소했을까요? KBS가 입수한 ICC 중재결정문에는 수상한 정황들이 담겨 있습니다.

중재판정부는 "정부 개입이 없었다"는 김승유 전 회장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역설적이게도 하나금융이 스스로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 내부보고서와 회의록들 때문입니다.

이 증거들은 중재판정부가 금융당국을 지목해 제3의 결론을 내리는 근거로 작용합니다. 이런 보고서와 회의록은 결정문에 언급된 것만 14번입니다.

예를 들어, 2011년 3월 10일,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냅니다. 이날 하나금융은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및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이라는 제목의 내부보고서를 작성합니다.

보고서에는 "론스타가 유죄 판결을 받고 금융위원회가 주식처분 명령을 내리면 론스타는 매입가격 이하로 외환은행 지분을 매도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따라서 국부유출이 감소한다"는 외부 견해에 대해
"자회사 편입승인 지연으로 인해 국부유출이 최소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하나금융그룹, 금융시장,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클 것"으로 분석돼 있습니다.

또 "승인 절차가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라는 보고서(2011.3.11)도 증거로 제출됩니다.

금융위가 외환은행 인수승인을 미룬 것에 대해서는 "하나은행 주가가 크게 하락했고, 인수를 위해 조성한 자금을 어떻게 다룰지 우려가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 또한 증거로 제출됐습니다.

이런 보고서들을 근거로 중재판정부는 "외환은행을 빨리 매각하려는 론스타의 입장과 하나금융의 입장에 차이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하나금융이 스스로 가격을 깎은 것이 아니라 금융위의 지시가 있었다"는 판정부의 결론은 상당 부분 하나금융이 낸 증거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던 겁니다.

반대로, 하나금융은 "스스로 가격을 깎았다는 주장을 입증할만한 내부 문서를 내라"는 중재판정부의 요청에 대해서는 "협상 가격이 너무 높다는 언론기사 한 페이지만 제출"했습니다.

협상 몰래 녹음...론스타의 치밀한 준비

론스타는 ICC 중재판정부에 하나금융과 협상 과정을 몰래 녹음한 녹취록을 제출합니다. 중재판정부는 이 녹취록 내용을 근거로 "하나는 시키는 대로 했고, 금융당국이 가격협상에 개입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정문에 인용된 녹취록 부분을 보면 론스타는 '하나의 거짓말'이 아닌 '정부의 개입'을 입증하고 싶었고, 처음부터 패소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2011년 11월 25일 영국 런던에서 론스타와 하나금융 대표들이 모여 담판을 짓는 내용을 녹음해 제출한 것입니다.

결정문에는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과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대화 중 아랫부분이 인용됐습니다.


김승유 회장은 이날 저녁 김석동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ICC 중재 심리에서 인정합니다.

다음날인 11월 26일, 그레이켄과 김승유 두 사람은 다시 만납니다. 하지만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중재판정부는 론스타가 증거로 제출한 녹취록 등을 근거로 론스타의 주장이 더 믿을만하다고 봤습니다.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은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김승유 회장과 통화 사실 자체는 물론 가격협상 개입을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말이나 돼요? 어떻게 정부가 가격에 관여할 수가 있습니까.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자신 있게 모든 거를 했고 기록이 다 남아 있습니다.”

전성인 교수, "둘(하나금융, 론스타)이 한 사람(한국 정부)을 바보로 만드는 과정"



ICC 중재에서 론스타와 하나금융 모두 금융당국을 지목하는 증거를 냈습니다. 이를 두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굉장히 이례적인 중재재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론스타는 가해자라고 당사자가 처음에 지목한 하나금융의 잘못된 행위를 밝히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는데 론스타는‘한국정부가 그렇게 한 거지?’그렇게 하고, 하나금융은‘한국정부가 정말 그랬어요’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이게 상식적인 중재 재판이냐, 보통 중재 들어가면 서로가 적이 되어서 나오는데 둘이 함께 웃고 나온 이상한 중재결정이었죠”

송기호 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은 "론스타가 의도한 전략"이라고 봤습니다.

"론스타는 ISD를 의도해서 처음부터 론스타와 하나금융 사이의 ICC 분쟁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ISD로 가기 위한, 즉 ISD로 증거를 제출하기 위한 그런 전략이었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하나금융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했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뒤에 있다고 론스타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그런 소송이었다고 판단이 됩니다”

전문가들이 론스타가 낸 ICC 분쟁을 하나금융을 이용한 치밀한 ISD 전략이라고 보면서 분노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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