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中 ‘홍콩 보안법’ 만장일치 통과…조슈아 웡 “엄혹한 운명 눈앞에”

입력 2020.06.30 (19:21) 수정 2020.06.3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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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웡.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 동안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했던 '우산 혁명'의 주역이다. 당시 17세의 나이에 하루 최대 5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그를 전 세계가 기억했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 의회가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 인권법)을 통과시킬 것을 호소했다.

홍콩의 대표 반중 인사인 그가 오늘(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비서장을 맡은 데모시스토당(香港衆志)에서 탈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콩 국가보안법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직후다. 그는 "엄혹한 운명이 눈앞에 놓인 상황에서 개인의 앞날을 헤아릴 수 없게 됐다"며 "내 목소리가 당장 들리지 않아도 국제사회가 계속해서 홍콩을 위해 목소리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홍콩 온라인상에 돌고 있는 홍콩 보안법 관련 ‘체포 블랙리스트’홍콩 온라인상에 돌고 있는 홍콩 보안법 관련 ‘체포 블랙리스트’

조슈아 웡을 비롯해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 인사 54명의 명단이 홍콩 온라인상에 돌고 있다. 홍콩 보안법 관련 '체포 블랙리스트', 한마디로 살생부다. 홍콩의 대표적인 진보 매체 빈과일보의 운영자 지미 라이(黎智英)를 비롯해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을 창당한 마틴 리(李柱銘) 등도 포함됐다. 아직 홍콩 보안법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소급 적용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이다. 살생부가 지목한 이들의 공통 죄목은 "정권을 전복하고 외국과 결탁했다"는 것이다.

■ '홍콩 보안법' 어떤 내용 담고 있나...최대 종신형 가능

실제 홍콩 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매체는 심의 과정에서 4가지 범죄 행위 가운데 '국가 분열, 국가 전복, 테러 활동'은 달라진 게 없지만, 초안의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이 '외국 세력과 결탁'으로 수정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처럼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당초 홍콩보안법 위반자에 대한 최고 형량은 10년 징역형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심의 과정에서 국가전복 등을 주도한 사람에 대해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 '송환법' 시위 겪은 中..."반중 세력 용납 못해"

홍콩 보안법 제정 계획은 지난달 말 전인대의 연례 전체회의에서 전격적으로 밝혀졌다. 이후 법안 통과까지 한 달 남짓 걸린 셈이다. 중국은 통상 전인대 상무위가 3차례 심의하던 것도 단 2차례로 줄이며 속도를 냈다. 홍콩 보안법은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의 부칙에 삽입돼 당장 내일인 7월 1일 곧바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초고속 처리는 지난해 7개월간 이어진 범죄자 본토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지난해 6월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시위를 비롯해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홍콩 정부는 결국 송환법 철회를 선언했다.

시위 과정에서 일부 반중 시위대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웠다. 중국의 상징인 휘장은 검은 페인트에 더럽혀졌다. 중국 공산당은 이를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2003년에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이 추진됐지만 대규모 시위로 법안이 철회되자 이번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단호하게 밀어붙인 이유다.

지난해 일부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중국 국기를 불태웠다. 지난해 일부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중국 국기를 불태웠다.

■ 美 "홍콩 특별지위 박탈"..中 "반격 조치할 것"

홍콩 보안법 통과로 미·중 간 갈등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 상무부는 홍콩 보안법 통과에 앞서 29일(현지시각)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한다며 중국에 대한 제재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하지만 중국과 홍콩 정부는 보란 듯 '강 대 강'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방해 시도는 절대 실현될 수 없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필요한 반격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고도 역설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어떠한 제재에 대해서도 두렵지 않다"며 "이미 이러한 제재에 대해 검토를 해 왔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중국에 날을 세웠다. 차이 총통은 "우리는 홍콩인들이 소중히 하는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계속 고수하기를 바란다"며 민주주의를 찾아 타이완에 이주하고자 하는 홍콩인들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 홍콩 민주파 "7월 1일 시위 강행"..시위 동력은 약화 조짐

최대 종신형에 처하는 홍콩 보안법 통과에 민주파 진영도 위축되는 모습을 나타나고 있다.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정치 단체인 '홍콩독립연맹' 창립자 웨인 찬이 해외로 도피했고 '홍콩 자치'를 주장해 온 학자인 친완(陳雲)은 사회운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홍콩 독립을 주장해 온 '홍콩민족전선'도 페이스북을 통해 홍콩 본부 해체를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민주화 진영은 내일 주권 반환 기념일을 맞아 집회를 강행하기로 한 상태다. 해마다 7월 1일 집회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전선의 피고 찬 부대표 등은 시민들에게 거리로 나와 '불복종' 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내일 집회는 보안법이 시행된 첫날의 집회가 된다. 경찰은 이 시위를 23년 만에 처음으로 불허했다. 홍콩 도심에선 수천 명의 경찰이 배치돼 시위대를 원천 봉쇄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민주화 요구가 '저항이냐 소멸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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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中 ‘홍콩 보안법’ 만장일치 통과…조슈아 웡 “엄혹한 운명 눈앞에”
    • 입력 2020-06-30 19:21:52
    • 수정2020-06-30 19: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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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웡.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 동안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했던 '우산 혁명'의 주역이다. 당시 17세의 나이에 하루 최대 5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그를 전 세계가 기억했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 의회가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 인권법)을 통과시킬 것을 호소했다.

홍콩의 대표 반중 인사인 그가 오늘(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비서장을 맡은 데모시스토당(香港衆志)에서 탈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콩 국가보안법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직후다. 그는 "엄혹한 운명이 눈앞에 놓인 상황에서 개인의 앞날을 헤아릴 수 없게 됐다"며 "내 목소리가 당장 들리지 않아도 국제사회가 계속해서 홍콩을 위해 목소리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홍콩 온라인상에 돌고 있는 홍콩 보안법 관련 ‘체포 블랙리스트’
조슈아 웡을 비롯해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 인사 54명의 명단이 홍콩 온라인상에 돌고 있다. 홍콩 보안법 관련 '체포 블랙리스트', 한마디로 살생부다. 홍콩의 대표적인 진보 매체 빈과일보의 운영자 지미 라이(黎智英)를 비롯해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을 창당한 마틴 리(李柱銘) 등도 포함됐다. 아직 홍콩 보안법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소급 적용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이다. 살생부가 지목한 이들의 공통 죄목은 "정권을 전복하고 외국과 결탁했다"는 것이다.

■ '홍콩 보안법' 어떤 내용 담고 있나...최대 종신형 가능

실제 홍콩 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매체는 심의 과정에서 4가지 범죄 행위 가운데 '국가 분열, 국가 전복, 테러 활동'은 달라진 게 없지만, 초안의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이 '외국 세력과 결탁'으로 수정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처럼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당초 홍콩보안법 위반자에 대한 최고 형량은 10년 징역형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심의 과정에서 국가전복 등을 주도한 사람에 대해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 '송환법' 시위 겪은 中..."반중 세력 용납 못해"

홍콩 보안법 제정 계획은 지난달 말 전인대의 연례 전체회의에서 전격적으로 밝혀졌다. 이후 법안 통과까지 한 달 남짓 걸린 셈이다. 중국은 통상 전인대 상무위가 3차례 심의하던 것도 단 2차례로 줄이며 속도를 냈다. 홍콩 보안법은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의 부칙에 삽입돼 당장 내일인 7월 1일 곧바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초고속 처리는 지난해 7개월간 이어진 범죄자 본토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지난해 6월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시위를 비롯해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홍콩 정부는 결국 송환법 철회를 선언했다.

시위 과정에서 일부 반중 시위대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웠다. 중국의 상징인 휘장은 검은 페인트에 더럽혀졌다. 중국 공산당은 이를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2003년에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이 추진됐지만 대규모 시위로 법안이 철회되자 이번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단호하게 밀어붙인 이유다.

지난해 일부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중국 국기를 불태웠다.
■ 美 "홍콩 특별지위 박탈"..中 "반격 조치할 것"

홍콩 보안법 통과로 미·중 간 갈등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 상무부는 홍콩 보안법 통과에 앞서 29일(현지시각)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한다며 중국에 대한 제재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하지만 중국과 홍콩 정부는 보란 듯 '강 대 강'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방해 시도는 절대 실현될 수 없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필요한 반격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고도 역설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어떠한 제재에 대해서도 두렵지 않다"며 "이미 이러한 제재에 대해 검토를 해 왔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중국에 날을 세웠다. 차이 총통은 "우리는 홍콩인들이 소중히 하는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계속 고수하기를 바란다"며 민주주의를 찾아 타이완에 이주하고자 하는 홍콩인들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 홍콩 민주파 "7월 1일 시위 강행"..시위 동력은 약화 조짐

최대 종신형에 처하는 홍콩 보안법 통과에 민주파 진영도 위축되는 모습을 나타나고 있다.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정치 단체인 '홍콩독립연맹' 창립자 웨인 찬이 해외로 도피했고 '홍콩 자치'를 주장해 온 학자인 친완(陳雲)은 사회운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홍콩 독립을 주장해 온 '홍콩민족전선'도 페이스북을 통해 홍콩 본부 해체를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민주화 진영은 내일 주권 반환 기념일을 맞아 집회를 강행하기로 한 상태다. 해마다 7월 1일 집회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전선의 피고 찬 부대표 등은 시민들에게 거리로 나와 '불복종' 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내일 집회는 보안법이 시행된 첫날의 집회가 된다. 경찰은 이 시위를 23년 만에 처음으로 불허했다. 홍콩 도심에선 수천 명의 경찰이 배치돼 시위대를 원천 봉쇄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민주화 요구가 '저항이냐 소멸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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