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농촌에서 희망을 찾다

입력 2020.07.01 (08:06) 수정 2020.07.0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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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북한이탈주민들도 덩달아 불안해 하고 있는데요. 

우리 사회가 함께 안고 가야 할 이웃들인 이들이 고령화로 어려움에 빠진 농촌에 정착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수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첩첩 산골 끝자락.

널따란 복분자밭에 두 농부가 가지치기에 분주합니다. 

북한이 고향인 고경진 씨, 탈북한 뒤 경기도에서 지내다 3년 전 정읍으로 귀농했습니다. 

삭막한 도시의 삶에 좀처럼 적응할 수 없어 귀농했지만, 생각만큼 농촌에 정착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첫 농사에서 소득이 나지 않았던데다 낯선 농촌 문화도 숙제였습니다. 

[고경진/북한이탈주민 : "조금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북한의 삶하고 전혀 다르고. 하나부터 열까지."]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려던 고 씨를 잡은 건 마을 주민들. 

땅을 빌려주고 농사를 가르치는 등 고 씨 가족이 정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돕고 있습니다. 

[권남훈/정읍시 구룡동 : "농업은 기술이 아니고 경험이라서 제 나름대로 짧은 경력이지만 그것은 내가 가진 것이더라고. 그것은 내어주어도 되는 것이라서."]

고향을 떠나 이곳저곳 떠도는 일이 많은 탈북민들에게 귀농 희망 모델이 되고 싶다는 고 씨. 

정읍을 제2의 고향 삼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꿈을 꿉니다. 

[고경진/북한이탈주민 : "지금도 내려와서 같이 살고 싶다는 분들도 계시고 하니까 제가 자리 잘 잡으면 그분들이랑 같이 뭐 이웃, 이제 나이 들어 경로당도 같이 나가면서 살고 싶어요."]

정읍의 한 젖소 농가.

주인 대신 젖소의 젖을 짜는 '헬퍼' 일을 하는 황해도 출신의 이모 씨. 

지난해 고경진 씨 추천으로 농장에서 예비 귀농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젖소들, 아무것도 몰라 두려움도 컸지만, 열심히 일한 만큼 벌이가 생기니 일할 맛이 납니다. 

[이○○/북한이탈주민/음성변조 : "한국 땅에 와서 내가 하고자 하는 축사를 하고 싶다. 금전적으로 부족해도 내가 좀 더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내 소유가 생기고 하면."]

북한을 떠난 뒤 마음 기댈 곳 없던 이 씨와 일손 부족에 힘들었던 농가들은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김홍도/축산농민 : "헬퍼분(보조 직원)이 없으면 저희가 하루도 쉴 수가 없거든요. 저희 헬퍼를 꾸준히 하시면 아마 몇 년 내에 대한민국에서 안정된 정착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현재 남한에 사는 탈북민은 3만 4천여 명. 

대다수가 문화 차이와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한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방인처럼 살고 있습니다. 

[이자형/한백통일재단 이사장 : "대다수 북한 이탈주민들이 적응을 못 하고 있어요. 그래서 도시보다 덜 경쟁적이고 또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농촌 지역에 와서 적응하면 뭔가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새내기 농사꾼으로 첫걸음을 뗀 북한이탈주민들. 

앞으로 찾아들 또 다른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농촌이 또 하나의 희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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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이탈주민, 농촌에서 희망을 찾다
    • 입력 2020-07-01 08:06:03
    • 수정2020-07-01 09:15:46
    뉴스광장(전주)
[앵커] 최근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북한이탈주민들도 덩달아 불안해 하고 있는데요.  우리 사회가 함께 안고 가야 할 이웃들인 이들이 고령화로 어려움에 빠진 농촌에 정착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수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첩첩 산골 끝자락. 널따란 복분자밭에 두 농부가 가지치기에 분주합니다.  북한이 고향인 고경진 씨, 탈북한 뒤 경기도에서 지내다 3년 전 정읍으로 귀농했습니다.  삭막한 도시의 삶에 좀처럼 적응할 수 없어 귀농했지만, 생각만큼 농촌에 정착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첫 농사에서 소득이 나지 않았던데다 낯선 농촌 문화도 숙제였습니다.  [고경진/북한이탈주민 : "조금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북한의 삶하고 전혀 다르고. 하나부터 열까지."]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려던 고 씨를 잡은 건 마을 주민들.  땅을 빌려주고 농사를 가르치는 등 고 씨 가족이 정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돕고 있습니다.  [권남훈/정읍시 구룡동 : "농업은 기술이 아니고 경험이라서 제 나름대로 짧은 경력이지만 그것은 내가 가진 것이더라고. 그것은 내어주어도 되는 것이라서."] 고향을 떠나 이곳저곳 떠도는 일이 많은 탈북민들에게 귀농 희망 모델이 되고 싶다는 고 씨.  정읍을 제2의 고향 삼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꿈을 꿉니다.  [고경진/북한이탈주민 : "지금도 내려와서 같이 살고 싶다는 분들도 계시고 하니까 제가 자리 잘 잡으면 그분들이랑 같이 뭐 이웃, 이제 나이 들어 경로당도 같이 나가면서 살고 싶어요."] 정읍의 한 젖소 농가. 주인 대신 젖소의 젖을 짜는 '헬퍼' 일을 하는 황해도 출신의 이모 씨.  지난해 고경진 씨 추천으로 농장에서 예비 귀농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젖소들, 아무것도 몰라 두려움도 컸지만, 열심히 일한 만큼 벌이가 생기니 일할 맛이 납니다.  [이○○/북한이탈주민/음성변조 : "한국 땅에 와서 내가 하고자 하는 축사를 하고 싶다. 금전적으로 부족해도 내가 좀 더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내 소유가 생기고 하면."] 북한을 떠난 뒤 마음 기댈 곳 없던 이 씨와 일손 부족에 힘들었던 농가들은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김홍도/축산농민 : "헬퍼분(보조 직원)이 없으면 저희가 하루도 쉴 수가 없거든요. 저희 헬퍼를 꾸준히 하시면 아마 몇 년 내에 대한민국에서 안정된 정착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현재 남한에 사는 탈북민은 3만 4천여 명.  대다수가 문화 차이와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한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방인처럼 살고 있습니다.  [이자형/한백통일재단 이사장 : "대다수 북한 이탈주민들이 적응을 못 하고 있어요. 그래서 도시보다 덜 경쟁적이고 또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농촌 지역에 와서 적응하면 뭔가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새내기 농사꾼으로 첫걸음을 뗀 북한이탈주민들.  앞으로 찾아들 또 다른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농촌이 또 하나의 희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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