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만 올리고 신혼여행은 내년에?”…코로나19가 바꾼 교사 신혼여행

입력 2020.07.01 (14:25) 수정 2020.07.0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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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안된대... 신혼여행 진짜 동해로 가?"

지난달 중순 결혼식을 올린 서울 소재 현직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애초 결혼식을 지난 2월에서 한 차례 미뤘습니다. 일일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가 수백 명에 달했던 몇 달 전, 지방에 있는 일가친척과 지인을 초대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해외로 스케쥴을 잡아뒀던 신혼여행 일정은 취소했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예비부부가 부담해야 했습니다. 그 후 지난달 겨우 결혼식을 올린 A 씨 부부,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도 눈치를 봐가며 소규모로 진행했는데 신혼여행까지 감수하기엔 너무 슬펐다고 합니다.

'국내 바닷가로 신혼여행을 갔다 와야 하나' 하며 망설이다가 결혼식과 신혼여행 일정을 연속해서 쓰지 않을 방법은 없는지 학교에 문의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돌아온 답은 단호했다고 합니다.

"결혼으로 인한 경조사 휴가 5일은 결혼식을 하고 나서 즉시 쓰는 게 원칙이라, 식 올리면 30일 이내로 갔다 오세요"

결국, 결혼식 직후 동해로 신혼여행을 다녀왔죠. 이렇게 유사한 고민을 담은 문의글은 현직 교사 커뮤니티 게시판에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평택에서는 된대요. 왜 거기는 되고 우리는 안돼요?"


경기도 평택교육지원청이 일선 학교에 보낸 공문입니다. 공문 박스 맨 마지막에 나온 굵은 글씨를 볼까요?

'코로나19 상황 중에 한하여 결혼식 당일과 혼인신고일 중 본인이 선택한 날을 기산점으로 하여 30일 이내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됨'

그러니까, '결혼식'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혼인신고일'을 기준으로 30일 이내에 신혼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니까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분리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교육부에 확인해봤습니다.

교육부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전국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관련 질의를 줬습니다. 그래서 교육부에서도 인사처에 확인을 했습니다. '현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서 결혼 관련 행사나 여행이 제한되고 있으니, 코로나19 상황 중에 한해서 결혼식 당일과 혼인신고일 중 본인이 선택한 날을 기산점으로 (신혼여행 휴가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됨'이라는 유권해석을 안내해 드렸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를 보면 '본인 결혼 휴가의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0일 이내의 범위에서 사용 가능함' 이라고 적시돼 있습니다.

교육부의 유권해석은 바로 여기에서 '그 사유가 발생한 날'을 결혼식으로만 보지 않고 혼인신고일까지 확장해 준건데요. 다시 말해, 오는 11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는 코로나19 상황을 봐가며 내년에 한다면 신혼여행을 올해가 아닌 내년에 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일부 제한사항도 있었는데요. 이 관계자는 "유권해석일 뿐, 복무권한은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에 해당 유권해석을 시행할지 여부는 교육(지원)청에서 판단해야 하기에 공문 하달까지는 어렵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럼, 앞서 소개한 A 교사의 경우를 포함해 저에게 직간접적으로 제보해온 무수히 많은 서울 소재 학교 교사들은 서울교육청이 제한을 걸었다는 걸까요? 서울교육청 중등교육과 인사담당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미 그렇게(결혼식 기준이든 혼인신고일 기준이든 본인이 선택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청첩장 기준일로 신혼여행 휴가를 써도 되고, 혼인신고일을 기준으로 써도 되니 본인이 유리하게 진행하시라고 문의가 오면 안내를 해주고 있죠. 하지만 결재, 결정은 학교장이 하는 것이기에 교육부와 마찬가지로 공문 하달까지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선 학교에서는 어떤 이유로 이런 유권해석과 교육청의 안내에도 코로나19 상황의 특수성을 반영한 신혼여행을 허용하지 않는 걸까요?

일선 초등학교 B 교장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물론 올해는 코로나19로 특별한 상황이니까 그런 사정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부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공교롭게도 신혼여행을 방학 직전에 간다거나 방학이 끝날 때 연계해서 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방학 직전에는 학생들에게 생활 교육을 해야 하고, 방학 후 개학 즈음에는 학생들이 학교에 나왔을 때를 대비해 방학생활을 챙겨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그 시점까지 신혼여행을 미뤘다가 연계해서 가면 학교 입장에서는 난처하죠. 또 교사를 대신할 강사를 구하기도 어려운 이유도 있습니다.

물론 개개인 교사들 입장에서는 '권리'인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담임교사가 해야 할 역할이 있는 시점에 신혼여행을 간다면 교사 본인과 학생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결국은 '의지'의 문제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국제 사회에서는 이른바 'K-방역'이라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우리 국민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을 포함해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스위스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 건데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여전히 확산 중이지만, 우리나라 국가 방역 수준이 해당 나라들에 입국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일부 해외에서 걸어 잠갔던 빗장을 풀고 있다 보니, 결혼과 신혼여행을 앞둔 예비 유부 교사들은 마음이 더 설렐 것 같습니다.

결국 결혼은 오늘, 신혼여행은 내년에 가는 식의 방법은 유권해석을 하는 교육부와 교육청 의지의 문제, 또 그것을 준용할지 판단하는 학교장 의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허나, 예비 유부의 길을 앞두고 있는 각 교사 개인의 의지도 중요해 보입니다.

일선 교장분들의 우려처럼 학교 사정에 부담 가지 않는 선에서 또, 해외에 갔다가 돌아온 뒤 2주간 자가격리 해야 하는 기간까지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가공무원'의 권리를 누리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교육자'라는 사명감도 동시에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야말로 코로나19가 신혼여행의 풍속도까지 바꾼,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세상살이'가 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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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listIssue.html?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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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만 올리고 신혼여행은 내년에?”…코로나19가 바꾼 교사 신혼여행
    • 입력 2020-07-01 14:25:52
    • 수정2020-07-01 16:19:21
    취재K
"자기야, 안된대... 신혼여행 진짜 동해로 가?"

지난달 중순 결혼식을 올린 서울 소재 현직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애초 결혼식을 지난 2월에서 한 차례 미뤘습니다. 일일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가 수백 명에 달했던 몇 달 전, 지방에 있는 일가친척과 지인을 초대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해외로 스케쥴을 잡아뒀던 신혼여행 일정은 취소했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예비부부가 부담해야 했습니다. 그 후 지난달 겨우 결혼식을 올린 A 씨 부부,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도 눈치를 봐가며 소규모로 진행했는데 신혼여행까지 감수하기엔 너무 슬펐다고 합니다.

'국내 바닷가로 신혼여행을 갔다 와야 하나' 하며 망설이다가 결혼식과 신혼여행 일정을 연속해서 쓰지 않을 방법은 없는지 학교에 문의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돌아온 답은 단호했다고 합니다.

"결혼으로 인한 경조사 휴가 5일은 결혼식을 하고 나서 즉시 쓰는 게 원칙이라, 식 올리면 30일 이내로 갔다 오세요"

결국, 결혼식 직후 동해로 신혼여행을 다녀왔죠. 이렇게 유사한 고민을 담은 문의글은 현직 교사 커뮤니티 게시판에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평택에서는 된대요. 왜 거기는 되고 우리는 안돼요?"


경기도 평택교육지원청이 일선 학교에 보낸 공문입니다. 공문 박스 맨 마지막에 나온 굵은 글씨를 볼까요?

'코로나19 상황 중에 한하여 결혼식 당일과 혼인신고일 중 본인이 선택한 날을 기산점으로 하여 30일 이내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됨'

그러니까, '결혼식'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혼인신고일'을 기준으로 30일 이내에 신혼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니까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분리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교육부에 확인해봤습니다.

교육부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전국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관련 질의를 줬습니다. 그래서 교육부에서도 인사처에 확인을 했습니다. '현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서 결혼 관련 행사나 여행이 제한되고 있으니, 코로나19 상황 중에 한해서 결혼식 당일과 혼인신고일 중 본인이 선택한 날을 기산점으로 (신혼여행 휴가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됨'이라는 유권해석을 안내해 드렸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를 보면 '본인 결혼 휴가의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0일 이내의 범위에서 사용 가능함' 이라고 적시돼 있습니다.

교육부의 유권해석은 바로 여기에서 '그 사유가 발생한 날'을 결혼식으로만 보지 않고 혼인신고일까지 확장해 준건데요. 다시 말해, 오는 11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는 코로나19 상황을 봐가며 내년에 한다면 신혼여행을 올해가 아닌 내년에 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일부 제한사항도 있었는데요. 이 관계자는 "유권해석일 뿐, 복무권한은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에 해당 유권해석을 시행할지 여부는 교육(지원)청에서 판단해야 하기에 공문 하달까지는 어렵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럼, 앞서 소개한 A 교사의 경우를 포함해 저에게 직간접적으로 제보해온 무수히 많은 서울 소재 학교 교사들은 서울교육청이 제한을 걸었다는 걸까요? 서울교육청 중등교육과 인사담당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미 그렇게(결혼식 기준이든 혼인신고일 기준이든 본인이 선택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청첩장 기준일로 신혼여행 휴가를 써도 되고, 혼인신고일을 기준으로 써도 되니 본인이 유리하게 진행하시라고 문의가 오면 안내를 해주고 있죠. 하지만 결재, 결정은 학교장이 하는 것이기에 교육부와 마찬가지로 공문 하달까지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선 학교에서는 어떤 이유로 이런 유권해석과 교육청의 안내에도 코로나19 상황의 특수성을 반영한 신혼여행을 허용하지 않는 걸까요?

일선 초등학교 B 교장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물론 올해는 코로나19로 특별한 상황이니까 그런 사정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부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공교롭게도 신혼여행을 방학 직전에 간다거나 방학이 끝날 때 연계해서 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방학 직전에는 학생들에게 생활 교육을 해야 하고, 방학 후 개학 즈음에는 학생들이 학교에 나왔을 때를 대비해 방학생활을 챙겨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그 시점까지 신혼여행을 미뤘다가 연계해서 가면 학교 입장에서는 난처하죠. 또 교사를 대신할 강사를 구하기도 어려운 이유도 있습니다.

물론 개개인 교사들 입장에서는 '권리'인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담임교사가 해야 할 역할이 있는 시점에 신혼여행을 간다면 교사 본인과 학생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결국은 '의지'의 문제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국제 사회에서는 이른바 'K-방역'이라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우리 국민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을 포함해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스위스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 건데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여전히 확산 중이지만, 우리나라 국가 방역 수준이 해당 나라들에 입국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일부 해외에서 걸어 잠갔던 빗장을 풀고 있다 보니, 결혼과 신혼여행을 앞둔 예비 유부 교사들은 마음이 더 설렐 것 같습니다.

결국 결혼은 오늘, 신혼여행은 내년에 가는 식의 방법은 유권해석을 하는 교육부와 교육청 의지의 문제, 또 그것을 준용할지 판단하는 학교장 의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허나, 예비 유부의 길을 앞두고 있는 각 교사 개인의 의지도 중요해 보입니다.

일선 교장분들의 우려처럼 학교 사정에 부담 가지 않는 선에서 또, 해외에 갔다가 돌아온 뒤 2주간 자가격리 해야 하는 기간까지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가공무원'의 권리를 누리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교육자'라는 사명감도 동시에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야말로 코로나19가 신혼여행의 풍속도까지 바꾼,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세상살이'가 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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