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엔 최고급’ 유진상가 아래로 예술 빛이 흐른다

입력 2020.07.0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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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최고급 주상복합이자 남침 대비 방호시설 '유진 맨숀'

서울 서대문구의 유진상가는 1970년, 홍제천을 덮은 인공 대지 위에 지어진 우리나라 초기 주상 복합 건물입니다. 지어질 당시 이름은 '유진 맨숀'으로, 당대 최고급 아파트였습니다. 그러나 이 건물엔 또 다른 목적도 있었습니다. 남북 대립이 심각하던 시절, 유사시 북한의 남침에 대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유진상가 하부에는 건물을 받치는 100여 개의 기둥이 있는데, 이 기둥들이 북한의 대전차를 막기 위한 용도였다고 합니다. 청와대로 가기 전 마지막 '저지선'이었던 거죠.


한때 시대를 앞서간 현대식 구조와 방공 건축의 의미까지 가졌지만 이후 내부순환로 공사로 일부 동을 해체하고, 끊임없는 재개발 논쟁에 휘말리며 시민의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특히 홍제천이 흐르는 유진상가 하부는 50년 동안 막혀있었는데요. 서울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을 통해 유진상가 하부가 공공미술로 채워진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 250m '빛 흐르는 예술길'…빛, 소리, 색, 기술을 이용한 8개의 작품

서울시는 매년 한 곳의 대상지를 선정하고, 공공미술로 이 공간을 특별한 장소로 바꾸는 '지역 단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진상가는 지난해 선정된 사업 대상지입니다. 홍제천 옆 250m 길이의 길은 이번 전시의 주제에 맞게 '빛 흐르는 예술길'로 바뀌었습니다. 상가 아래 공간이다 보니 빛이 들어오지 않는 점에서 착안한 겁니다.


서울시는 빛, 소리, 색, 기술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공공미술 작품 8개를 선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진기종 작가의 '미장센 홍제연가'는 3D 홀로그램을 이용해 꽃, 동식물 등의 영상이 홍제천 위 허공에 떠오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홍초선 작가의 '쉼'은 음향예술로, 물소리, 새소리 등 전국 곳곳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들려줍니다. 홍 작가는 "이 공간에 처음 왔을 때 어둡고 도시의 소음이 심한 공간이었다. 시민들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전국 자연의 소리 수집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시간대별로 다른 소리가 나와, 어떤 시간대에 와도 다른 소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시민 참여로 완성된 작품도 있습니다. '홍제 마니차'는 '내 인생의 빛, 내 인생의 소중한 순간'이라는 주제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시민들이 직접 쓴 메시지가 새겨진 작품입니다. 인근에 있는 인왕초등학교, 홍제초등학교 학생 20명이 완성한 야광 벽화도 있습니다.


■ 홍제유연(弘濟流緣):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흘러 예술로 치유하고 화합한다"

안규철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 위원장은 "60~70년대 근대화 시대, 북한과의 냉전의 대치 상황이 반영된 역사적인 장소라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라며 유진상가 하부를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막혀있었던 통로, 완전히 방치돼있던 장소인데 이런 장소에 사람들이 다시 머물고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 수 있는 장소로 바꾸는 것이 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흘러 예술로 치유하고 화합한다'를 의미하는 '홍제유연(弘濟流緣)'도 이런 맥락에서 지어졌습니다.


홍제유연은 앞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일 운영됩니다. 전시 작품 외에도 영화나 공연 등이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며 더더욱 답답한 여름, 시민들이 야외 공간에서 예술로 치유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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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년대엔 최고급’ 유진상가 아래로 예술 빛이 흐른다
    • 입력 2020-07-01 18:51:45
    취재K
■ 1970년 최고급 주상복합이자 남침 대비 방호시설 '유진 맨숀'

서울 서대문구의 유진상가는 1970년, 홍제천을 덮은 인공 대지 위에 지어진 우리나라 초기 주상 복합 건물입니다. 지어질 당시 이름은 '유진 맨숀'으로, 당대 최고급 아파트였습니다. 그러나 이 건물엔 또 다른 목적도 있었습니다. 남북 대립이 심각하던 시절, 유사시 북한의 남침에 대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유진상가 하부에는 건물을 받치는 100여 개의 기둥이 있는데, 이 기둥들이 북한의 대전차를 막기 위한 용도였다고 합니다. 청와대로 가기 전 마지막 '저지선'이었던 거죠.


한때 시대를 앞서간 현대식 구조와 방공 건축의 의미까지 가졌지만 이후 내부순환로 공사로 일부 동을 해체하고, 끊임없는 재개발 논쟁에 휘말리며 시민의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특히 홍제천이 흐르는 유진상가 하부는 50년 동안 막혀있었는데요. 서울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을 통해 유진상가 하부가 공공미술로 채워진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 250m '빛 흐르는 예술길'…빛, 소리, 색, 기술을 이용한 8개의 작품

서울시는 매년 한 곳의 대상지를 선정하고, 공공미술로 이 공간을 특별한 장소로 바꾸는 '지역 단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진상가는 지난해 선정된 사업 대상지입니다. 홍제천 옆 250m 길이의 길은 이번 전시의 주제에 맞게 '빛 흐르는 예술길'로 바뀌었습니다. 상가 아래 공간이다 보니 빛이 들어오지 않는 점에서 착안한 겁니다.


서울시는 빛, 소리, 색, 기술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공공미술 작품 8개를 선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진기종 작가의 '미장센 홍제연가'는 3D 홀로그램을 이용해 꽃, 동식물 등의 영상이 홍제천 위 허공에 떠오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홍초선 작가의 '쉼'은 음향예술로, 물소리, 새소리 등 전국 곳곳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들려줍니다. 홍 작가는 "이 공간에 처음 왔을 때 어둡고 도시의 소음이 심한 공간이었다. 시민들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전국 자연의 소리 수집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시간대별로 다른 소리가 나와, 어떤 시간대에 와도 다른 소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시민 참여로 완성된 작품도 있습니다. '홍제 마니차'는 '내 인생의 빛, 내 인생의 소중한 순간'이라는 주제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시민들이 직접 쓴 메시지가 새겨진 작품입니다. 인근에 있는 인왕초등학교, 홍제초등학교 학생 20명이 완성한 야광 벽화도 있습니다.


■ 홍제유연(弘濟流緣):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흘러 예술로 치유하고 화합한다"

안규철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 위원장은 "60~70년대 근대화 시대, 북한과의 냉전의 대치 상황이 반영된 역사적인 장소라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라며 유진상가 하부를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막혀있었던 통로, 완전히 방치돼있던 장소인데 이런 장소에 사람들이 다시 머물고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 수 있는 장소로 바꾸는 것이 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흘러 예술로 치유하고 화합한다'를 의미하는 '홍제유연(弘濟流緣)'도 이런 맥락에서 지어졌습니다.


홍제유연은 앞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일 운영됩니다. 전시 작품 외에도 영화나 공연 등이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며 더더욱 답답한 여름, 시민들이 야외 공간에서 예술로 치유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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