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日 불매운동 1년…유니클로 65%↓·ABC마트 17%↓

입력 2020.07.02 (16:39) 수정 2020.07.0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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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1년을 맞았습니다.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구호 아래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지난 1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유니클로 매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없어서 못 팔던 일본 맥주는 폐기 처분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습니다. 현재도 진행 중인 일본제품 불매운동 1년을 돌아봤습니다.




■ "韓 불매운동, 오래 못 가"…유니클로, 비웃음의 대가 컸다

일본의 수출 규제 직후인 지난해 7월 11일, 오카자키 타케시 유니클로 최고재무책임자는 한국의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발언으로 유니클로는 'NO 재팬'의 상징이 됐고, 이후 유니클로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길거리에서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딱 1년 후, 명동역 6번 출구 앞 유니클로 매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유니클로 매장인 데다 떠들썩한 대한민국 동행세일 중인데도 손님은 손에 꼽을 만큼 한산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8월 15일, 광복절까지 명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던 대학생 김수정 씨도 다시 만났습니다. 지난 1년간 어떻게 지냈는지 묻는 말에 김 씨는 "지난해 8월 15일은 강제동원 피해자분들과 함께 일본 대사관으로 행진했었고, 이후에는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를 알리고 대학 내 캠페인도 진행하느라 바쁘게 지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일본 불매운동이 시들해졌다고 하지만 일제 강제동원 배상판결이 제대로 이행이 될 때까지 국민의 분노는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든 시민사회든 이 일이 제대로 해결될 때까지 불매운동을 일상생활에서 계속 실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불매운동 이전과 이후 카드 매출액 비교해보니…유니클로 65%↓·ABC마트는 17%↓

수정 씨의 말대로 불매운동은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KBS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실과 함께 국내 8개 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의 불매운동 전과 후, 유니클로 신용카드 매출액을 비교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불매운동 이후(2019년 7월~2020년 6월)의 유니클로 카드 매출액(1천412억 원)이 불매운동 이전(2018년 7월~2019년 6월)보다 65%가 줄어든 1천412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월별로 보면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에서 8월까지는 감소했다가 9월부터는 11월까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10월 '위안부 폄하 논란' 광고를 내보내며 유니클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이 극에 달했을 때도 상승세인 점이 특이합니다. 또 유니클로 대표 상품인 '히트텍' (발열내의) 10만 장을 무료로 증정하는 행사가 있었던 11월에도 매출액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지난해 12월 이후 내림세를 유지하면서 불매운동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 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7월부터 유니클로 매장 18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ABC마트와 무인양품도 유니클로와 마찬가지로 불매운동 이후 카드 매출액이 각각 17%, 40%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ABC마트의 경우 긴급재난지원금의 영향으로 5월 카드 매출액이 불매운동 이전인 지난해 5월의 매출액보다 많았습니다. 또 매장 수도 1년 전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전국 5천여 마트들도 일본제품 불매운동 '진행형'

손해를 보더라도 일본제품은 팔지 않겠다던 마트들의 다짐도 지켜지고 있는지 서울 은평구의 한 마트를 찾아가 봤습니다. 마트 입구서부터 마트 차량까지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등의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일본 맥주와 조미료, 세제 등이 있던 진열대는 여전히 빈 상태 그대로였습니다. 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7월 5일부터 일본제품은 일절 판매하지 않았다"며 "일본제품이 빠진 자리에는 국산 대체재를 채워 넣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장은 "일본제품을 빼도 전체 마트 매출은 줄지 않았다"며 "특히 일본 불매운동에 관심이 많은 동호회나 지역 주민들께서 오셔서 대량으로 구매를 해주시는 바람에 오히려 매출이 올라간 매장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불매운동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묻자 "마트에서 일본제품을 뺀다고 뺐는데 미처 빼지 못한 제품이 있었는데 손님들께서 '이것도 일본제품입니다'하고 마트 게시판에 적어주시기도 하셨다"고 답했습니다.


한 대형마트의 실적에서도 일본 불매운동 여파는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일본산 맥주와 라면은 90% 안팎으로 줄어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었습니다. 최근엔 편의점 CU가 유통기한 종료가 임박한 일본 수입 맥주 12종(아사히캔 6종, 코젤라거캔, 산토리캔, 에비스캔 2종)에 대해 반품 처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 국민 75.9% "앞으로도 불매운동 참여 의사 있다"…전문가들 "지혜롭게 단호하게"

닛산이나 올림푸스 등 대표적인 일본 브랜드들이 국내 사업 철수를 결정할 만큼 지난 1년간 불매운동은 파괴력이 있었습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수출규제로 한국 내 불매도 정착돼 일본 기업의 철수도 시작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불매운동을 비껴간 일본제품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본 기업 닌텐도에서 발매한 게임 '동물의 숲'은 중고제품에 웃돈을 주고 사야 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예약판매를 시작한 3월에는 웹사이트가 마비됐고, 오프라인 매장에는 게임을 구매하기 위해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또 앞서 봤듯 ABC마트 등 일부 일본 브랜드는 불매운동 후에도 매출액에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선택적 불매운동이 아니냐는 지적 속에 국민 4명 중 3명은 앞으로도 불매운동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설문조사도 나왔습니다. 여론조사 연구소 데이터리서치가 지난달 29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 1주년 국민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75.9%가 앞으로도 불매운동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응답자 중 70.2%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제품 불매운동,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궁금해집니다. 전문가들은 "지혜롭지만,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에 대한 대응과 일본의 일반적인 기업과 국민에 대한 대응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명확하고, 단호하게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장기간 불매운동이 어느새 습관처럼 몸에 배면서 일본제품 소비가 되살아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수출규제 1년, 한일 관계가 단기간에 좋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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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日 불매운동 1년…유니클로 65%↓·ABC마트 17%↓
    • 입력 2020-07-02 16:39:59
    • 수정2020-07-02 16:52:29
    취재후·사건후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1년을 맞았습니다.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구호 아래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지난 1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유니클로 매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없어서 못 팔던 일본 맥주는 폐기 처분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습니다. 현재도 진행 중인 일본제품 불매운동 1년을 돌아봤습니다.




■ "韓 불매운동, 오래 못 가"…유니클로, 비웃음의 대가 컸다

일본의 수출 규제 직후인 지난해 7월 11일, 오카자키 타케시 유니클로 최고재무책임자는 한국의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발언으로 유니클로는 'NO 재팬'의 상징이 됐고, 이후 유니클로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길거리에서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딱 1년 후, 명동역 6번 출구 앞 유니클로 매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유니클로 매장인 데다 떠들썩한 대한민국 동행세일 중인데도 손님은 손에 꼽을 만큼 한산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8월 15일, 광복절까지 명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던 대학생 김수정 씨도 다시 만났습니다. 지난 1년간 어떻게 지냈는지 묻는 말에 김 씨는 "지난해 8월 15일은 강제동원 피해자분들과 함께 일본 대사관으로 행진했었고, 이후에는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를 알리고 대학 내 캠페인도 진행하느라 바쁘게 지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일본 불매운동이 시들해졌다고 하지만 일제 강제동원 배상판결이 제대로 이행이 될 때까지 국민의 분노는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든 시민사회든 이 일이 제대로 해결될 때까지 불매운동을 일상생활에서 계속 실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불매운동 이전과 이후 카드 매출액 비교해보니…유니클로 65%↓·ABC마트는 17%↓

수정 씨의 말대로 불매운동은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KBS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실과 함께 국내 8개 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의 불매운동 전과 후, 유니클로 신용카드 매출액을 비교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불매운동 이후(2019년 7월~2020년 6월)의 유니클로 카드 매출액(1천412억 원)이 불매운동 이전(2018년 7월~2019년 6월)보다 65%가 줄어든 1천412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월별로 보면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에서 8월까지는 감소했다가 9월부터는 11월까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10월 '위안부 폄하 논란' 광고를 내보내며 유니클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이 극에 달했을 때도 상승세인 점이 특이합니다. 또 유니클로 대표 상품인 '히트텍' (발열내의) 10만 장을 무료로 증정하는 행사가 있었던 11월에도 매출액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지난해 12월 이후 내림세를 유지하면서 불매운동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 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7월부터 유니클로 매장 18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ABC마트와 무인양품도 유니클로와 마찬가지로 불매운동 이후 카드 매출액이 각각 17%, 40%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ABC마트의 경우 긴급재난지원금의 영향으로 5월 카드 매출액이 불매운동 이전인 지난해 5월의 매출액보다 많았습니다. 또 매장 수도 1년 전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전국 5천여 마트들도 일본제품 불매운동 '진행형'

손해를 보더라도 일본제품은 팔지 않겠다던 마트들의 다짐도 지켜지고 있는지 서울 은평구의 한 마트를 찾아가 봤습니다. 마트 입구서부터 마트 차량까지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등의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일본 맥주와 조미료, 세제 등이 있던 진열대는 여전히 빈 상태 그대로였습니다. 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7월 5일부터 일본제품은 일절 판매하지 않았다"며 "일본제품이 빠진 자리에는 국산 대체재를 채워 넣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장은 "일본제품을 빼도 전체 마트 매출은 줄지 않았다"며 "특히 일본 불매운동에 관심이 많은 동호회나 지역 주민들께서 오셔서 대량으로 구매를 해주시는 바람에 오히려 매출이 올라간 매장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불매운동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묻자 "마트에서 일본제품을 뺀다고 뺐는데 미처 빼지 못한 제품이 있었는데 손님들께서 '이것도 일본제품입니다'하고 마트 게시판에 적어주시기도 하셨다"고 답했습니다.


한 대형마트의 실적에서도 일본 불매운동 여파는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일본산 맥주와 라면은 90% 안팎으로 줄어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었습니다. 최근엔 편의점 CU가 유통기한 종료가 임박한 일본 수입 맥주 12종(아사히캔 6종, 코젤라거캔, 산토리캔, 에비스캔 2종)에 대해 반품 처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 국민 75.9% "앞으로도 불매운동 참여 의사 있다"…전문가들 "지혜롭게 단호하게"

닛산이나 올림푸스 등 대표적인 일본 브랜드들이 국내 사업 철수를 결정할 만큼 지난 1년간 불매운동은 파괴력이 있었습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수출규제로 한국 내 불매도 정착돼 일본 기업의 철수도 시작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불매운동을 비껴간 일본제품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본 기업 닌텐도에서 발매한 게임 '동물의 숲'은 중고제품에 웃돈을 주고 사야 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예약판매를 시작한 3월에는 웹사이트가 마비됐고, 오프라인 매장에는 게임을 구매하기 위해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또 앞서 봤듯 ABC마트 등 일부 일본 브랜드는 불매운동 후에도 매출액에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선택적 불매운동이 아니냐는 지적 속에 국민 4명 중 3명은 앞으로도 불매운동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설문조사도 나왔습니다. 여론조사 연구소 데이터리서치가 지난달 29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 1주년 국민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75.9%가 앞으로도 불매운동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응답자 중 70.2%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제품 불매운동,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궁금해집니다. 전문가들은 "지혜롭지만,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에 대한 대응과 일본의 일반적인 기업과 국민에 대한 대응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명확하고, 단호하게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장기간 불매운동이 어느새 습관처럼 몸에 배면서 일본제품 소비가 되살아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수출규제 1년, 한일 관계가 단기간에 좋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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