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32년 전 17살 문송면…‘유해 물질 사고’는 현재진행형

입력 2020.07.02 (21:32) 수정 2020.07.0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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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정 사진 속 앳된 얼굴,

32년 전 오늘(2일) 나이 열일곱에 세상을 떠난 문송면 군입니다.

야간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말에 온도계 공장에 들어간 문 군, 한 달만에 불면증, 두통, 고열이 나타났고, 전신발작까지 왔습니다.

인체에 치명적인, 수은 중독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증거를 대라며 문 군이 일하다 병을 얻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비난 여론이 확산됐고, 결국 문 군의 직업병이 인정됐지만, 문 군은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어느 누구도 위험한 일터라는 걸 알려주지도 않았고, 병을 얻어도 스스로 입증해야 했던 현실, 3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김지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년 전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감기라고만 여겼는데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겁니다.

[유정옥/고 임한결씨 어머니 : "골수 검사를 해서 백혈병이라고 했는데 그냥 주저앉았죠. 너무 무서워서... 거짓말 같더라고요. 아이도 울고."]

반도체 공장에서 가스감지기를 관리하는 하청업체 입사 2년 반만이었습니다.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던 상황.

반도체 공장에 벤젠같은 발암물질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공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한 회사.

역학 조사만 1년이 걸리는 등 지난한 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정옥/故 임한결 씨 어머니 : "일하다가 그런(숨진) 사람들 편에서 조금 정부에서 알아줘서 산재 (인정) 좀 받았으면 좋겠어요."]

메틸알코올에 중독돼 실명한 노동자들도 처음엔 왜 아픈지 몰랐습니다.

보호장갑도 없이 일하다 중독됐는데, 회사는 위험성을 감추고 합의를 종용했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온 상황.

집단 발병이 확인되고 여론이 확산된 뒤에야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조승규/노무사 : "입증되어 있고 알려진 거에 대해서만 산재로 인정을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성이) 안 알려진 유해물질들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경우에는 사실 배제될 수밖에 없거든요."]

최근 10년 동안 암에 걸린 반도체 노동자는 3천 4백여 명, 이 중 천 백여 명이 숨졌습니다.

그런데도 산재 인정 비율은 매우 낮아, 관련 단체가 희귀암에 걸린 160명에 대해 산재를 신청했지만 인정받은 건 67명 뿐이었습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앵커]

지난해 일터에서 숨진 노동자는 855 명,

하루 평균 2.3명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겁니다.

올해도 3월까지 석 달만에 253명이 일을 하다 숨졌습니다.

'일하다 죽지 않게'

KBS는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 씩 일터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 현황을 전해드립니다.

관련 활동을 이어온 '노동건강연대'와 함께, 완벽한 집계는 아니지만, 지속적인 현황 보도를 통해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숫자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관련 심층 보도도 이어가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내일(3일) 이 시간엔 노동자가 숨진 중대재해 8천 건을 심층 분석한 결과를 전해드립니다.

특히 노동자가 숨진 곳에서 또다른 노동자가 숨지는 실태를 고발하고, 어떤 기업의 사업장인지 실명도 공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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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32년 전 17살 문송면…‘유해 물질 사고’는 현재진행형
    • 입력 2020-07-02 21:33:39
    • 수정2020-07-02 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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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정 사진 속 앳된 얼굴,

32년 전 오늘(2일) 나이 열일곱에 세상을 떠난 문송면 군입니다.

야간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말에 온도계 공장에 들어간 문 군, 한 달만에 불면증, 두통, 고열이 나타났고, 전신발작까지 왔습니다.

인체에 치명적인, 수은 중독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증거를 대라며 문 군이 일하다 병을 얻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비난 여론이 확산됐고, 결국 문 군의 직업병이 인정됐지만, 문 군은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어느 누구도 위험한 일터라는 걸 알려주지도 않았고, 병을 얻어도 스스로 입증해야 했던 현실, 3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김지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년 전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감기라고만 여겼는데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겁니다.

[유정옥/고 임한결씨 어머니 : "골수 검사를 해서 백혈병이라고 했는데 그냥 주저앉았죠. 너무 무서워서... 거짓말 같더라고요. 아이도 울고."]

반도체 공장에서 가스감지기를 관리하는 하청업체 입사 2년 반만이었습니다.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던 상황.

반도체 공장에 벤젠같은 발암물질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공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한 회사.

역학 조사만 1년이 걸리는 등 지난한 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정옥/故 임한결 씨 어머니 : "일하다가 그런(숨진) 사람들 편에서 조금 정부에서 알아줘서 산재 (인정) 좀 받았으면 좋겠어요."]

메틸알코올에 중독돼 실명한 노동자들도 처음엔 왜 아픈지 몰랐습니다.

보호장갑도 없이 일하다 중독됐는데, 회사는 위험성을 감추고 합의를 종용했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온 상황.

집단 발병이 확인되고 여론이 확산된 뒤에야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조승규/노무사 : "입증되어 있고 알려진 거에 대해서만 산재로 인정을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성이) 안 알려진 유해물질들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경우에는 사실 배제될 수밖에 없거든요."]

최근 10년 동안 암에 걸린 반도체 노동자는 3천 4백여 명, 이 중 천 백여 명이 숨졌습니다.

그런데도 산재 인정 비율은 매우 낮아, 관련 단체가 희귀암에 걸린 160명에 대해 산재를 신청했지만 인정받은 건 67명 뿐이었습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앵커]

지난해 일터에서 숨진 노동자는 855 명,

하루 평균 2.3명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겁니다.

올해도 3월까지 석 달만에 253명이 일을 하다 숨졌습니다.

'일하다 죽지 않게'

KBS는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 씩 일터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 현황을 전해드립니다.

관련 활동을 이어온 '노동건강연대'와 함께, 완벽한 집계는 아니지만, 지속적인 현황 보도를 통해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숫자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관련 심층 보도도 이어가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내일(3일) 이 시간엔 노동자가 숨진 중대재해 8천 건을 심층 분석한 결과를 전해드립니다.

특히 노동자가 숨진 곳에서 또다른 노동자가 숨지는 실태를 고발하고, 어떤 기업의 사업장인지 실명도 공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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