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손바닥 크기로?…“메모리 용량 1000배↑ 신기술 발굴”

입력 2020.07.03 (04:0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한 IT업체 데이터센터 내부

미국의 한 IT업체 데이터센터 내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세계적 업체들은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경쟁적으로 구축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국내 IT업체 등도 축구장 수십 배 크기의 대형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거나 새로 만들고 있는데요.

앞으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이렇게 큰 부지는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이준희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팀이 반도체 메모리 용량을 지금보다 1천 배 높일 수 있는 물리 현상을 새로 발견했습니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원자 4개에 1비트(bit)의 정보를 담아 손톱만 한 크기의 메모리 반도체에 500TB(테라바이트)를 저장하는 게 이론상 가능합니다. 1테라바이트는 고화질(HD)급 영화 125편 정도를 저장할 수 정보량인데, 손톱 크기의 메모리 반도체에 약 6만 2,500편의 고화질 영화를 담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순수 이론 논문으로는 이례적으로 오늘(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게재됐습니다.

"원자 4개에 1비트 저장…기존 한계 뛰어넘어"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를 더 작게 만들기 위한 경쟁을 펼쳐왔지만, 소형화가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플래쉬 메모리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공정에서 단위셀 크기는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단위셀 크기를 더 줄이게 되면 반도체 물질의 능력이 약해지다가 모두 사라지는 '스케일 현상'(scale)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차세대 강유전체 메모리(FeRAM)는 전압의 방향을 바꾸면서 원자의 위치 변환을 통해 0과 1을 조절, 1비트를 구현합니다. 플래쉬 메모리와 달리 초저전력으로 빠르게 작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 스케일 현상으로 인해 소형화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기존 이론은 0과 1의 구분으로 디지털화 된 정보, 즉 1비트를 저장하는 데 원자 수천개 이상이 결합한 수십~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원자집단인 '도메인'(domain)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고 봤습니다.

도메인은 1비트의 정보를 저장하기 위한 물질 내의 최소 크기 영역입니다. 수천 개의 원자가 탄성으로 연결돼 있고, 이를 통째로 1비트를 저장하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개별 원자에 정보를 저장하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연구진은 산화하프늄이라는 물질에서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았습니다. 산화하프늄에 특정한 전압을 걸면 원자들을 스프링처럼 강하게 묶어주던 상호작용이 완전히 사라지는 새로운 물리현상을 발견한 겁니다.

원자 사이에는 스프링처럼 연결된 탄성 작용때문에 수천개가 같이 움직이는데, 특정 전압을 건 산화하프늄에서는 이런 상호작용이 사라진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전압이 원자들 사이 상호작용을 끊어 자연차폐막이 형성되는 현상을 이용해 마치 진공에 있는 것처럼 반도체 안에 존재하는 산소 원자 4개씩을 개별적으로 제어해 정보 저장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입니다.


이 교수팀의 연구 이론을 적용하면 10nm 수준에 머물러 있는 메모리 소자의 단위셀 크기를 0.5nm까지 축소해 원자 4개 묶음에 정보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산소 원자 4개가 위쪽으로 움직이면 '0', 아래쪽으로 움직이면 '1'이 되는 방식이 가능하고, 전기를 끊어도 그대로 유지돼 비휘발성 메모리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원자에 직접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기존 메모리 소재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작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초집적·초절전 인공지능 반도체 구현도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특히 연구팀은 산화하프늄이 기존 실리콘 반도체 공정에서 이미 흔하게 사용하는 물질이어서 상업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향후 초집적 반도체 분야에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는 이론"이라며 "개별 원자에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은 원자를 쪼개지 않는 한 현 반도체 산업의 마지막 집적 저장 기술이 될 확률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준희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연구팀이준희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연구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데이터센터 손바닥 크기로?…“메모리 용량 1000배↑ 신기술 발굴”
    • 입력 2020-07-03 04:06:53
    취재K

미국의 한 IT업체 데이터센터 내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세계적 업체들은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경쟁적으로 구축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국내 IT업체 등도 축구장 수십 배 크기의 대형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거나 새로 만들고 있는데요.

앞으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이렇게 큰 부지는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이준희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팀이 반도체 메모리 용량을 지금보다 1천 배 높일 수 있는 물리 현상을 새로 발견했습니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원자 4개에 1비트(bit)의 정보를 담아 손톱만 한 크기의 메모리 반도체에 500TB(테라바이트)를 저장하는 게 이론상 가능합니다. 1테라바이트는 고화질(HD)급 영화 125편 정도를 저장할 수 정보량인데, 손톱 크기의 메모리 반도체에 약 6만 2,500편의 고화질 영화를 담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순수 이론 논문으로는 이례적으로 오늘(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게재됐습니다.

"원자 4개에 1비트 저장…기존 한계 뛰어넘어"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를 더 작게 만들기 위한 경쟁을 펼쳐왔지만, 소형화가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플래쉬 메모리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공정에서 단위셀 크기는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단위셀 크기를 더 줄이게 되면 반도체 물질의 능력이 약해지다가 모두 사라지는 '스케일 현상'(scale)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차세대 강유전체 메모리(FeRAM)는 전압의 방향을 바꾸면서 원자의 위치 변환을 통해 0과 1을 조절, 1비트를 구현합니다. 플래쉬 메모리와 달리 초저전력으로 빠르게 작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 스케일 현상으로 인해 소형화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기존 이론은 0과 1의 구분으로 디지털화 된 정보, 즉 1비트를 저장하는 데 원자 수천개 이상이 결합한 수십~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원자집단인 '도메인'(domain)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고 봤습니다.

도메인은 1비트의 정보를 저장하기 위한 물질 내의 최소 크기 영역입니다. 수천 개의 원자가 탄성으로 연결돼 있고, 이를 통째로 1비트를 저장하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개별 원자에 정보를 저장하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연구진은 산화하프늄이라는 물질에서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았습니다. 산화하프늄에 특정한 전압을 걸면 원자들을 스프링처럼 강하게 묶어주던 상호작용이 완전히 사라지는 새로운 물리현상을 발견한 겁니다.

원자 사이에는 스프링처럼 연결된 탄성 작용때문에 수천개가 같이 움직이는데, 특정 전압을 건 산화하프늄에서는 이런 상호작용이 사라진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전압이 원자들 사이 상호작용을 끊어 자연차폐막이 형성되는 현상을 이용해 마치 진공에 있는 것처럼 반도체 안에 존재하는 산소 원자 4개씩을 개별적으로 제어해 정보 저장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입니다.


이 교수팀의 연구 이론을 적용하면 10nm 수준에 머물러 있는 메모리 소자의 단위셀 크기를 0.5nm까지 축소해 원자 4개 묶음에 정보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산소 원자 4개가 위쪽으로 움직이면 '0', 아래쪽으로 움직이면 '1'이 되는 방식이 가능하고, 전기를 끊어도 그대로 유지돼 비휘발성 메모리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원자에 직접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기존 메모리 소재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작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초집적·초절전 인공지능 반도체 구현도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특히 연구팀은 산화하프늄이 기존 실리콘 반도체 공정에서 이미 흔하게 사용하는 물질이어서 상업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향후 초집적 반도체 분야에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는 이론"이라며 "개별 원자에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은 원자를 쪼개지 않는 한 현 반도체 산업의 마지막 집적 저장 기술이 될 확률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준희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연구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