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조사받다 숨진 교사…‘누가 책임지나?’

입력 2020.07.03 (10:25) 수정 2020.07.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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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성추행 혐의' 교육청 조사받다 숨진 교사
경찰 내사 종결·학생 탄원서에도 징계 절차 밟자 극단적 선택
법원 故 송경진 교사 '공무상 사망' 인정
김승환 전북교육감 "무리한 조사 아냐..항소 요청할 것"
인사혁신처 "법원 판단 존중..항소 여부 결정된 것 없어"

교육청 조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故 송경진 교사

교육청 조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故 송경진 교사

"사람에게는 누구나 인권이 있잖아요. 그런데 학생인권교육센터가 선생님의 인권은 생각도 안 하고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았어요."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으로 전북교육청 조사를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故 송경진 교사의 유족이 한 말입니다. 3년 전 송 교사는 부안의 한 중학교 수학 교사로 근무 중이었습니다. 전교생이 19명인 이 학교에서 송 교사는 교무부장이자 2학년 담임교사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당 학교 여학생의 학부모가 송 교사가 학생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며 학교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학교는 곧바로 전라북도 부안교육지원청과 부안경찰서에 성추행 사건으로 신고했고, 송 교사에게는 다음날부터 출근정지를 내렸습니다.

故 송경진 교사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사안이 가벼워 내사 종결한다며 경찰이 부안교육지원청에 보낸 문서故 송경진 교사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사안이 가벼워 내사 종결한다며 경찰이 부안교육지원청에 보낸 문서

■ 경찰, '추행 의도 없고 사안 가벼워 내사 종결' · 학생들, '선생님 성추행 아냐' 탄원서 제출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성추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일주일여 만에 내사 종결하게 됩니다. 학생들이 경찰 조사에서 송 교사가 수업시간에 지도의 목적으로 신체접촉을 했던 것이지 성적 접촉을 한 것으로 생각되지 않으며, 성적 수치심을 느낀 사실도 없다고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들도 모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사안이 가벼워 내사 종결한다는 공문을 부안교육지원청에 보냈습니다.

해당 중학교 학생들이 故 송경진 교사의 성추행이 없었다며 전북교육청에 보낸 탄원서해당 중학교 학생들이 故 송경진 교사의 성추행이 없었다며 전북교육청에 보낸 탄원서

학생들의 탄원서도 제출됐습니다. 학생들은 경찰 조사와 별도로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 조사가 이어지자 선생님을 다시 학교로 복귀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서면조사 당시 성희롱당한 것처럼 써낸 부분도 사실은 다리 떨면 복 달아난다고 충고해주고, 칭찬하며 했던 행동들이라며 선생님은 잘못이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는 학생들과 학부모 면담 조사를 통해 송 교사가 학생들을 체벌하고, 여학생들의 무릎 또는 허벅지 등을 만졌다며 송 교사에 대한 신분상 처분을 내릴 것을 권고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후 전북교육청은 송 교사에게 특정감사 조사 일정을 통보했지만, 다음날 송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조사를 종결했습니다.

故 송경진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날 작성한 문서故 송경진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날 작성한 문서

■ 3년 뒤, 서울행정법원 '송 교사 공무상 사망 인정' 판결

故 송경진 교사의 부인 강하정 씨는 이후 전북교육청을 상대로 무리한 조사를 했다며 검찰에 고발했지만, 무혐의 처분이 나왔습니다. 또한, 인사혁신처에 신청한 순직유족급여도 거부당했습니다. 강 씨는 행정 소송에 나섰고 1년 가까운 재판 끝에 최근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송 교사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학생들과의 신체접촉에 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극심한 정식적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과 우울 증상이 유발됐고, 이로 인해 정신적 억제력이 저하되는 등의 상황에 처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부 있다"며 강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인사혁신처의 유족 급여 부지급 결정을 취소한 겁니다.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에서 입장 밝히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취임 10주년 기자회견에서 입장 밝히는 김승환 전북교육감

■ 김승환 전북교육감, "무리한 조사 아냐..인사혁신처에 항소 요청"

끝날 줄 알았던 논란은 어제(2)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에서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발언으로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김 교육감은 송 교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한 판결에 대해 입장을 묻자, "교육청 조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김 교육감은 "이 사건의 실제 소송 당사자는 전북교육청"이라면서 "만약 이 사건을 미리 인지했더라면 소송에 보조 참가 신청을 해 법적 대응을 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인사혁신처에 이 사건 고등법원에 항소할 것을 요청하고 있고, 지금 인사혁신처도 호의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무리한 조사가 있었다면 검찰 조사에서 직권 남용으로 기소가 됐을 것"이라며, "인간적인 아픔과 법리적인 판단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형사적으로 성추행 혐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징계법상 징계 사유는 존재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법적 대응 의지와 인사혁신처가 항소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 뒤에, 인사혁신처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인사혁신처 대변인실은 "1심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항소 여부 결정된 것 없고, 전북교육청 항소 요청에 우호적으로 얘기했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습니다.

故 송경진 교사의 아내 강하정 씨故 송경진 교사의 아내 강하정 씨

■ 故 송경진 교사 유족, "김승환 교육감 책임져야"·교육단체, "교육감이 교사의 억울한 죽음 외면"

김 교육감의 기자회견 뒤에 전북 교육단체들은 잇달아 성명서를 내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는 "김승환 교육감은 그동안 일관되게 법을 운운해왔다"면서 "교육감 말대로라면 이번 법원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유족에 대해 사과를 했어야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전북교원총연합회도 성명서를 통해, "김 교육감이 송 교사의 억울한 죽음을 끝까지 외면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말하며 고인의 명예를 또다시 훼손하고, 유족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故 송경진 교사의 아내 강하정 씨는 "교육감을 만나기 위해 7번이나 찾아갔지만 한 번도 만나주지 않았다"면서 "지난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의 사과 요구에, '헌법에 양심의 자유가 있는데 사과를 강제하지 말라'고 말했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강 씨는 조사에 참여했던 전북교육청 관계자 등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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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청 조사받다 숨진 교사…‘누가 책임지나?’
    • 입력 2020-07-03 10:25:27
    • 수정2020-07-03 10:26:29
    사회
'성추행 혐의' 교육청 조사받다 숨진 교사<br />경찰 내사 종결·학생 탄원서에도 징계 절차 밟자 극단적 선택<br />법원 故 송경진 교사 '공무상 사망' 인정<br />김승환 전북교육감 "무리한 조사 아냐..항소 요청할 것"<br />인사혁신처 "법원 판단 존중..항소 여부 결정된 것 없어"

교육청 조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故 송경진 교사

"사람에게는 누구나 인권이 있잖아요. 그런데 학생인권교육센터가 선생님의 인권은 생각도 안 하고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았어요."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으로 전북교육청 조사를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故 송경진 교사의 유족이 한 말입니다. 3년 전 송 교사는 부안의 한 중학교 수학 교사로 근무 중이었습니다. 전교생이 19명인 이 학교에서 송 교사는 교무부장이자 2학년 담임교사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당 학교 여학생의 학부모가 송 교사가 학생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며 학교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학교는 곧바로 전라북도 부안교육지원청과 부안경찰서에 성추행 사건으로 신고했고, 송 교사에게는 다음날부터 출근정지를 내렸습니다.

故 송경진 교사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사안이 가벼워 내사 종결한다며 경찰이 부안교육지원청에 보낸 문서
■ 경찰, '추행 의도 없고 사안 가벼워 내사 종결' · 학생들, '선생님 성추행 아냐' 탄원서 제출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성추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일주일여 만에 내사 종결하게 됩니다. 학생들이 경찰 조사에서 송 교사가 수업시간에 지도의 목적으로 신체접촉을 했던 것이지 성적 접촉을 한 것으로 생각되지 않으며, 성적 수치심을 느낀 사실도 없다고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들도 모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사안이 가벼워 내사 종결한다는 공문을 부안교육지원청에 보냈습니다.

해당 중학교 학생들이 故 송경진 교사의 성추행이 없었다며 전북교육청에 보낸 탄원서
학생들의 탄원서도 제출됐습니다. 학생들은 경찰 조사와 별도로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 조사가 이어지자 선생님을 다시 학교로 복귀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서면조사 당시 성희롱당한 것처럼 써낸 부분도 사실은 다리 떨면 복 달아난다고 충고해주고, 칭찬하며 했던 행동들이라며 선생님은 잘못이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는 학생들과 학부모 면담 조사를 통해 송 교사가 학생들을 체벌하고, 여학생들의 무릎 또는 허벅지 등을 만졌다며 송 교사에 대한 신분상 처분을 내릴 것을 권고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후 전북교육청은 송 교사에게 특정감사 조사 일정을 통보했지만, 다음날 송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조사를 종결했습니다.

故 송경진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날 작성한 문서
■ 3년 뒤, 서울행정법원 '송 교사 공무상 사망 인정' 판결

故 송경진 교사의 부인 강하정 씨는 이후 전북교육청을 상대로 무리한 조사를 했다며 검찰에 고발했지만, 무혐의 처분이 나왔습니다. 또한, 인사혁신처에 신청한 순직유족급여도 거부당했습니다. 강 씨는 행정 소송에 나섰고 1년 가까운 재판 끝에 최근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송 교사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학생들과의 신체접촉에 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극심한 정식적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과 우울 증상이 유발됐고, 이로 인해 정신적 억제력이 저하되는 등의 상황에 처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부 있다"며 강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인사혁신처의 유족 급여 부지급 결정을 취소한 겁니다.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에서 입장 밝히는 김승환 전북교육감
■ 김승환 전북교육감, "무리한 조사 아냐..인사혁신처에 항소 요청"

끝날 줄 알았던 논란은 어제(2)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에서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발언으로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김 교육감은 송 교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한 판결에 대해 입장을 묻자, "교육청 조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김 교육감은 "이 사건의 실제 소송 당사자는 전북교육청"이라면서 "만약 이 사건을 미리 인지했더라면 소송에 보조 참가 신청을 해 법적 대응을 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인사혁신처에 이 사건 고등법원에 항소할 것을 요청하고 있고, 지금 인사혁신처도 호의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무리한 조사가 있었다면 검찰 조사에서 직권 남용으로 기소가 됐을 것"이라며, "인간적인 아픔과 법리적인 판단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형사적으로 성추행 혐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징계법상 징계 사유는 존재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법적 대응 의지와 인사혁신처가 항소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 뒤에, 인사혁신처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인사혁신처 대변인실은 "1심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항소 여부 결정된 것 없고, 전북교육청 항소 요청에 우호적으로 얘기했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습니다.

故 송경진 교사의 아내 강하정 씨
■ 故 송경진 교사 유족, "김승환 교육감 책임져야"·교육단체, "교육감이 교사의 억울한 죽음 외면"

김 교육감의 기자회견 뒤에 전북 교육단체들은 잇달아 성명서를 내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는 "김승환 교육감은 그동안 일관되게 법을 운운해왔다"면서 "교육감 말대로라면 이번 법원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유족에 대해 사과를 했어야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전북교원총연합회도 성명서를 통해, "김 교육감이 송 교사의 억울한 죽음을 끝까지 외면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말하며 고인의 명예를 또다시 훼손하고, 유족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故 송경진 교사의 아내 강하정 씨는 "교육감을 만나기 위해 7번이나 찾아갔지만 한 번도 만나주지 않았다"면서 "지난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의 사과 요구에, '헌법에 양심의 자유가 있는데 사과를 강제하지 말라'고 말했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강 씨는 조사에 참여했던 전북교육청 관계자 등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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