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가리비 전쟁’을 아시나요?…제2의 가리비 전쟁 발발하나

입력 2020.07.04 (07:19) 수정 2020.07.0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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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8일 새벽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서 프랑스 어선 40척과 영국 어선 5척이 충돌했습니다.

양국 어민들은 서로 선박으로 들이받으며, 투석전까지 벌였습니다.

당시 충돌은 화염병이 날아들 정도로 치열했습니다.

프랑스 해군은 출동을 위해 비상 대기 체제까지 가동했습니다.

양측의 충돌은 프랑스 선박의 수적 우세에 밀린 영국 선박이 후퇴한 뒤에야 끝났습니다.

해양 전투처럼 일어난 충돌은 바로 가리비에서 비롯됐습니다.

■ 프랑스와 영국의 고질적인 갈등...가리비 조업


가리비 전쟁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고질적인 갈등이었습니다.

프랑스 노르망디 근해인 센 만(Baie de Seine)은 가리비가 많이 나오는 황금 수역입니다.

프랑스와 영국의 식단에 가리비가 많이 나오다 보니, 돈을 많이 벌려는 양국의 어민들은 당연히 가리비를 많이 잡아야 했습니다.

당시 프랑스 어민은 가리비 개체 보호를 위해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가리비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반면, 영국 어민은 1년 내내 조업이 가능했습니다.

프랑스 어민들은 영국 어민들이 자국의 영해 코 앞까지 다가와 가리비를 싹쓸이 하는 걸 두눈 뜨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12년 프랑스 어민과 영국 어민이 충돌한 일을 계기로, 양국 정부는 협정을 맺게 됐습니다.

2012년 맺어진 협정에서 영국 어민은 센 만에서도 프랑스 어민들의 조업이 시작되기 전에 가리비를 잡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양국 어민의 갈등이 봉합되나 했는데, 이 협정에 허점이 있었습니다.

길이 15미터 이하의 영국 어선은 규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 소형 어선들은 언제든 노르망디 해안으로 대거 몰려와 가리비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어민들은 다시 영국 어민들이 자국의 앞바다에 와서 가리비를 대량으로 잡는 모습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결국 2018년 8월 프랑스 어민들이 영국 어선을 들이받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고 나서면서 가리비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 가리비 전쟁 일단락 됐지만


2018년 9월 프랑스와 영국은 가리비 전쟁을 끝내는 데 합의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은 길이 15미터 이상 선박을 철수시키는 대신 프랑스로부터 아일랜드해 등 다른 수역에서 더 많은 어업권을 받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갈등의 원인이 됐던 길이 15미터 이하의 영국 선박이 조업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한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전의 갈등의 불씨가 남겨진 셈입니다.

■ 전운 감도는 영국 해협...제2의 가리비 전쟁 발발하나


평화롭던 영국 해협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이 유럽연합 EU에서 탈퇴하면서, 영국 해협에 대한 주권을 강력히 행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영국 해협에서 게와 바닷가재, 청어 등 다양한 수산물을 잡던 프랑스 어민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습니다.

이전엔 런던어업협약에 따라 프랑스 어선도 자유롭게 조업을 할 수 있었지만, 브렉시트로 조약이 만료되면서 조업에 제약이 걸리게 됐습니다.

당연히 프랑스 어업계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에머릭 프랑스 어업 연합 사무총장은 영국 해협에서 조업이 어렵게 될 경우 최대 어항인 볼로뉴 어업에 30%까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습니다.

지금 유럽연합과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무역협정에 대해 협상하고 있습니다.

수산업 역시 중요 안건입니다.

미셀 바르니에 유럽연합 협상 대표는 어업에 대한 타협이 있을 경우 무역 협정이 가능하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유럽수산보고서 작성자인 프랑소와 자비에 벨라미 유럽의회 의원은 양측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바다에서 영국 어민과 다른 유럽 어민들 사이에서 큰 충돌이 이어질 것이고 이것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영국 해협에서 조업을 하는 프랑스 어민의 입장은 강경합니다.

프랑스 어민들은 양국의 합의 여부와 관계 없이 영국 해협에서 계속 조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가리비를 놓고 전쟁을 치른 프랑스 어민과 영국 어민이 영국 해협에서의 조업을 놓고 또다시 충돌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제2의 가리비 전쟁이 영국 해협에서 일어나는 건 아닌지, 전운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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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돋보기] ‘가리비 전쟁’을 아시나요?…제2의 가리비 전쟁 발발하나
    • 입력 2020-07-04 07:19:35
    • 수정2020-07-04 15: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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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8일 새벽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서 프랑스 어선 40척과 영국 어선 5척이 충돌했습니다.

양국 어민들은 서로 선박으로 들이받으며, 투석전까지 벌였습니다.

당시 충돌은 화염병이 날아들 정도로 치열했습니다.

프랑스 해군은 출동을 위해 비상 대기 체제까지 가동했습니다.

양측의 충돌은 프랑스 선박의 수적 우세에 밀린 영국 선박이 후퇴한 뒤에야 끝났습니다.

해양 전투처럼 일어난 충돌은 바로 가리비에서 비롯됐습니다.

■ 프랑스와 영국의 고질적인 갈등...가리비 조업


가리비 전쟁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고질적인 갈등이었습니다.

프랑스 노르망디 근해인 센 만(Baie de Seine)은 가리비가 많이 나오는 황금 수역입니다.

프랑스와 영국의 식단에 가리비가 많이 나오다 보니, 돈을 많이 벌려는 양국의 어민들은 당연히 가리비를 많이 잡아야 했습니다.

당시 프랑스 어민은 가리비 개체 보호를 위해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가리비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반면, 영국 어민은 1년 내내 조업이 가능했습니다.

프랑스 어민들은 영국 어민들이 자국의 영해 코 앞까지 다가와 가리비를 싹쓸이 하는 걸 두눈 뜨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12년 프랑스 어민과 영국 어민이 충돌한 일을 계기로, 양국 정부는 협정을 맺게 됐습니다.

2012년 맺어진 협정에서 영국 어민은 센 만에서도 프랑스 어민들의 조업이 시작되기 전에 가리비를 잡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양국 어민의 갈등이 봉합되나 했는데, 이 협정에 허점이 있었습니다.

길이 15미터 이하의 영국 어선은 규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 소형 어선들은 언제든 노르망디 해안으로 대거 몰려와 가리비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어민들은 다시 영국 어민들이 자국의 앞바다에 와서 가리비를 대량으로 잡는 모습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결국 2018년 8월 프랑스 어민들이 영국 어선을 들이받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고 나서면서 가리비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 가리비 전쟁 일단락 됐지만


2018년 9월 프랑스와 영국은 가리비 전쟁을 끝내는 데 합의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은 길이 15미터 이상 선박을 철수시키는 대신 프랑스로부터 아일랜드해 등 다른 수역에서 더 많은 어업권을 받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갈등의 원인이 됐던 길이 15미터 이하의 영국 선박이 조업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한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전의 갈등의 불씨가 남겨진 셈입니다.

■ 전운 감도는 영국 해협...제2의 가리비 전쟁 발발하나


평화롭던 영국 해협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이 유럽연합 EU에서 탈퇴하면서, 영국 해협에 대한 주권을 강력히 행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영국 해협에서 게와 바닷가재, 청어 등 다양한 수산물을 잡던 프랑스 어민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습니다.

이전엔 런던어업협약에 따라 프랑스 어선도 자유롭게 조업을 할 수 있었지만, 브렉시트로 조약이 만료되면서 조업에 제약이 걸리게 됐습니다.

당연히 프랑스 어업계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에머릭 프랑스 어업 연합 사무총장은 영국 해협에서 조업이 어렵게 될 경우 최대 어항인 볼로뉴 어업에 30%까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습니다.

지금 유럽연합과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무역협정에 대해 협상하고 있습니다.

수산업 역시 중요 안건입니다.

미셀 바르니에 유럽연합 협상 대표는 어업에 대한 타협이 있을 경우 무역 협정이 가능하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유럽수산보고서 작성자인 프랑소와 자비에 벨라미 유럽의회 의원은 양측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바다에서 영국 어민과 다른 유럽 어민들 사이에서 큰 충돌이 이어질 것이고 이것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영국 해협에서 조업을 하는 프랑스 어민의 입장은 강경합니다.

프랑스 어민들은 양국의 합의 여부와 관계 없이 영국 해협에서 계속 조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가리비를 놓고 전쟁을 치른 프랑스 어민과 영국 어민이 영국 해협에서의 조업을 놓고 또다시 충돌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제2의 가리비 전쟁이 영국 해협에서 일어나는 건 아닌지, 전운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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