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목적은 오직 ‘클릭’…당신을 낚은 포털 뉴스

입력 2020.07.0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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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시장을 지배하는 '포털 저널리즘'…한국의 모든 기사는 포털로 통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기사를 어디서 볼까요? 그 기사를 쓴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볼까요? 아닙니다. 익히 알려진 대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봅니다. 2019년 로이터저널리즘 디지털뉴스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에서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에서 기사를 보는 비율은 75%에 달하는 반면,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는 비율은 4%에 그쳤습니다. 사실상 뉴스 소비자들은 포털을 통해서만 기사를 보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가 언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신생 언론매체는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언론사가 포털과 제휴를 맺으려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언론사 등록이 된 이후에 1년이 지나야 합니다. 두 번째는 매달 100건 이상의 기사를 생산해야 하고, 자체 생산 기사로 인정되는 기사 비율이 30%를 넘어야 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면 심사를 받을 수 있는데 심사를 통과해 포털의 검색 제휴 매체가 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검색 제휴를 신청한 매체는 모두 411개 매체였고 실제로 심사를 통과한 매체는 26개, 통과율은 6%대에 머물렀습니다.

포털과 제휴를 맺기가 어렵다 보니 시장에선 제휴 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학원이 생겼습니다. 또, 포털과 제휴를 맺은 온라인 언론 매체는 시장에서 수억 원의 가격표가 붙어 거래가 이뤄집니다. 포털에서 기사를 노출시킬 수 있는 언론 매체는 언론이 아닌 하나의 시장 상품이 됐고, 포털은 언론 시장의 권력이 된 겁니다.


조회 수 지상주의…포털에 갇혀 돈만 좇다 추락한 언론의 수준

정상적인 지면 수입과 구독자 수입이 불가능한 언론 시장 구조가 굳어지면서 온라인에서 언론은 수익 추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포털이 기사를 제공하는 대가로 각 언론사와 협상해 전재료를 지급했지만, 이제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기사를 통해 노출되는 광고 수익을 포털과 해당 기사를 쓴 언론사가 나눠 가지는 구조가 됐습니다.

자연스레 언론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광고가 붙어있는 기사의 조회 수를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기사의 질보다는 양이 중요해졌고, 또 양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이 그 기사를 클릭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관심을 끄는 일이 됐습니다.

그래서 기업 홍보자료를 그대로 베껴 쓰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고, 소비자들이 호기심에 자사 기사를 조회할 수 있도록 자극적인 표현을 담는 소위 '제목 장사'가 일반화됐습니다. 오타가 포함된 보도자료가 나오면 기사에 오타 역시 그대로 담기기도 하고, 사실상 같은 기사를 내용만 조금 바꿔 서로 다른 기자들이 반복해서 기사를 올리기도 합니다.

'어뷰징'은 이제 업계의 오랜 관행이 됐습니다. 어뷰징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검색을 통한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하거나 인기검색어를 올리기 위해 클릭수를 조작하는 것 등을 이르는 말입니다.

실제로 저널리즘토크쇼J 제작진이 만난 어뷰징 참여 기자는 그 당시 자신에 대해 "기사를 쓰는 기자가 아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출근해 매일같이 반복한 일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하고, 그 검색어를 담은 기사를 최대한 빨리 생산해 검색에서 자신의 언론사가 노출되도록 하는 일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하루 평균 쓴 기사 수는 20~30건. 불과 넉 달 동안 생산한 어뷰징 기사만 무려 1800여 건. 제보자는 "아직도 포털 검색에서 자신이 쓴 어뷰징 기사가 나올 때 마다 고통스럽다"고 토로했습니다.

보도자료 베껴쓰기, 홍보성 기사, 어뷰징. 모두 기사량으로 승부해 조회 수를 늘리고 이를 통해 돈을 벌려는 언론의 얄팍한 상술인 겁니다.

저널리즘토크쇼J 제작진은 기사 자체를 거래하는 것도 취재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대행사입니다. 검색을 통해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런 홍보 대행사들은 알리고 싶은 내용과 자료를 제공하면 포털에서 검색되는 언론사의 기사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행사는 기사가 나가는 매체의 수준과 기사 수에 따라 금액이 다르지만, 예를 120만 원을 내면 6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기사 내용도 크게 문제가 되는 내용만 아니라면 어떤 내용도 관계없이 기사를 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자료와 함께 돈을 건네면 언론사의 간판과 기자의 이름을 빌려 기사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언론과 포털사이트의 기묘한 공생 관계…뉴스제평위를 통한 개혁은 가능할까?

포털사이트와 언론이 공생 관계를 만들어가면서 저널리즘이 발전하기보단 문제만 잇따르자 지난 2015년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심사 기구를 만들었습니다. 어뷰징을 막고, 사이비 언론 행위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그 목적이었습니다. 제평위는 포털과 제휴를 맺으려는 언론사를 심사해 일정 수준 이상의 언론사에만 제휴 자격을 부여하고, 또 문제를 일으킨 언론 매체의 경우 포털에서 퇴출시키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포털과 제평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평가입니다.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는 "문제는 제평위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회의록을 공개한 적이 없다"며, '깜깜이' 운영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고정패널 강유정 교수는 제평위에 언론 관련인이 너무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제평위가 감시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촘촘하게 엮인 인간적인 관계, 업계에서의 관계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의구심이 크다"고 비판했습니다.

제평위를 통한 포털 저널리즘의 개혁은 가능할까요? 쉽지 않은 일은 분명합니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언론학 박사는 "이제는 포털과 언론사가 같이 만나서 공동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장에 공개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97회는 [목적은 오직 '클릭'…당신을 낚은 포털 뉴스]라는 주제로 오는 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정연우 KBS 기자,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언론학 박사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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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4 08:02:17
    저널리즘 토크쇼 J
언론 시장을 지배하는 '포털 저널리즘'…한국의 모든 기사는 포털로 통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기사를 어디서 볼까요? 그 기사를 쓴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볼까요? 아닙니다. 익히 알려진 대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봅니다. 2019년 로이터저널리즘 디지털뉴스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에서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에서 기사를 보는 비율은 75%에 달하는 반면,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는 비율은 4%에 그쳤습니다. 사실상 뉴스 소비자들은 포털을 통해서만 기사를 보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가 언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신생 언론매체는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언론사가 포털과 제휴를 맺으려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언론사 등록이 된 이후에 1년이 지나야 합니다. 두 번째는 매달 100건 이상의 기사를 생산해야 하고, 자체 생산 기사로 인정되는 기사 비율이 30%를 넘어야 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면 심사를 받을 수 있는데 심사를 통과해 포털의 검색 제휴 매체가 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검색 제휴를 신청한 매체는 모두 411개 매체였고 실제로 심사를 통과한 매체는 26개, 통과율은 6%대에 머물렀습니다.

포털과 제휴를 맺기가 어렵다 보니 시장에선 제휴 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학원이 생겼습니다. 또, 포털과 제휴를 맺은 온라인 언론 매체는 시장에서 수억 원의 가격표가 붙어 거래가 이뤄집니다. 포털에서 기사를 노출시킬 수 있는 언론 매체는 언론이 아닌 하나의 시장 상품이 됐고, 포털은 언론 시장의 권력이 된 겁니다.


조회 수 지상주의…포털에 갇혀 돈만 좇다 추락한 언론의 수준

정상적인 지면 수입과 구독자 수입이 불가능한 언론 시장 구조가 굳어지면서 온라인에서 언론은 수익 추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포털이 기사를 제공하는 대가로 각 언론사와 협상해 전재료를 지급했지만, 이제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기사를 통해 노출되는 광고 수익을 포털과 해당 기사를 쓴 언론사가 나눠 가지는 구조가 됐습니다.

자연스레 언론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광고가 붙어있는 기사의 조회 수를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기사의 질보다는 양이 중요해졌고, 또 양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이 그 기사를 클릭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관심을 끄는 일이 됐습니다.

그래서 기업 홍보자료를 그대로 베껴 쓰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고, 소비자들이 호기심에 자사 기사를 조회할 수 있도록 자극적인 표현을 담는 소위 '제목 장사'가 일반화됐습니다. 오타가 포함된 보도자료가 나오면 기사에 오타 역시 그대로 담기기도 하고, 사실상 같은 기사를 내용만 조금 바꿔 서로 다른 기자들이 반복해서 기사를 올리기도 합니다.

'어뷰징'은 이제 업계의 오랜 관행이 됐습니다. 어뷰징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검색을 통한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하거나 인기검색어를 올리기 위해 클릭수를 조작하는 것 등을 이르는 말입니다.

실제로 저널리즘토크쇼J 제작진이 만난 어뷰징 참여 기자는 그 당시 자신에 대해 "기사를 쓰는 기자가 아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출근해 매일같이 반복한 일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하고, 그 검색어를 담은 기사를 최대한 빨리 생산해 검색에서 자신의 언론사가 노출되도록 하는 일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하루 평균 쓴 기사 수는 20~30건. 불과 넉 달 동안 생산한 어뷰징 기사만 무려 1800여 건. 제보자는 "아직도 포털 검색에서 자신이 쓴 어뷰징 기사가 나올 때 마다 고통스럽다"고 토로했습니다.

보도자료 베껴쓰기, 홍보성 기사, 어뷰징. 모두 기사량으로 승부해 조회 수를 늘리고 이를 통해 돈을 벌려는 언론의 얄팍한 상술인 겁니다.

저널리즘토크쇼J 제작진은 기사 자체를 거래하는 것도 취재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대행사입니다. 검색을 통해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런 홍보 대행사들은 알리고 싶은 내용과 자료를 제공하면 포털에서 검색되는 언론사의 기사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행사는 기사가 나가는 매체의 수준과 기사 수에 따라 금액이 다르지만, 예를 120만 원을 내면 6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기사 내용도 크게 문제가 되는 내용만 아니라면 어떤 내용도 관계없이 기사를 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자료와 함께 돈을 건네면 언론사의 간판과 기자의 이름을 빌려 기사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언론과 포털사이트의 기묘한 공생 관계…뉴스제평위를 통한 개혁은 가능할까?

포털사이트와 언론이 공생 관계를 만들어가면서 저널리즘이 발전하기보단 문제만 잇따르자 지난 2015년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심사 기구를 만들었습니다. 어뷰징을 막고, 사이비 언론 행위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그 목적이었습니다. 제평위는 포털과 제휴를 맺으려는 언론사를 심사해 일정 수준 이상의 언론사에만 제휴 자격을 부여하고, 또 문제를 일으킨 언론 매체의 경우 포털에서 퇴출시키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포털과 제평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평가입니다.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는 "문제는 제평위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회의록을 공개한 적이 없다"며, '깜깜이' 운영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고정패널 강유정 교수는 제평위에 언론 관련인이 너무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제평위가 감시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촘촘하게 엮인 인간적인 관계, 업계에서의 관계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의구심이 크다"고 비판했습니다.

제평위를 통한 포털 저널리즘의 개혁은 가능할까요? 쉽지 않은 일은 분명합니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언론학 박사는 "이제는 포털과 언론사가 같이 만나서 공동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장에 공개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97회는 [목적은 오직 '클릭'…당신을 낚은 포털 뉴스]라는 주제로 오는 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정연우 KBS 기자,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언론학 박사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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