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설치 CCTV에 24시간 찍히는 현관문…사생활은 보호는?

입력 2020.07.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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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정 모 씨는 얼마 전 출근하다 앞집 현관 위에 설치된 CCTV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계단식 아파트에 사는 정 씨의 집과 앞집 현관은 구조상 서로 마주하고 있는데, 앞집 현관 위에 정 씨 집 현관 앞을 비추는 CCTV가 설치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발견 당시만 해도 당황스럽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본인 집 앞을 비추는 CCTV가 불쾌했다고 정 씨는 털어놨습니다.

그는 "누가 계속 우리 집 문 앞을 계속 촬영하고 있고, 문을 열 때는 집 안까지 찍힐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니 심리적으로 너무 불편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CCTV 설치 업체 "사생활 침해 우려 부분 모자이크 처리 기능 가지고 있어."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해당 제품을 출시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이 제품은 안전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늘어나고, 집 앞으로의 배송이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택배 분실 및 도난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나온 홈 보안상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업체 측은 또 기기를 설치할 때 "범죄 예방과 안전을 위해 CCTV가 설치돼 있다"는 안내 문구가 붙은 스티커를 붙여 CCTV 설치 사실을 앞집에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해당 CCTV는 이웃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는 부분은 마스킹(모자이크)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필수로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CCTV 설치 가구에서 원하면 모자이크 기능을 통해 앞집 현관문을 가려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다는 겁니다.

■ 종이로 CCTV 가려 사생활 침해 해결?

하지만 문제는 CCTV를 설치한 이용자가 앞집을 모자이크 처리했다고 해도, 정작 정 씨처럼 CCTV를 설치한 가구의 맞은편 가구 주민은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정 씨의 문제 제기에 맞은편 집 CCTV는 종이로 앞을 가려뒀다.정 씨의 문제 제기에 맞은편 집 CCTV는 종이로 앞을 가려뒀다.

이 때문에 정 씨는 앞집에 계속 문제를 제기했고, 앞집은 CCTV의 정면부, 그러니까 정 씨의 집을 비추는 부위를 종이로 가려뒀습니다.

이미 CCTV로 인해 정 씨와 앞집은 사이가 틀어진 상황. 정 씨는 "종이가 떨어져 나가면 다시 우리 집 현관이 계속 찍히는 것 아니냐, 종이 한 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엔 너무 임시방편으로 보인다"며 "조금 더 단단한 가림막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는 정 씨와 앞집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올 1월 이 제품을 출시한 보안업체는 해당 제품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계단식 아파트에 산다면 우리 집 보안을 위해 설치한 CCTV가 앞집 사생활을 침해해 이웃 간 분쟁이 일어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정부 "전문가 논의 거쳐 분쟁 예방안 검토 예정"

사생활을 침해당하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을까. 정 씨는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해답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CCTV 설치 등과 관련해 설치 목적 등을 규제하는 법은 개인정보보호법이고, 이 법 주무 부서는 행정안전부입니다.

행정안전부는 국민신문고 답변을 통해 "CCTV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규제는 업무를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업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인데, 이 경우 업무가 아니라 생활을 위해 설치한 CCTV라 법으로 규제하긴 어렵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CCTV가 설치된 공간이 개인의 공간이면서 공공의 공간이기도 해서 규제로 해결하긴 어렵다"며 "개인 보안과 사생활이 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업계, 전문가와 논의해서 분쟁 예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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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집 설치 CCTV에 24시간 찍히는 현관문…사생활은 보호는?
    • 입력 2020-07-04 11:00:23
    취재K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정 모 씨는 얼마 전 출근하다 앞집 현관 위에 설치된 CCTV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계단식 아파트에 사는 정 씨의 집과 앞집 현관은 구조상 서로 마주하고 있는데, 앞집 현관 위에 정 씨 집 현관 앞을 비추는 CCTV가 설치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발견 당시만 해도 당황스럽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본인 집 앞을 비추는 CCTV가 불쾌했다고 정 씨는 털어놨습니다.

그는 "누가 계속 우리 집 문 앞을 계속 촬영하고 있고, 문을 열 때는 집 안까지 찍힐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니 심리적으로 너무 불편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CCTV 설치 업체 "사생활 침해 우려 부분 모자이크 처리 기능 가지고 있어."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해당 제품을 출시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이 제품은 안전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늘어나고, 집 앞으로의 배송이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택배 분실 및 도난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나온 홈 보안상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업체 측은 또 기기를 설치할 때 "범죄 예방과 안전을 위해 CCTV가 설치돼 있다"는 안내 문구가 붙은 스티커를 붙여 CCTV 설치 사실을 앞집에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해당 CCTV는 이웃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는 부분은 마스킹(모자이크)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필수로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CCTV 설치 가구에서 원하면 모자이크 기능을 통해 앞집 현관문을 가려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다는 겁니다.

■ 종이로 CCTV 가려 사생활 침해 해결?

하지만 문제는 CCTV를 설치한 이용자가 앞집을 모자이크 처리했다고 해도, 정작 정 씨처럼 CCTV를 설치한 가구의 맞은편 가구 주민은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정 씨의 문제 제기에 맞은편 집 CCTV는 종이로 앞을 가려뒀다.
이 때문에 정 씨는 앞집에 계속 문제를 제기했고, 앞집은 CCTV의 정면부, 그러니까 정 씨의 집을 비추는 부위를 종이로 가려뒀습니다.

이미 CCTV로 인해 정 씨와 앞집은 사이가 틀어진 상황. 정 씨는 "종이가 떨어져 나가면 다시 우리 집 현관이 계속 찍히는 것 아니냐, 종이 한 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엔 너무 임시방편으로 보인다"며 "조금 더 단단한 가림막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는 정 씨와 앞집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올 1월 이 제품을 출시한 보안업체는 해당 제품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계단식 아파트에 산다면 우리 집 보안을 위해 설치한 CCTV가 앞집 사생활을 침해해 이웃 간 분쟁이 일어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정부 "전문가 논의 거쳐 분쟁 예방안 검토 예정"

사생활을 침해당하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을까. 정 씨는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해답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CCTV 설치 등과 관련해 설치 목적 등을 규제하는 법은 개인정보보호법이고, 이 법 주무 부서는 행정안전부입니다.

행정안전부는 국민신문고 답변을 통해 "CCTV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규제는 업무를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업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인데, 이 경우 업무가 아니라 생활을 위해 설치한 CCTV라 법으로 규제하긴 어렵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CCTV가 설치된 공간이 개인의 공간이면서 공공의 공간이기도 해서 규제로 해결하긴 어렵다"며 "개인 보안과 사생활이 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업계, 전문가와 논의해서 분쟁 예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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