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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 역대급 폭염…쪽방촌은 속수무책?
입력 2020.07.05 (08:07) 수정 2020.07.05 (08:09) 취재K
코로나 속 역대급 폭염…쪽방촌은 속수무책?
지난 3일 기상청은 보도 자료를 냈습니다. 올해 6월 기온이 1973년 기록 이래 가장 높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고기온 28도, 평균 기온 22.8도. 역대급 무더위란 예보가 실감이 될 것 같은데요, 앞서 기상청은 올해 여름 폭염일수는 평년의 2배인 20~25일로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무더위가 더 힘든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취약계층'입니다. 올해는 코로나 19까지 겹치면서 '취약계층의 폭염 버티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쪽방촌을 찾아가 이들을 만났습니다.

쪽방촌 주민 나정해 씨(왼쪽), 쪽방상담소에서 생수 배달하는 모습(오른쪽)쪽방촌 주민 나정해 씨(왼쪽), 쪽방상담소에서 생수 배달하는 모습(오른쪽)

서울 종로구 쪽방촌. 550여 명의 취약 계층이 살고 있습니다. 좁은 골목에 들어서니 의자에 앉아있는 주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밖에 나와 있는 이유를 물어보니 방이 답답하고 더워서 나와 있는 거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67살 나정해 씨도 더위를 피해 방과 골목을 오가는 주민 중 한 명이었습니다. 나 씨는 "예전에는 경로당이나 박물관처럼 더위를 피할 곳이 많았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나 씨는 "지금은 (코로나 19 사태로) 다들 문도 안 열잖아요. 그래서 갈 데가 없어요"라면서 "용산 박물관도 가봤는데 거기도 다 문 닫아놨고 별로 뭔 대책이 없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요즘엔 어떻게 더위를 버티느냐는 말에 "더우면 물에 팔이라도 담갔다가 집에 돌아오고 복지관(돈의동 쪽방 상담소)에서 얼음물 주고 몇 명씩은 에어컨 바람 쐴 수 있게 만들어놔서 거기 간다"고 말했습니다.

잠시 얼음물을 만지던 그는 "TV에서 폭염이라고 예보하던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취재진에게 질문하면서 "모두 힘들 거 같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쪽방촌 주민 강형근 씨(왼쪽), 무더위 쉼터에서 쉬는 주민(오른쪽)쪽방촌 주민 강형근 씨(왼쪽), 무더위 쉼터에서 쉬는 주민(오른쪽)

서울특별시립 돈의동 쪽방 상담소에서는 취재진이 방문한 날에도 거동이 불편한 쪽방 주민 30명에게 생수를 배달해주고 있었습니다.

생수를 배달하는 남병철 사회복지사는 "몸이 불편한 분에게 직접 생수 3통씩을 배달한다"면서 "생수 배달은 쪽방촌 주민들이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게 해주면서 주민들의 건강도 살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쪽방 상담소에서 만난 73살 강형근 씨는 여름나기가 벌써 겁이 난다고 했습니다. 강 씨는 "집도 찜통이죠. 그래서 어디 갈 데가 없어요. 솔직하게. 그렇다고 막 돌아다닐 수 없는 상태고 지하철 타기도 겁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안심하고 갈 곳은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강 씨는 "(코로나 19로) 복지관 문을 닫아서 어디 갈 데가 없다"면서 "코로나만 없어도 저희가 복지관에서 편하게 시원한 데서 지낼 수 있는데"라고 말을 했습니다.

서울 종로구가 야외 무더위 쉼터로 만들 예정인 삼청공원에 대해서는 "거기 위치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이 차로 10분 정도 거리의 삼청공원 위치를 알려주자 "거기는 저희가 갈 수가 없죠. 교통비 들지, 걸어야 하고 더운데, 무리한 편이죠. 그런 데로 이동하려면"이라면서 "더우면 자주 씻고 복지관에서 얼음 가져가서 냉수마찰이나 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쪽방 상담소에서 집을 향하는 그에게 소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잘 돌아가지 않은 선풍기 한 대 있는데, 냉풍기 한 대만 있다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 내 무더위쉼터는 모두 3천 7백여 개가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무더위 쉼터의 77%에 해당하는 2천 9백여 개의 경로당이 코로나 19 경보 '심각' 단계로 문을 닫으면서 취약계층의 폭염 대책이 구멍이 뚫린 상황입니다.

코로나 19와 폭염이 겹치는 상황에서 서울시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보내온 자료를 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8개 자치구에 구청 강당 등 대형 체육관을 이용해서 8개의 '무더위 쉼터'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 호텔이나 모텔 등의 숙소를 빌려 폭염 시 취약계층이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잠을 잘 수 있는 '안전 숙소' 51곳, 그리고 자치구에 야외 쉼터 187곳을 마련해 무더위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치가 고르게 분포되지 않아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에게는 접근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구나 서울시 자체도 우려하듯 관련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서울시는 방역 기준에 적합한 경로당을 무더위 쉼터로 열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서울시 내 3천여 개 경로당 중 단 60곳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또 동대문구 등의 자치구처럼 안전숙소나, 대형 체육관, 야외 무더위쉼터 계획이 아직 없는 구가 있는 등 자치구별로 차이도 큰 편입니다.


최근 3년간 온열 질환자는 모두 7천 9백여 명입니다. 이 가운데 70명이 사망했을 만큼 폭염은 단순히 '덥다'의 기준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실제로 정부 역시 2018년 폭염을 재난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집은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난 3년간 온열 질환자가 발생한 장소에서 작업장과 논밭, 길가에 이어 4번째로 많았던 장소가 집이었습니다. 실내 장소로는 최다 발생 장소입니다. 역대급 폭염이 예보된 올해 여름 취약 계층이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대체 장소'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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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코로나 속 역대급 폭염…쪽방촌은 속수무책?
    • 입력 2020.07.05 (08:07)
    • 수정 2020.07.05 (08:09)
    취재K
코로나 속 역대급 폭염…쪽방촌은 속수무책?
지난 3일 기상청은 보도 자료를 냈습니다. 올해 6월 기온이 1973년 기록 이래 가장 높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고기온 28도, 평균 기온 22.8도. 역대급 무더위란 예보가 실감이 될 것 같은데요, 앞서 기상청은 올해 여름 폭염일수는 평년의 2배인 20~25일로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무더위가 더 힘든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취약계층'입니다. 올해는 코로나 19까지 겹치면서 '취약계층의 폭염 버티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쪽방촌을 찾아가 이들을 만났습니다.

쪽방촌 주민 나정해 씨(왼쪽), 쪽방상담소에서 생수 배달하는 모습(오른쪽)쪽방촌 주민 나정해 씨(왼쪽), 쪽방상담소에서 생수 배달하는 모습(오른쪽)

서울 종로구 쪽방촌. 550여 명의 취약 계층이 살고 있습니다. 좁은 골목에 들어서니 의자에 앉아있는 주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밖에 나와 있는 이유를 물어보니 방이 답답하고 더워서 나와 있는 거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67살 나정해 씨도 더위를 피해 방과 골목을 오가는 주민 중 한 명이었습니다. 나 씨는 "예전에는 경로당이나 박물관처럼 더위를 피할 곳이 많았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나 씨는 "지금은 (코로나 19 사태로) 다들 문도 안 열잖아요. 그래서 갈 데가 없어요"라면서 "용산 박물관도 가봤는데 거기도 다 문 닫아놨고 별로 뭔 대책이 없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요즘엔 어떻게 더위를 버티느냐는 말에 "더우면 물에 팔이라도 담갔다가 집에 돌아오고 복지관(돈의동 쪽방 상담소)에서 얼음물 주고 몇 명씩은 에어컨 바람 쐴 수 있게 만들어놔서 거기 간다"고 말했습니다.

잠시 얼음물을 만지던 그는 "TV에서 폭염이라고 예보하던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취재진에게 질문하면서 "모두 힘들 거 같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쪽방촌 주민 강형근 씨(왼쪽), 무더위 쉼터에서 쉬는 주민(오른쪽)쪽방촌 주민 강형근 씨(왼쪽), 무더위 쉼터에서 쉬는 주민(오른쪽)

서울특별시립 돈의동 쪽방 상담소에서는 취재진이 방문한 날에도 거동이 불편한 쪽방 주민 30명에게 생수를 배달해주고 있었습니다.

생수를 배달하는 남병철 사회복지사는 "몸이 불편한 분에게 직접 생수 3통씩을 배달한다"면서 "생수 배달은 쪽방촌 주민들이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게 해주면서 주민들의 건강도 살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쪽방 상담소에서 만난 73살 강형근 씨는 여름나기가 벌써 겁이 난다고 했습니다. 강 씨는 "집도 찜통이죠. 그래서 어디 갈 데가 없어요. 솔직하게. 그렇다고 막 돌아다닐 수 없는 상태고 지하철 타기도 겁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안심하고 갈 곳은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강 씨는 "(코로나 19로) 복지관 문을 닫아서 어디 갈 데가 없다"면서 "코로나만 없어도 저희가 복지관에서 편하게 시원한 데서 지낼 수 있는데"라고 말을 했습니다.

서울 종로구가 야외 무더위 쉼터로 만들 예정인 삼청공원에 대해서는 "거기 위치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이 차로 10분 정도 거리의 삼청공원 위치를 알려주자 "거기는 저희가 갈 수가 없죠. 교통비 들지, 걸어야 하고 더운데, 무리한 편이죠. 그런 데로 이동하려면"이라면서 "더우면 자주 씻고 복지관에서 얼음 가져가서 냉수마찰이나 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쪽방 상담소에서 집을 향하는 그에게 소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잘 돌아가지 않은 선풍기 한 대 있는데, 냉풍기 한 대만 있다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 내 무더위쉼터는 모두 3천 7백여 개가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무더위 쉼터의 77%에 해당하는 2천 9백여 개의 경로당이 코로나 19 경보 '심각' 단계로 문을 닫으면서 취약계층의 폭염 대책이 구멍이 뚫린 상황입니다.

코로나 19와 폭염이 겹치는 상황에서 서울시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보내온 자료를 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8개 자치구에 구청 강당 등 대형 체육관을 이용해서 8개의 '무더위 쉼터'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 호텔이나 모텔 등의 숙소를 빌려 폭염 시 취약계층이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잠을 잘 수 있는 '안전 숙소' 51곳, 그리고 자치구에 야외 쉼터 187곳을 마련해 무더위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치가 고르게 분포되지 않아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에게는 접근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구나 서울시 자체도 우려하듯 관련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서울시는 방역 기준에 적합한 경로당을 무더위 쉼터로 열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서울시 내 3천여 개 경로당 중 단 60곳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또 동대문구 등의 자치구처럼 안전숙소나, 대형 체육관, 야외 무더위쉼터 계획이 아직 없는 구가 있는 등 자치구별로 차이도 큰 편입니다.


최근 3년간 온열 질환자는 모두 7천 9백여 명입니다. 이 가운데 70명이 사망했을 만큼 폭염은 단순히 '덥다'의 기준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실제로 정부 역시 2018년 폭염을 재난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집은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난 3년간 온열 질환자가 발생한 장소에서 작업장과 논밭, 길가에 이어 4번째로 많았던 장소가 집이었습니다. 실내 장소로는 최다 발생 장소입니다. 역대급 폭염이 예보된 올해 여름 취약 계층이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대체 장소'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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