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내일(7일) 한국을 찾아 2박 3일 머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한이 성사된다면 대북정책 특별대표직을 맡은 지난 2018년 8월 이후 9번째가 됩니다.
그동안 비건 부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서울을 거쳐 평양을 방문해 실무적인 논의를 하기도 했고, 극비리에 남북미 판문점 회동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한국을 찾아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놔 왔습니다. 이번 방한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 비건 "우리는 여기에 있다"...북한에 직접 대화 제안(2019년 12월)
비건 부장관의 가장 최근 방한은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당시 북미 비핵화 협상은 완전한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두 달 전이었던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두 나라 대표가 만났지만 아무런 진전도 보지 못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했던 '연말 시한'이 눈앞에 다가오고 북한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면서 노골적인 위협을 하던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외교부 청사를 찾아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과 만난 뒤 처음으로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비건 부장관은 "북한의 카운터파트에게 직접 말하겠다"며 "일을 할 때이고 완수하자. 우리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만나자고 직접 제안한 것입니다.
비건 부장관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의식한 듯 "크리스마스가 평화의 시대를 여는 날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건 부장관은 끝내 북한과 접촉하지 못했고 별다른 성과 없이 출국했습니다.
■ "러시아 대사 안 간다"...실무협상 재개 촉구(2019년 8월)
비건 부장관은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미 3국 정상회동 이후 2달도 채 안 돼 한국을 찾았습니다. 같은 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이후 꺼져가던 비핵화 협상의 불씨가 판문점 회동으로 간신히 되살아났던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판문점 회동에서 2~3 주내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던 실무협상은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면서 좀처럼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방한 당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카운터파트로부터 소식을 듣는 대로 실무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러시아 대사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자신에게 북핵 협상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나의 팀에게 싱가포르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실무협상 재개의 임무를 맡겼다"면서 "나는 이 중요한 임무에 완전히 전념해 이뤄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발언 덕인지 북미 실무협상은 두 달 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습니다.
■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검토"...미국인 여행금지 완화 시사(2018년 12월)
2018년 12월은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했던 2018년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무산된 시점이었습니다. 다음 해 초 추진되고 있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비건 부장관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작심한 듯 품에서 종이를 꺼내 읽었습니다.
그는 "민간과 종교단체의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미국의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불쑥 말했습니다. 즉 그동안 제한적으로 운영되던 인도적 지원을 앞으로는 크게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입니다. 미국 국적자들의 북한 여행도 완전 금지 상태에서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당시 비건 부장관의 이런 발언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정상회담 준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당근'으로 해석됐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후 우리 측과 협의를 마친 뒤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2019년에 몇 가지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다음 만남 때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 7개월 만의 방한...비건이 가져올 카드는?
2018년 8월 북핵정책 특별대표에 임명된 뒤 평균 두 달에 한 번꼴로 한국을 찾았던 비건 부장관은 이번에는 7개월 만에 한국을 찾습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대면 외교가 한동안 마비돼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전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북미 비핵화 협상 때문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해 내겠다고 의지를 밝힌 상태입니다. 지난주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 통일부 장관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유인하려는 동기가 많이 부여된 상태입니다. 미국 역시 대선 상황을 등을 감안하면 북한과의 협상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남은 관건은 북한의 선택입니다.
다만, 상황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비건 부장관의 협상 상대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일 담화를 내고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굳이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며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갖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런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이번에도 가지고 올까요? 아니면 북한의 무력 도발 등을 억제하기 위한 단순 상황관리 차원의 방한일까요? 비건 부장관의 방한 목적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어느 때보다 비건 부장관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필요성은 높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동안 비건 부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서울을 거쳐 평양을 방문해 실무적인 논의를 하기도 했고, 극비리에 남북미 판문점 회동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한국을 찾아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놔 왔습니다. 이번 방한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2019년 12월 방한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여기에 있다”며 북한에 직접 대화를 제안했다.
■ 비건 "우리는 여기에 있다"...북한에 직접 대화 제안(2019년 12월)
비건 부장관의 가장 최근 방한은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당시 북미 비핵화 협상은 완전한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두 달 전이었던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두 나라 대표가 만났지만 아무런 진전도 보지 못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했던 '연말 시한'이 눈앞에 다가오고 북한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면서 노골적인 위협을 하던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외교부 청사를 찾아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과 만난 뒤 처음으로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비건 부장관은 "북한의 카운터파트에게 직접 말하겠다"며 "일을 할 때이고 완수하자. 우리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만나자고 직접 제안한 것입니다.
비건 부장관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의식한 듯 "크리스마스가 평화의 시대를 여는 날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건 부장관은 끝내 북한과 접촉하지 못했고 별다른 성과 없이 출국했습니다.
■ "러시아 대사 안 간다"...실무협상 재개 촉구(2019년 8월)
비건 부장관은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미 3국 정상회동 이후 2달도 채 안 돼 한국을 찾았습니다. 같은 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이후 꺼져가던 비핵화 협상의 불씨가 판문점 회동으로 간신히 되살아났던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판문점 회동에서 2~3 주내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던 실무협상은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면서 좀처럼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2019년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열렸다. 스티븐 비건 대표와 김명길 대표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비건 부장관은 방한 당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카운터파트로부터 소식을 듣는 대로 실무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러시아 대사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자신에게 북핵 협상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나의 팀에게 싱가포르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실무협상 재개의 임무를 맡겼다"면서 "나는 이 중요한 임무에 완전히 전념해 이뤄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발언 덕인지 북미 실무협상은 두 달 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습니다.
■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검토"...미국인 여행금지 완화 시사(2018년 12월)
2018년 12월은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했던 2018년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무산된 시점이었습니다. 다음 해 초 추진되고 있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비건 부장관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작심한 듯 품에서 종이를 꺼내 읽었습니다.
그는 "민간과 종교단체의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미국의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불쑥 말했습니다. 즉 그동안 제한적으로 운영되던 인도적 지원을 앞으로는 크게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입니다. 미국 국적자들의 북한 여행도 완전 금지 상태에서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당시 비건 부장관의 이런 발언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정상회담 준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당근'으로 해석됐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후 우리 측과 협의를 마친 뒤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2019년에 몇 가지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다음 만남 때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왼쪽)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북미 실무협상이 열린다면 두 사람 사이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 7개월 만의 방한...비건이 가져올 카드는?
2018년 8월 북핵정책 특별대표에 임명된 뒤 평균 두 달에 한 번꼴로 한국을 찾았던 비건 부장관은 이번에는 7개월 만에 한국을 찾습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대면 외교가 한동안 마비돼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전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북미 비핵화 협상 때문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해 내겠다고 의지를 밝힌 상태입니다. 지난주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 통일부 장관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유인하려는 동기가 많이 부여된 상태입니다. 미국 역시 대선 상황을 등을 감안하면 북한과의 협상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남은 관건은 북한의 선택입니다.
다만, 상황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비건 부장관의 협상 상대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일 담화를 내고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굳이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며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갖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런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이번에도 가지고 올까요? 아니면 북한의 무력 도발 등을 억제하기 위한 단순 상황관리 차원의 방한일까요? 비건 부장관의 방한 목적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어느 때보다 비건 부장관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필요성은 높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방한 때마다 ‘모멘텀’ 노린 비건…이번 카드는?
-
- 입력 2020-07-06 13:08:14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내일(7일) 한국을 찾아 2박 3일 머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한이 성사된다면 대북정책 특별대표직을 맡은 지난 2018년 8월 이후 9번째가 됩니다.
그동안 비건 부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서울을 거쳐 평양을 방문해 실무적인 논의를 하기도 했고, 극비리에 남북미 판문점 회동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한국을 찾아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놔 왔습니다. 이번 방한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 비건 "우리는 여기에 있다"...북한에 직접 대화 제안(2019년 12월)
비건 부장관의 가장 최근 방한은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당시 북미 비핵화 협상은 완전한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두 달 전이었던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두 나라 대표가 만났지만 아무런 진전도 보지 못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했던 '연말 시한'이 눈앞에 다가오고 북한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면서 노골적인 위협을 하던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외교부 청사를 찾아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과 만난 뒤 처음으로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비건 부장관은 "북한의 카운터파트에게 직접 말하겠다"며 "일을 할 때이고 완수하자. 우리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만나자고 직접 제안한 것입니다.
비건 부장관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의식한 듯 "크리스마스가 평화의 시대를 여는 날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건 부장관은 끝내 북한과 접촉하지 못했고 별다른 성과 없이 출국했습니다.
■ "러시아 대사 안 간다"...실무협상 재개 촉구(2019년 8월)
비건 부장관은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미 3국 정상회동 이후 2달도 채 안 돼 한국을 찾았습니다. 같은 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이후 꺼져가던 비핵화 협상의 불씨가 판문점 회동으로 간신히 되살아났던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판문점 회동에서 2~3 주내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던 실무협상은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면서 좀처럼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방한 당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카운터파트로부터 소식을 듣는 대로 실무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러시아 대사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자신에게 북핵 협상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나의 팀에게 싱가포르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실무협상 재개의 임무를 맡겼다"면서 "나는 이 중요한 임무에 완전히 전념해 이뤄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발언 덕인지 북미 실무협상은 두 달 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습니다.
■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검토"...미국인 여행금지 완화 시사(2018년 12월)
2018년 12월은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했던 2018년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무산된 시점이었습니다. 다음 해 초 추진되고 있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비건 부장관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작심한 듯 품에서 종이를 꺼내 읽었습니다.
그는 "민간과 종교단체의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미국의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불쑥 말했습니다. 즉 그동안 제한적으로 운영되던 인도적 지원을 앞으로는 크게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입니다. 미국 국적자들의 북한 여행도 완전 금지 상태에서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당시 비건 부장관의 이런 발언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정상회담 준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당근'으로 해석됐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후 우리 측과 협의를 마친 뒤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2019년에 몇 가지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다음 만남 때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 7개월 만의 방한...비건이 가져올 카드는?
2018년 8월 북핵정책 특별대표에 임명된 뒤 평균 두 달에 한 번꼴로 한국을 찾았던 비건 부장관은 이번에는 7개월 만에 한국을 찾습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대면 외교가 한동안 마비돼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전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북미 비핵화 협상 때문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해 내겠다고 의지를 밝힌 상태입니다. 지난주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 통일부 장관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유인하려는 동기가 많이 부여된 상태입니다. 미국 역시 대선 상황을 등을 감안하면 북한과의 협상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남은 관건은 북한의 선택입니다.
다만, 상황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비건 부장관의 협상 상대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일 담화를 내고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굳이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며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갖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런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이번에도 가지고 올까요? 아니면 북한의 무력 도발 등을 억제하기 위한 단순 상황관리 차원의 방한일까요? 비건 부장관의 방한 목적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어느 때보다 비건 부장관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필요성은 높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동안 비건 부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서울을 거쳐 평양을 방문해 실무적인 논의를 하기도 했고, 극비리에 남북미 판문점 회동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한국을 찾아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놔 왔습니다. 이번 방한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 비건 "우리는 여기에 있다"...북한에 직접 대화 제안(2019년 12월)
비건 부장관의 가장 최근 방한은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당시 북미 비핵화 협상은 완전한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두 달 전이었던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두 나라 대표가 만났지만 아무런 진전도 보지 못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했던 '연말 시한'이 눈앞에 다가오고 북한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면서 노골적인 위협을 하던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외교부 청사를 찾아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과 만난 뒤 처음으로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비건 부장관은 "북한의 카운터파트에게 직접 말하겠다"며 "일을 할 때이고 완수하자. 우리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만나자고 직접 제안한 것입니다.
비건 부장관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의식한 듯 "크리스마스가 평화의 시대를 여는 날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건 부장관은 끝내 북한과 접촉하지 못했고 별다른 성과 없이 출국했습니다.
■ "러시아 대사 안 간다"...실무협상 재개 촉구(2019년 8월)
비건 부장관은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미 3국 정상회동 이후 2달도 채 안 돼 한국을 찾았습니다. 같은 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이후 꺼져가던 비핵화 협상의 불씨가 판문점 회동으로 간신히 되살아났던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판문점 회동에서 2~3 주내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던 실무협상은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면서 좀처럼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방한 당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카운터파트로부터 소식을 듣는 대로 실무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러시아 대사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자신에게 북핵 협상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나의 팀에게 싱가포르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실무협상 재개의 임무를 맡겼다"면서 "나는 이 중요한 임무에 완전히 전념해 이뤄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발언 덕인지 북미 실무협상은 두 달 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습니다.
■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검토"...미국인 여행금지 완화 시사(2018년 12월)
2018년 12월은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했던 2018년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무산된 시점이었습니다. 다음 해 초 추진되고 있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비건 부장관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작심한 듯 품에서 종이를 꺼내 읽었습니다.
그는 "민간과 종교단체의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미국의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불쑥 말했습니다. 즉 그동안 제한적으로 운영되던 인도적 지원을 앞으로는 크게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입니다. 미국 국적자들의 북한 여행도 완전 금지 상태에서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당시 비건 부장관의 이런 발언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정상회담 준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당근'으로 해석됐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후 우리 측과 협의를 마친 뒤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2019년에 몇 가지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다음 만남 때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 7개월 만의 방한...비건이 가져올 카드는?
2018년 8월 북핵정책 특별대표에 임명된 뒤 평균 두 달에 한 번꼴로 한국을 찾았던 비건 부장관은 이번에는 7개월 만에 한국을 찾습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대면 외교가 한동안 마비돼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전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북미 비핵화 협상 때문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해 내겠다고 의지를 밝힌 상태입니다. 지난주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 통일부 장관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유인하려는 동기가 많이 부여된 상태입니다. 미국 역시 대선 상황을 등을 감안하면 북한과의 협상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남은 관건은 북한의 선택입니다.
다만, 상황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비건 부장관의 협상 상대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일 담화를 내고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굳이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며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갖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런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이번에도 가지고 올까요? 아니면 북한의 무력 도발 등을 억제하기 위한 단순 상황관리 차원의 방한일까요? 비건 부장관의 방한 목적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어느 때보다 비건 부장관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필요성은 높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
-
최영윤 기자 freeyaw@kbs.co.kr
최영윤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