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독재 고속도로”로 언급된 ‘일하는 국회법’이 뭐길래?

입력 2020.07.0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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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일하는 국회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민주당 1호 법안으로 발의해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미래통합당이 반대 의사를 밝히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늘(6일) 일하는 국회법을 "제목만 그럴듯하지, 사실상 국회와 야당을 무력화하는 법"이라거나 "독재 고속도로를 닦는 국회법"이라며 "국회 운영위에서 최대한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일하는 국회법이 담고 있는 내용이 뭐길래 7월 임시국회 첫날부터 양측이 부딪힌 걸까요?

국회 상시화, 상임위 불출석 징계 규정 등 담아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국회법은 여야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의존한 국회 운영을 상임위 중심의 상시 국회 체제로 바꾸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매달 임시국회를 개의하고 상임위원회의 정례회의를 의무화하는 한편 법률안을 심사하는 소위원회를 현행 매월 2회에서 4회 이상 개회토록 했습니다. 국회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 회의에 출석하지 않으면 그 정도에 따라 세비를 단계적으로 삭감하는 처벌 규정도 담았습니다. 상임위 회의 출석 상황을 국회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상임위원장은 월 1회 국회의장에게 출결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상임위와 소위에서 관행적으로 유지돼온 만장일치제를 다수결의 원칙으로 바꿔 단 한 사람만 반대해도 법안 심사가 공전되는 상황을 막고 법안을 발의 순서대로 심사하는 '선입선출'제도도 포함됐습니다.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통해 안건의 순서를 정했던 관행을 바꾸겠다는 건데, 긴급한 현안에 한해서는 여야 합의의 여지를 뒀습니다.

또 윤리특위를 상설화해 윤리위로 만들고 이를 사법위와 합쳐 윤리사법위원회로 만드는 방안 등도 논의됐습니다. 민주당은 당내 의견을 더 수렴해 개정안을 정리한 후 조만간 민주당 1호 당론 법안으로 발의할 예정입니다.

사실 이 법은 민주당이 지난 2월 4.15 총선에서 '정치개혁 부문' 공약으로 내놓은 내용과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최근 의원총회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새로운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거 때 공약한 약속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이 4.15 총선 때 발표한 공약 내용. 민주당이 4.15 총선 때 발표한 공약 내용.

지난 국회 때 정병국·김무성 의원도 찬성했던 법

국회를 상시화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취지에는 통합당도 공감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20대 국회 막바지였던 지난 4월엔 정병국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무려 24명의 여야 의원과 함께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국회법'과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당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병국, 김무성 통합당 의원과 원혜영,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주축이 돼 초안을 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의원은 당시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여야가 적대적 대립 속에 국회파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20여 년간 끊기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면서 "지금 이대로의 정치문화와 제도를 유지한다면 21대 국회도 공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이에 여야 중진의원들이 함께 고민해 (4.15총선) 결과가 나오기 전에 여야 간 합리적인 정책토론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일하는 국회법'을 제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캡션> 여야 의원들이 골고루 발의에 동참했다.

핵심쟁점은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권한 폐지

하지만 여대야소가 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이 절대 다수의 힘으로 모든 법안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회의에서 "과반의석이 넘는 정당이 회의를 꼬박꼬박 열어 무조건 과반이 되면 법안소위도 통과, 본회의도 통과하게 하면 야당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 건 그런 맥락에서 비롯된 겁니다. 다수결의 원칙을 따를 경우 통합당이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경계하는 거죠.

사실 가장 큰 쟁점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인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 때 공약한 내용은 물론 최근 발표한 법안 초안에는 모두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안이 들어가 있는데요. 민주당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을 국회사무처 법제실이나 국회의장이 지정한 별도의 기구에서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통합당은 유일한 여당 견제 장치인 심사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최형두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은 KBS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안이 핵심 쟁점"이라면서 "체계자구 심사권을 법사위가 아닌 곳으로 옮기는 건 일종의 국회 입법의 외주화다. 그 부분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국회 운영 상시화처럼 국회운영이 예측가능해지는 건 우리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당이 다수결에서 무조건 밀어붙이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통합당은 일하는 국회법이 거쳐야 하는 국회 운영위에 '전투력' 높은 의원들을 배치해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요. 민주당은 1호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충돌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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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6 18:32:52
    팩트체크K
더불어민주당이 '일하는 국회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민주당 1호 법안으로 발의해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미래통합당이 반대 의사를 밝히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늘(6일) 일하는 국회법을 "제목만 그럴듯하지, 사실상 국회와 야당을 무력화하는 법"이라거나 "독재 고속도로를 닦는 국회법"이라며 "국회 운영위에서 최대한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일하는 국회법이 담고 있는 내용이 뭐길래 7월 임시국회 첫날부터 양측이 부딪힌 걸까요?

국회 상시화, 상임위 불출석 징계 규정 등 담아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국회법은 여야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의존한 국회 운영을 상임위 중심의 상시 국회 체제로 바꾸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매달 임시국회를 개의하고 상임위원회의 정례회의를 의무화하는 한편 법률안을 심사하는 소위원회를 현행 매월 2회에서 4회 이상 개회토록 했습니다. 국회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 회의에 출석하지 않으면 그 정도에 따라 세비를 단계적으로 삭감하는 처벌 규정도 담았습니다. 상임위 회의 출석 상황을 국회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상임위원장은 월 1회 국회의장에게 출결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상임위와 소위에서 관행적으로 유지돼온 만장일치제를 다수결의 원칙으로 바꿔 단 한 사람만 반대해도 법안 심사가 공전되는 상황을 막고 법안을 발의 순서대로 심사하는 '선입선출'제도도 포함됐습니다.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통해 안건의 순서를 정했던 관행을 바꾸겠다는 건데, 긴급한 현안에 한해서는 여야 합의의 여지를 뒀습니다.

또 윤리특위를 상설화해 윤리위로 만들고 이를 사법위와 합쳐 윤리사법위원회로 만드는 방안 등도 논의됐습니다. 민주당은 당내 의견을 더 수렴해 개정안을 정리한 후 조만간 민주당 1호 당론 법안으로 발의할 예정입니다.

사실 이 법은 민주당이 지난 2월 4.15 총선에서 '정치개혁 부문' 공약으로 내놓은 내용과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최근 의원총회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새로운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거 때 공약한 약속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이 4.15 총선 때 발표한 공약 내용.
지난 국회 때 정병국·김무성 의원도 찬성했던 법

국회를 상시화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취지에는 통합당도 공감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20대 국회 막바지였던 지난 4월엔 정병국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무려 24명의 여야 의원과 함께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국회법'과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당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병국, 김무성 통합당 의원과 원혜영,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주축이 돼 초안을 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의원은 당시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여야가 적대적 대립 속에 국회파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20여 년간 끊기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면서 "지금 이대로의 정치문화와 제도를 유지한다면 21대 국회도 공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이에 여야 중진의원들이 함께 고민해 (4.15총선) 결과가 나오기 전에 여야 간 합리적인 정책토론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일하는 국회법'을 제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캡션> 여야 의원들이 골고루 발의에 동참했다.

핵심쟁점은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권한 폐지

하지만 여대야소가 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이 절대 다수의 힘으로 모든 법안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회의에서 "과반의석이 넘는 정당이 회의를 꼬박꼬박 열어 무조건 과반이 되면 법안소위도 통과, 본회의도 통과하게 하면 야당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 건 그런 맥락에서 비롯된 겁니다. 다수결의 원칙을 따를 경우 통합당이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경계하는 거죠.

사실 가장 큰 쟁점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인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 때 공약한 내용은 물론 최근 발표한 법안 초안에는 모두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안이 들어가 있는데요. 민주당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을 국회사무처 법제실이나 국회의장이 지정한 별도의 기구에서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통합당은 유일한 여당 견제 장치인 심사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최형두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은 KBS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안이 핵심 쟁점"이라면서 "체계자구 심사권을 법사위가 아닌 곳으로 옮기는 건 일종의 국회 입법의 외주화다. 그 부분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국회 운영 상시화처럼 국회운영이 예측가능해지는 건 우리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당이 다수결에서 무조건 밀어붙이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통합당은 일하는 국회법이 거쳐야 하는 국회 운영위에 '전투력' 높은 의원들을 배치해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요. 민주당은 1호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충돌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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