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앵커의 눈] 이스타홀딩스 종잣돈 80억 원 ‘담보 지분’…‘횡령’으로 사라져

입력 2020.07.06 (21:29) 수정 2020.07.0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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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본금 3천만 원짜리 회사가 4백억 원을 챙기는 구조.

이스타항공과 이상직 민주당 의원의 자녀 회사, 이스타홀딩스의 얘깁니다.

KBS의 연속 보도 이후 많은 분들이 분노했고, 관련 기사도 쏟아졌습니다.

취재진이 주목한 논란의 핵심은 처음부터 편법 승계 의혹입니다.

이스타홀딩스를 중심으로 이어진 수상한 거래들, 오늘(6일)은 조금 더 추적해 봅니다.

이스타홀딩스가 사모펀드에 담보로 제공했던 이스타항공 지분이 KBS 취재 결과, 누군가에 의해 사라진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정유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KBS가 입수한 이상직 의원 자녀회사 이스타홀딩스 내부 문건입니다.

'사실확인서'라는 제목으로 A4 두장 분량입니다.

작성자 이름은 박 모씨.

누군가 미리 만든 서류에 박 씨가 직접 첨삭을 한 흔적도 있습니다.

박 씨는 이 의원의 고교 동기동창이자, 이스타항공의 사내이사를 지냈습니다.

2015년 11월 이스타홀딩스가 사모펀드에서 80억 원을 빌릴 때 두 곳을 연결해준 인물로, 이스타항공 지분 매입의 종잣돈을 만들어 준, '편법 승계' 의혹의 핵심 역할을 한 겁니다.

[전 이스타항공 관계자/음성 변조 : "이(상직) 의원하고 (박 모 씨는) 예전부터 이것저것 많이 같이 하셨던 분, (박 모 씨는) 절친이라고 봐도 되겠죠."]

이 때 사모펀드에 담보로 제공된 이스타항공 주식 77만 천 주, 박 씨는 이 담보도 맡아 보관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박 씨가 쓴 사실확인서, 보관중인 주식77만 천 주 중, 40만 주와 20만 주를 또다른 두 곳에 담보로 주고 33억 원과 15억 원을 대여 받았다고 적었습니다.

자신의 것이 아닌 주식을 빼돌려 돈을 빌렸다, 횡령을 시인한 겁니다.

그런데, 박 씨가 이스타항공 주식 20만 주를 주고 15 억 원을 빌렸다는 사람,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사 대표로 적혀 있습니다.

김 대표는 현재 수천억 대 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상탭니다.

박 씨는 친한 후배인 김 대표에게 돈이 급하다고 사정을 설명했고, 정상적인 소유권을 지닌 주식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돈을 빌려줬다고 적었습니다.

편법 승계 수단으로 의심되는 주식 가운데 80%가까이를 빼돌려, 모두 48 억 원의 불법 자금을 마련했다는 증언입니다.

[김경율/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 : "본인이 처분할 수 있는 권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속여서 처분한 거니까 이것 역시 또 별개의 범죄가 되지 않을까..."]

박 씨는 이 문건에서 "모두 사실로, 한치의 거짓도 없음을 확인한다"며 친필 서명까지 해뒀습니다.

횡령 등 경제 범죄를 시인한 일종의 '자백 진술서'인데, 이 문건이 작성된 2018년 2월 이후 박 씨가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정유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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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앵커의 눈] 이스타홀딩스 종잣돈 80억 원 ‘담보 지분’…‘횡령’으로 사라져
    • 입력 2020-07-06 21:31:23
    • 수정2020-07-06 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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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본금 3천만 원짜리 회사가 4백억 원을 챙기는 구조.

이스타항공과 이상직 민주당 의원의 자녀 회사, 이스타홀딩스의 얘깁니다.

KBS의 연속 보도 이후 많은 분들이 분노했고, 관련 기사도 쏟아졌습니다.

취재진이 주목한 논란의 핵심은 처음부터 편법 승계 의혹입니다.

이스타홀딩스를 중심으로 이어진 수상한 거래들, 오늘(6일)은 조금 더 추적해 봅니다.

이스타홀딩스가 사모펀드에 담보로 제공했던 이스타항공 지분이 KBS 취재 결과, 누군가에 의해 사라진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정유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KBS가 입수한 이상직 의원 자녀회사 이스타홀딩스 내부 문건입니다.

'사실확인서'라는 제목으로 A4 두장 분량입니다.

작성자 이름은 박 모씨.

누군가 미리 만든 서류에 박 씨가 직접 첨삭을 한 흔적도 있습니다.

박 씨는 이 의원의 고교 동기동창이자, 이스타항공의 사내이사를 지냈습니다.

2015년 11월 이스타홀딩스가 사모펀드에서 80억 원을 빌릴 때 두 곳을 연결해준 인물로, 이스타항공 지분 매입의 종잣돈을 만들어 준, '편법 승계' 의혹의 핵심 역할을 한 겁니다.

[전 이스타항공 관계자/음성 변조 : "이(상직) 의원하고 (박 모 씨는) 예전부터 이것저것 많이 같이 하셨던 분, (박 모 씨는) 절친이라고 봐도 되겠죠."]

이 때 사모펀드에 담보로 제공된 이스타항공 주식 77만 천 주, 박 씨는 이 담보도 맡아 보관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박 씨가 쓴 사실확인서, 보관중인 주식77만 천 주 중, 40만 주와 20만 주를 또다른 두 곳에 담보로 주고 33억 원과 15억 원을 대여 받았다고 적었습니다.

자신의 것이 아닌 주식을 빼돌려 돈을 빌렸다, 횡령을 시인한 겁니다.

그런데, 박 씨가 이스타항공 주식 20만 주를 주고 15 억 원을 빌렸다는 사람,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사 대표로 적혀 있습니다.

김 대표는 현재 수천억 대 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상탭니다.

박 씨는 친한 후배인 김 대표에게 돈이 급하다고 사정을 설명했고, 정상적인 소유권을 지닌 주식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돈을 빌려줬다고 적었습니다.

편법 승계 수단으로 의심되는 주식 가운데 80%가까이를 빼돌려, 모두 48 억 원의 불법 자금을 마련했다는 증언입니다.

[김경율/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 : "본인이 처분할 수 있는 권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속여서 처분한 거니까 이것 역시 또 별개의 범죄가 되지 않을까..."]

박 씨는 이 문건에서 "모두 사실로, 한치의 거짓도 없음을 확인한다"며 친필 서명까지 해뒀습니다.

횡령 등 경제 범죄를 시인한 일종의 '자백 진술서'인데, 이 문건이 작성된 2018년 2월 이후 박 씨가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정유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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