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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아버지 고소한 14살 소년
입력 2020.07.07 (07:01) 취재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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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고소장을 읽어 내려가는 열 네살 A 군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지만 단호했습니다. A 군이 직접 인터넷을 찾아가며 쓴 고소장에는 아버지가 왜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 구체적인 이유가 담겼습니다.

지난 4일 취재진과 만난 A 군은 아버지를 고소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아버지가 자식을 보호하고 지원할 의무가 있음에도 본인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A 군에게 어떤 일이 있었길래 아버지를 고소하게 된 걸까요?

A 군이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A 군이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고소장을 쓴 아들

A 군에게 아버지는 '가끔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집에 와 잠만 자고 나갔습니다. 하지만 함께 살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늘 그런 아버지 편을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렸고 그 모습을 본 A 군의 불안감은 점점 커졌습니다.

결국, 2016년 아버지는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그 뒤로 A 군은 아버지를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듬해 어머니는 아버지가 참석을 거부한 법정에서 이혼 판결문을 받았습니다. A 군은 혹시 아버지한테 연락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돌아온 건 아버지의 재혼 소식이었습니다.

아버지 B 씨는 현재 다른 여성과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습니다. 아내 명의의 외제 차를 몰며 골프 대회에도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A 군 남매에게 양육비를 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수소문 끝에 A 군은 어머니와 함께 B 씨가 사는 집 앞에도 가봤지만, B 씨는 두 사람을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결국, 생계가 힘들어진 A 군 어머니는 지난해 양육비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B 씨는 몇 달이 지나서야 본인 월급으로 현 가정의 생계를 유지하기 힘드니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답변서를 보내왔습니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A 군은 결국 아버지 B 씨를 처벌해달라고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A 군이 직접 쓴 고소장A 군이 직접 쓴 고소장

■"비양육자라도 부모의 의무를 다해야"

A 군은 고소장을 통해 "(B 씨는) 재혼 후 (또 다른) 자식을 낳아 아버지라는 호칭을 가지고 그 아이를 위해 양육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동등한 입장에서 보호를 받아야 할 저희 남매에게는 어떠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A 군은 고소장에 아버지가 처벌받아야 하는 근거로 '아동복지법'의 목적과 이념도 인용했습니다. 현행 아동복지법의 목적에는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해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어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A 군이 가장 강조한 대목은 기본 이념의 첫 번째 조항 '아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고 자라나야 한다'입니다.

이 대목을 인용한 이유에 대해 A 군은 "부모가 이혼하고 재혼하더라도 부모 자식 관계는 변함이 없으므로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비양육자도 부모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A 군은 아버지 B 씨가 이런 의무를 저버림에 따라 자신은 '정신적 학대'를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A 군은 아버지가 어떠한 설명도 없이 집을 나간 뒤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가족 이야기가 나올 때면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됐고 결국 분노 조절을 하지 못해 병원 치료를 받게 됐습니다.

A 군은 고소장 끝에 "자식은 부모보다 나약하므로 부모가 학대하든 함부로 대하든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의 비상식적인 생각과 행동은 용서되지 않는 범죄"라고 강조했습니다.

A 군 어머니는 "아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면서도 "계속 참다가 나중에 나쁜 방식으로 터지는 것보다, 오히려 지금 털고 가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습니다.

A 군은 오늘(7일) 어머니와 함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찾아 아버지를 아동학대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직접 제출할 계획입니다.


■"마감까지 8일 남아, 국회 국민동의청원 동의 절실"

A 군과 함께 기자회견을 여는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은 그동안 7차례에 걸쳐 양육비를 주지 않는 이른바 나쁜 엄마와 나쁜 아빠들을 집단 고소했습니다. 오늘이 8번째 고소장 제출인데, 부모가 아닌 '자녀'가 고소장을 제출하는 건 처음입니다.

A 군의 소송 대리를 맡은 양해모 이준영 자문 변호사는 "현행법상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 가운데 '방임'이나 '유기'로 명시돼 있지 않다"면서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해모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행 아동복지법 17조는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ㆍ양육ㆍ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에 '양육비 미지급'을 명시해 달라는 취지입니다.

지난달 15일 시작된 청원은 30일 이내에 10만 명이 동의하면 상임위에 넘겨지는데, 마감까지 8일 남았지만 겨우 600여 명이 동의한 상태입니다. 강민서 양해모 대표는 "21대 국회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민 동의청원에 꼭 참여해 달라"라고 밝혔습니다.
  •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아버지 고소한 14살 소년
    • 입력 2020-07-07 07:01:13
    취재K
"처벌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고소장을 읽어 내려가는 열 네살 A 군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지만 단호했습니다. A 군이 직접 인터넷을 찾아가며 쓴 고소장에는 아버지가 왜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 구체적인 이유가 담겼습니다.

지난 4일 취재진과 만난 A 군은 아버지를 고소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아버지가 자식을 보호하고 지원할 의무가 있음에도 본인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A 군에게 어떤 일이 있었길래 아버지를 고소하게 된 걸까요?

A 군이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A 군이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고소장을 쓴 아들

A 군에게 아버지는 '가끔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집에 와 잠만 자고 나갔습니다. 하지만 함께 살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늘 그런 아버지 편을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렸고 그 모습을 본 A 군의 불안감은 점점 커졌습니다.

결국, 2016년 아버지는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그 뒤로 A 군은 아버지를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듬해 어머니는 아버지가 참석을 거부한 법정에서 이혼 판결문을 받았습니다. A 군은 혹시 아버지한테 연락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돌아온 건 아버지의 재혼 소식이었습니다.

아버지 B 씨는 현재 다른 여성과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습니다. 아내 명의의 외제 차를 몰며 골프 대회에도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A 군 남매에게 양육비를 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수소문 끝에 A 군은 어머니와 함께 B 씨가 사는 집 앞에도 가봤지만, B 씨는 두 사람을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결국, 생계가 힘들어진 A 군 어머니는 지난해 양육비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B 씨는 몇 달이 지나서야 본인 월급으로 현 가정의 생계를 유지하기 힘드니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답변서를 보내왔습니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A 군은 결국 아버지 B 씨를 처벌해달라고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A 군이 직접 쓴 고소장A 군이 직접 쓴 고소장

■"비양육자라도 부모의 의무를 다해야"

A 군은 고소장을 통해 "(B 씨는) 재혼 후 (또 다른) 자식을 낳아 아버지라는 호칭을 가지고 그 아이를 위해 양육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동등한 입장에서 보호를 받아야 할 저희 남매에게는 어떠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A 군은 고소장에 아버지가 처벌받아야 하는 근거로 '아동복지법'의 목적과 이념도 인용했습니다. 현행 아동복지법의 목적에는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해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어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A 군이 가장 강조한 대목은 기본 이념의 첫 번째 조항 '아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고 자라나야 한다'입니다.

이 대목을 인용한 이유에 대해 A 군은 "부모가 이혼하고 재혼하더라도 부모 자식 관계는 변함이 없으므로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비양육자도 부모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A 군은 아버지 B 씨가 이런 의무를 저버림에 따라 자신은 '정신적 학대'를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A 군은 아버지가 어떠한 설명도 없이 집을 나간 뒤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가족 이야기가 나올 때면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됐고 결국 분노 조절을 하지 못해 병원 치료를 받게 됐습니다.

A 군은 고소장 끝에 "자식은 부모보다 나약하므로 부모가 학대하든 함부로 대하든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의 비상식적인 생각과 행동은 용서되지 않는 범죄"라고 강조했습니다.

A 군 어머니는 "아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면서도 "계속 참다가 나중에 나쁜 방식으로 터지는 것보다, 오히려 지금 털고 가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습니다.

A 군은 오늘(7일) 어머니와 함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찾아 아버지를 아동학대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직접 제출할 계획입니다.


■"마감까지 8일 남아, 국회 국민동의청원 동의 절실"

A 군과 함께 기자회견을 여는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은 그동안 7차례에 걸쳐 양육비를 주지 않는 이른바 나쁜 엄마와 나쁜 아빠들을 집단 고소했습니다. 오늘이 8번째 고소장 제출인데, 부모가 아닌 '자녀'가 고소장을 제출하는 건 처음입니다.

A 군의 소송 대리를 맡은 양해모 이준영 자문 변호사는 "현행법상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 가운데 '방임'이나 '유기'로 명시돼 있지 않다"면서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해모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행 아동복지법 17조는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ㆍ양육ㆍ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에 '양육비 미지급'을 명시해 달라는 취지입니다.

지난달 15일 시작된 청원은 30일 이내에 10만 명이 동의하면 상임위에 넘겨지는데, 마감까지 8일 남았지만 겨우 600여 명이 동의한 상태입니다. 강민서 양해모 대표는 "21대 국회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민 동의청원에 꼭 참여해 달라"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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