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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골든타임]⑥ 주거 취약은 방역 취약? ‘밥 먹을 때가 문제’
입력 2020.07.08 (07:00) 수정 2020.07.08 (07:08) 취재K
[지금이 골든타임]⑥ 주거 취약은 방역 취약? ‘밥 먹을 때가 문제’

"매주 소독에 매일 자체 방역"… 쪽방촌, 코로나19 방역 '안간힘'

KTX역이자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과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사이, 약 만 제곱미터 크기의 한 쪽방촌이 있습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5백여 가구에 550여 명이 살고 있는 영등포 쪽방촌입니다.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조성된 오래된 쪽방촌으로, 올해 초 재개발이 확정됐는데요.

재개발을 앞둔 만큼 아직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 다른 지역에 비해 고령 인구가 많다 보니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쪽방촌은 대표적인 방역 취약 지대로 꼽혀 왔습니다. 이곳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영등포쪽방상담소는 방역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지난 5월 말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소독을 하고, 매일 오전 상담가들과 주민들이 함께 공용 공간 자체 방역에 힘써왔습니다.

방역업체 직원이 방역 작업에 한창이다.방역업체 직원이 방역 작업에 한창이다.

취재진이 방문한 그제(6일) 오전도 방역 활동이 한창이었습니다. 방역 업체 직원 2명이 쪽방촌 구석구석에 차례로 살충제를 살포하고, 방역 소독제를 뿌리는 데만 꼬박 3시간가량이 걸렸습니다.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 직원들이 일일이 세대마다 방문하며 소독을 하려 했지만, 절반 가까이는 주민들의 거부로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였습니다.

쪽방촌 한 귀퉁이에 있는 공용 화장실도 구청 소속 활동가들이 나서 열심히 청소했습니다. 쪽방촌 특성상 화장실 보급률이 50%가 채 되지 않아 공용 화장실이 아주 중요한데요, 많은 주민이 이용하는 만큼 활동가들이 문 손잡이 하나까지 꼼꼼히 청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공용 공간 소독에 마스크 착용…그런데 '다닥다닥' 단체 식사만 계속?

영등포 쪽방촌에서 코로나19 방역에 특히 심혈을 기울인 것은 지난달, 방역 당국이 새로운 방역 지침을 발표하면서 부텁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는 지난달 19일, ▲이용자 간 2m(최소 1m) 이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단체식사 지양 ▲공용 공간 이용 최소화 및 주기적 소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쪽방촌·고시원 방역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쪽방촌에선 공용 공간에 대한 소독과 마스크 착용 등을 되도록 철저히 지키고 있었는데요, 다만 결정적으로 한 가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던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단체 식사'입니다.

인근 주민들과 노숙인들이 배식을 위해 줄을 선 모습. ‘거리두기’가 쉽지 않다.인근 주민들과 노숙인들이 배식을 위해 줄을 선 모습. ‘거리두기’가 쉽지 않다.

쪽방촌 주민들과 인근 노숙인들이 이용하는 노숙인 쉼터는, 원래 매일 점심과 저녁때마다 무료 배식을 진행해오다, 코로나19 위기대응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지난 2월부터는 배식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대신 쉼터 바로 바깥에 있는 야외 천막에서는 매일 점심과 저녁때마다 수백 명분의 식사를 준비해 배식하고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해온 배식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좁은 공터에 수백 명이 모여 배식을 기다리니 거리두기는 제대로 되지 않고, 음식을 받고 나서도 삼삼오오 모여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단체 식사를 지양하도록 한 방역 지침의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외식이 불안해서"…고시원 '공용 공간'서 조리·식사

그렇다면 고시원의 상황은 어떨까요? 역시 '식사'와 관련한 방역 취약점이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어제(7일) 서울 동작구청의 고시원 방역 현장 점검을 따라가 봤는데요, 많은 고시원은 식당과 세탁실을 붙여놓는 구조로 공용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시원 공용공간 선반에 라면이 한가득 쌓여있다.고시원 공용공간 선반에 라면이 한가득 쌓여있다.

그중 한 고시원 사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원생들이 외식하는 게 걱정돼서 공용 공간에 음식을 해두고, 원생들이 자유롭게 식사하게끔 했다"고 하는데요, 30명가량의 원생이 식사 시간에 음식이 마련돼 있는 공용 공간으로 몰리면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습니다. 공용 공간이 아닌 각자의 방에서 따로 식사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밥솥이나 냄비에 담긴 음식물을 먹는다면 위험성은 더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또 식사 시간이 아니라도, 대부분의 고시원들이 라면 같은 간식·야식거리를 공용 공간에 보관해 두는 만큼 이 공용 공간 방역은 고시원 방역에 있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거 취약지대이면서 방역 취약지대로 지적받아온 쪽방촌과 고시원은, 중수본의 방역 지침 발표 이후 전반적으로 코로나19 방역에 크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식을 기다리며 거리두기를 할 만한 공간이 없거나, 개별 조리 시설이 없어 자체 조리가 어려운 점 등 '공간적 한계' 때문에 식사 시간이 방역 취약 시간대가 되고 있는데요, 따뜻한 밥 한술 뜨는 시간만큼은 감염 우려 없는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방역 당국과 지자체의 보다 섬세한 관리 감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지금이 골든타임]⑥ 주거 취약은 방역 취약? ‘밥 먹을 때가 문제’
    • 입력 2020.07.08 (07:00)
    • 수정 2020.07.08 (07:08)
    취재K
[지금이 골든타임]⑥ 주거 취약은 방역 취약? ‘밥 먹을 때가 문제’

"매주 소독에 매일 자체 방역"… 쪽방촌, 코로나19 방역 '안간힘'

KTX역이자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과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사이, 약 만 제곱미터 크기의 한 쪽방촌이 있습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5백여 가구에 550여 명이 살고 있는 영등포 쪽방촌입니다.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조성된 오래된 쪽방촌으로, 올해 초 재개발이 확정됐는데요.

재개발을 앞둔 만큼 아직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 다른 지역에 비해 고령 인구가 많다 보니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쪽방촌은 대표적인 방역 취약 지대로 꼽혀 왔습니다. 이곳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영등포쪽방상담소는 방역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지난 5월 말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소독을 하고, 매일 오전 상담가들과 주민들이 함께 공용 공간 자체 방역에 힘써왔습니다.

방역업체 직원이 방역 작업에 한창이다.방역업체 직원이 방역 작업에 한창이다.

취재진이 방문한 그제(6일) 오전도 방역 활동이 한창이었습니다. 방역 업체 직원 2명이 쪽방촌 구석구석에 차례로 살충제를 살포하고, 방역 소독제를 뿌리는 데만 꼬박 3시간가량이 걸렸습니다.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 직원들이 일일이 세대마다 방문하며 소독을 하려 했지만, 절반 가까이는 주민들의 거부로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였습니다.

쪽방촌 한 귀퉁이에 있는 공용 화장실도 구청 소속 활동가들이 나서 열심히 청소했습니다. 쪽방촌 특성상 화장실 보급률이 50%가 채 되지 않아 공용 화장실이 아주 중요한데요, 많은 주민이 이용하는 만큼 활동가들이 문 손잡이 하나까지 꼼꼼히 청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공용 공간 소독에 마스크 착용…그런데 '다닥다닥' 단체 식사만 계속?

영등포 쪽방촌에서 코로나19 방역에 특히 심혈을 기울인 것은 지난달, 방역 당국이 새로운 방역 지침을 발표하면서 부텁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는 지난달 19일, ▲이용자 간 2m(최소 1m) 이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단체식사 지양 ▲공용 공간 이용 최소화 및 주기적 소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쪽방촌·고시원 방역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쪽방촌에선 공용 공간에 대한 소독과 마스크 착용 등을 되도록 철저히 지키고 있었는데요, 다만 결정적으로 한 가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던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단체 식사'입니다.

인근 주민들과 노숙인들이 배식을 위해 줄을 선 모습. ‘거리두기’가 쉽지 않다.인근 주민들과 노숙인들이 배식을 위해 줄을 선 모습. ‘거리두기’가 쉽지 않다.

쪽방촌 주민들과 인근 노숙인들이 이용하는 노숙인 쉼터는, 원래 매일 점심과 저녁때마다 무료 배식을 진행해오다, 코로나19 위기대응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지난 2월부터는 배식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대신 쉼터 바로 바깥에 있는 야외 천막에서는 매일 점심과 저녁때마다 수백 명분의 식사를 준비해 배식하고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해온 배식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좁은 공터에 수백 명이 모여 배식을 기다리니 거리두기는 제대로 되지 않고, 음식을 받고 나서도 삼삼오오 모여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단체 식사를 지양하도록 한 방역 지침의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외식이 불안해서"…고시원 '공용 공간'서 조리·식사

그렇다면 고시원의 상황은 어떨까요? 역시 '식사'와 관련한 방역 취약점이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어제(7일) 서울 동작구청의 고시원 방역 현장 점검을 따라가 봤는데요, 많은 고시원은 식당과 세탁실을 붙여놓는 구조로 공용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시원 공용공간 선반에 라면이 한가득 쌓여있다.고시원 공용공간 선반에 라면이 한가득 쌓여있다.

그중 한 고시원 사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원생들이 외식하는 게 걱정돼서 공용 공간에 음식을 해두고, 원생들이 자유롭게 식사하게끔 했다"고 하는데요, 30명가량의 원생이 식사 시간에 음식이 마련돼 있는 공용 공간으로 몰리면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습니다. 공용 공간이 아닌 각자의 방에서 따로 식사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밥솥이나 냄비에 담긴 음식물을 먹는다면 위험성은 더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또 식사 시간이 아니라도, 대부분의 고시원들이 라면 같은 간식·야식거리를 공용 공간에 보관해 두는 만큼 이 공용 공간 방역은 고시원 방역에 있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거 취약지대이면서 방역 취약지대로 지적받아온 쪽방촌과 고시원은, 중수본의 방역 지침 발표 이후 전반적으로 코로나19 방역에 크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식을 기다리며 거리두기를 할 만한 공간이 없거나, 개별 조리 시설이 없어 자체 조리가 어려운 점 등 '공간적 한계' 때문에 식사 시간이 방역 취약 시간대가 되고 있는데요, 따뜻한 밥 한술 뜨는 시간만큼은 감염 우려 없는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방역 당국과 지자체의 보다 섬세한 관리 감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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