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의 루머의 루머… 김웅 ‘공갈미수’ 사건 판결요지 보니

입력 2020.07.0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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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기자 김웅 씨의 '손석희 공갈미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오늘(8일) 내려졌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김 씨가 피해자인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을 협박해 재산상 이익이나 합의금을 요구하는 등 죄질이 가볍지 않다는 겁니다.

지난해 내내 수많은 루머를 낳고 관심을 받았던 이 사건, 재판부가 제공한 판결요지를 통해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 주차장 사건, "풍문 수준의 제보"

판결요지에 따르면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던 김 씨는 2018년 8월 26일 후배 기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과천 공터(주차장)에서 손 씨가 뺑소니치는 걸 잡았는데 차 안에 젊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손석희로부터 합의금 150만 원을 받았는데 그것이 JTBC에서 보내준 것이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이 '주차장 사건'을 '풍문 수준의 제보'라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주차장 사건과 관련된 견인차 기사 김 모 씨와 양 모 씨는 수사기관에서, 손 씨의 차량에서 동승자를 보지는 못했고 단지 상황이 종료되고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던 중 '(피해자가) 왜 도망갔지? 바람이라도 폈나?'라고 농담조로 이야기했던 사실이 있었을 뿐이라고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또 'JTBC로부터 보내줬다'던 합의금 역시 피해자 개인 돈으로 지급됐습니다.

그런데도 김 씨는 견인차 기사 등을 취재하는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거치지 않고, JTBC에 사건을 제보한 것을 계기로 개인적인 연락을 하고 지내던 손석희 당시 JTBC 보도부문 사장에게 연락합니다. 김 씨는 "이 사건을 왜 기사화하지 말아야 하는지 이유를 한 가지만 말해 달라."고 말하는데, 손 대표는 본인을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며, 동승자가 있었다는 말은 거짓인데 그렇게 부풀려지면 견디기 어렵다'고 답합니다.

■ '주차장 사건'과 함께 채용 언급 … "묵시적 해악 고지"

재판부는 당시 손 대표가 진행하던 '뉴스룸'에서 태블릿 PC 보도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보도를 여러 차례 했던 상황을 언급하며, 그가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꼽히고 있던 상황에서 명예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 상황 때문일까요. 김웅 씨는 바로 다음 날인 8월 29일 저녁 JTBC 사옥에서 손 대표를 만납니다. 당일 오전 이미 손 대표로부터 합의금이 개인 명의 은행 계좌에서 송금됐다는 내용의 금융자료를 받고, 전화로 이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도 말입니다. 이 자리에서 김 씨는 말합니다.

"우리 사회의 현실에 비춰 손 선배님을 보호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니 기사화하지 않겠다. 다만 합리적 의심은 거두지 않겠다."

그런데 대화가 끝날 무렵, 김 씨는 손 대표에게 채용 이야기를 꺼냅니다. 손 대표가 김 씨에게 '운영하고 있다는 회사의 사정이 어렵다는데 괜찮냐?'는 취지로 묻자 김 씨가 "JTBC는 사람을 어떻게 뽑느냐?"고 묻고, "그렇지 않아도 제 와이프가 '손 사장님께 잘 부탁드리라'고 했다"고 말한 겁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묵시적으로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 4달에 거쳐 10번 협박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김 씨의 이 같은 협박행위는 같은 해 말까지 10번 정도 반복됩니다. 이메일과 전화 등을 통해 "사고처리는 정상적으로 했지만, 선배님이 범속의 인간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며 "저는 지금이라도 제목 뽑고 뭐 스트레이트(기사) 쓰라면 10분 만에 쓸 수 있다"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결국, 9월 12일경 손 대표는 김 씨에게 이력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합니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 김 씨에 대한 평판조회를 한 결과가 좋지 않았고, 공채 절차 없이 사람을 마음대로 뽑기가 쉽지 않다며 채용이 어렵다는 말을 여러 차례 전달합니다.

이후에도 자신을 채용해달라며 '주차장 사건'을 언론에 제보할 것처럼 행동하던 김 씨와, 김 씨의 채용절차에 관해 인사팀과 의논한 내용을 상세하게 보고하는 등 줄다리기를 반복하던 손 대표. 두 사람은 한 해가 지난 뒤 지난해 1월 JTBC 인근의 한 술집에서 만납니다.

■ "상왕의 목을 잘라 00일보에 갖다 주겠다"

이 자리에서 김 씨는 일종의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규직 입사가 어려우면 프리랜서로라도 일하게 해 달라. 관련 계약서를 써 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하지만 다시금 거부당했고, 이렇게 말합니다. "선배님도 다른 사람과 똑같다. 복수를 하겠다. 복수는 이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감정에 의한 것이다. 상왕의 목을 잘라 00일보에 갖다 주겠다."

이 과정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 김 씨를 다시 앉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손 대표가 김 씨의 얼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폭행 사건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판결요지에 따르면 '폭행 사실로 수사가 진행되고 기사화되면 본인이 받을 타격을 매우 걱정'한 손 대표는, 이후 피해자에게 채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안을 정리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취업 문제가 진척이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후 '2억 4천만 원을 지급하면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제안까지 거부당하자, 결국 김 씨는 주요 언론에 '주차장 사건' 및 폭행 사건을 제보합니다.

■ 루머의 루머의 루머

재판에서 김 씨는 공갈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접촉사고를 언급하며 채용절차를 묻거나 폭행 사건을 기사화하겠다며 합의금을 요구했다며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풍문으로 알게 된 '주차장 사건'과 가벼운 폭행 사건을 빌미로 피해자를 몇 달간 협박해 JTBC 취업이라는 재산상 이익 또는 현금 2억 4천만 원에 이르는 재물을 교부받고자 했던 것에 비추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협박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자 추가적인 사실관계도 없이 해당 사건을 언론에 제보해 피해자에게 측량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는데, 피해를 본 것은 손 대표뿐 아닙니다. '주차장 사건' 당시 견인차 기사들이 '동승자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승자에 대한 뜬소문이 퍼지며 한 동료가 애꿎은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루머에 루머가 얹어진 겁니다.

재판정에서 "기자로서 명예롭게 사는 게 본인 삶의 목표였고, 한 번도 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한 김 씨는, 선고 직후 재판정에서 곧바로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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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머의 루머의 루머… 김웅 ‘공갈미수’ 사건 판결요지 보니
    • 입력 2020-07-08 16:25:35
    취재K
프리랜서 기자 김웅 씨의 '손석희 공갈미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오늘(8일) 내려졌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김 씨가 피해자인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을 협박해 재산상 이익이나 합의금을 요구하는 등 죄질이 가볍지 않다는 겁니다.

지난해 내내 수많은 루머를 낳고 관심을 받았던 이 사건, 재판부가 제공한 판결요지를 통해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 주차장 사건, "풍문 수준의 제보"

판결요지에 따르면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던 김 씨는 2018년 8월 26일 후배 기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과천 공터(주차장)에서 손 씨가 뺑소니치는 걸 잡았는데 차 안에 젊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손석희로부터 합의금 150만 원을 받았는데 그것이 JTBC에서 보내준 것이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이 '주차장 사건'을 '풍문 수준의 제보'라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주차장 사건과 관련된 견인차 기사 김 모 씨와 양 모 씨는 수사기관에서, 손 씨의 차량에서 동승자를 보지는 못했고 단지 상황이 종료되고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던 중 '(피해자가) 왜 도망갔지? 바람이라도 폈나?'라고 농담조로 이야기했던 사실이 있었을 뿐이라고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또 'JTBC로부터 보내줬다'던 합의금 역시 피해자 개인 돈으로 지급됐습니다.

그런데도 김 씨는 견인차 기사 등을 취재하는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거치지 않고, JTBC에 사건을 제보한 것을 계기로 개인적인 연락을 하고 지내던 손석희 당시 JTBC 보도부문 사장에게 연락합니다. 김 씨는 "이 사건을 왜 기사화하지 말아야 하는지 이유를 한 가지만 말해 달라."고 말하는데, 손 대표는 본인을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며, 동승자가 있었다는 말은 거짓인데 그렇게 부풀려지면 견디기 어렵다'고 답합니다.

■ '주차장 사건'과 함께 채용 언급 … "묵시적 해악 고지"

재판부는 당시 손 대표가 진행하던 '뉴스룸'에서 태블릿 PC 보도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보도를 여러 차례 했던 상황을 언급하며, 그가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꼽히고 있던 상황에서 명예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 상황 때문일까요. 김웅 씨는 바로 다음 날인 8월 29일 저녁 JTBC 사옥에서 손 대표를 만납니다. 당일 오전 이미 손 대표로부터 합의금이 개인 명의 은행 계좌에서 송금됐다는 내용의 금융자료를 받고, 전화로 이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도 말입니다. 이 자리에서 김 씨는 말합니다.

"우리 사회의 현실에 비춰 손 선배님을 보호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니 기사화하지 않겠다. 다만 합리적 의심은 거두지 않겠다."

그런데 대화가 끝날 무렵, 김 씨는 손 대표에게 채용 이야기를 꺼냅니다. 손 대표가 김 씨에게 '운영하고 있다는 회사의 사정이 어렵다는데 괜찮냐?'는 취지로 묻자 김 씨가 "JTBC는 사람을 어떻게 뽑느냐?"고 묻고, "그렇지 않아도 제 와이프가 '손 사장님께 잘 부탁드리라'고 했다"고 말한 겁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묵시적으로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 4달에 거쳐 10번 협박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김 씨의 이 같은 협박행위는 같은 해 말까지 10번 정도 반복됩니다. 이메일과 전화 등을 통해 "사고처리는 정상적으로 했지만, 선배님이 범속의 인간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며 "저는 지금이라도 제목 뽑고 뭐 스트레이트(기사) 쓰라면 10분 만에 쓸 수 있다"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결국, 9월 12일경 손 대표는 김 씨에게 이력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합니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 김 씨에 대한 평판조회를 한 결과가 좋지 않았고, 공채 절차 없이 사람을 마음대로 뽑기가 쉽지 않다며 채용이 어렵다는 말을 여러 차례 전달합니다.

이후에도 자신을 채용해달라며 '주차장 사건'을 언론에 제보할 것처럼 행동하던 김 씨와, 김 씨의 채용절차에 관해 인사팀과 의논한 내용을 상세하게 보고하는 등 줄다리기를 반복하던 손 대표. 두 사람은 한 해가 지난 뒤 지난해 1월 JTBC 인근의 한 술집에서 만납니다.

■ "상왕의 목을 잘라 00일보에 갖다 주겠다"

이 자리에서 김 씨는 일종의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규직 입사가 어려우면 프리랜서로라도 일하게 해 달라. 관련 계약서를 써 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하지만 다시금 거부당했고, 이렇게 말합니다. "선배님도 다른 사람과 똑같다. 복수를 하겠다. 복수는 이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감정에 의한 것이다. 상왕의 목을 잘라 00일보에 갖다 주겠다."

이 과정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 김 씨를 다시 앉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손 대표가 김 씨의 얼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폭행 사건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판결요지에 따르면 '폭행 사실로 수사가 진행되고 기사화되면 본인이 받을 타격을 매우 걱정'한 손 대표는, 이후 피해자에게 채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안을 정리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취업 문제가 진척이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후 '2억 4천만 원을 지급하면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제안까지 거부당하자, 결국 김 씨는 주요 언론에 '주차장 사건' 및 폭행 사건을 제보합니다.

■ 루머의 루머의 루머

재판에서 김 씨는 공갈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접촉사고를 언급하며 채용절차를 묻거나 폭행 사건을 기사화하겠다며 합의금을 요구했다며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풍문으로 알게 된 '주차장 사건'과 가벼운 폭행 사건을 빌미로 피해자를 몇 달간 협박해 JTBC 취업이라는 재산상 이익 또는 현금 2억 4천만 원에 이르는 재물을 교부받고자 했던 것에 비추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협박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자 추가적인 사실관계도 없이 해당 사건을 언론에 제보해 피해자에게 측량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는데, 피해를 본 것은 손 대표뿐 아닙니다. '주차장 사건' 당시 견인차 기사들이 '동승자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승자에 대한 뜬소문이 퍼지며 한 동료가 애꿎은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루머에 루머가 얹어진 겁니다.

재판정에서 "기자로서 명예롭게 사는 게 본인 삶의 목표였고, 한 번도 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한 김 씨는, 선고 직후 재판정에서 곧바로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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