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마스크 1장에 28달러? ‘사기계약’ 짐바브웨 장관 파면

입력 2020.07.0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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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에서는 현지시각 7일 보건부 장관이 파면됐다. 오바디아 모요(Obadiah Moyo)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틈타 무허가 업체가 정부에 진단키트 등 의료장비를 납품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를 받는다.

에머슨 므낭가과(Emmerson Mnangagwa) 대통령의 비서실은 성명서를 내 "짐바브웨 헌법에 따라 부정한 일을 저지른 모요 장관의 직을 즉각 박탈한다"고 밝혔다.

2달 된 신생 회사가 정부 입찰 따내.."마스크 한 장에 28달러"


짐바브웨 정부와 2천만 달러(한화 239억1천만 원)짜리 계약을 맺은 회사는 드랙스 인터네셔널(Drax International)이다. 아랍에미리이트(UAE)에서 컨설팅 회사로 등록된 이 업체는 입찰 과정에서 스위스에 본사를 둔 제약회사라며 짐바브웨 정부를 속였다. 드랙스 설립 2달 만에 따낸 계약이었다.

이 회사는 짐바브웨 정부에 공급하는 모든 의료장비 가격을 부풀리다 적발됐다. 특히 마스크의 경우 장당 28달러(3만3천 원)에 팔아넘겼다.

드랙스의 대표 델리시 느구와냐(Delish Nguwaya)는 지난달 체포돼 수감 중이다. 느구와냐는 무자격 업체를 제약회사라고 속여 정부 입찰에 참여해 부당 수익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 과정에서 느구와냐는 정부 사업을 따내기 전, 드랙스가 아닌 다른 회사 명의로 의료장비 납품 계약에 입찰했다가 자격 미달로 실패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짐바브웨 법원 "모요, 재산 형성과정 증명 못 하면 압류"


모요 장관은 지난달 19일 체포돼 다음 날 재판에 출석했다. 호송차가 아닌 고급 관용차를 타고, 보좌관들 호위까지 받으며 법정 출두하는 모습이 포착돼 또 한 번 비판받았다.

재판부는 모요에게 "재산 형성 과정을 소명하라"고 주문했다. 나중에 무죄가 되더라도, 재산을 어떻게 불렸는지 증명하지 못하면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모요를 구속 상태로 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 졌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 모요는 이달 말 다시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혐의가 확정될 경우 징역 15년까지 가능하다.

"모요 적발로 정부의 반부패 의지 증명" vs. "이번에도 무죄?"

짐바브웨 대통령의 아들 콜린스 므낭가과가 드랙스와의 연루를 전면 부정하며 올린 성명문짐바브웨 대통령의 아들 콜린스 므낭가과가 드랙스와의 연루를 전면 부정하며 올린 성명문

모요 전 장관 사건에 므낭가과 대통령 가족까지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드랙스 대표 느구와냐와 대통령 가족들이 다양한 행사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대통령 아들이 드랙스와의 관계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문까지 내야 할 정도로 논란이 커졌다.

짐바브웨 정부 대변인은 현지 매체에 "모요 전 장관 혐의에 대한 수사를 부패 척결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모요 뿐 아니라 누구라도 사건과 관련성이 드러나면 수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영국 공영방송 BBC의 현지 특파원은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부패 사건 가운데 상당수가 무죄 선고된 바가 있다"며 "승리를 자축하기는 이르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짐바브웨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787명, 사망자는 9명이다. 보건부 장관 파면과 수사, 그리고 의료장비 납품 업체의 공급 중단으로 전염병 수습에는 더 차질을 빚게 됐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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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8 19: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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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에서는 현지시각 7일 보건부 장관이 파면됐다. 오바디아 모요(Obadiah Moyo)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틈타 무허가 업체가 정부에 진단키트 등 의료장비를 납품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를 받는다.

에머슨 므낭가과(Emmerson Mnangagwa) 대통령의 비서실은 성명서를 내 "짐바브웨 헌법에 따라 부정한 일을 저지른 모요 장관의 직을 즉각 박탈한다"고 밝혔다.

2달 된 신생 회사가 정부 입찰 따내.."마스크 한 장에 28달러"


짐바브웨 정부와 2천만 달러(한화 239억1천만 원)짜리 계약을 맺은 회사는 드랙스 인터네셔널(Drax International)이다. 아랍에미리이트(UAE)에서 컨설팅 회사로 등록된 이 업체는 입찰 과정에서 스위스에 본사를 둔 제약회사라며 짐바브웨 정부를 속였다. 드랙스 설립 2달 만에 따낸 계약이었다.

이 회사는 짐바브웨 정부에 공급하는 모든 의료장비 가격을 부풀리다 적발됐다. 특히 마스크의 경우 장당 28달러(3만3천 원)에 팔아넘겼다.

드랙스의 대표 델리시 느구와냐(Delish Nguwaya)는 지난달 체포돼 수감 중이다. 느구와냐는 무자격 업체를 제약회사라고 속여 정부 입찰에 참여해 부당 수익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 과정에서 느구와냐는 정부 사업을 따내기 전, 드랙스가 아닌 다른 회사 명의로 의료장비 납품 계약에 입찰했다가 자격 미달로 실패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짐바브웨 법원 "모요, 재산 형성과정 증명 못 하면 압류"


모요 장관은 지난달 19일 체포돼 다음 날 재판에 출석했다. 호송차가 아닌 고급 관용차를 타고, 보좌관들 호위까지 받으며 법정 출두하는 모습이 포착돼 또 한 번 비판받았다.

재판부는 모요에게 "재산 형성 과정을 소명하라"고 주문했다. 나중에 무죄가 되더라도, 재산을 어떻게 불렸는지 증명하지 못하면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모요를 구속 상태로 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 졌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 모요는 이달 말 다시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혐의가 확정될 경우 징역 15년까지 가능하다.

"모요 적발로 정부의 반부패 의지 증명" vs. "이번에도 무죄?"

짐바브웨 대통령의 아들 콜린스 므낭가과가 드랙스와의 연루를 전면 부정하며 올린 성명문
모요 전 장관 사건에 므낭가과 대통령 가족까지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드랙스 대표 느구와냐와 대통령 가족들이 다양한 행사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대통령 아들이 드랙스와의 관계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문까지 내야 할 정도로 논란이 커졌다.

짐바브웨 정부 대변인은 현지 매체에 "모요 전 장관 혐의에 대한 수사를 부패 척결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모요 뿐 아니라 누구라도 사건과 관련성이 드러나면 수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영국 공영방송 BBC의 현지 특파원은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부패 사건 가운데 상당수가 무죄 선고된 바가 있다"며 "승리를 자축하기는 이르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짐바브웨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787명, 사망자는 9명이다. 보건부 장관 파면과 수사, 그리고 의료장비 납품 업체의 공급 중단으로 전염병 수습에는 더 차질을 빚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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