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물난리마저…日 최대 피해 지역을 가다

입력 2020.07.08 (21:39) 수정 2020.07.0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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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엔 일본 소식입니다.

코로나19에 물난리까지 더해져 상황이 심각합니다.

특히 일본 서남부 규슈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는데요.

KBS 도쿄 특파원이 국내 언론사 중에 유일하게 최대 피해 지역인 구마모토현 히토요시에 들어갔습니다.

황현택 특파원? 뒤편에 차량이 뒤집혀 있네요?

[기자]

네, 지금 제가 있는 곳이 폭우로 범람했던 구마가와 바로 옆입니다.

보시다시피 차량 여러 대가 뒤집히거나 어지럽게 널려 있는데요.

이번 폭우로 현재까지 사망자 59명을 포함해 모두 81명의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특히 제가 있는 히토요시는 한 달 치 비가 하루 만에 쏟아지면서 가장 많은 18명이 숨졌습니다.

구마모토대학 조사에서 이곳의 시가지 침수, 무려 4.3m이었는데요.

50여 년 전인 1965년, 2.1m의 두 배가 넘는 역대 최대치였습니다.

코로나19에 폭우 피해까지 겹친 히토요시의 모습을 취재했습니다.

▼ [르포] 코로나 속 물난리마저…日 최대 피해 지역을 가다 ▼

일본 구마모토 현 남부를 흐르는 구마가와.

기록적인 폭우에 지난 4일부터 모두 11곳이 범람해 마을 천 헥타르를 집어삼켰습니다.

폭삭 주저앉은 인근 민가들이 당시의 처참함을 말해 줍니다.

[시미즈/히토요시 주민 : "만약 댐까지 방류를 했으면 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 여기까지 물이 찼거든요."]

물살에 밀린 차량들이 며칠째 연못에 처박혀 있고, 1200년을 넘긴 일본의 국보, 아오이신사도 수마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비가 멈춘 사이, 복구가 시작됐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두가 망연자실입니다.

거리는 전쟁을 치른 듯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습니다.

인근 제방이 터지면서 이렇게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시계가 멈춘 시간은 지난 5일 아침 8시쯤.

피난 지시가 내려지고, 불과 2시간여 만에 1층 전체가 물에 잠겼다는 얘깁니다.

일요일 새벽 시간대라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바/히토요시 주민 : "피난할 때 순식간에 계단까지 물이 차올라왔어요. 엄청난 양이었어요."]

피난민만 무려 140만 명. 이젠 코로나19 감염 확대마저 비상입니다.

[기무라/히토요시 이재민 : "코로나 만해도 큰일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난리까지 나서 큰 걱정입니다."]

탁구장 칸막이를 동원해 이른바 '거리 두기'를 시행 중인 피난소.

평소 1,000명 정도의 이재민을 수용하던 이 피난소도 코로나19 방지 대책을 위해 지금은 3분의 1, 300명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매일 이재민들의 체온을 재고, 마스크도 한 장씩 나눠주지만, 모두가 처음 겪는 일에 우왕좌왕입니다.

[사코다/재해대책본부 관계자 : "무더위 속에 열사병 대응 등을 포함해 어려운 점들이 많습니다."]

일본 기상청은 구마모토를 포함한 피해 지역에 내일까지 최고 400㎜가 넘는 비가 더 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황 특파원, 그런데 일본은 '방재 대국'이라고 불리잖아요. 왜 이렇게 피해가 컸던 건가요?

[기자]

네, 앞서 리포트에도 언급됐지만 일요일 새벽 시간대 피난 지시가 내려져서 이게 잘 전달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일본 기상청 역시 가늘고 긴 강수대가 연달아 생겨서 예측이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하지만 좀 더 근원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에 재난 대비가 지진과 쓰나미에 맞춰진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전례를 찾기 힘든 물난리 피해가 이어지자 "그동안 지진에 대비해 왔는데 이제보니 홍수가 문제였다", 이런 말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 일본이 주목하기 시작한 게 이른바 '복합 재해'인데요.

태풍과 폭우, 홍수, 지진 등 두 개 이상의 재해가 결합해 발생하는 재해입니다.

향후 일본의 재해 대책, 우리에게도 참고할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구마모토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 정민욱 영상편집: 김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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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속 물난리마저…日 최대 피해 지역을 가다
    • 입력 2020-07-08 21:42:58
    • 수정2020-07-08 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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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엔 일본 소식입니다.

코로나19에 물난리까지 더해져 상황이 심각합니다.

특히 일본 서남부 규슈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는데요.

KBS 도쿄 특파원이 국내 언론사 중에 유일하게 최대 피해 지역인 구마모토현 히토요시에 들어갔습니다.

황현택 특파원? 뒤편에 차량이 뒤집혀 있네요?

[기자]

네, 지금 제가 있는 곳이 폭우로 범람했던 구마가와 바로 옆입니다.

보시다시피 차량 여러 대가 뒤집히거나 어지럽게 널려 있는데요.

이번 폭우로 현재까지 사망자 59명을 포함해 모두 81명의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특히 제가 있는 히토요시는 한 달 치 비가 하루 만에 쏟아지면서 가장 많은 18명이 숨졌습니다.

구마모토대학 조사에서 이곳의 시가지 침수, 무려 4.3m이었는데요.

50여 년 전인 1965년, 2.1m의 두 배가 넘는 역대 최대치였습니다.

코로나19에 폭우 피해까지 겹친 히토요시의 모습을 취재했습니다.

▼ [르포] 코로나 속 물난리마저…日 최대 피해 지역을 가다 ▼

일본 구마모토 현 남부를 흐르는 구마가와.

기록적인 폭우에 지난 4일부터 모두 11곳이 범람해 마을 천 헥타르를 집어삼켰습니다.

폭삭 주저앉은 인근 민가들이 당시의 처참함을 말해 줍니다.

[시미즈/히토요시 주민 : "만약 댐까지 방류를 했으면 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 여기까지 물이 찼거든요."]

물살에 밀린 차량들이 며칠째 연못에 처박혀 있고, 1200년을 넘긴 일본의 국보, 아오이신사도 수마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비가 멈춘 사이, 복구가 시작됐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두가 망연자실입니다.

거리는 전쟁을 치른 듯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습니다.

인근 제방이 터지면서 이렇게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시계가 멈춘 시간은 지난 5일 아침 8시쯤.

피난 지시가 내려지고, 불과 2시간여 만에 1층 전체가 물에 잠겼다는 얘깁니다.

일요일 새벽 시간대라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바/히토요시 주민 : "피난할 때 순식간에 계단까지 물이 차올라왔어요. 엄청난 양이었어요."]

피난민만 무려 140만 명. 이젠 코로나19 감염 확대마저 비상입니다.

[기무라/히토요시 이재민 : "코로나 만해도 큰일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난리까지 나서 큰 걱정입니다."]

탁구장 칸막이를 동원해 이른바 '거리 두기'를 시행 중인 피난소.

평소 1,000명 정도의 이재민을 수용하던 이 피난소도 코로나19 방지 대책을 위해 지금은 3분의 1, 300명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매일 이재민들의 체온을 재고, 마스크도 한 장씩 나눠주지만, 모두가 처음 겪는 일에 우왕좌왕입니다.

[사코다/재해대책본부 관계자 : "무더위 속에 열사병 대응 등을 포함해 어려운 점들이 많습니다."]

일본 기상청은 구마모토를 포함한 피해 지역에 내일까지 최고 400㎜가 넘는 비가 더 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황 특파원, 그런데 일본은 '방재 대국'이라고 불리잖아요. 왜 이렇게 피해가 컸던 건가요?

[기자]

네, 앞서 리포트에도 언급됐지만 일요일 새벽 시간대 피난 지시가 내려져서 이게 잘 전달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일본 기상청 역시 가늘고 긴 강수대가 연달아 생겨서 예측이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하지만 좀 더 근원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에 재난 대비가 지진과 쓰나미에 맞춰진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전례를 찾기 힘든 물난리 피해가 이어지자 "그동안 지진에 대비해 왔는데 이제보니 홍수가 문제였다", 이런 말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 일본이 주목하기 시작한 게 이른바 '복합 재해'인데요.

태풍과 폭우, 홍수, 지진 등 두 개 이상의 재해가 결합해 발생하는 재해입니다.

향후 일본의 재해 대책, 우리에게도 참고할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구마모토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 정민욱 영상편집: 김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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