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엔 단속 안 와요” 유흥주점, QR코드 ‘자유지대’

입력 2020.07.08 (21:43) 수정 2020.07.0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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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흥시설을 포함한 고위험시설에 들어가려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야 합니다.

이런 수칙을 위반한 업소는 영업정지까지 받을 수 있는데요,

'QR코드 인증'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대책을 짚어보는 연속 보도, 오늘(8일)은 고위험 시설의 방역 취약 지역을 점검해 보겠습니다.

이호준, 양민철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유흥가입니다.

유흥주점 영업이 한창입니다.

손님 입장 시 정확한 역학조사를 위해 QR코드를 찍거나 방문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고객님 두 분도 핸드폰 꺼내셔서 QR체크 도와주셔야 돼요."]

또 다른 유흥주점, 기록이 남는 게 싫어 거부 의사를 밝혔더니 QR코드 없이 갈 수 있는 곳을 소개해 줍니다.

[A 유흥주점 관계자 : "저희 단골이라고 하세요. 제가 (QR코드) 안 찍게 했으니까…"]

QR코드 대신 손으로 작성해야 하는 출입명부도 가짜로 적으라고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B 유흥주점 관계자 : "글씨 알아보게만 적어주세요. 어차피 확인 안 하니까."]

QR코드를 안 찍고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시간대까지 알려줍니다.

[B 유흥주점 관계자 : "(새벽) 1시나 2시쯤에는 안 찍고 들어올 수 있어요. (그때는 검사 안 오나요?) 안 와요. 그들도 공무원이다 보니까 너무 늦은 시간까지는 안 해요."]

다른 유흥주점도 비슷합니다.

[C 유흥주점 관계자 : "방법이 없진 않은데 이쪽으로 오세요."]

QR코드를 찍는 정문 대신 다른 통로를 안내합니다.

["한 번만 계단 갈게요."]

건물 뒤편의 계단과 복도를 거쳐 들어가니 유흥주점으로 연결됩니다.

당연히 해야 되는 QR코드인데도 할인 혜택 같은 흥정의 대상이 돼 버렸습니다.

[C 유흥주점 관계자 : "(QR코드) 안 하시면 정가로 받아요. QR(코드) 너무 안 하셔서, 하시는 분들에 한해 안주부터 더 해드려요."]

단속 공무원도 고위험시설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이동문/서울시 재난상황팀장 : "방문기록을 남기기 꺼리다 보니까 '생존권 위협을 받는다. 생계 어려움을 받고 있다.' 이런 민원입니다."]

QR코드를 꼭 설치해야 하는 고위험 시설은 전국 9만 6천여 곳, 이 중 86%인 8만 3천여 곳이 등록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QR코드 피해 가는 노하우만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 박상욱 영상편집 김형기

▼ “식사 땐 어쩔 수 없어요” 거리두기 힘든 쪽방촌·고시원 ▼

5백여 가구가 모여 사는 서울의 한 '쪽방촌'의 노숙인 쉼터.

지난 2월 코로나19 위기대응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뒤, 이 노숙인 쉼터에선 무료 배식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쉼터 밖에선 수백 명을 대상으로 배식이 계속됩니다.

바짝 붙어 순서를 기다립니다.

마스크를 벗은 채 모여 식사하고, 대화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고시원도 식사 시간이 문젭니다.

좁은 공용 공간에서 음식과 식기를 함께 쓰기 때문에 방역에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고시원 사장/음성변조 : "(코로나19 때문에) 제가 학생들한테 나가서 못 먹게 해요, 될 수 있으면... 우리 농민들을 위해서 쌀로 (밥을 해서) 먹자."]

정부는 쪽방촌·고시원에서 공용 공간을 소독하고 특히 단체 식사는 자제하도록 했습니다.

1-2미터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는 것도 기본 지침입니다.

쉼터 같은 공용 공간은 손이 닿는 구석구석 소독제를 뿌려 닦습니다.

개인 공간도 매주 한 번씩은 소독합니다.

[왕석진/서울 영등포구 활동가 : "(주민들 댁에 화장실이 없는 분들도 많다고 해서...) 화장실은 이제 공중화장실, 좀 있다가 그쪽으로 나갈 거거든요, 그쪽도 닦을 거예요."]

공무원들이 일일이 할 수 없는 부분은 주민과 활동가들이 빈틈을 메워줍니다.

[김성식/서울시 영등포구 : "나는 봉사, 봉사라고 하는 거보다도 동네 주민을 위해서, 동네 사람들이 전부 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

쪽방촌, 고시원이 방역 취약 지대라는 말이 안 나오려면 '식사 시간'에 대한 세부 지침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양민철입니다.

촬영기자 박세준, 영상편집 박경상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Issue.html?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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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엔 단속 안 와요” 유흥주점, QR코드 ‘자유지대’
    • 입력 2020-07-08 21:46:09
    • 수정2020-07-08 22: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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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흥시설을 포함한 고위험시설에 들어가려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야 합니다.

이런 수칙을 위반한 업소는 영업정지까지 받을 수 있는데요,

'QR코드 인증'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대책을 짚어보는 연속 보도, 오늘(8일)은 고위험 시설의 방역 취약 지역을 점검해 보겠습니다.

이호준, 양민철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유흥가입니다.

유흥주점 영업이 한창입니다.

손님 입장 시 정확한 역학조사를 위해 QR코드를 찍거나 방문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고객님 두 분도 핸드폰 꺼내셔서 QR체크 도와주셔야 돼요."]

또 다른 유흥주점, 기록이 남는 게 싫어 거부 의사를 밝혔더니 QR코드 없이 갈 수 있는 곳을 소개해 줍니다.

[A 유흥주점 관계자 : "저희 단골이라고 하세요. 제가 (QR코드) 안 찍게 했으니까…"]

QR코드 대신 손으로 작성해야 하는 출입명부도 가짜로 적으라고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B 유흥주점 관계자 : "글씨 알아보게만 적어주세요. 어차피 확인 안 하니까."]

QR코드를 안 찍고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시간대까지 알려줍니다.

[B 유흥주점 관계자 : "(새벽) 1시나 2시쯤에는 안 찍고 들어올 수 있어요. (그때는 검사 안 오나요?) 안 와요. 그들도 공무원이다 보니까 너무 늦은 시간까지는 안 해요."]

다른 유흥주점도 비슷합니다.

[C 유흥주점 관계자 : "방법이 없진 않은데 이쪽으로 오세요."]

QR코드를 찍는 정문 대신 다른 통로를 안내합니다.

["한 번만 계단 갈게요."]

건물 뒤편의 계단과 복도를 거쳐 들어가니 유흥주점으로 연결됩니다.

당연히 해야 되는 QR코드인데도 할인 혜택 같은 흥정의 대상이 돼 버렸습니다.

[C 유흥주점 관계자 : "(QR코드) 안 하시면 정가로 받아요. QR(코드) 너무 안 하셔서, 하시는 분들에 한해 안주부터 더 해드려요."]

단속 공무원도 고위험시설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이동문/서울시 재난상황팀장 : "방문기록을 남기기 꺼리다 보니까 '생존권 위협을 받는다. 생계 어려움을 받고 있다.' 이런 민원입니다."]

QR코드를 꼭 설치해야 하는 고위험 시설은 전국 9만 6천여 곳, 이 중 86%인 8만 3천여 곳이 등록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QR코드 피해 가는 노하우만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 박상욱 영상편집 김형기

▼ “식사 땐 어쩔 수 없어요” 거리두기 힘든 쪽방촌·고시원 ▼

5백여 가구가 모여 사는 서울의 한 '쪽방촌'의 노숙인 쉼터.

지난 2월 코로나19 위기대응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뒤, 이 노숙인 쉼터에선 무료 배식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쉼터 밖에선 수백 명을 대상으로 배식이 계속됩니다.

바짝 붙어 순서를 기다립니다.

마스크를 벗은 채 모여 식사하고, 대화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고시원도 식사 시간이 문젭니다.

좁은 공용 공간에서 음식과 식기를 함께 쓰기 때문에 방역에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고시원 사장/음성변조 : "(코로나19 때문에) 제가 학생들한테 나가서 못 먹게 해요, 될 수 있으면... 우리 농민들을 위해서 쌀로 (밥을 해서) 먹자."]

정부는 쪽방촌·고시원에서 공용 공간을 소독하고 특히 단체 식사는 자제하도록 했습니다.

1-2미터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는 것도 기본 지침입니다.

쉼터 같은 공용 공간은 손이 닿는 구석구석 소독제를 뿌려 닦습니다.

개인 공간도 매주 한 번씩은 소독합니다.

[왕석진/서울 영등포구 활동가 : "(주민들 댁에 화장실이 없는 분들도 많다고 해서...) 화장실은 이제 공중화장실, 좀 있다가 그쪽으로 나갈 거거든요, 그쪽도 닦을 거예요."]

공무원들이 일일이 할 수 없는 부분은 주민과 활동가들이 빈틈을 메워줍니다.

[김성식/서울시 영등포구 : "나는 봉사, 봉사라고 하는 거보다도 동네 주민을 위해서, 동네 사람들이 전부 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

쪽방촌, 고시원이 방역 취약 지대라는 말이 안 나오려면 '식사 시간'에 대한 세부 지침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양민철입니다.

촬영기자 박세준, 영상편집 박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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