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1,600억 원이 12조 재난지원금 대안될까?

입력 2020.07.0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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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이달 말부터 약 1,600억 원어치 소비쿠폰 뿌린다
‘특정 업종’에서 소비하면 '선착순'으로 쿠폰형식 소비 지원
‘재난지원금 사각지대’에서 가성비 높은 효과 노린다
성공하면 재난 지원금 1.4% 예산으로 7.5% 효과 기대
코로나로 얼어붙은 내수소비…스마트 정책으로 ‘가성비 높게’ 극복해야

'미션 달성'하면 '선착순'으로 소비쿠폰 1,618만 장을 드립니다

#1. 한 장에 만 원짜리 외식 쿠폰 330만 장을 뿌립니다. 주말에 외식을 5번 하면 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말 외식 5번' 미션을 달성하면 선착순으로 드립니다.

#2.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온라인 예약하면 2~3천원 쿠폰을 드립니다. 전시할인쿠폰, 350만 장입니다. 공연·영화표 끊으면 6~8천원 할인해주는 문화쿠폰도 183만 장입니다.

#3. 여행을 가도 쿠폰을 줍니다. 온라인에서 숙박시설 예약하면 3~4만 원 할인해주는 쿠폰이 100만 장, 관광 상품 구매하면 30% 할인해주는 쿠폰은 15만 장입니다.

#4. 헬스클럽 끊어도 쿠폰이 있습니다. 실내 체육시설을 등록하면 3만 원을 환급하는 쿠폰이 40만 장입니다.

무슨 사행성 행사 같지요?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마케팅 홍보를 승낙하는 대가로 주는 쿠폰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조건' 없습니다. 정부가 국민에게 그냥, 선착순으로 쿠폰 주는 이벤트입니다. 쿠폰 1,618만 장, 정부가 책정한 예산은 1,684억 원입니다.

아, 농수산물 쿠폰도 있는데요, 무려 600만 장... 인터넷에서도, 또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농수산물 마켓, 대형유통업체, 전통시장에서도 받을 수 있습니다. 농산물을 사면 20% 한도 안에서 최대 만 원 할인해줍니다.

'공돈 줘서 소비 촉진'...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효과 노린다

이 소비쿠폰으로 노리는 건 '소비촉진' 효과입니다. 여행쿠폰 형태로 '공돈' 지급하면 여행 갈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여행 갈 유인책 됩니다. 외식을 줄였던 사람들 주말에 '외식 한 번 할까' 생각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영화쿠폰은 영화관에 가고 싶은 마음을 생기게 하고, 박물관, 미술관 쿠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소비촉진' 효과, 실제로 있다면 '긴급재난지원금' 효과와 유사합니다.



KBS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소비증가 효과를 한국신용데이터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도해드렸습니다. 코로나19 소비충격, 3, 4월 충격이 가장 컸고, 이후 소비는 회복세를 보입니다. 특히 재난지원금 효과가 나타났던 2~3주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카드 매출이 높았습니다. (그래프에 빨갛게 표시된 기간입니다) 그 뒤로 다시 소비가 줄어들자 '다시 지급하자'는 얘기가 많아졌죠.

[연관기사] 빅데이터야, 진짜 '재난지원금 효과' 맞아? (5월 26일)

소비쿠폰이 노리는 효과도 동일합니다. 정부는 대략 1,600만 장을 뿌린다는데, 단순 산수로는 우리나라 사람 3명 가운데 1명은 한 장 정도 '득템'할 수 있습니다.

그냥 재난지원금 한 번 더 주면 안되나요?
-재난 지원금이 만병통치약은 아냐...'효과 없는 분야도 상당'
-특히 여행·실내스포츠·박물관·미술관·영화관은 코로나 충격 여전

그냥 재난지원금 한 번 더 주면 안 되냐? 하실 수도 있겠지만, 재난지원금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KBS는 앞서 부문별 세부 효과도 짚어드렸는데요, '효과 있었다'는 부문이 많았고 전체적인 효과도 그랬지만, 거꾸로 '효과 없는 분야'도 상당했습니다. 재난지원금의 사각지대가 있는 겁니다.




우선 여행업은 직격탄을 맞은 뒤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필라테스, 헬스, 수영 같은 실내체육 역시 회복세가 더딥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박물관, 미술관 같은 공공 다중시설 역시 그랬고요. 영화관도 안 갑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영화관에 갔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지난주까지 최신 데이터를 활용해 확인해 봐도 이런 추세는 여전합니다.

다시 말하면, 재난지원금을 한 번이 아니라 열 번, 스무 번을 더 줘도 이 분야엔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재난지원금 재원은 12조 원, 이 막대한 재정 부담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쿠폰은 재난지원금의 '사각지대'에서 소비촉진 노린다
재난 지원금 1.4% 예산으로 7.5% 효과 기대...
'타겟 효과'·'가성비'는 재난지원금보다 나을 수 있어

소비쿠폰은 정확히 이 '사각지대'에서 소비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금액대비 효과가 좋을 겁니다. 가성비 얘깁니다.

소비쿠폰 1,600만 장에 정부가 책정한 예산은 천6백억 원 정도입니다. 금액 자체는 많지 않죠. 긴급재난지원금 예산은 12조 원이 넘었던 걸 생각하면 '겨우 1,600억'(약 1.4%)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소비 유발효과는 6배에 가까운 9천억 원어치입니다. 재난지원금의 7.5% 효과입니다. 무슨 계산법인가 하면요,

만 원짜리 소비쿠폰 받으려면 최소 5번 주말 외식해야 하고, 3-4만 원짜리 숙박 쿠폰 받으려면 실제 호텔, 펜션 예약을 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실제 쓰는 돈은 쿠폰보다 훨씬 많은 거죠. 쿠폰대비 소비 효과를 5~6배 정도로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약 1.4% 정도 돈을 써서 7.5% 효과를 냅니다. 특히 이 효과는 '지금까지 소외되었던 부문'에서 납니다. 재난지원금 효과가 없었던 부문이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차 재난지원금'에 부정적인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나라 곳간 걱정'인걸 생각해보면, 이렇게 가성비가 좋은 정책이라면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재난지원금 만큼 '분명한 효과' 내기엔 예산 적고, '도심상권'등 소외지역 여전할듯

다만 1,600억 원 조금 넘는 예산은 좀 적네요. 일시에 지급된 12조 원 재난지원금이 분명한 소비 효과를 낸 점 감안하면, 정부가 기대하는 9천억 원 효과가 난다해도 좀 적어 보이긴 합니다. 실제 효과가 있다면,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예산을 짠 기재부도 '6개월 치 예산'이라며, 효과가 나타나고 반응이 좋다면 확대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소비쿠폰 역시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애진 못합니다. 도심 상권 침체가 그렇습니다. 위 그래프는 서울에서 소비회복이 가장 더딘 중구와 종로구, 용산구 소비 흐름입니다. 재난지원금 효과도 별로 없고, 절대 수치도 낮습니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시내로 나가지 않기 때문인데, 이런 도심 상권엔 소비쿠폰 역시 큰 효과가 없을 겁니다. 다른 대책 필요하고요.

카드를 사용하지 않거나 온라인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의 불편도 조금은 예상됩니다. 신용·직불카드를 사용할 때, 또 온라인 결제할 때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코로나로 얼어붙은 내수소비... 스마트 정책으로 '가성비 높게' 극복해야

대전제는 소비촉진 효과입니다. '나라 곳간' 걱정도 해야 하고요. 정해진 예산을 보다 '형평성 있고 가성비 높은 스마트 정책'에 쓰려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소비촉진 정책이라고 다 같은 정책이 아닙니다. 잘 설계하면 더 '가성비 높게', 또 '정확하게'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소비쿠폰이 실제 그런 효과를 낼지 궁금합니다. 지켜보고 또 기사로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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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쿠폰 1,600억 원이 12조 재난지원금 대안될까?
    • 입력 2020-07-09 09:04:24
    취재K
이달 말부터 약 1,600억 원어치 소비쿠폰 뿌린다 <br />‘특정 업종’에서 소비하면 '선착순'으로 쿠폰형식 소비 지원 <br />‘재난지원금 사각지대’에서 가성비 높은 효과 노린다 <br />성공하면 재난 지원금 1.4% 예산으로 7.5% 효과 기대 <br />코로나로 얼어붙은 내수소비…스마트 정책으로 ‘가성비 높게’ 극복해야
'미션 달성'하면 '선착순'으로 소비쿠폰 1,618만 장을 드립니다

#1. 한 장에 만 원짜리 외식 쿠폰 330만 장을 뿌립니다. 주말에 외식을 5번 하면 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말 외식 5번' 미션을 달성하면 선착순으로 드립니다.

#2.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온라인 예약하면 2~3천원 쿠폰을 드립니다. 전시할인쿠폰, 350만 장입니다. 공연·영화표 끊으면 6~8천원 할인해주는 문화쿠폰도 183만 장입니다.

#3. 여행을 가도 쿠폰을 줍니다. 온라인에서 숙박시설 예약하면 3~4만 원 할인해주는 쿠폰이 100만 장, 관광 상품 구매하면 30% 할인해주는 쿠폰은 15만 장입니다.

#4. 헬스클럽 끊어도 쿠폰이 있습니다. 실내 체육시설을 등록하면 3만 원을 환급하는 쿠폰이 40만 장입니다.

무슨 사행성 행사 같지요?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마케팅 홍보를 승낙하는 대가로 주는 쿠폰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조건' 없습니다. 정부가 국민에게 그냥, 선착순으로 쿠폰 주는 이벤트입니다. 쿠폰 1,618만 장, 정부가 책정한 예산은 1,684억 원입니다.

아, 농수산물 쿠폰도 있는데요, 무려 600만 장... 인터넷에서도, 또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농수산물 마켓, 대형유통업체, 전통시장에서도 받을 수 있습니다. 농산물을 사면 20% 한도 안에서 최대 만 원 할인해줍니다.

'공돈 줘서 소비 촉진'...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효과 노린다

이 소비쿠폰으로 노리는 건 '소비촉진' 효과입니다. 여행쿠폰 형태로 '공돈' 지급하면 여행 갈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여행 갈 유인책 됩니다. 외식을 줄였던 사람들 주말에 '외식 한 번 할까' 생각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영화쿠폰은 영화관에 가고 싶은 마음을 생기게 하고, 박물관, 미술관 쿠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소비촉진' 효과, 실제로 있다면 '긴급재난지원금' 효과와 유사합니다.



KBS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소비증가 효과를 한국신용데이터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도해드렸습니다. 코로나19 소비충격, 3, 4월 충격이 가장 컸고, 이후 소비는 회복세를 보입니다. 특히 재난지원금 효과가 나타났던 2~3주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카드 매출이 높았습니다. (그래프에 빨갛게 표시된 기간입니다) 그 뒤로 다시 소비가 줄어들자 '다시 지급하자'는 얘기가 많아졌죠.

[연관기사] 빅데이터야, 진짜 '재난지원금 효과' 맞아? (5월 26일)

소비쿠폰이 노리는 효과도 동일합니다. 정부는 대략 1,600만 장을 뿌린다는데, 단순 산수로는 우리나라 사람 3명 가운데 1명은 한 장 정도 '득템'할 수 있습니다.

그냥 재난지원금 한 번 더 주면 안되나요?
-재난 지원금이 만병통치약은 아냐...'효과 없는 분야도 상당'
-특히 여행·실내스포츠·박물관·미술관·영화관은 코로나 충격 여전

그냥 재난지원금 한 번 더 주면 안 되냐? 하실 수도 있겠지만, 재난지원금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KBS는 앞서 부문별 세부 효과도 짚어드렸는데요, '효과 있었다'는 부문이 많았고 전체적인 효과도 그랬지만, 거꾸로 '효과 없는 분야'도 상당했습니다. 재난지원금의 사각지대가 있는 겁니다.




우선 여행업은 직격탄을 맞은 뒤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필라테스, 헬스, 수영 같은 실내체육 역시 회복세가 더딥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박물관, 미술관 같은 공공 다중시설 역시 그랬고요. 영화관도 안 갑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영화관에 갔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지난주까지 최신 데이터를 활용해 확인해 봐도 이런 추세는 여전합니다.

다시 말하면, 재난지원금을 한 번이 아니라 열 번, 스무 번을 더 줘도 이 분야엔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재난지원금 재원은 12조 원, 이 막대한 재정 부담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쿠폰은 재난지원금의 '사각지대'에서 소비촉진 노린다
재난 지원금 1.4% 예산으로 7.5% 효과 기대...
'타겟 효과'·'가성비'는 재난지원금보다 나을 수 있어

소비쿠폰은 정확히 이 '사각지대'에서 소비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금액대비 효과가 좋을 겁니다. 가성비 얘깁니다.

소비쿠폰 1,600만 장에 정부가 책정한 예산은 천6백억 원 정도입니다. 금액 자체는 많지 않죠. 긴급재난지원금 예산은 12조 원이 넘었던 걸 생각하면 '겨우 1,600억'(약 1.4%)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소비 유발효과는 6배에 가까운 9천억 원어치입니다. 재난지원금의 7.5% 효과입니다. 무슨 계산법인가 하면요,

만 원짜리 소비쿠폰 받으려면 최소 5번 주말 외식해야 하고, 3-4만 원짜리 숙박 쿠폰 받으려면 실제 호텔, 펜션 예약을 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실제 쓰는 돈은 쿠폰보다 훨씬 많은 거죠. 쿠폰대비 소비 효과를 5~6배 정도로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약 1.4% 정도 돈을 써서 7.5% 효과를 냅니다. 특히 이 효과는 '지금까지 소외되었던 부문'에서 납니다. 재난지원금 효과가 없었던 부문이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차 재난지원금'에 부정적인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나라 곳간 걱정'인걸 생각해보면, 이렇게 가성비가 좋은 정책이라면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재난지원금 만큼 '분명한 효과' 내기엔 예산 적고, '도심상권'등 소외지역 여전할듯

다만 1,600억 원 조금 넘는 예산은 좀 적네요. 일시에 지급된 12조 원 재난지원금이 분명한 소비 효과를 낸 점 감안하면, 정부가 기대하는 9천억 원 효과가 난다해도 좀 적어 보이긴 합니다. 실제 효과가 있다면,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예산을 짠 기재부도 '6개월 치 예산'이라며, 효과가 나타나고 반응이 좋다면 확대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소비쿠폰 역시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애진 못합니다. 도심 상권 침체가 그렇습니다. 위 그래프는 서울에서 소비회복이 가장 더딘 중구와 종로구, 용산구 소비 흐름입니다. 재난지원금 효과도 별로 없고, 절대 수치도 낮습니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시내로 나가지 않기 때문인데, 이런 도심 상권엔 소비쿠폰 역시 큰 효과가 없을 겁니다. 다른 대책 필요하고요.

카드를 사용하지 않거나 온라인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의 불편도 조금은 예상됩니다. 신용·직불카드를 사용할 때, 또 온라인 결제할 때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코로나로 얼어붙은 내수소비... 스마트 정책으로 '가성비 높게' 극복해야

대전제는 소비촉진 효과입니다. '나라 곳간' 걱정도 해야 하고요. 정해진 예산을 보다 '형평성 있고 가성비 높은 스마트 정책'에 쓰려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소비촉진 정책이라고 다 같은 정책이 아닙니다. 잘 설계하면 더 '가성비 높게', 또 '정확하게'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소비쿠폰이 실제 그런 효과를 낼지 궁금합니다. 지켜보고 또 기사로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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