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점령한 구멍갈파래…“원인은 양식장 배출수”

입력 2020.07.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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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이 지난달 20~22일 조사한 제주 연안 구멍갈파래 조사 현장. 제주시 한림해안로 연안을 구멍갈파래가 뒤덮고 있다.

녹색연합이 지난달 20~22일 조사한 제주 연안 구멍갈파래 조사 현장. 제주시 한림해안로 연안을 구멍갈파래가 뒤덮고 있다.

해안 경관 훼손과 심한 악취 등을 유발하는 구멍갈파래가 제주 해안가를 점령해 비상이 걸렸다. 시민단체는 양식장 배출수가 원인이라며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녹색연합은 성명을 내고 "제주 양식업체들의 도덕적 해이와 제주도정의 직무유기로 제주 청정 해역이 위협받고 있다"며 환경 복원을 위한 정책 도입을 촉구했다.

녹색연합이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제주 연안 전체의 육상양식장과 해변을 중심으로 구멍갈파래 유입 상황을 조사한 결과, 조사지점 80여 곳 가운데 63곳에서 구멍갈파래가 확인됐다.

기존에 구멍갈파래 급증으로 몸살을 앓던 제주 동부지역의 성산 신양과 종달, 하도 해안뿐 아니라 북쪽 연안과 대정, 한경, 한림 등 서부지역에서도 구멍갈파래가 발견됐다.

녹색연합이 지난달 20~22일 조사한 제주 연안 구멍갈파래 조사 현장.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인근에서 발견된 구멍갈파래녹색연합이 지난달 20~22일 조사한 제주 연안 구멍갈파래 조사 현장.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인근에서 발견된 구멍갈파래

구멍갈파래가 유입된 곳은 양식장 배출구 인근(41곳 중 29곳)과 해수욕장(18곳 중 13곳)으로, 서귀포시 성산과 제주시 구좌·조천·한경 및 한림 해변 등에서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멍갈파래 급증 같은 녹조류 대발생 현상은 연안에 흔하게 분포하는 파래류가 과도한 영양물질로 과잉성장하며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연안의 바위를 뒤덮거나 조류에 떠밀려 해안에 띠 모양으로 쌓이는데, 심한 악취는 물론 영양염류 흡수율이 높아 다른 해조류를 결핍시켜 저서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2017년 제주보건환경연구원이 발표한 '제주연안 기수역의 구멍갈파래 대발생에 대한 질소오염원 규명연구'에 따르면, 구멍갈파래 급증 원인은 담수에서 유입되는 질산성 질소(N)와 주변 양식장에서 유입되는 인(P) 성분이 영양물질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2017년 말 기준 제주지역 육상 양식장은 464곳으로, 총 해안선 길이 254km인 제주에 평균 540m마다 1곳의 양식장이 분포돼 있는데, 지난 1996년 117개소에서 2001년 242개소, 2017년 464곳으로 급증했다.

녹색연합이 지난달 20~22일 조사한 제주 연안 구멍갈파래 조사 현장. 제주도 내 모 양식장 배출수. 녹색연합이 지난달 20~22일 조사한 제주 연안 구멍갈파래 조사 현장. 제주도 내 모 양식장 배출수.

녹색연합은 "제주 양식장 대부분이 지질 구조상 동서부 해안지역에 집중돼 있다"며 "유실된 사료와 어류의 대사활동으로 각종 유기물과 질소 등이 함유된 양식장 배출수가 바다로 바로 유입돼 연안 수질이 오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식장 배출수 등 육상오염원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지만, 제주도의 오염원 관리 대책은 부재하다"며 "제주도는 2018년 3월에서야 양식장 배출 기준 관련 고시를 재고시했다"고 꼬집었다. 10여 년 이상 양식장 배출수 수질에 대한 규제 근거가 공백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식장 배출수 기준항목·처벌 강화해야"

현재 물환경보전법에 근거한 배출수 기준에는 수조 면적 500㎡ 이상인 경우 화학적산소요구량(COD)와 부유물질(SS) 두 항목만 측정하고 있다. 양식장 배출수로 인한 부영양화 원인으로 질소(P)와 인(N)이 언급되고 있지만, 관련 항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녹색연합은 "배출수 기준항목도 부족하지만, 수질기준 위반 시 제재도 약하고, 연 1~2회 배출수 기준을 단속하는 방식으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현재 배출수 기준을 위반하면 개선명령과 함께 1차 100만 원, 2차 200만 원, 3차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4차 위반 시에야 조업이 정지된다.

제주도 해양수산국 관계자는 "구멍갈파래에 대한 전문가 조사 결과 양식장과 용천수, 하천에서의 농약 유입 등을 전부 원인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는 해안 지킴이를 통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듯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해 구멍갈파래 수거 예산은 제주시 2,500만 원, 서귀포 2,000만 원으로, 괭생이모자반과 달리 별도로 수거 통계도 없는 상황이다. 괭생이모자반은 해상에서 깨끗하게 수거하면 퇴비가 가능하지만, 구멍갈파래는 절반 이상이 모래와 섞여 있어 재활용도 불가능하다.

 녹색연합이 지난달 20~22일 조사한 제주 연안 구멍갈파래 조사 현장.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해변에서 발견된 구멍갈파래. 녹색연합이 지난달 20~22일 조사한 제주 연안 구멍갈파래 조사 현장.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해변에서 발견된 구멍갈파래.

서귀포시 녹색환경과 관계자는 "양식장 배출수 조사는 현재 연간 계획으로 잡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시 환경지도과 관계자는 "지난 5~6월 기타수질 오염 방지시설로 신고된 수조식 양식어업 시설 92곳을 전수조사했고, 개선명령 1곳을 제외하고는 수질이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배출수 수질기준에 질소(N)와 인(P)이 포함돼야 하는 목소리에 대해 "현재로써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와 부유물질(SS) 두 항목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며 "배출수 기준 항목을 강화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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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점령한 구멍갈파래…“원인은 양식장 배출수”
    • 입력 2020-07-09 11:00:58
    취재K

녹색연합이 지난달 20~22일 조사한 제주 연안 구멍갈파래 조사 현장. 제주시 한림해안로 연안을 구멍갈파래가 뒤덮고 있다.

해안 경관 훼손과 심한 악취 등을 유발하는 구멍갈파래가 제주 해안가를 점령해 비상이 걸렸다. 시민단체는 양식장 배출수가 원인이라며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녹색연합은 성명을 내고 "제주 양식업체들의 도덕적 해이와 제주도정의 직무유기로 제주 청정 해역이 위협받고 있다"며 환경 복원을 위한 정책 도입을 촉구했다.

녹색연합이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제주 연안 전체의 육상양식장과 해변을 중심으로 구멍갈파래 유입 상황을 조사한 결과, 조사지점 80여 곳 가운데 63곳에서 구멍갈파래가 확인됐다.

기존에 구멍갈파래 급증으로 몸살을 앓던 제주 동부지역의 성산 신양과 종달, 하도 해안뿐 아니라 북쪽 연안과 대정, 한경, 한림 등 서부지역에서도 구멍갈파래가 발견됐다.

녹색연합이 지난달 20~22일 조사한 제주 연안 구멍갈파래 조사 현장.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인근에서 발견된 구멍갈파래
구멍갈파래가 유입된 곳은 양식장 배출구 인근(41곳 중 29곳)과 해수욕장(18곳 중 13곳)으로, 서귀포시 성산과 제주시 구좌·조천·한경 및 한림 해변 등에서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멍갈파래 급증 같은 녹조류 대발생 현상은 연안에 흔하게 분포하는 파래류가 과도한 영양물질로 과잉성장하며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연안의 바위를 뒤덮거나 조류에 떠밀려 해안에 띠 모양으로 쌓이는데, 심한 악취는 물론 영양염류 흡수율이 높아 다른 해조류를 결핍시켜 저서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2017년 제주보건환경연구원이 발표한 '제주연안 기수역의 구멍갈파래 대발생에 대한 질소오염원 규명연구'에 따르면, 구멍갈파래 급증 원인은 담수에서 유입되는 질산성 질소(N)와 주변 양식장에서 유입되는 인(P) 성분이 영양물질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2017년 말 기준 제주지역 육상 양식장은 464곳으로, 총 해안선 길이 254km인 제주에 평균 540m마다 1곳의 양식장이 분포돼 있는데, 지난 1996년 117개소에서 2001년 242개소, 2017년 464곳으로 급증했다.

녹색연합이 지난달 20~22일 조사한 제주 연안 구멍갈파래 조사 현장. 제주도 내 모 양식장 배출수.
녹색연합은 "제주 양식장 대부분이 지질 구조상 동서부 해안지역에 집중돼 있다"며 "유실된 사료와 어류의 대사활동으로 각종 유기물과 질소 등이 함유된 양식장 배출수가 바다로 바로 유입돼 연안 수질이 오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식장 배출수 등 육상오염원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지만, 제주도의 오염원 관리 대책은 부재하다"며 "제주도는 2018년 3월에서야 양식장 배출 기준 관련 고시를 재고시했다"고 꼬집었다. 10여 년 이상 양식장 배출수 수질에 대한 규제 근거가 공백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식장 배출수 기준항목·처벌 강화해야"

현재 물환경보전법에 근거한 배출수 기준에는 수조 면적 500㎡ 이상인 경우 화학적산소요구량(COD)와 부유물질(SS) 두 항목만 측정하고 있다. 양식장 배출수로 인한 부영양화 원인으로 질소(P)와 인(N)이 언급되고 있지만, 관련 항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녹색연합은 "배출수 기준항목도 부족하지만, 수질기준 위반 시 제재도 약하고, 연 1~2회 배출수 기준을 단속하는 방식으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현재 배출수 기준을 위반하면 개선명령과 함께 1차 100만 원, 2차 200만 원, 3차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4차 위반 시에야 조업이 정지된다.

제주도 해양수산국 관계자는 "구멍갈파래에 대한 전문가 조사 결과 양식장과 용천수, 하천에서의 농약 유입 등을 전부 원인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는 해안 지킴이를 통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듯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해 구멍갈파래 수거 예산은 제주시 2,500만 원, 서귀포 2,000만 원으로, 괭생이모자반과 달리 별도로 수거 통계도 없는 상황이다. 괭생이모자반은 해상에서 깨끗하게 수거하면 퇴비가 가능하지만, 구멍갈파래는 절반 이상이 모래와 섞여 있어 재활용도 불가능하다.

 녹색연합이 지난달 20~22일 조사한 제주 연안 구멍갈파래 조사 현장.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해변에서 발견된 구멍갈파래.
서귀포시 녹색환경과 관계자는 "양식장 배출수 조사는 현재 연간 계획으로 잡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시 환경지도과 관계자는 "지난 5~6월 기타수질 오염 방지시설로 신고된 수조식 양식어업 시설 92곳을 전수조사했고, 개선명령 1곳을 제외하고는 수질이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배출수 수질기준에 질소(N)와 인(P)이 포함돼야 하는 목소리에 대해 "현재로써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와 부유물질(SS) 두 항목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며 "배출수 기준 항목을 강화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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