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 감독 “애제자”라던 최숙현 선수는 왜 부산으로 갔을까?

입력 2020.07.09 (14:16) 수정 2020.07.0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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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에 대해 전 소속팀 감독이었던 경주시청팀의 김 모 감독은 “애제자”라고 표현해 왔습니다. 자신이 아끼는 최 선수를 그리 모질게 다뤘을 리 없다는 게 현재까지 김 감독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정말 최 선수를 애제자로 대했는지 의문이 드는 점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우선 최 선수가 국내 철인 3종 최강인 경주시청팀을 떠나 왜 하위권인 부산시청팀으로 오게 됐는지부터 살펴봤습니다.

경주시청 감독 "애제자"라던 최숙현은 최하위권 팀으로

철인 3종 부산시청팀의 박찬호 감독은 최 선수가 오게 된 데는 김규봉 감독의 요청이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지난해 9월 전북 익산에서 있었던 대회에서 김 감독이 먼저 말을 꺼냈다는 겁니다. 그때는 “우리 팀 선수를 받아줄 수 있겠냐”는 정도의 말이었다고 합니다.

박 감독은 그 선수가 ‘최숙현’일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최 선수는 김 감독이 애제자로 불려 왔기 때문이었죠. 그러다 김 감독은 10월 통영에서 열린 대회에서 다시 한번 요청하며 그 선수를 최 선수라고 소개했습니다. 취재진을 만난 박 감독은 “통상 애제자는 잘 내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시 상황이 좀 의아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부산으로 온 최 선수의 몸 상태를 본 박 감독은 놀랐습니다. 박 감독은 “도저히 팀 주치의가 있는 팀의 선수 몸이라고 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박 감독은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왔다던 팀 주치의가 진짜 의사일 거라고만 생각을 했다는 겁니다. 제대로 된 관리만 됐어도 어깨 상태가 그럴 순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심각한 어깨 부상…부산에서의 고된 재활

부산에서 병원에 다니며 진단을 받아본 결과 최 선수의 어깨는 수술이 필요할 만큼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수영해야 하는 철인 3종 선수에게 통상 어깨 부상은 선수 생명에 지장을 줄 만큼 심각한 일로 받아들여 집니다.

더군다나 연간 9억 원 정도의 보조금 지원을 받는 경주시청팀과는 달리 부산시청팀은 2억 원 남짓한 예산으로 겨우 운영되는 팀이었습니다. 선수 7명 가운데 4명만 월급을 받는 상황. 선수 개인에 대한 처우 역시 경주보다는 열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산시청팀에는 전담 트레이너도 없어 재활훈련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경주에서 온갖 폭력에 시달리다 부산으로 온 최 선수는 제대로 된 훈련도 하지 못하고 병원을 오가며 재활만 하다 결국 6개월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박 감독은 무엇보다도 우리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성적 지상주의’가 만들어낸 또 다른 참극이 이번 일이라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동료를 나의 동반자로 생각하기보다는 이겨야 하는 상대로 여기는 문화, 얽히고설킨 인맥과 그마저도 좁디좁은 스포츠계, 과정보다는 결과로서 모든 게 대변되는 후진적 행태 이 모든 게 문제였다는 거죠.

“이제라도 정말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어린 철인 3종 선수는 기자의 물음에 입을 열기 조심스러워 했습니다. 잊을만하면 반복되어온 일. 벌떼처럼 들고일어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없던 일처럼 되어버리고 다시 고개를 드는 잘못된 과거를 이미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런다고 바뀔 수 있을까요?” 선수가 자리를 뜨기 전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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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모 감독 “애제자”라던 최숙현 선수는 왜 부산으로 갔을까?
    • 입력 2020-07-09 14:16:54
    • 수정2020-07-09 18:27:20
    취재K
고 최숙현 선수에 대해 전 소속팀 감독이었던 경주시청팀의 김 모 감독은 “애제자”라고 표현해 왔습니다. 자신이 아끼는 최 선수를 그리 모질게 다뤘을 리 없다는 게 현재까지 김 감독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정말 최 선수를 애제자로 대했는지 의문이 드는 점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우선 최 선수가 국내 철인 3종 최강인 경주시청팀을 떠나 왜 하위권인 부산시청팀으로 오게 됐는지부터 살펴봤습니다.

경주시청 감독 "애제자"라던 최숙현은 최하위권 팀으로

철인 3종 부산시청팀의 박찬호 감독은 최 선수가 오게 된 데는 김규봉 감독의 요청이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지난해 9월 전북 익산에서 있었던 대회에서 김 감독이 먼저 말을 꺼냈다는 겁니다. 그때는 “우리 팀 선수를 받아줄 수 있겠냐”는 정도의 말이었다고 합니다.

박 감독은 그 선수가 ‘최숙현’일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최 선수는 김 감독이 애제자로 불려 왔기 때문이었죠. 그러다 김 감독은 10월 통영에서 열린 대회에서 다시 한번 요청하며 그 선수를 최 선수라고 소개했습니다. 취재진을 만난 박 감독은 “통상 애제자는 잘 내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시 상황이 좀 의아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부산으로 온 최 선수의 몸 상태를 본 박 감독은 놀랐습니다. 박 감독은 “도저히 팀 주치의가 있는 팀의 선수 몸이라고 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박 감독은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왔다던 팀 주치의가 진짜 의사일 거라고만 생각을 했다는 겁니다. 제대로 된 관리만 됐어도 어깨 상태가 그럴 순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심각한 어깨 부상…부산에서의 고된 재활

부산에서 병원에 다니며 진단을 받아본 결과 최 선수의 어깨는 수술이 필요할 만큼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수영해야 하는 철인 3종 선수에게 통상 어깨 부상은 선수 생명에 지장을 줄 만큼 심각한 일로 받아들여 집니다.

더군다나 연간 9억 원 정도의 보조금 지원을 받는 경주시청팀과는 달리 부산시청팀은 2억 원 남짓한 예산으로 겨우 운영되는 팀이었습니다. 선수 7명 가운데 4명만 월급을 받는 상황. 선수 개인에 대한 처우 역시 경주보다는 열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산시청팀에는 전담 트레이너도 없어 재활훈련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경주에서 온갖 폭력에 시달리다 부산으로 온 최 선수는 제대로 된 훈련도 하지 못하고 병원을 오가며 재활만 하다 결국 6개월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박 감독은 무엇보다도 우리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성적 지상주의’가 만들어낸 또 다른 참극이 이번 일이라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동료를 나의 동반자로 생각하기보다는 이겨야 하는 상대로 여기는 문화, 얽히고설킨 인맥과 그마저도 좁디좁은 스포츠계, 과정보다는 결과로서 모든 게 대변되는 후진적 행태 이 모든 게 문제였다는 거죠.

“이제라도 정말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어린 철인 3종 선수는 기자의 물음에 입을 열기 조심스러워 했습니다. 잊을만하면 반복되어온 일. 벌떼처럼 들고일어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없던 일처럼 되어버리고 다시 고개를 드는 잘못된 과거를 이미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런다고 바뀔 수 있을까요?” 선수가 자리를 뜨기 전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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