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죽었는데도 유족들은 원인도 몰라

입력 2020.07.09 (21:34) 수정 2020.07.0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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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업재해로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들. 어떻게, 왜 숨졌는지조차 모른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정부의 폐쇄적인 대처에 유족들은 정보 한 줄이라도 더 얻기 위해 지금도 싸우고 있습니다.

홍진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부산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하청 노동자 정순규 씨가 추락해 숨졌습니다.

25년 현장 경력의 베테랑 노동자였지만, 사고는 불시에 찾아왔습니다.

[김영희/고 정순규 씨 부인 : "사장 돈 벌어줘야 한다고 돈 벌어줘야 한다면서 그렇게까지 자기는 진심을 다해서 일을 해줬는데…."]

하지만 원청과 하청 업체 모두 공식 사과조차 하지 않았고, 유족들은 사고 원인이라도 알아야겠다며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고용노동부에서 유족에게 공개하고 있다는 '산업재해조사표'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사업주의 의견을 먼저 받아봐야 줄 수 있다는 황당한 답변이었습니다.

[정석채/고 정순규 씨 아들 : "산업재해 조사표를 받아볼 수 있을까요? (제3자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사업장 쪽의 의견을 받아야 하고요.)"]

유족들이 사고 이후 정부 기관에 정보 공개를 청구한 44건 가운데 받은 자료는 단 3건뿐.

'조사 중'이거나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처리되기 일쑤였습니다.

사고가 난 지 벌써 9개월.

하지만 유족들이 쥐고 있는 건 노동부가 작성한 네 쪽짜리 기소의견서가 전부입니다.

가족이 일터에서 죽어도 왜 죽었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건 산재 피해자 가족 대부분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입니다.

[손익찬/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노동자건강권 팀장 : "영업비밀은 원칙적으로 공개금지이지만 생명, 신체, 안전에 관한 것은 공개하게 돼 있기 때문에... 하지만 (정부가) 굉장히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산재 피해자 지원 단체인 '김용균 재단'에서는 산업재해가 일어난 뒤 당사자와 가족이 각 단계별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세한 지침을 담은 매뉴얼을 올해 안에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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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죽었는데도 유족들은 원인도 몰라
    • 입력 2020-07-09 21:35:37
    • 수정2020-07-09 22: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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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업재해로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들. 어떻게, 왜 숨졌는지조차 모른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정부의 폐쇄적인 대처에 유족들은 정보 한 줄이라도 더 얻기 위해 지금도 싸우고 있습니다.

홍진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부산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하청 노동자 정순규 씨가 추락해 숨졌습니다.

25년 현장 경력의 베테랑 노동자였지만, 사고는 불시에 찾아왔습니다.

[김영희/고 정순규 씨 부인 : "사장 돈 벌어줘야 한다고 돈 벌어줘야 한다면서 그렇게까지 자기는 진심을 다해서 일을 해줬는데…."]

하지만 원청과 하청 업체 모두 공식 사과조차 하지 않았고, 유족들은 사고 원인이라도 알아야겠다며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고용노동부에서 유족에게 공개하고 있다는 '산업재해조사표'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사업주의 의견을 먼저 받아봐야 줄 수 있다는 황당한 답변이었습니다.

[정석채/고 정순규 씨 아들 : "산업재해 조사표를 받아볼 수 있을까요? (제3자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사업장 쪽의 의견을 받아야 하고요.)"]

유족들이 사고 이후 정부 기관에 정보 공개를 청구한 44건 가운데 받은 자료는 단 3건뿐.

'조사 중'이거나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처리되기 일쑤였습니다.

사고가 난 지 벌써 9개월.

하지만 유족들이 쥐고 있는 건 노동부가 작성한 네 쪽짜리 기소의견서가 전부입니다.

가족이 일터에서 죽어도 왜 죽었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건 산재 피해자 가족 대부분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입니다.

[손익찬/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노동자건강권 팀장 : "영업비밀은 원칙적으로 공개금지이지만 생명, 신체, 안전에 관한 것은 공개하게 돼 있기 때문에... 하지만 (정부가) 굉장히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산재 피해자 지원 단체인 '김용균 재단'에서는 산업재해가 일어난 뒤 당사자와 가족이 각 단계별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세한 지침을 담은 매뉴얼을 올해 안에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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