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지방의회 ‘반환점’…견제·감시는?

입력 2020.07.09 (21:59) 수정 2020.07.16 (16:5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민선 7기 반환점을 돈 지방의회.

후반기 2년을 이끌어갈 의장단 구성도 마무리 단계인데요.

특정 정당이 집행부는 물론 의회까지 독식하는 구조는 전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집행부 눈치 보기'도 여전해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큰데요.

이수진, 박웅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6월 익산시의회 본회의.

한 시의원이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설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악취를 꾸준히 관리하고 있던, 20년도 넘은 저 탑을 왜 없애도록 하고…."]

시장은 해명에 나섭니다.

["중간에 저희가 옮긴 것을 용인해줬다면 저희도 일부 책임이 있다."]

시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SNS 등에도 올리자, 익산시는 허위사실 유포라며 검찰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릅니다.

검찰의 처분은 혐의 없음.

해당 의원의 발언이나 게시글의 전제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해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겁니다.

지난달 시정질문에서 해당 시의원이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 문제를 지적하자 또다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가 시민사회의 반발을 샀습니다.

[이상민/익산참여연대 사무처장 : "(의회의) 견제와 감시라는 의정활동을 부정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거고요. 집행부의 이런 모습들이 과연 단체장의 의회관과 무관한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집행부가 의회의 견제, 감시 역할에 법적 대응하는 일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

그런데도 시의회는 후반기 의장단을 꾸린 뒤에도 대응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유재구/익산시의회 의장 : "아직 거기까지 생각 못 한 게 사실이고요. 이번에 15일부터 회기가 있잖아요. 이때 우리 의장단에서 결의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앞으로…."]

지역구 사업 예산을 끌어오려면 집행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서로 맞서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임형택/익산시의원 : "(의회 내) 기득권 구조들이 이미 만들어져 있고요.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감시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의회 또한 집행부와 적당한 밀월관계를 유지하는게 너무 관성화되어 있는 것 같고요. 너무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그 사람이 오히려 뭔가 불편한 (상황이죠.)"]

이러다 보니 시민을 우선하는 풀뿌리 정치를 하려면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손문선/좋은정치시민넷 대표 : "중앙당 예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연 공천제가 필요하냐,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요. 의회가 시민들에 의해서 통제되어야 하는데 당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다 보니까…."]

민선 7기 후반기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는 지방의회.

특정 정당이 의장단을 독식한 가운데 벌써 크고 작은 잡음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인데요.

이어서 박웅 기자가 보도합니다.

집행부 눈치…의정 활동은 저조

전북 14개 시군의회의 민선 7기 후반기 의장단 선출 결과입니다.

현재 두 곳만 의장단을 뽑지 않은 가운데, 12곳에선 대부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의장과 부의장을 차지했습니다.

이 가운데 8곳은 시장·군수도 민주당입니다.

자칫 일당 독주의 폐해가 되살아날 수도 있는 구도입니다.

실제로 지방의원들의 기본 역할인 질의·발언과 입법 활동 내용을 살펴보면, 기초의원 1인당 평균 활동 횟수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절반이나 됩니다.

[송호진/前 익산시의원 : "유력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만 쉽게 의회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부터 이제 줄서기가 시작이 되죠. 그래서 줄서기를 하다 보면 시민들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고 공천권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

3년 전, 현직 의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자 도의회가 폐지하기로 한 '재량사업비'.

하지만 도의회는 불과 1년 만에 '주민 참여 예산'이라는 명목으로 변칙 운용하고 있습니다.

[OO군 관계자/음성변조 : "아직까지도 지역 개발 사업. 어디나 마찬가지일 텐데. 그쪽에 지금 건의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선심성 예산을 없애겠다고 공언하고도 슬그머니 되살린 겁니다.

[서윤근/전주시의원 : "재량사업비의 내용과 근간을 가지고 있는 현재 부분이 뭐냐면 예산 집행 대상이 구분이 없습니다. 마음에 들거나 친하거나 그런 단체의 행사에 우리의 세금이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제 역할은 다하지 못하면서 밥그릇만 챙기려는 지방의회.

지방의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인 주민소환제는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유권자 20퍼센트의 서명을 받아야만 주민소환투표에 부칠 수 있고, 투표율도 33퍼센트를 넘겨야 합니다.

[이경한/전주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 "이 숫자를, 쿼터를 조금 낮춰줘서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문제 있는 의원들을 견제할 수 있는 이런 장치를 보완해줄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임기가 아직 반이나 남았지만 본분과 품격마저 잃어버린 민선 7기 지방의회.

풀뿌리 민주주의의 참뜻을 망각한 건 아닌지, 스스로 되물어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박웅입니다.

촬영기자:정종배·이주노·한문현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민선 7기 지방의회 ‘반환점’…견제·감시는?
    • 입력 2020-07-09 21:59:46
    • 수정2020-07-16 16:54:13
    뉴스9(전주)
[앵커] 민선 7기 반환점을 돈 지방의회. 후반기 2년을 이끌어갈 의장단 구성도 마무리 단계인데요. 특정 정당이 집행부는 물론 의회까지 독식하는 구조는 전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집행부 눈치 보기'도 여전해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큰데요. 이수진, 박웅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6월 익산시의회 본회의. 한 시의원이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설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악취를 꾸준히 관리하고 있던, 20년도 넘은 저 탑을 왜 없애도록 하고…."] 시장은 해명에 나섭니다. ["중간에 저희가 옮긴 것을 용인해줬다면 저희도 일부 책임이 있다."] 시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SNS 등에도 올리자, 익산시는 허위사실 유포라며 검찰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릅니다. 검찰의 처분은 혐의 없음. 해당 의원의 발언이나 게시글의 전제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해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겁니다. 지난달 시정질문에서 해당 시의원이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 문제를 지적하자 또다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가 시민사회의 반발을 샀습니다. [이상민/익산참여연대 사무처장 : "(의회의) 견제와 감시라는 의정활동을 부정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거고요. 집행부의 이런 모습들이 과연 단체장의 의회관과 무관한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집행부가 의회의 견제, 감시 역할에 법적 대응하는 일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 그런데도 시의회는 후반기 의장단을 꾸린 뒤에도 대응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유재구/익산시의회 의장 : "아직 거기까지 생각 못 한 게 사실이고요. 이번에 15일부터 회기가 있잖아요. 이때 우리 의장단에서 결의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앞으로…."] 지역구 사업 예산을 끌어오려면 집행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서로 맞서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임형택/익산시의원 : "(의회 내) 기득권 구조들이 이미 만들어져 있고요.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감시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의회 또한 집행부와 적당한 밀월관계를 유지하는게 너무 관성화되어 있는 것 같고요. 너무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그 사람이 오히려 뭔가 불편한 (상황이죠.)"] 이러다 보니 시민을 우선하는 풀뿌리 정치를 하려면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손문선/좋은정치시민넷 대표 : "중앙당 예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연 공천제가 필요하냐,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요. 의회가 시민들에 의해서 통제되어야 하는데 당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다 보니까…."] 민선 7기 후반기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는 지방의회. 특정 정당이 의장단을 독식한 가운데 벌써 크고 작은 잡음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인데요. 이어서 박웅 기자가 보도합니다. 집행부 눈치…의정 활동은 저조 전북 14개 시군의회의 민선 7기 후반기 의장단 선출 결과입니다. 현재 두 곳만 의장단을 뽑지 않은 가운데, 12곳에선 대부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의장과 부의장을 차지했습니다. 이 가운데 8곳은 시장·군수도 민주당입니다. 자칫 일당 독주의 폐해가 되살아날 수도 있는 구도입니다. 실제로 지방의원들의 기본 역할인 질의·발언과 입법 활동 내용을 살펴보면, 기초의원 1인당 평균 활동 횟수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절반이나 됩니다. [송호진/前 익산시의원 : "유력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만 쉽게 의회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부터 이제 줄서기가 시작이 되죠. 그래서 줄서기를 하다 보면 시민들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고 공천권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 3년 전, 현직 의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자 도의회가 폐지하기로 한 '재량사업비'. 하지만 도의회는 불과 1년 만에 '주민 참여 예산'이라는 명목으로 변칙 운용하고 있습니다. [OO군 관계자/음성변조 : "아직까지도 지역 개발 사업. 어디나 마찬가지일 텐데. 그쪽에 지금 건의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선심성 예산을 없애겠다고 공언하고도 슬그머니 되살린 겁니다. [서윤근/전주시의원 : "재량사업비의 내용과 근간을 가지고 있는 현재 부분이 뭐냐면 예산 집행 대상이 구분이 없습니다. 마음에 들거나 친하거나 그런 단체의 행사에 우리의 세금이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제 역할은 다하지 못하면서 밥그릇만 챙기려는 지방의회. 지방의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인 주민소환제는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유권자 20퍼센트의 서명을 받아야만 주민소환투표에 부칠 수 있고, 투표율도 33퍼센트를 넘겨야 합니다. [이경한/전주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 "이 숫자를, 쿼터를 조금 낮춰줘서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문제 있는 의원들을 견제할 수 있는 이런 장치를 보완해줄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임기가 아직 반이나 남았지만 본분과 품격마저 잃어버린 민선 7기 지방의회. 풀뿌리 민주주의의 참뜻을 망각한 건 아닌지, 스스로 되물어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박웅입니다. 촬영기자:정종배·이주노·한문현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전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