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코로나19 탐지견 현장 투입될까?…UAE “정확도 92%”

입력 2020.07.1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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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지견을 훈련시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을 찾는다…. 처음 이런 외신 기사를 접한 건 지난 4월 말이었습니다. 이란의 한 민간 탐지견 훈련센터가 이란 군부의 지원을 받아 탐지견 훈련을 시작했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개는 사람보다 2만 배나 더 냄새를 잘 맡는다" "말라리아 등 일부 다른 질환을 판별하는 데에도 탐지견이 투입된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잘 믿기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기사가 나오기 닷새쯤 전에는 "이란군이 5초 만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원격탐지기를 개발했다"는 발표도 나온 터였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국영방송을 통해 공개한 코로나19 탐지기이란 혁명수비대가 국영방송을 통해 공개한 코로나19 탐지기

사진을 보니 수맥 탐지할 때 쓰는 막대기 비슷한 장비에 조그만 접시 안테나가 달린 기계였습니다.

"본체에 양극성 바이러스를 장착한 뒤 전자기장을 발생시켜 바이러스 감염을 탐지한다", "탐지 반경 100m에 시험 결과 정확도는 80%이다"라고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주장했지만, 이란 네티즌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이란이 이 기계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후속 기사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란군의 탐지견 훈련 소식은 원격탐지기 발표와 함께 묶여 '도매금'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란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동 지역 확산의 진원지였는데, 3월 말 하루 3천여 명에 이르던 1일 신규 확진자 수가 4월 말에는 1천여 명으로 내려간 시점이었기에 "이란이 좀 여유가 생겼나?" 이런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5월 중순에 비슷한 외신 기사가 또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탐지견 양성 훈련에 돌입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영국 보건사회복지부가 이 연구에 약 7억 5천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고, 체온 측정만으로 발견할 수 없는 무증상 감염자도 탐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영국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바이러스 탐지견영국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바이러스 탐지견

같은 실험을 하는 나라가 두 곳으로 늘어나니 이번에는 조금 더 관심이 갔습니다. 특히 영국이 보유한 탐지견 가운데 코카스파니엘 종인 한 탐지견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말라리아 탐지견으로 활약하며 수천 명의 목숨을 살린 경력이 있다니 신뢰지수는 더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랍에미리트(UAE)가 더 진전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UAE 내무부는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겨드랑이에서 샘플을 채취한 뒤 훈련을 받은 경찰 탐지견에게 판별을 시켰더니 정확도가 무려 92%로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신속진단키트보다 정확도가 훨씬 높습니다.

UAE 내무부는 이런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 행사장이나 공항 등에 탐지견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UAE 경찰이 훈련시킨 코로나19 탐지견UAE 경찰이 훈련시킨 코로나19 탐지견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일반 독감 환자와 코로나19 감염자의 체취가 과연 다를까, 인간이 개가 아닌 이상 경험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 감염자의 체취를 화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차이점을 발견했다는 기사도 아직은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코로나19 탐지견이 현장에 투입되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에는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본인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탐지견이 돌아다니는 행사장 등에 가기가 꺼려질 테니까요.

탐지 역할도 중요하지만, 의심 증상이 있으면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말고 반드시 자가 격리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 그게 바로 탐지견을 투입하려는 이유가 아닐까요?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Issue.html?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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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코로나19 탐지견 현장 투입될까?…UAE “정확도 92%”
    • 입력 2020-07-10 07:02:41
    특파원 리포트
탐지견을 훈련시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을 찾는다…. 처음 이런 외신 기사를 접한 건 지난 4월 말이었습니다. 이란의 한 민간 탐지견 훈련센터가 이란 군부의 지원을 받아 탐지견 훈련을 시작했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개는 사람보다 2만 배나 더 냄새를 잘 맡는다" "말라리아 등 일부 다른 질환을 판별하는 데에도 탐지견이 투입된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잘 믿기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기사가 나오기 닷새쯤 전에는 "이란군이 5초 만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원격탐지기를 개발했다"는 발표도 나온 터였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국영방송을 통해 공개한 코로나19 탐지기
사진을 보니 수맥 탐지할 때 쓰는 막대기 비슷한 장비에 조그만 접시 안테나가 달린 기계였습니다.

"본체에 양극성 바이러스를 장착한 뒤 전자기장을 발생시켜 바이러스 감염을 탐지한다", "탐지 반경 100m에 시험 결과 정확도는 80%이다"라고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주장했지만, 이란 네티즌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이란이 이 기계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후속 기사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란군의 탐지견 훈련 소식은 원격탐지기 발표와 함께 묶여 '도매금'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란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동 지역 확산의 진원지였는데, 3월 말 하루 3천여 명에 이르던 1일 신규 확진자 수가 4월 말에는 1천여 명으로 내려간 시점이었기에 "이란이 좀 여유가 생겼나?" 이런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5월 중순에 비슷한 외신 기사가 또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탐지견 양성 훈련에 돌입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영국 보건사회복지부가 이 연구에 약 7억 5천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고, 체온 측정만으로 발견할 수 없는 무증상 감염자도 탐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영국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바이러스 탐지견
같은 실험을 하는 나라가 두 곳으로 늘어나니 이번에는 조금 더 관심이 갔습니다. 특히 영국이 보유한 탐지견 가운데 코카스파니엘 종인 한 탐지견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말라리아 탐지견으로 활약하며 수천 명의 목숨을 살린 경력이 있다니 신뢰지수는 더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랍에미리트(UAE)가 더 진전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UAE 내무부는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겨드랑이에서 샘플을 채취한 뒤 훈련을 받은 경찰 탐지견에게 판별을 시켰더니 정확도가 무려 92%로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신속진단키트보다 정확도가 훨씬 높습니다.

UAE 내무부는 이런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 행사장이나 공항 등에 탐지견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UAE 경찰이 훈련시킨 코로나19 탐지견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일반 독감 환자와 코로나19 감염자의 체취가 과연 다를까, 인간이 개가 아닌 이상 경험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 감염자의 체취를 화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차이점을 발견했다는 기사도 아직은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코로나19 탐지견이 현장에 투입되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에는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본인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탐지견이 돌아다니는 행사장 등에 가기가 꺼려질 테니까요.

탐지 역할도 중요하지만, 의심 증상이 있으면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말고 반드시 자가 격리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 그게 바로 탐지견을 투입하려는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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