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윤리센터’는 ‘고(故) 최숙현 비극’ 막았을까

입력 2020.07.10 (17:21) 수정 2020.07.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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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 "감독 말만 믿고, 숙현이한테 잔소리했는데..."

"숙현이에게는 지옥과 같은 세상이었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절대 보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10일)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은 고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영희 씨는 딸의 고통을 미처 몰랐다는 사실이 큰 후회로 남는다고 했습니다. 숙현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의 말만 믿고 타일러서 이겨내 보라고 잔소리한 것에 한이 맺힌다는 최 씨의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운동선수로 살아남기 위해 응당 이겨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감독과 코치도 부모의 마음으로 숙현이를 채찍질한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을 것이기에, 밝혀지는 진실 앞에 선 아버지의 심경은 감히 다 헤아리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강인했습니다. 최 씨는 "사과조차 없이 가혹 행위를 부인하는 가해자들은 엄중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가해자로 알려진 감독과 선배는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폭행 사실과 가혹 행위 사실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그런 적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는데요. 같은 날 오후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에서도 이들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증거에 대해 한결같이 부인했습니다.

최 씨는 폭행 혐의를 부인했다가 최근 혐의를 인정하고 최 선수 봉안당을 찾은 김도환 선수에 대해서는 "그나마 양심이 있다. 김 선수 어머니가 전화를 해 울면서 사죄한다고 용서를 구했다. 조사에 철저하게 임하고, 법적 처벌을 받고 난 뒤에 김 선수의 사과를 받겠다"고 강경하게 말했습니다. 이번만큼은 스포츠계의 뿌리 깊은 관행을 넘어, 철저한 조사와 가해자 처벌 제도를 만들어달라는 호소로 읽힙니다.

■여야 할 것 없이 '故최숙현법 만들자'

대통령까지 나서 재발 방지를 위한 쇄신책을 주문했고, 국회는 선수 보호 대책 마련에 칼을 뽑아들겠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7월 10일 현재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이른바 '고 최숙현 법' 발의안은 5건입니다. 최 선수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뒤 발의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여야 할 것 없이 가해자 엄벌에 초점을 맞추고 체계적인 선수 관리를 내용을 담아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엘리트와 남성 중심의 체육계 문화를 타파한다'(이병훈 의원 안), '가해자 조사 기간과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팀닥터라 불리는 선수관리담당자를 의무적으로 등록한다'(박정 의원 안) '징계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자료들까지 제출하도록 해 제대로 된 징계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임오경 의원 안) '체육인 징계관련 정보를 제출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박주민 의원 안)'는 내용들입니다. 최 선수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이용 의원도 발의안을 내고 빠른 시일 내에 논의를 마치고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 '제2 심석희 막자'했던 1년 전

여야 의원 한마음으로 체육계 카르텔을 뿌리 뽑자고 나선 것,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상습 폭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한 뒤 이른바 '제2의 심석희'를 막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던 게 지난 2019년 1월입니다.

올해 초 '운동선수 보호법'은 본회의에서 통과돼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운동선수 보호법'은 가해 체육지도자에 대한 자격 취소·정지 요건을 강화하는 것과 선수 보호 기구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외부인들이 참여하는 '스포츠윤리센터'를 출범시킨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스포츠공정위원회, 대한체육회 클린센터 등 체육계 자체의 '신고 창구' 역할을 해온 단체들이 오히려 사건을 축소했던 사실들이 드러나며 나온 대안이었습니다. 이 같은 독립법인의 필요성, 여야 의원 사이에 이견이 없었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최 선수 비극 막았을까

패스트트랙 등 지난했던 여야 대치 정국 속에 이 '운동선수보호법'은 통과까지 1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 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빠르게 통과돼 '스포츠윤리센터'가 좀 더 이른 시일에 출범했다면 달라졌을까요. 슬프게도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현행법은 이 센터의 기능을 '체육계 인권침해에 대한 신고 접수와 '조사'로 규정하고 있을 뿐, 조사 기간이나 피해자 보호조치에 대한 시행령이나 세부 규칙이 전혀 명시돼있지 않습니다. 센터 출범 업무를 맡은 문체부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강제로 피신고자의 출석을 요구할 수 없고, 자료 제출도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 조사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법적으로 강제 기능이 없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신고한 뒤 몇 달이 지나도록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도 여전히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겁니다.

또 피해자와 가해자의 물리적 공간을 즉시 분리한 뒤에 조사를 시작하는 등 피해자 보호 관점에서의 규칙들도 없다 보니, 신고자로서는 팀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센터에 신고한 뒤의 2차 가해를 스스로 우려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 감독, 코치가 아닌 이른바 '팀닥터'같은 관계자는 법적으로 어떤 근거도 없으므로 처벌 조치도 할 수 없습니다.

■ "센터 이름이 중요하지요"

법안 논의, 좀 더 세심하게 할 순 없었던 걸까요. 논의 과정을 들여다봤습니다. 지난 2019년 7월 19일 문체위 소위 회의록 중 일부입니다.


선수 보호기구 이름에 '인권'을 넣느냐 마느냐가, 이날 논의의 핵심이었습니다. 당시 소위원장인 박인숙 의원이 센터 이름이 중요하다며 "너무 인권, 인권센터 하니까 인권위원회하고도 중복되지 않느냐"고 했고 조경태 의원이 '스포츠 윤리센터'나 '윤리센터'로 하자, 당시 노태강 문체부 2차관이 '인권의 중요성을 나타냈으면 좋겠다'고 반대 의견을 내습니다.

우상호 의원이 '이름이 중요하지 않다'고 몇 차례 이야기하면서 의원들은 '스포츠윤리센터'로 최종 의결했습니다. 조경태 의원이 별도의 센터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에 있는 기관이나 시설을 잘 활용해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조훈현 의원이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 이야기를 듣고 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게, 이날 논의의 전부였습니다.

■체육계 악습 고리, 이래선 못 끊는다

그렇게 해서 확정된 '스포츠윤리센터'라는 이름의 기구는 현재 채용이 진행 중입니다. 총원은 25명, 인원도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그나마도 피해자를 조사하고 지원하는 등의 실무자는 이 중에 1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사권도, 조사 강제 권한도 없으니 지금으로서는 이 정도가 최선이라는 것일까요. 지난 7일 문체부 장관이 주재한 브리핑에서, 이 센터에 지원한 25명 법률 전문가는 단 1명만 신청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국내 체육계에 쓴소리를 이어온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스포츠윤리센터'도 결국 스포츠 악습 고리를 끊는 기구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 소장은 "문체부 산하 기관으로 뒀다는 것부터 아쉽다"면서 "센터 소장을 비상근으로 두기로 돼 있는데, 누군가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선수 인권 개선에 앞장서기보다는 부처별 이해갈등에 얽혀 결과적으로 사건을 축소해 정리하는 과거의 행태를 답습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문체부는 특별사법경찰제도를 도입하고 인력을 더 보강하겠다, 또 비상근으로 규정돼있는 센터장을 상근으로 바꿔 위상과 권한을 강화한 기구로 발족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상태입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을 해체하는 것이 숙현이가 바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최 선수 아버지가 기자회견 말미에 한 이야기, 향후 '최숙현 법'을 논의하게 될 의원들이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스포츠계가 발전하기 위한 제대로 된 보호망이 필요한 것이지, 부조리함을 견디며 버텨온 선수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선수들의 용기 있는 고백과 끔찍한 비극은, 성과 중심의 엘리트 체육주의로 육성된 우리 체육계에서 선수가 팀 내의 문제를 고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했습니다. 이번만큼은 최소한의 보호망이 마련될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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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윤리센터’는 ‘고(故) 최숙현 비극’ 막았을까
    • 입력 2020-07-10 17:21:37
    • 수정2020-07-10 17:22:44
    취재K
■父 "감독 말만 믿고, 숙현이한테 잔소리했는데..." "숙현이에게는 지옥과 같은 세상이었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절대 보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10일)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은 고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영희 씨는 딸의 고통을 미처 몰랐다는 사실이 큰 후회로 남는다고 했습니다. 숙현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의 말만 믿고 타일러서 이겨내 보라고 잔소리한 것에 한이 맺힌다는 최 씨의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운동선수로 살아남기 위해 응당 이겨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감독과 코치도 부모의 마음으로 숙현이를 채찍질한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을 것이기에, 밝혀지는 진실 앞에 선 아버지의 심경은 감히 다 헤아리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강인했습니다. 최 씨는 "사과조차 없이 가혹 행위를 부인하는 가해자들은 엄중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가해자로 알려진 감독과 선배는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폭행 사실과 가혹 행위 사실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그런 적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는데요. 같은 날 오후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에서도 이들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증거에 대해 한결같이 부인했습니다. 최 씨는 폭행 혐의를 부인했다가 최근 혐의를 인정하고 최 선수 봉안당을 찾은 김도환 선수에 대해서는 "그나마 양심이 있다. 김 선수 어머니가 전화를 해 울면서 사죄한다고 용서를 구했다. 조사에 철저하게 임하고, 법적 처벌을 받고 난 뒤에 김 선수의 사과를 받겠다"고 강경하게 말했습니다. 이번만큼은 스포츠계의 뿌리 깊은 관행을 넘어, 철저한 조사와 가해자 처벌 제도를 만들어달라는 호소로 읽힙니다. ■여야 할 것 없이 '故최숙현법 만들자' 대통령까지 나서 재발 방지를 위한 쇄신책을 주문했고, 국회는 선수 보호 대책 마련에 칼을 뽑아들겠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7월 10일 현재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이른바 '고 최숙현 법' 발의안은 5건입니다. 최 선수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뒤 발의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여야 할 것 없이 가해자 엄벌에 초점을 맞추고 체계적인 선수 관리를 내용을 담아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엘리트와 남성 중심의 체육계 문화를 타파한다'(이병훈 의원 안), '가해자 조사 기간과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팀닥터라 불리는 선수관리담당자를 의무적으로 등록한다'(박정 의원 안) '징계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자료들까지 제출하도록 해 제대로 된 징계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임오경 의원 안) '체육인 징계관련 정보를 제출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박주민 의원 안)'는 내용들입니다. 최 선수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이용 의원도 발의안을 내고 빠른 시일 내에 논의를 마치고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 '제2 심석희 막자'했던 1년 전 여야 의원 한마음으로 체육계 카르텔을 뿌리 뽑자고 나선 것,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상습 폭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한 뒤 이른바 '제2의 심석희'를 막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던 게 지난 2019년 1월입니다. 올해 초 '운동선수 보호법'은 본회의에서 통과돼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운동선수 보호법'은 가해 체육지도자에 대한 자격 취소·정지 요건을 강화하는 것과 선수 보호 기구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외부인들이 참여하는 '스포츠윤리센터'를 출범시킨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스포츠공정위원회, 대한체육회 클린센터 등 체육계 자체의 '신고 창구' 역할을 해온 단체들이 오히려 사건을 축소했던 사실들이 드러나며 나온 대안이었습니다. 이 같은 독립법인의 필요성, 여야 의원 사이에 이견이 없었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최 선수 비극 막았을까 패스트트랙 등 지난했던 여야 대치 정국 속에 이 '운동선수보호법'은 통과까지 1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 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빠르게 통과돼 '스포츠윤리센터'가 좀 더 이른 시일에 출범했다면 달라졌을까요. 슬프게도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현행법은 이 센터의 기능을 '체육계 인권침해에 대한 신고 접수와 '조사'로 규정하고 있을 뿐, 조사 기간이나 피해자 보호조치에 대한 시행령이나 세부 규칙이 전혀 명시돼있지 않습니다. 센터 출범 업무를 맡은 문체부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강제로 피신고자의 출석을 요구할 수 없고, 자료 제출도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 조사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법적으로 강제 기능이 없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신고한 뒤 몇 달이 지나도록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도 여전히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겁니다. 또 피해자와 가해자의 물리적 공간을 즉시 분리한 뒤에 조사를 시작하는 등 피해자 보호 관점에서의 규칙들도 없다 보니, 신고자로서는 팀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센터에 신고한 뒤의 2차 가해를 스스로 우려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 감독, 코치가 아닌 이른바 '팀닥터'같은 관계자는 법적으로 어떤 근거도 없으므로 처벌 조치도 할 수 없습니다. ■ "센터 이름이 중요하지요" 법안 논의, 좀 더 세심하게 할 순 없었던 걸까요. 논의 과정을 들여다봤습니다. 지난 2019년 7월 19일 문체위 소위 회의록 중 일부입니다. 선수 보호기구 이름에 '인권'을 넣느냐 마느냐가, 이날 논의의 핵심이었습니다. 당시 소위원장인 박인숙 의원이 센터 이름이 중요하다며 "너무 인권, 인권센터 하니까 인권위원회하고도 중복되지 않느냐"고 했고 조경태 의원이 '스포츠 윤리센터'나 '윤리센터'로 하자, 당시 노태강 문체부 2차관이 '인권의 중요성을 나타냈으면 좋겠다'고 반대 의견을 내습니다. 우상호 의원이 '이름이 중요하지 않다'고 몇 차례 이야기하면서 의원들은 '스포츠윤리센터'로 최종 의결했습니다. 조경태 의원이 별도의 센터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에 있는 기관이나 시설을 잘 활용해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조훈현 의원이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 이야기를 듣고 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게, 이날 논의의 전부였습니다. ■체육계 악습 고리, 이래선 못 끊는다 그렇게 해서 확정된 '스포츠윤리센터'라는 이름의 기구는 현재 채용이 진행 중입니다. 총원은 25명, 인원도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그나마도 피해자를 조사하고 지원하는 등의 실무자는 이 중에 1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사권도, 조사 강제 권한도 없으니 지금으로서는 이 정도가 최선이라는 것일까요. 지난 7일 문체부 장관이 주재한 브리핑에서, 이 센터에 지원한 25명 법률 전문가는 단 1명만 신청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국내 체육계에 쓴소리를 이어온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스포츠윤리센터'도 결국 스포츠 악습 고리를 끊는 기구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 소장은 "문체부 산하 기관으로 뒀다는 것부터 아쉽다"면서 "센터 소장을 비상근으로 두기로 돼 있는데, 누군가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선수 인권 개선에 앞장서기보다는 부처별 이해갈등에 얽혀 결과적으로 사건을 축소해 정리하는 과거의 행태를 답습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문체부는 특별사법경찰제도를 도입하고 인력을 더 보강하겠다, 또 비상근으로 규정돼있는 센터장을 상근으로 바꿔 위상과 권한을 강화한 기구로 발족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상태입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을 해체하는 것이 숙현이가 바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최 선수 아버지가 기자회견 말미에 한 이야기, 향후 '최숙현 법'을 논의하게 될 의원들이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스포츠계가 발전하기 위한 제대로 된 보호망이 필요한 것이지, 부조리함을 견디며 버텨온 선수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선수들의 용기 있는 고백과 끔찍한 비극은, 성과 중심의 엘리트 체육주의로 육성된 우리 체육계에서 선수가 팀 내의 문제를 고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했습니다. 이번만큼은 최소한의 보호망이 마련될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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