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8,720원 결정까지…노사, 누가 웃었나?

입력 2020.07.1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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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3일) 오후 3시부터 최저임금위원회는 11시간 넘게 밤샘 심의를 진행했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결국 8천72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올해 시급 8천590원보다 1.5% 오른 것으로, 인상률은 역대 최저입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2.7%,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에는 2.75% 인상됐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에 임금을 올려야 하는 노동자는 최소 93만 명에서 최대 408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결론적으로 경영계와 노동계는 모두 웃지 못했습니다. 논의를 통해 양측 요구안의 간극을 좁혀나가지 못했고, 결국 공익위원의 단일안을 두고 투표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은 모두 27명인데 투표에는 16명만이 참여했고, 찬성 9표 반대 7표로 단 2표 차였습니다. (공익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7명이 투표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애초 어제 회의부터 삭감안을 고수하는 경영계를 향한 항의의 뜻으로 근로자위원 4명 모두 불참했습니다.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참여 여부를 계속 논의했지만 결국 불참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공익위원의 찔끔 인상안을 놓고 한국노총 추천 5명도 표결 직전 퇴장했는데요. 사용자위원 2명도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퇴장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도 사회적 대화 기구이지만 올해도 노동계와 경영계의 줄다리기 끝에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의 결정으로 끝난 셈입니다.


■노사,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에서 얼마나 양보했나

노동계와 경영계는 지난 1일, 4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을 제시했습니다. 노동계는 올해 대비 16.4% 인상한 시급 1만 원을 제출했습니다. 경영계 측은 올해보다 2.1% 삭감한 8천410원을 냈습니다.

공익위원의 현실적인 수정안 요청에도 불구하고 노사는 지난 9일 열린 6차 전원회의가 되어서야 1차 수정안을 제시합니다. 노동계는 9천430원으로, 올해 대비 9.8% 인상한 수치로 최초안보다는 570원 삭감했습니다. 경영계는 8천5백 원으로 올해 대비 1% 삭감한 수정안을 내놨는데 최초안 대비 90원 인상한 수준이었습니다.

밤샘 협상을 각오했던 7차 전원회의에 근로자위원이 복귀하지 않자 공익위원은 다시 한 번 수정안을 제출해 달라고 호소문을 냅니다.

노사의 요청에 따라 어제(13일) 열린 8차 회의에서 공익위원은 심의촉진구간으로 8천620원(0.35%)에서 9천110원(6.1%)을 제시합니다. 노사는 2차 수정안으로 각각 공익위원의 심의촉진구간 하한선과 상한선인 8천620원과 9천110원을 냈습니다.

날을 넘겨 제출한 노사 3차 수정안으로 근로자 측은 그대로 9천110원을 고수했고 사용자 측은 8천653원으로 2차 수정안보다 15원 올렸습니다.

결국, 공익위원은 회의 끝에 8,720원을 단일안으로 제시합니다. 올해(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 0.1%에, 20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 0.4%,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 1.0%를 반영해 올해보다 1.5% 인상한 수치라는 설명입니다. 노동계의 3차 수정안보다 390원 낮고, 경영계의 3차 수정안보다는 115원 많은 수준입니다.

■"아쉬움" 대 "참담"...최저임금위 제도 개혁 목소리는 같아

양대노총과 경영계 소속 단체들은 최저임금 결정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경영계는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극심한 경제난과 최근 3년간 32.8%에 달하는 급격한 인상률을 감안할 때, 1.5%의 추가적인 인상도 부담이라는 겁니다. 동결이 아닌 인상안은 소상공인을 비롯한 자영업자 등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청년층, 임시·일용직 근로자 등의 취업난과 고용불안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고용유지지원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을 주문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업종별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은 죽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사용자위원이 아닌,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의 단일안 수치가 8천720원에 그친 것을 지적했습니다. 한국노총은 "어떠한 경제상황 속에서도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가장 적은 임금을 받으며 땀 흘려 일한 노동의 가치에 대해 공익위원들은 1.5%라고 적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노총은 1.5% 인상의 근거가 자의적인 해석이라며 비혼 단신 기준(비혼 단신 근로자 월평균 실태생계비 175만 2천898원)으로도 여전히 40만 원 정도 부족한 수준(내년도 최저임금 월 환산 157만 3천770원)이며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금액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등이 모인 최저임금연대는 "사용자위원은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의 위기 원인인 대기업과 재벌의 갑질과 횡포, 불공정한 거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하지 않으면서, 매번 저임금노동자의 임금만을 삭감하려는 저들의 행태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만 강한 전형적인 갑질과 횡포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저임금연대는 또, 정부에 대해서도 "노동존중사회와 소득주도성장을 외치며, 최저임금 1만 원을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지난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차이가 없다"며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노사가 입을 모은 한 가지는 "최저임금위원회 제도 개혁"입니다.

경총은 최저임금위원회 의사 결정 구조를 "소모적 논쟁과 극심한 노사갈등을 촉발하는 후진적이고 구태의연한 체계"라고 진단하며 "공정성과 객관성에 입각해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 수치를 정부와 공익위원이 책임지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양대노총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노총은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의 경제위기 논리와 최저임금삭감과 동결안 제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리그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며 "최저임금 노동자위원 사퇴 등 모든 것을 내려놓는 방안을 포함해 최저임금 제도개혁투쟁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한국노총 역시 "최악의 길로 빠진 최저임금위원회 시스템에 대해 한국노총은 구성과 운영, 그리고 존재 여부까지 원점부터 다시 고민할 것"이라며 "공익위원들의 거취에 대한 판단 여부는 그들의 마지막 양심에 맡긴다"고 압박했습니다.

노사 양측의 이의가 없으면 최저임금위원회 의결안은 의견 청취 기간 등을 거쳐 고용노동부장관이 다음 달 5일 고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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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도 최저임금 8,720원 결정까지…노사, 누가 웃었나?
    • 입력 2020-07-14 17:08:04
    취재K
어제(13일) 오후 3시부터 최저임금위원회는 11시간 넘게 밤샘 심의를 진행했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결국 8천72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올해 시급 8천590원보다 1.5% 오른 것으로, 인상률은 역대 최저입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2.7%,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에는 2.75% 인상됐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에 임금을 올려야 하는 노동자는 최소 93만 명에서 최대 408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결론적으로 경영계와 노동계는 모두 웃지 못했습니다. 논의를 통해 양측 요구안의 간극을 좁혀나가지 못했고, 결국 공익위원의 단일안을 두고 투표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은 모두 27명인데 투표에는 16명만이 참여했고, 찬성 9표 반대 7표로 단 2표 차였습니다. (공익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7명이 투표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애초 어제 회의부터 삭감안을 고수하는 경영계를 향한 항의의 뜻으로 근로자위원 4명 모두 불참했습니다.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참여 여부를 계속 논의했지만 결국 불참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공익위원의 찔끔 인상안을 놓고 한국노총 추천 5명도 표결 직전 퇴장했는데요. 사용자위원 2명도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퇴장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도 사회적 대화 기구이지만 올해도 노동계와 경영계의 줄다리기 끝에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의 결정으로 끝난 셈입니다.


■노사,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에서 얼마나 양보했나

노동계와 경영계는 지난 1일, 4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을 제시했습니다. 노동계는 올해 대비 16.4% 인상한 시급 1만 원을 제출했습니다. 경영계 측은 올해보다 2.1% 삭감한 8천410원을 냈습니다.

공익위원의 현실적인 수정안 요청에도 불구하고 노사는 지난 9일 열린 6차 전원회의가 되어서야 1차 수정안을 제시합니다. 노동계는 9천430원으로, 올해 대비 9.8% 인상한 수치로 최초안보다는 570원 삭감했습니다. 경영계는 8천5백 원으로 올해 대비 1% 삭감한 수정안을 내놨는데 최초안 대비 90원 인상한 수준이었습니다.

밤샘 협상을 각오했던 7차 전원회의에 근로자위원이 복귀하지 않자 공익위원은 다시 한 번 수정안을 제출해 달라고 호소문을 냅니다.

노사의 요청에 따라 어제(13일) 열린 8차 회의에서 공익위원은 심의촉진구간으로 8천620원(0.35%)에서 9천110원(6.1%)을 제시합니다. 노사는 2차 수정안으로 각각 공익위원의 심의촉진구간 하한선과 상한선인 8천620원과 9천110원을 냈습니다.

날을 넘겨 제출한 노사 3차 수정안으로 근로자 측은 그대로 9천110원을 고수했고 사용자 측은 8천653원으로 2차 수정안보다 15원 올렸습니다.

결국, 공익위원은 회의 끝에 8,720원을 단일안으로 제시합니다. 올해(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 0.1%에, 20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 0.4%,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 1.0%를 반영해 올해보다 1.5% 인상한 수치라는 설명입니다. 노동계의 3차 수정안보다 390원 낮고, 경영계의 3차 수정안보다는 115원 많은 수준입니다.

■"아쉬움" 대 "참담"...최저임금위 제도 개혁 목소리는 같아

양대노총과 경영계 소속 단체들은 최저임금 결정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경영계는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극심한 경제난과 최근 3년간 32.8%에 달하는 급격한 인상률을 감안할 때, 1.5%의 추가적인 인상도 부담이라는 겁니다. 동결이 아닌 인상안은 소상공인을 비롯한 자영업자 등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청년층, 임시·일용직 근로자 등의 취업난과 고용불안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고용유지지원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을 주문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업종별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은 죽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사용자위원이 아닌,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의 단일안 수치가 8천720원에 그친 것을 지적했습니다. 한국노총은 "어떠한 경제상황 속에서도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가장 적은 임금을 받으며 땀 흘려 일한 노동의 가치에 대해 공익위원들은 1.5%라고 적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노총은 1.5% 인상의 근거가 자의적인 해석이라며 비혼 단신 기준(비혼 단신 근로자 월평균 실태생계비 175만 2천898원)으로도 여전히 40만 원 정도 부족한 수준(내년도 최저임금 월 환산 157만 3천770원)이며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금액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등이 모인 최저임금연대는 "사용자위원은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의 위기 원인인 대기업과 재벌의 갑질과 횡포, 불공정한 거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하지 않으면서, 매번 저임금노동자의 임금만을 삭감하려는 저들의 행태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만 강한 전형적인 갑질과 횡포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저임금연대는 또, 정부에 대해서도 "노동존중사회와 소득주도성장을 외치며, 최저임금 1만 원을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지난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차이가 없다"며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노사가 입을 모은 한 가지는 "최저임금위원회 제도 개혁"입니다.

경총은 최저임금위원회 의사 결정 구조를 "소모적 논쟁과 극심한 노사갈등을 촉발하는 후진적이고 구태의연한 체계"라고 진단하며 "공정성과 객관성에 입각해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 수치를 정부와 공익위원이 책임지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양대노총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노총은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의 경제위기 논리와 최저임금삭감과 동결안 제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리그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며 "최저임금 노동자위원 사퇴 등 모든 것을 내려놓는 방안을 포함해 최저임금 제도개혁투쟁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한국노총 역시 "최악의 길로 빠진 최저임금위원회 시스템에 대해 한국노총은 구성과 운영, 그리고 존재 여부까지 원점부터 다시 고민할 것"이라며 "공익위원들의 거취에 대한 판단 여부는 그들의 마지막 양심에 맡긴다"고 압박했습니다.

노사 양측의 이의가 없으면 최저임금위원회 의결안은 의견 청취 기간 등을 거쳐 고용노동부장관이 다음 달 5일 고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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