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버텼더니 정리해고?”…거리로 나온 호텔리어들

입력 2020.07.14 (21:37) 수정 2020.07.1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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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이 숙박과 여행 업계죠.

이미 경영난이 심화된데다 정부지원기간이 끝나는 9월 쯤부턴 대규모 실업 사태도 우려되는데요,

해법은 없는지 오늘(14일)과 내일(15일) 이어서 짚어보겠습니다.

오늘(14일)은 먼저 직원들이 거리로 나온 서울시내 한 오성급호텔 상황을 허효진 기자가 점검해봤습니다.

[리포트]

10년 넘게 몸담은 일터, 호텔은 코로나19로 급속히 얼어붙었습니다.

연차 소진하고 무급 휴직까지 쓴 뒤에야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A 씨/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 직원/음성변조 : "기본 고정 지출도 있을 뿐더러 애들 있으면 학원비, 그리고 기타 여비 같은 게 기본적으로 나가야 하는데 빚으로 살 수밖에 없는 거죠."]

평소 월급의 70%를 받으며 버틴 게 벌써 넉 달... 호텔은 갑자기 90명 인력감축안을 내밀었습니다.

호텔 식당 3곳의 문을 닫고 편의 시설을 절반으로 줄이면 그만큼 인력이 남는다는 겁니다.

총지배인이 평소 강조한 '원팀'이라는 말만 믿었는데...

이젠 내가 내쳐질까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A 씨/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 직원/음성변조 : "꿈을 위해 이때까지 갈고 닦았던 모든 나의 노력과 모든 기술 같은 것들이 허무하게 다 날아갈 수 있는 판국이 되다 보니까 거기서 더 많은 좌절감과 불안감이..."]

힐튼호텔이 지난 3월 말부터 이달까지 정부에서 받은 고용유지지원금은 10억 원 이상.

일자리 지키라는 정부지원금을 받으면서 한쪽에선 해고를 계획했다며 직원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최대근/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 노조위원장 : "노동조합도 같이 노력하겠다고 여러가지 제안과 임금동결까지 제시했습니다. 회사는 오로지 정리해고와 그것을 숫자화시킨."]

호텔 측은 인력감축안이 경영악화로 인한 비용 절감 방안 중 하나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근로기준법상 해고 근거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 그만큼 경영난이 심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노조가 전문가에게 의뢰해 호텔 운영사의 최근 5년간 경영 실적을 분석해보니, 이미 적자가 이어졌지만, 당장 도산 가능성은 적고, 각종 수수료나 이자 등 비용 감축을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고용유지지원금은 6개월까지 받을 수 있는데도 호텔측이 4개월만 받고 인력 감축에 나섰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고용유지지원금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 구조조정을 (제안)하는 것은 코로나19 시기에 최소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조차도 하지 않는..."]

문제는 고용유지지원금 적용 기간 6개월이 끝나기 시작하는 9월입니다.

숙박. 여행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실업 사태가 예상되지만, 기간을 더 늘리려면 법을 또 고쳐야 합니다.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안입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촬영기자:문아미 송상엽 조은경/영상편집: 권형욱/그래픽: 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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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우 버텼더니 정리해고?”…거리로 나온 호텔리어들
    • 입력 2020-07-14 21:38:50
    • 수정2020-07-14 22:08:55
    뉴스 9
[앵커]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이 숙박과 여행 업계죠.

이미 경영난이 심화된데다 정부지원기간이 끝나는 9월 쯤부턴 대규모 실업 사태도 우려되는데요,

해법은 없는지 오늘(14일)과 내일(15일) 이어서 짚어보겠습니다.

오늘(14일)은 먼저 직원들이 거리로 나온 서울시내 한 오성급호텔 상황을 허효진 기자가 점검해봤습니다.

[리포트]

10년 넘게 몸담은 일터, 호텔은 코로나19로 급속히 얼어붙었습니다.

연차 소진하고 무급 휴직까지 쓴 뒤에야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A 씨/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 직원/음성변조 : "기본 고정 지출도 있을 뿐더러 애들 있으면 학원비, 그리고 기타 여비 같은 게 기본적으로 나가야 하는데 빚으로 살 수밖에 없는 거죠."]

평소 월급의 70%를 받으며 버틴 게 벌써 넉 달... 호텔은 갑자기 90명 인력감축안을 내밀었습니다.

호텔 식당 3곳의 문을 닫고 편의 시설을 절반으로 줄이면 그만큼 인력이 남는다는 겁니다.

총지배인이 평소 강조한 '원팀'이라는 말만 믿었는데...

이젠 내가 내쳐질까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A 씨/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 직원/음성변조 : "꿈을 위해 이때까지 갈고 닦았던 모든 나의 노력과 모든 기술 같은 것들이 허무하게 다 날아갈 수 있는 판국이 되다 보니까 거기서 더 많은 좌절감과 불안감이..."]

힐튼호텔이 지난 3월 말부터 이달까지 정부에서 받은 고용유지지원금은 10억 원 이상.

일자리 지키라는 정부지원금을 받으면서 한쪽에선 해고를 계획했다며 직원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최대근/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 노조위원장 : "노동조합도 같이 노력하겠다고 여러가지 제안과 임금동결까지 제시했습니다. 회사는 오로지 정리해고와 그것을 숫자화시킨."]

호텔 측은 인력감축안이 경영악화로 인한 비용 절감 방안 중 하나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근로기준법상 해고 근거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 그만큼 경영난이 심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노조가 전문가에게 의뢰해 호텔 운영사의 최근 5년간 경영 실적을 분석해보니, 이미 적자가 이어졌지만, 당장 도산 가능성은 적고, 각종 수수료나 이자 등 비용 감축을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고용유지지원금은 6개월까지 받을 수 있는데도 호텔측이 4개월만 받고 인력 감축에 나섰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고용유지지원금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 구조조정을 (제안)하는 것은 코로나19 시기에 최소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조차도 하지 않는..."]

문제는 고용유지지원금 적용 기간 6개월이 끝나기 시작하는 9월입니다.

숙박. 여행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실업 사태가 예상되지만, 기간을 더 늘리려면 법을 또 고쳐야 합니다.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안입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촬영기자:문아미 송상엽 조은경/영상편집: 권형욱/그래픽: 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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