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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리 아이 학원 차도?”…학원버스도 등유 넣다가 적발
입력 2020.07.15 (15:48) 수정 2020.07.15 (16:10) 취재K
“혹시 우리 아이 학원 차도?”…학원버스도 등유 넣다가 적발
갓길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노란 버스들, 학원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이 노란 버스들은 바로 학원에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가는 학원버스인데요. 차량 겉면에 학원 이름을 크게 붙이고 다니는 만큼, 학부모들은 학원버스를 믿고 아이들을 태웁니다. 그런데 그 버스가 바로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였다면 어떨까요.

이동식 주유 차량 기사가 학원 버스에 불법으로 등유를 넣고 있다.이동식 주유 차량 기사가 학원 버스에 불법으로 등유를 넣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의 A 학원버스, 불법 주유 적발...A 학원, "차량, 개인 소유"

이달 6일,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단지 옆 도로에서 학원버스 한 대와 이동식 주유 차 한 대가 한국석유관리원 단속반에 적발됐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불법 주유'. 경유차인 학원버스에 등유를 불법으로 넣다가 현장에서 걸린 겁니다. 근처 학원가와는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발색제를 넣자 투명하던 기름이 보라색으로 변한 모습.발색제를 넣자 투명하던 기름이 보라색으로 변한 모습.

현장에서 간이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이동식 주유 차량에 들어있던 기름과 학원버스에 들어있던 기름 일부를 채취해 발색제를 넣어보니, 투명하던 기름이 보라색으로 변했습니다. 등유에만 들어있는 법정식별제와 반응해 색깔이 변한 겁니다.

이동식 주유 차량 기사인 50대 남성 A 씨는 현장에서 순순히 불법 주유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A 씨는 "우리는 진짜 처음이다. 거래한 지 몇 개월 안 됐다"며 "보통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 번씩 이렇게 주유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날 다른 학원버스 한 대가 더 올 예정이었느냐는 단속반원의 질문에 "아시고 말씀하시니까 제가 거짓말할 수는 없다"며 "대신 누구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실토했습니다. 또 "먼저 등유를 넣어달라며 연락을 취해오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것까지 내가 어떻게 다 막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 다음 날, 학원 측에 전화로 적발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학원 측은 "들은 바 없다"며 전화로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혹시 해당 차량이 학원 소유인지 묻는 말에 "(학원에는) 학원 소유 버스도 있고, 개인 소유 버스도 있다"며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아마 개인 소유 차량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학원 관계자는 "개인 소유 차량은 우리가 일정 비용을 내고 버스 운행 대행 서비스를 맡기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그럼에도 학원에 일부 책임이 있는 건 당연하다.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석유관리원 연구원이 정밀 성분 분석을 위해 기름을 옮겨 담는 모습.한국석유관리원 연구원이 정밀 성분 분석을 위해 기름을 옮겨 담는 모습.

'불법 주유', 화재·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처벌은 약해

등유는 보통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기름입니다. 이런 등유를 차량용 연료로 사용하면 자동차 엔진의 주요 부품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등유차 주유가 금지되는 이유입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등유 자체는 윤활성이라는 게 없다"며 "(등유의) 윤활성이 경유보다 매우 안 좋으므로 자동차의 주요 부품을 훼손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부품이 손상된다는 건 연료 분사가 원활하지 않게 돼 불완전 연소가 일어난다는 뜻"이라며 "결국에는 차량 출력이 감소하게 되고, 연비가 안 좋아지고 또 미세먼지 같은 환경에 해로운 물질이 많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심할 때는 주행 중에 차량이 정지해 더 큰 사고로 이어지거나 엔진에서 불이 날 수도 있습니다.

안전과 직접 관련 있는 문제지만, 처벌은 약합니다. 등유를 넣은 주유 업자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과 함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립니다. 그런데 정작 사용자는 형사처분을 받지 않습니다. 그동안 사용한 기름의 양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는데, 최대 2천만 원의 과태료만 부과됩니다.

경유차에 등유를 넣는 이유는 뭘까요. 경유보다 등유가 값이 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원버스에 탄 아이들의 생명은 값을 매길 수 없습니다. '돈을 조금 더 아끼기 위해', '아직 사고가 안 났으니까'란 안일한 생각이 아이들을 위험에 내몰 수 있습니다.
  • “혹시 우리 아이 학원 차도?”…학원버스도 등유 넣다가 적발
    • 입력 2020.07.15 (15:48)
    • 수정 2020.07.15 (16:10)
    취재K
“혹시 우리 아이 학원 차도?”…학원버스도 등유 넣다가 적발
갓길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노란 버스들, 학원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이 노란 버스들은 바로 학원에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가는 학원버스인데요. 차량 겉면에 학원 이름을 크게 붙이고 다니는 만큼, 학부모들은 학원버스를 믿고 아이들을 태웁니다. 그런데 그 버스가 바로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였다면 어떨까요.

이동식 주유 차량 기사가 학원 버스에 불법으로 등유를 넣고 있다.이동식 주유 차량 기사가 학원 버스에 불법으로 등유를 넣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의 A 학원버스, 불법 주유 적발...A 학원, "차량, 개인 소유"

이달 6일,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단지 옆 도로에서 학원버스 한 대와 이동식 주유 차 한 대가 한국석유관리원 단속반에 적발됐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불법 주유'. 경유차인 학원버스에 등유를 불법으로 넣다가 현장에서 걸린 겁니다. 근처 학원가와는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발색제를 넣자 투명하던 기름이 보라색으로 변한 모습.발색제를 넣자 투명하던 기름이 보라색으로 변한 모습.

현장에서 간이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이동식 주유 차량에 들어있던 기름과 학원버스에 들어있던 기름 일부를 채취해 발색제를 넣어보니, 투명하던 기름이 보라색으로 변했습니다. 등유에만 들어있는 법정식별제와 반응해 색깔이 변한 겁니다.

이동식 주유 차량 기사인 50대 남성 A 씨는 현장에서 순순히 불법 주유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A 씨는 "우리는 진짜 처음이다. 거래한 지 몇 개월 안 됐다"며 "보통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 번씩 이렇게 주유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날 다른 학원버스 한 대가 더 올 예정이었느냐는 단속반원의 질문에 "아시고 말씀하시니까 제가 거짓말할 수는 없다"며 "대신 누구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실토했습니다. 또 "먼저 등유를 넣어달라며 연락을 취해오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것까지 내가 어떻게 다 막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 다음 날, 학원 측에 전화로 적발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학원 측은 "들은 바 없다"며 전화로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혹시 해당 차량이 학원 소유인지 묻는 말에 "(학원에는) 학원 소유 버스도 있고, 개인 소유 버스도 있다"며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아마 개인 소유 차량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학원 관계자는 "개인 소유 차량은 우리가 일정 비용을 내고 버스 운행 대행 서비스를 맡기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그럼에도 학원에 일부 책임이 있는 건 당연하다.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석유관리원 연구원이 정밀 성분 분석을 위해 기름을 옮겨 담는 모습.한국석유관리원 연구원이 정밀 성분 분석을 위해 기름을 옮겨 담는 모습.

'불법 주유', 화재·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처벌은 약해

등유는 보통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기름입니다. 이런 등유를 차량용 연료로 사용하면 자동차 엔진의 주요 부품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등유차 주유가 금지되는 이유입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등유 자체는 윤활성이라는 게 없다"며 "(등유의) 윤활성이 경유보다 매우 안 좋으므로 자동차의 주요 부품을 훼손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부품이 손상된다는 건 연료 분사가 원활하지 않게 돼 불완전 연소가 일어난다는 뜻"이라며 "결국에는 차량 출력이 감소하게 되고, 연비가 안 좋아지고 또 미세먼지 같은 환경에 해로운 물질이 많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심할 때는 주행 중에 차량이 정지해 더 큰 사고로 이어지거나 엔진에서 불이 날 수도 있습니다.

안전과 직접 관련 있는 문제지만, 처벌은 약합니다. 등유를 넣은 주유 업자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과 함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립니다. 그런데 정작 사용자는 형사처분을 받지 않습니다. 그동안 사용한 기름의 양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는데, 최대 2천만 원의 과태료만 부과됩니다.

경유차에 등유를 넣는 이유는 뭘까요. 경유보다 등유가 값이 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원버스에 탄 아이들의 생명은 값을 매길 수 없습니다. '돈을 조금 더 아끼기 위해', '아직 사고가 안 났으니까'란 안일한 생각이 아이들을 위험에 내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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