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100일’…포스트 코로나 교육, 장관이 묻고 학생이 답하다

입력 2020.07.16 (07:01) 수정 2020.07.1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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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 100일 즈음에"

지난 4월 9일, 고3과 중3부터 이름도 낯선 '온라인 개학'을 했습니다. 17일이면 100일이 되는데요. 보통 한 해가 저물 때 쓰는 말이지만, 지난 100일은 참 '다사다난'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온라인 개학부터 설익은 준비로 시작된 원격수업에서의 각종 혼란들.

등교 수업 시작일을 정했다가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미루고 미루다 겨우 등교 수업을 시작했는데, 이따금 교문 안팎에서 들려오는 학생이나 교직원 확진 소식에 문을 연 학교는 다시 문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고, 등교 수업은 하는 날과 안 하는 날까지 구분해서 수업을 듣다가, 모자란 부분을 학습하려 학원에 가는데 QR코드를 찍고 학원 수업을 듣는 진풍경까지….

여기에, 원격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하면서 학생들은 '과연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교사들도 '학생들이 잘 따라와 주는 걸까, 나는 수업 준비가 잘 된 걸까' 걱정과 고민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너무 긍정적인 말씀만 하시지 말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오후 부산 해운대에 있는 국제외국어고등학교를 찾았습니다.

부산 국제외고는 지난해에 외고에서 일반고 전환을 자발적으로 결정한 학교로, 내년엔 전환이 완료되면서 교명도 부산센텀여자고등학교로 바뀔 예정입니다.

저도 그 자리에 동행했는데요. 코로나19 감염 여파를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유 부총리의 모두발언 외에는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대부분의 일정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교육'은 '경제' 분야만큼이나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작은 발언 하나로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겠죠. 하지만 이번에 유 부총리의 부산 국제외고 방문을 동행한 이유는 전체 공개였습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확대되면서 그동안은 어땠는지,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불리는 앞으로 미래 교육은 어떻게 방향을 잡으면 좋을지에 관해 이야기를 듣기 위한 자리였는데요.

물론 교육부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학생과 일선 교사 그리고 학부모까지 모인 자리였지만, 소위 '높으신 분들'이 오는 자리에 참석한 분들이 자화자찬 일색의 발언만 하지 않을까 반신반의하며 동행 취재해봤습니다. 실제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부분에 대해 간담회에서도 각계의 발언이 나왔지만, 유 부총리는 그런 것만을 원하지는 않더군요.

"너무 긍정적인 말씀만 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제가 궁금한 건 학생들 간에 수업을 따라오는 격차나 수업 과정에서 현실적 문제 생기지 않나 싶은데, 그런 부분에 대한 얘기를 해보죠"

"방해해서 미안해요, 와 이렇게 수업하는군요!"



유 부총리가 처음 찾은 곳은 '별별공간'으로 이름 붙여진 학교 2층의 한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학생들은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 패드를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요.

이 수업은 독일어 수업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화면 속에 있었고요. 이 학교에 독일어 교사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이 학교는 원격수업을 좀 더 발전시켜서 독일문화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수업을 진행했는데요.

독일문화원 소속의 독일 원어민을 화상으로 연결해서 교사와 학생은 오프라인 공간인 이 특별교실에서, 원어민 강사는 온라인 공간에서 3자 소통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로 독일어 공부를 했다고 학생들에게 소개한 유 부총리도 이 수업을 유심히 눈여겨봤고요.

또 다른 공간에서는 과학 수업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 수업은 아예 두 교실로 나눠서 서로 화상을 연결해 수업이 진행됐는데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학생들을 두 반으로 나눈 뒤 한 반에서는 교사가 직접 수업을 하고, 다른 교실은 화상을 통해 실시간 중계하는 방식인 이른바 '미러링 수업'을 실제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코로나19 예방 효과뿐만 아니라 다른 공간에 있는 학생들은 친구의 발표를 들으면서 3D프린트기 등을 활용해서 직접 설계한 것을 손으로 구현해서 만드는 실습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공개 수업을 둘러봤으니, 간담회 장소에서 본격적으로 대화가 진행될까 생각했는데 사회자가 간담회 시작에 앞서 화면을 잠깐 보자고 합니다.


학생들이 부산에 있는 국립수산과학관에서 과학 관련 특별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요. 부산 국제외고는 부산에 있는 대학이나 전문기관과 연계한 수업을 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 확장해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수업 역시 원격 수업과 강의실 수업을 병행했는데, 이 모습을 간담회 장소에서 바로 보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유 부총리가 예정에 없던 마이크를 잡고 학생들과 소통하며 인사하는 모습을 제가 촬영한 동영상인데요. 이렇게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 당국이 제시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진행할 수 있는 원격 수업과 교실 수업의 장점을 합해서, 한 단계 더 진보된 형식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렇게 잘했을까. 어떻게 이렇게 발전시켰을까 하는 궁금한데요.

"초기엔 정말 큰 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뜻밖의 선물도 준 것 같네요."

원격수업 업무 담당자인 부산 국제외고 노광봉 교사는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3월 초에 교육청으로부터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으니 준비하라'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처음 업무 담당을 맡았는데 굉장히 낯설었습니다.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아무리 혼자 고민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젊은 교사는 교사대로, 교직 경험이 많은 교사는 교사대로 서로의 장점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전자의 경우는 IT 관련 활용 능력을 가르쳐주고, 후자의 교사들은 수업자료 공유 노하우 등을 가르쳐주니 조금씩 열쇠로 문을 열 방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원격수업 초기엔 너무 힘들었습니다. 한 교사는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내가 평생 만든 프리젠테이션(PPT)자료 보다 원격수업 기간에 만든 자료가 훨씬 많다.' 저희는 EBS 수업 영상은 전혀 활용하지 않을 정도로 과제와 쌍방향 수업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원격 수업을 통해 가장 긍정적으로 바뀐 변화는 학교 현장에서 '협업' 문화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함께 뭉치고 공유하다 보니 좋은 기법과 아이디어가 생산되는 걸 체득할 수 있었죠."

하지만 어떻게 좋을 수만 있을까요. 자리에 참석한 학부모 김성희 씨는 이런 걱정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 반강제적으로 원격 수업을 받는 상황에 부닥쳤고, 공부할 거리를 스스로 찾아서 하는 아이는 몇 명 안될 수 있는데 부모님들은 '방치되는 아이들이 생겨서 학력 격차가 있으면 어쩌나' 염려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국제외고 구나나 교사는 이런 말을 보탰습니다.

"수준별로 여러 단계로 학습 자료를 쪼개서 탑재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준에 맞춰서 선택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한 예로 학업 역량이 우수한 학생은 동영상 수업 자료를 1.5배속으로 빨리 듣고 실시간으로 심화 학습을 했고, 반대로 능력이 약간 부진한 학생은 자기에게 맞는 기본 개념 원리 중심의 수업 자료를 반복해서 보면서 복습하고 어려움이 생기면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교사에 질문하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어요."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대면 수업을 하면서 50분 동안 각기 다른 학생들의 수준을 만족하게 하는 수업을 하는 게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부분은 오프라인에서 소화하기 힘든 부분을 원격 수업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네요. 온라인이라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기 때문이지요.

부산 국제외고 김이경 교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암흑 같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기는 기회이고 그 안에서 우리 교사와 학생들은 늘 길을 찾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사실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했으리라고 생각이 들지 않고요, 코로나19의 뜻밖의 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교육은 어떻게? 이렇게 이어갈 것인가?

자리에 참석한 국제외고 1학년 조이레 학생은 이런 바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격수업 활용에 필수적인 인터넷이란 것은 '정보의 바다'인데 인터넷을 통해 조사해야 하는 과제 할 때 이 정보의 바다에서 잘못된 정보 찾는 점도 많습니다.
또,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찾지 못해서 과제 하는 시간 소비가 너무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이론이 아닌 실습 교육이 있다면, 온라인 클래스가 좀 더 효율적일 거라 생각합니다."

2학년 언니인 김도현 학생은 선배답게 좀 더 깊은 의견을 보탰습니다.

"지금이 '융합의 시대'라고 불립니다. 예를 들면 집과 학교 간의 연결뿐 아니라 교실과 교실 사이의 연결망을 구축해서 다양한 교과목을 융합해 학습하는 방향으로, 코로나19 이후 시대에서 학습하게 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도현 학생의 의견이 실행되려면, 부산 국제외고처럼 여건이 비교적 좋은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일선 학교에 기본적인 기자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교사들이 가진 재능을 서로 도와가며 발휘하더라도 기본적인 인프라가 뒤따라주지 않으면 효과를 거둘 수 없겠죠.

유은혜 부총리는 "선생님들이 온·오프라인 학습을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교수학습 방법으로 현장서 다양하게 창의적 발전 모델 만드는 것 같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학생들에게 배움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코로나 이후의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서는 미래 교육으로 교육 대전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교사들이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교사들 간에도 배움 공동체가 형성되고, 그것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맞춤식의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오히려 과거 오프라인 대면 방식에 소홀할 수 있던 한계를 극복할 방법까지 전환할 수 있다면 (코로나19 상황은) 우리에게 위기가 기회가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는 말을 참석자들에게 전했습니다.

교육부 원격교육 자문단이자 4차 산업혁명위원회 에듀테크 TF위원인 김현진 한국교원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교육 준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을 KBS에 말해줬습니다.

김 교수는 "지난 원격 수업의 문제는 온라인개학 준비를 불과 10일 남기고 하다 보니 인프라나 접근성 쪽으로 초점 맞췄고, 제도적 부분을 소홀히 한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원격수업이 장기화했을 때 기준안을 정확하게 주지 못한 부분이 '평가' 부문입니다. 물론 최근 혼합(블렌디드) 형태로 학교에 하루나 이틀 와서 평가하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다른 방식의 평가 기준을 제시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수업의 질 문제입니다. 원격수업이 계속된다고 전제했을 때 학교의 역할과 돌봄의 역할이 아무래도 연계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엔 학교 가면 돌봄까지 해주는데 지금은 집에서 원격수업을 하기에 이런 부분을 제도적으로 받쳐주지 않으면 교육격차는 당연히 발생합니다. 특히 맞벌이나 조손가정이 그렇고요. 교육부의 기기지원만이 아니라 아이가 어떻게 수업을 받아야 하는지, 또 지원해줘야 하는지 학부모들이 잘 모릅니다.

세 번째로 학생들의 디지털 윤리적인 부분도 우려해야 합니다. 물론 시행 초기에 비윤리성이 드러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새로운 툴이나 제도가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틈새를 보이면서 비정상화되는 건 초반에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것을 빨리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역시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일부 언급했지만, 원격수업이 계속 진행되면 콘텐츠 부재 문제가 제일 큽니다. 지금은 EBS에서 라이브로 콘텐츠를 하나씩 올리고 나머지는 교사가 자체 제작하고 그러는데, 원격수업이 계속되다 보면 학생을 일일이 교사가 돌아볼 수 없으니 아이들이 어려워하거나 다 알아서 하는지, 혹은 지루해하는지 교사는 잘 모릅니다.

그러므로 맞춤형 콘텐츠까지는 못 가더라도, 기존의 EBS나 E학습터, 교사제작 콘텐츠 외에 민간 쪽에서까지 학습 콘텐츠가 들어와 준다면 좀 더 다양화하지 않을까, 결국 콘텐츠가 수업의 질이니까요."

서두에 언급했지만, 매우 오랜 기간이었던 것 같은데 온라인 개학이 불과 100일 정도밖에 되지 않네요. 그만큼 우리 안에서 혼란과 변화가 응축적으로 많았던 때인 것 같습니다.

7월도 중순이 지났습니다. 하반기에 코로나19 재유행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또 한 차례 미뤄진 12월 수능도 다가옵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전반전이 끝나갑니다.

남은 후반전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쉽게 예상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의 공통 바람은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서도 교육이 단절되면 안 된다는 것.

코로나보다 더 중요한 '포스트'코로나 교육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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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listIssue.html?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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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개학 100일’…포스트 코로나 교육, 장관이 묻고 학생이 답하다
    • 입력 2020-07-16 07:01:31
    • 수정2020-07-16 13:50:11
    취재K
"온라인 개학 100일 즈음에"

지난 4월 9일, 고3과 중3부터 이름도 낯선 '온라인 개학'을 했습니다. 17일이면 100일이 되는데요. 보통 한 해가 저물 때 쓰는 말이지만, 지난 100일은 참 '다사다난'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온라인 개학부터 설익은 준비로 시작된 원격수업에서의 각종 혼란들.

등교 수업 시작일을 정했다가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미루고 미루다 겨우 등교 수업을 시작했는데, 이따금 교문 안팎에서 들려오는 학생이나 교직원 확진 소식에 문을 연 학교는 다시 문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고, 등교 수업은 하는 날과 안 하는 날까지 구분해서 수업을 듣다가, 모자란 부분을 학습하려 학원에 가는데 QR코드를 찍고 학원 수업을 듣는 진풍경까지….

여기에, 원격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하면서 학생들은 '과연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교사들도 '학생들이 잘 따라와 주는 걸까, 나는 수업 준비가 잘 된 걸까' 걱정과 고민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너무 긍정적인 말씀만 하시지 말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오후 부산 해운대에 있는 국제외국어고등학교를 찾았습니다.

부산 국제외고는 지난해에 외고에서 일반고 전환을 자발적으로 결정한 학교로, 내년엔 전환이 완료되면서 교명도 부산센텀여자고등학교로 바뀔 예정입니다.

저도 그 자리에 동행했는데요. 코로나19 감염 여파를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유 부총리의 모두발언 외에는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대부분의 일정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교육'은 '경제' 분야만큼이나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작은 발언 하나로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겠죠. 하지만 이번에 유 부총리의 부산 국제외고 방문을 동행한 이유는 전체 공개였습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확대되면서 그동안은 어땠는지,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불리는 앞으로 미래 교육은 어떻게 방향을 잡으면 좋을지에 관해 이야기를 듣기 위한 자리였는데요.

물론 교육부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학생과 일선 교사 그리고 학부모까지 모인 자리였지만, 소위 '높으신 분들'이 오는 자리에 참석한 분들이 자화자찬 일색의 발언만 하지 않을까 반신반의하며 동행 취재해봤습니다. 실제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부분에 대해 간담회에서도 각계의 발언이 나왔지만, 유 부총리는 그런 것만을 원하지는 않더군요.

"너무 긍정적인 말씀만 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제가 궁금한 건 학생들 간에 수업을 따라오는 격차나 수업 과정에서 현실적 문제 생기지 않나 싶은데, 그런 부분에 대한 얘기를 해보죠"

"방해해서 미안해요, 와 이렇게 수업하는군요!"



유 부총리가 처음 찾은 곳은 '별별공간'으로 이름 붙여진 학교 2층의 한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학생들은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 패드를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요.

이 수업은 독일어 수업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화면 속에 있었고요. 이 학교에 독일어 교사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이 학교는 원격수업을 좀 더 발전시켜서 독일문화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수업을 진행했는데요.

독일문화원 소속의 독일 원어민을 화상으로 연결해서 교사와 학생은 오프라인 공간인 이 특별교실에서, 원어민 강사는 온라인 공간에서 3자 소통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로 독일어 공부를 했다고 학생들에게 소개한 유 부총리도 이 수업을 유심히 눈여겨봤고요.

또 다른 공간에서는 과학 수업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 수업은 아예 두 교실로 나눠서 서로 화상을 연결해 수업이 진행됐는데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학생들을 두 반으로 나눈 뒤 한 반에서는 교사가 직접 수업을 하고, 다른 교실은 화상을 통해 실시간 중계하는 방식인 이른바 '미러링 수업'을 실제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코로나19 예방 효과뿐만 아니라 다른 공간에 있는 학생들은 친구의 발표를 들으면서 3D프린트기 등을 활용해서 직접 설계한 것을 손으로 구현해서 만드는 실습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공개 수업을 둘러봤으니, 간담회 장소에서 본격적으로 대화가 진행될까 생각했는데 사회자가 간담회 시작에 앞서 화면을 잠깐 보자고 합니다.


학생들이 부산에 있는 국립수산과학관에서 과학 관련 특별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요. 부산 국제외고는 부산에 있는 대학이나 전문기관과 연계한 수업을 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 확장해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수업 역시 원격 수업과 강의실 수업을 병행했는데, 이 모습을 간담회 장소에서 바로 보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유 부총리가 예정에 없던 마이크를 잡고 학생들과 소통하며 인사하는 모습을 제가 촬영한 동영상인데요. 이렇게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 당국이 제시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진행할 수 있는 원격 수업과 교실 수업의 장점을 합해서, 한 단계 더 진보된 형식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렇게 잘했을까. 어떻게 이렇게 발전시켰을까 하는 궁금한데요.

"초기엔 정말 큰 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뜻밖의 선물도 준 것 같네요."

원격수업 업무 담당자인 부산 국제외고 노광봉 교사는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3월 초에 교육청으로부터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으니 준비하라'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처음 업무 담당을 맡았는데 굉장히 낯설었습니다.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아무리 혼자 고민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젊은 교사는 교사대로, 교직 경험이 많은 교사는 교사대로 서로의 장점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전자의 경우는 IT 관련 활용 능력을 가르쳐주고, 후자의 교사들은 수업자료 공유 노하우 등을 가르쳐주니 조금씩 열쇠로 문을 열 방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원격수업 초기엔 너무 힘들었습니다. 한 교사는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내가 평생 만든 프리젠테이션(PPT)자료 보다 원격수업 기간에 만든 자료가 훨씬 많다.' 저희는 EBS 수업 영상은 전혀 활용하지 않을 정도로 과제와 쌍방향 수업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원격 수업을 통해 가장 긍정적으로 바뀐 변화는 학교 현장에서 '협업' 문화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함께 뭉치고 공유하다 보니 좋은 기법과 아이디어가 생산되는 걸 체득할 수 있었죠."

하지만 어떻게 좋을 수만 있을까요. 자리에 참석한 학부모 김성희 씨는 이런 걱정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 반강제적으로 원격 수업을 받는 상황에 부닥쳤고, 공부할 거리를 스스로 찾아서 하는 아이는 몇 명 안될 수 있는데 부모님들은 '방치되는 아이들이 생겨서 학력 격차가 있으면 어쩌나' 염려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국제외고 구나나 교사는 이런 말을 보탰습니다.

"수준별로 여러 단계로 학습 자료를 쪼개서 탑재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준에 맞춰서 선택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한 예로 학업 역량이 우수한 학생은 동영상 수업 자료를 1.5배속으로 빨리 듣고 실시간으로 심화 학습을 했고, 반대로 능력이 약간 부진한 학생은 자기에게 맞는 기본 개념 원리 중심의 수업 자료를 반복해서 보면서 복습하고 어려움이 생기면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교사에 질문하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어요."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대면 수업을 하면서 50분 동안 각기 다른 학생들의 수준을 만족하게 하는 수업을 하는 게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부분은 오프라인에서 소화하기 힘든 부분을 원격 수업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네요. 온라인이라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기 때문이지요.

부산 국제외고 김이경 교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암흑 같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기는 기회이고 그 안에서 우리 교사와 학생들은 늘 길을 찾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사실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했으리라고 생각이 들지 않고요, 코로나19의 뜻밖의 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교육은 어떻게? 이렇게 이어갈 것인가?

자리에 참석한 국제외고 1학년 조이레 학생은 이런 바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격수업 활용에 필수적인 인터넷이란 것은 '정보의 바다'인데 인터넷을 통해 조사해야 하는 과제 할 때 이 정보의 바다에서 잘못된 정보 찾는 점도 많습니다.
또,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찾지 못해서 과제 하는 시간 소비가 너무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이론이 아닌 실습 교육이 있다면, 온라인 클래스가 좀 더 효율적일 거라 생각합니다."

2학년 언니인 김도현 학생은 선배답게 좀 더 깊은 의견을 보탰습니다.

"지금이 '융합의 시대'라고 불립니다. 예를 들면 집과 학교 간의 연결뿐 아니라 교실과 교실 사이의 연결망을 구축해서 다양한 교과목을 융합해 학습하는 방향으로, 코로나19 이후 시대에서 학습하게 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도현 학생의 의견이 실행되려면, 부산 국제외고처럼 여건이 비교적 좋은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일선 학교에 기본적인 기자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교사들이 가진 재능을 서로 도와가며 발휘하더라도 기본적인 인프라가 뒤따라주지 않으면 효과를 거둘 수 없겠죠.

유은혜 부총리는 "선생님들이 온·오프라인 학습을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교수학습 방법으로 현장서 다양하게 창의적 발전 모델 만드는 것 같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학생들에게 배움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코로나 이후의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서는 미래 교육으로 교육 대전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교사들이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교사들 간에도 배움 공동체가 형성되고, 그것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맞춤식의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오히려 과거 오프라인 대면 방식에 소홀할 수 있던 한계를 극복할 방법까지 전환할 수 있다면 (코로나19 상황은) 우리에게 위기가 기회가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는 말을 참석자들에게 전했습니다.

교육부 원격교육 자문단이자 4차 산업혁명위원회 에듀테크 TF위원인 김현진 한국교원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교육 준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을 KBS에 말해줬습니다.

김 교수는 "지난 원격 수업의 문제는 온라인개학 준비를 불과 10일 남기고 하다 보니 인프라나 접근성 쪽으로 초점 맞췄고, 제도적 부분을 소홀히 한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원격수업이 장기화했을 때 기준안을 정확하게 주지 못한 부분이 '평가' 부문입니다. 물론 최근 혼합(블렌디드) 형태로 학교에 하루나 이틀 와서 평가하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다른 방식의 평가 기준을 제시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수업의 질 문제입니다. 원격수업이 계속된다고 전제했을 때 학교의 역할과 돌봄의 역할이 아무래도 연계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엔 학교 가면 돌봄까지 해주는데 지금은 집에서 원격수업을 하기에 이런 부분을 제도적으로 받쳐주지 않으면 교육격차는 당연히 발생합니다. 특히 맞벌이나 조손가정이 그렇고요. 교육부의 기기지원만이 아니라 아이가 어떻게 수업을 받아야 하는지, 또 지원해줘야 하는지 학부모들이 잘 모릅니다.

세 번째로 학생들의 디지털 윤리적인 부분도 우려해야 합니다. 물론 시행 초기에 비윤리성이 드러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새로운 툴이나 제도가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틈새를 보이면서 비정상화되는 건 초반에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것을 빨리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역시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일부 언급했지만, 원격수업이 계속 진행되면 콘텐츠 부재 문제가 제일 큽니다. 지금은 EBS에서 라이브로 콘텐츠를 하나씩 올리고 나머지는 교사가 자체 제작하고 그러는데, 원격수업이 계속되다 보면 학생을 일일이 교사가 돌아볼 수 없으니 아이들이 어려워하거나 다 알아서 하는지, 혹은 지루해하는지 교사는 잘 모릅니다.

그러므로 맞춤형 콘텐츠까지는 못 가더라도, 기존의 EBS나 E학습터, 교사제작 콘텐츠 외에 민간 쪽에서까지 학습 콘텐츠가 들어와 준다면 좀 더 다양화하지 않을까, 결국 콘텐츠가 수업의 질이니까요."

서두에 언급했지만, 매우 오랜 기간이었던 것 같은데 온라인 개학이 불과 100일 정도밖에 되지 않네요. 그만큼 우리 안에서 혼란과 변화가 응축적으로 많았던 때인 것 같습니다.

7월도 중순이 지났습니다. 하반기에 코로나19 재유행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또 한 차례 미뤄진 12월 수능도 다가옵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전반전이 끝나갑니다.

남은 후반전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쉽게 예상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의 공통 바람은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서도 교육이 단절되면 안 된다는 것.

코로나보다 더 중요한 '포스트'코로나 교육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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