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불과 ‘2표차’로 기사회생…‘공표’ 해석이 갈랐다

입력 2020.07.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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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이 지사는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오늘(16일) 이 지사 사건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을 열고 이 지사의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엄격 해석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지사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 다른 후보자가 TV토론회에서 한 질문에 대해 이 지사가 그러한 사실을 부인하면서 일부 사실을 숨긴 답변, 이른바 '부진술'을 두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의 '공표'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등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 단체로부터의 지지 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그동안 대법원은 허위사실공표죄에서 말하는 '사실'이란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고, 사실의 '공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또는 진술을 의미하며, 그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한 증명이 가능한 것'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아울러 공직선거법상 '허위의 사실'이라 함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고, 취지상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게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토론회에서 한, 친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관련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질문이나 의혹 제기에 대하여 답변하거나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그 발언은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널리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공표'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어 알리는 공개 발표인데 이 지사의 발언이 여기 해당하지 않는단 겁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 진행에 관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아니한 채 위 발언을 하였더라도, 피고인이 위 관여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근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을 넘어서서 곧바로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하였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발언들을 적극적으로 허위의 반대 사실을 공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하는 것은 형벌 법규에 따른 책임의 명확성, 예측 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무죄 근거로 선거의 자유·공개토론회 특성 댄 대법원

특히 대법원은 오늘 이 지사 사건에서 선거운동의 자유와 후보자 토론회의 특성을 또 다른 근거로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선거운동의 자유는 널리 선거과정에서 의사를 표현할 자유의 일환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이고,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특히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한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후보자 토론회는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 시간 내에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므로 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가기관이 토론과정의 모든 정치적 표현에 대하여 그 발언이 이루어진 배경이나 맥락을 보지 않고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후보자 등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후보자 등이 토론회에 참여하여 질문·답변하거나 주장·반론하는 것은, 그것이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단 겁니다.

대법원은 "적극적으로 표현된 내용에 허위가 없다면 법적으로 공개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사항에 관하여 일부 사실을 묵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진술을 곧바로 허위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하여야 한다"고 봤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 발언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후보자 토론회가 더욱 활성화되게 하여 중요한 선거운동인 후보자 토론회가 선거현실에서 민주주의 이념에 부합하게 작동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데 이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허위사실 공표 해당" 반대 대법관 5명…2표가 갈랐다

반대 의견도 만만찮았습니다.

총 열두 명의 재판관 가운데 이 지사의 발언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본 대법관은 5명이었습니다. 두 표 차이로 결론이 갈린 겁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가운데 김선수 대법관은 이 지사에 대한 사건을 맡은 적이 있어 스스로 회피해 심리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반대 의견을 발표한 박상옥 대법관은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루어진 발언이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정한 '공표'에는 해당하나, 개별 사안에 따라 그 허위성 내지 허위성 인식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한 대법원의 기존 해석은 선거의 공정과 후보자 토론회의 의의 및 기능, 정치적 표현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공표'의 범위를 제한하는 해석은 자칫 선거의 공정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대 대법관들은 "피고인은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지시·독촉하였음에도 상대 후보 질문에 대해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만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여서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인이 형의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취지로 발언했다"며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여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라고 보았습니다.

이들은 "다수의견이 말하는 공표의 의미대로라면 허위사실공표죄 해당 여부는 수사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맡겨질 우려가 있고, 국민이 어떤 것이 공표행위인지 여부를 알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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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불과 ‘2표차’로 기사회생…‘공표’ 해석이 갈랐다
    • 입력 2020-07-16 15:13:44
    취재K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이 지사는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오늘(16일) 이 지사 사건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을 열고 이 지사의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엄격 해석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지사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 다른 후보자가 TV토론회에서 한 질문에 대해 이 지사가 그러한 사실을 부인하면서 일부 사실을 숨긴 답변, 이른바 '부진술'을 두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의 '공표'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등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 단체로부터의 지지 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그동안 대법원은 허위사실공표죄에서 말하는 '사실'이란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고, 사실의 '공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또는 진술을 의미하며, 그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한 증명이 가능한 것'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아울러 공직선거법상 '허위의 사실'이라 함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고, 취지상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게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토론회에서 한, 친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관련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질문이나 의혹 제기에 대하여 답변하거나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그 발언은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널리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공표'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어 알리는 공개 발표인데 이 지사의 발언이 여기 해당하지 않는단 겁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 진행에 관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아니한 채 위 발언을 하였더라도, 피고인이 위 관여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근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을 넘어서서 곧바로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하였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발언들을 적극적으로 허위의 반대 사실을 공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하는 것은 형벌 법규에 따른 책임의 명확성, 예측 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무죄 근거로 선거의 자유·공개토론회 특성 댄 대법원

특히 대법원은 오늘 이 지사 사건에서 선거운동의 자유와 후보자 토론회의 특성을 또 다른 근거로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선거운동의 자유는 널리 선거과정에서 의사를 표현할 자유의 일환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이고,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특히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한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후보자 토론회는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 시간 내에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므로 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가기관이 토론과정의 모든 정치적 표현에 대하여 그 발언이 이루어진 배경이나 맥락을 보지 않고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후보자 등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후보자 등이 토론회에 참여하여 질문·답변하거나 주장·반론하는 것은, 그것이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단 겁니다.

대법원은 "적극적으로 표현된 내용에 허위가 없다면 법적으로 공개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사항에 관하여 일부 사실을 묵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진술을 곧바로 허위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하여야 한다"고 봤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 발언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후보자 토론회가 더욱 활성화되게 하여 중요한 선거운동인 후보자 토론회가 선거현실에서 민주주의 이념에 부합하게 작동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데 이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허위사실 공표 해당" 반대 대법관 5명…2표가 갈랐다

반대 의견도 만만찮았습니다.

총 열두 명의 재판관 가운데 이 지사의 발언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본 대법관은 5명이었습니다. 두 표 차이로 결론이 갈린 겁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가운데 김선수 대법관은 이 지사에 대한 사건을 맡은 적이 있어 스스로 회피해 심리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반대 의견을 발표한 박상옥 대법관은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루어진 발언이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정한 '공표'에는 해당하나, 개별 사안에 따라 그 허위성 내지 허위성 인식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한 대법원의 기존 해석은 선거의 공정과 후보자 토론회의 의의 및 기능, 정치적 표현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공표'의 범위를 제한하는 해석은 자칫 선거의 공정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대 대법관들은 "피고인은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지시·독촉하였음에도 상대 후보 질문에 대해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만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여서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인이 형의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취지로 발언했다"며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여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라고 보았습니다.

이들은 "다수의견이 말하는 공표의 의미대로라면 허위사실공표죄 해당 여부는 수사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맡겨질 우려가 있고, 국민이 어떤 것이 공표행위인지 여부를 알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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