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아들 ‘호화유학’ 의혹…거래내역 들여다보니

입력 2020.07.16 (17:29) 수정 2020.07.1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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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아들(1994년생)의 '스위스 유학'을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 후보자 아들은 2017년 디자인 교육 계통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바젤디자인학교'에 편입해 유학을 했습니다.

유학 기간은 약 1년 2개월이었습니다.

이 후보자 아들은 2013년 우리나라의 한 디자인 교육기관인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에 입학했습니다. 이곳은 비인가 교육기관이라 학사 학위는 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스위스 바젤디자인학교 등 유수의 해외 교육기관과 편입 협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연계된 해외 학교에서 학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에서 4년 수학하고 스위스 학부 과정을 1년 마치면 스위스 학사 학위에 준하는 경력을 인정해주는 겁니다.

■ 스위스 유학비가 1,200만 원?

그렇다면 이 후보자 아들은 다닌 스위스 학교의 학비는 얼마일까요? 스위스 학교 홈페이지 확인 결과, EU나 스위스에 거주하지 않는 학생의 학비는 1학기에 5,000스위스프랑,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600만 원가량이었습니다. 그러니까 1년 유학하는데 들어간 학비는 1,200만 원인 셈입니다.

스위스 바젤디자인학교 내규 (출처:학교 홈페이지)스위스 바젤디자인학교 내규 (출처:학교 홈페이지)

이 후보자 아들이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 스위스로 송금한 계좌 내역을 확인한 결과, 5,010 스위스프랑으로 거의 일치했습니다.

이 후보자 측은 아들의 학비를 직접 송금해줬다면서, 아들에게 보낸 거래 내역과 아들이 직접 스위스 학교에 송금한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 '세계 물가 3위' 스위스 주거비가 월 40만 원?

스위스에 체류하면서 들어간 월세와 생활비 등 체류비 역시 모두 이 후보자가 송금해서 충당했다고 후보자 측은 밝혔습니다.

이 후보자가 밝힌 내역은 월세 총 580만 원, 생활비 총 2,482만 원입니다.

이 후보자가 공개한 내역의 기간은 2017년 11월부터 2018년 9월까지입니다.

스위스에서 집 구하는 유명 사이트에 따르면, 바젤의 월세는 우리 돈으로 최소 80만 원에서 최대 250만 원으로 평균 15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이 후보자가 공개한 10개월간의 월세는 512.5 스위스프랑, 한 달에 56만 9천 원 수준입니다.

이 후보자 측은 "학교 친구 집에 방 한 개를 얻어 생활하는 이른바 '룸쉐어' 방식으로 거주해서 주거비가 적게 나왔다"고 해명했습니다.

스위스 월세 송금 내역 [출처 : 미래통합당 김기현 의원실]스위스 월세 송금 내역 [출처 : 미래통합당 김기현 의원실]

생활비는 어땠을까요? 물가비교 사이트(Numbeo)에 따르면 스위스 바젤의 평균 생활비는 1인 가구 기준 우리 돈으로 193만 원 정도입니다. 바젤은 서울보다 물가가 61% 비쌉니다. 전 세계 513개 도시 가운데 세 번째로 물가가 비싼 도시입니다.

이 후보자 측은 2017년 12월 31일부터 2018년 10월까지 모두 17차례에 걸쳐 생활비로 총 2,480만 원을 송금해줬다며 거래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이 후보자 아들이 스위스에서 월평균 170여만 원을 생활비로 사용한 겁니다.

스위스 생활비 송금 내역 (출처 :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실)스위스 생활비 송금 내역 (출처 :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실)

■ 이 후보자 아들 다닌 '비인가 교육기관'은 어떤 곳?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은 2013년 파주출판도시에 디자이너들이 세운 비인가 교육기관입니다.

이른바 '안상수체'로 대표되는 다수의 글꼴을 디자인한 타이포그라피의 거장, 안상수 씨가 세운 학교입니다.

이 후보자의 아들은 이 교육기관의 1기 학생이었습니다. 유명 작가인 김규항 씨의 자녀도 이 후보자 아들과 함께 이 학교를 다녔습니다.

학교 측은 "디자인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믿음에 기초하여 배곳을 만들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아모레퍼시픽과 신세계, 삼정데이타서비스 등 유수의 기업들이 후원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학교 측의 창의적인 교육 이념과 실천을 독려하고 이를 통해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자 후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부터 총 10억 원을 후원했습니다.

이 후보자 아들은 주변 지인들로부터 학교에 대해 소개를 받은 뒤 진학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홈페이지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홈페이지

■ 이 후보자 부인이 학교 이사…아들 유학과 연관성은?

흥미로운 점은 이 학교의 이사회에 이인영 후보자의 부인인 이 모 씨가 속해있다는 겁니다.

이 후보자 부인뿐 아니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전 부인인 노소영 아트스페이스 나비 관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부인인 신연균 재단법인 아름지기 이사장,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유진룡 국민대 석좌교수 등도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 아들이 학교 이사로 재직 중인 어머니의 후광을 입고 스위스 유학을 떠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부인인 이 씨가 여러 차례 고사한 끝에 아들이 2017년 2월 졸업한 이후에 그해 4월 이사로 취임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학교에서 스위스 유학생 선정 과정에서 전혀 개입하지 않았으며, 이 씨가 직접 스위스 학교에 지원해서 자격을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통일부는 "후보자 자녀의 스위스 체류비와 관련해 지나친 억측이 난무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며 "앞으로는 악의적 왜곡 주장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자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자 아들이 어머니가 이사로 재직하던 학교에서 스위스 유학을 떠나는 과정에서 학교 측으로부터 체류비 지원을 받았는지 등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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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영 아들 ‘호화유학’ 의혹…거래내역 들여다보니
    • 입력 2020-07-16 17:29:49
    • 수정2020-07-16 20:12:11
    취재K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아들(1994년생)의 '스위스 유학'을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 후보자 아들은 2017년 디자인 교육 계통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바젤디자인학교'에 편입해 유학을 했습니다.

유학 기간은 약 1년 2개월이었습니다.

이 후보자 아들은 2013년 우리나라의 한 디자인 교육기관인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에 입학했습니다. 이곳은 비인가 교육기관이라 학사 학위는 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스위스 바젤디자인학교 등 유수의 해외 교육기관과 편입 협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연계된 해외 학교에서 학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에서 4년 수학하고 스위스 학부 과정을 1년 마치면 스위스 학사 학위에 준하는 경력을 인정해주는 겁니다.

■ 스위스 유학비가 1,200만 원?

그렇다면 이 후보자 아들은 다닌 스위스 학교의 학비는 얼마일까요? 스위스 학교 홈페이지 확인 결과, EU나 스위스에 거주하지 않는 학생의 학비는 1학기에 5,000스위스프랑,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600만 원가량이었습니다. 그러니까 1년 유학하는데 들어간 학비는 1,200만 원인 셈입니다.

스위스 바젤디자인학교 내규 (출처:학교 홈페이지)
이 후보자 아들이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 스위스로 송금한 계좌 내역을 확인한 결과, 5,010 스위스프랑으로 거의 일치했습니다.

이 후보자 측은 아들의 학비를 직접 송금해줬다면서, 아들에게 보낸 거래 내역과 아들이 직접 스위스 학교에 송금한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 '세계 물가 3위' 스위스 주거비가 월 40만 원?

스위스에 체류하면서 들어간 월세와 생활비 등 체류비 역시 모두 이 후보자가 송금해서 충당했다고 후보자 측은 밝혔습니다.

이 후보자가 밝힌 내역은 월세 총 580만 원, 생활비 총 2,482만 원입니다.

이 후보자가 공개한 내역의 기간은 2017년 11월부터 2018년 9월까지입니다.

스위스에서 집 구하는 유명 사이트에 따르면, 바젤의 월세는 우리 돈으로 최소 80만 원에서 최대 250만 원으로 평균 15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이 후보자가 공개한 10개월간의 월세는 512.5 스위스프랑, 한 달에 56만 9천 원 수준입니다.

이 후보자 측은 "학교 친구 집에 방 한 개를 얻어 생활하는 이른바 '룸쉐어' 방식으로 거주해서 주거비가 적게 나왔다"고 해명했습니다.

스위스 월세 송금 내역 [출처 : 미래통합당 김기현 의원실]
생활비는 어땠을까요? 물가비교 사이트(Numbeo)에 따르면 스위스 바젤의 평균 생활비는 1인 가구 기준 우리 돈으로 193만 원 정도입니다. 바젤은 서울보다 물가가 61% 비쌉니다. 전 세계 513개 도시 가운데 세 번째로 물가가 비싼 도시입니다.

이 후보자 측은 2017년 12월 31일부터 2018년 10월까지 모두 17차례에 걸쳐 생활비로 총 2,480만 원을 송금해줬다며 거래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이 후보자 아들이 스위스에서 월평균 170여만 원을 생활비로 사용한 겁니다.

스위스 생활비 송금 내역 (출처 :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실)
■ 이 후보자 아들 다닌 '비인가 교육기관'은 어떤 곳?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은 2013년 파주출판도시에 디자이너들이 세운 비인가 교육기관입니다.

이른바 '안상수체'로 대표되는 다수의 글꼴을 디자인한 타이포그라피의 거장, 안상수 씨가 세운 학교입니다.

이 후보자의 아들은 이 교육기관의 1기 학생이었습니다. 유명 작가인 김규항 씨의 자녀도 이 후보자 아들과 함께 이 학교를 다녔습니다.

학교 측은 "디자인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믿음에 기초하여 배곳을 만들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아모레퍼시픽과 신세계, 삼정데이타서비스 등 유수의 기업들이 후원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학교 측의 창의적인 교육 이념과 실천을 독려하고 이를 통해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자 후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부터 총 10억 원을 후원했습니다.

이 후보자 아들은 주변 지인들로부터 학교에 대해 소개를 받은 뒤 진학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홈페이지
■ 이 후보자 부인이 학교 이사…아들 유학과 연관성은?

흥미로운 점은 이 학교의 이사회에 이인영 후보자의 부인인 이 모 씨가 속해있다는 겁니다.

이 후보자 부인뿐 아니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전 부인인 노소영 아트스페이스 나비 관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부인인 신연균 재단법인 아름지기 이사장,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유진룡 국민대 석좌교수 등도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 아들이 학교 이사로 재직 중인 어머니의 후광을 입고 스위스 유학을 떠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부인인 이 씨가 여러 차례 고사한 끝에 아들이 2017년 2월 졸업한 이후에 그해 4월 이사로 취임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학교에서 스위스 유학생 선정 과정에서 전혀 개입하지 않았으며, 이 씨가 직접 스위스 학교에 지원해서 자격을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통일부는 "후보자 자녀의 스위스 체류비와 관련해 지나친 억측이 난무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며 "앞으로는 악의적 왜곡 주장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자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자 아들이 어머니가 이사로 재직하던 학교에서 스위스 유학을 떠나는 과정에서 학교 측으로부터 체류비 지원을 받았는지 등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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