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왕 ‘선거 공작’ 뒤엔 언론도 있었다

입력 2020.07.1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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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4선 중진인 무소속 윤상현 의원이 21대 총선에서 '함바왕'이라 불리는 유상봉 씨와 '선거 공작'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연속 보도했다.

건설 현장 임시 식당을 뜻하는 '함바'업자 유상봉 씨가 KBS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주장의 요지는 그가 지난해 윤상현 의원과 보좌관을 서너 차례 만났고, 이들 요청으로 이번 총선 국면에서 윤 의원의 경쟁 후보를 흠집 내는 진정서와 고소장을 일부러 작성해줬다는 것이다. 선거 공작 의혹이다.

물론 그의 폭로는 검증이 필요하다. KBS는 그동안의 취재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유상봉 부자가 롯데건설 공사현장의 '함바'를 포함해 최소 3곳의 '롯데 관련'의 운영권 또는 계약을 따냈다는 것.

△윤상현 의원이 민주당 정성호·김두관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 유상봉 아들을 '친한 동생'으로 언급하며 잘 챙겨달라고 요청했고 실제 이들 의원이 경기도시공사와 경남 통영시 측을 연결해줬다는 것.

△윤상현 의원이 유상봉 씨를 위해 직접 채동욱 변호사(전 검찰총장)를 소개해 주고 서울아산병원 진료도 알아봐 줬다는 것.

△유상봉 씨가 윤 의원 부인 신경아 씨(롯데그룹 고 신격호 회장의 조카)를 직접 만나 사업 관련 논의를 했다는 것 등을 확인 보도한 바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도 관련 첩보를 접수하고 인지 수사 중이다. 이미 유상봉 부자와 윤 의원 측 보좌관 등 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이제 초점은 윤상현 의원도 '선거 공작'에 개입했느냐다.

윤 의원과 보좌관은 유상봉 부자의 사정이 딱해 일부 민원을 들어줬을 뿐, 선거 공작 의혹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 민주당 경쟁 후보 겨냥한 '함바왕 진정서' 건넨 지역지 대표

'함바왕' 유상봉이 작성한 진정서와 고소장 등은 지난 총선에서 어떻게 '결과적'으로 활용되었을까.

지난 2월 12일, 인천 동-미추홀을 민주당 경선을 목전에 두고 당시 남영희 예비후보에게 지역 언론사 대표 A 씨가 만남을 요청한다.

남 후보에 따르면 당시 언론인 A 씨가 건넨 것은 당내 경쟁자였던 박우섭 후보를 겨냥한 유상봉 씨의 진정서였다. 유 씨가 과거 박 후보에게 금품을 줬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진정서인데, 유 씨가 윤상현 의원 측 요청으로 작성했다고 말하는 바로 그 진정서다.

당시 A 씨는 남영희 후보에게 진정서의 출처에 대해선 말하지 않은 채 "진정서를 당에 제출하면 단수공천을 받을 수 있다", "분명 남영희 후보님께 도움이 될 거다" 등 부적절한 발언까지 했다고 남 후보는 회고했다.


하지만 남 후보는 해당 진정서를 A 씨에게 돌려줬다고 한다. 민감한 시기 진정서를 전달한 의도가 의심스러웠다는 것이다. 남 후보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진정서를 당에 제출했을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을 생각해봤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공작 같았다"고 밝혔다.

남 후보에게 진정서를 건넸다는 인천 지역 언론사 대표 A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박우섭 후보에 대한 진정서 입수 경위는 제보자 보호 차원에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진정서를 전달한 이유에 대해선 "검증해보라는 차원으로 준 것이지, 다른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진정서를 건넨 쪽이 누구든지 결과적으로 함바왕이 '선거 공작' 의도로 작성한 진정서가 선거판에 활용된 셈이다.

■ 고소장 접수 전 출고된 '통합당 안상수 후보' 피소 기사

이뿐만이 아니다.

윤상현 의원의 또 다른 경쟁자였던 안상수 후보의 미래통합당 공천이 최종 확정된 지난 3월 말, 유상봉 씨 아들은 아버지가 작성한 '안상수 고소장' 내용을 인천 지역 언론사 기자들에게 제공한 사실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무렵 유 씨 아들이 다른 사업가와 통화한 내역을 보면 유 씨 부자가 선거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공교롭게도 통화 다음 날인 3월 27일 인천 지역 또 다른 언론사에서는 '[단독]통합당 안상수, 내연녀 등 통해 수십억 편취 혐의 검찰 피소'라는 제목의 기사가 작성된다.

해당 기사엔 '통합당 안 후보와 오랜 지인으로 알려진 유상봉 씨는 지난 1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고소장을 우편등기로 인천지검에 접수했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그러나 KBS 취재 결과, 실제로 고소장이 인천지검에 접수된 시점은 4월 2일이었다.

해당 언론사는 실제 고소장 접수 시점보다 6일 앞서 관련 내용을 보도한 셈이다. 기사를 작성한 언론인 B는 KBS와의 통화에서 유상봉 아들에게서 내용을 전달받았는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고소장 접수 전에도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안상수 당시 후보의 현 입장은 어떨까. 안상수 후보는 KBS와의 통화에서 "고소장 내용은 모두 허위였다"며 "선거를 코앞에 두고 해당 언론사가 지속적으로 허위 비방 기사를 작성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고 토로했다.

통상 선거가 임박한 국면에서는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확실하게 확인되지 않은 고소·고발 내용은 언론이 기사화하지 않는 원칙과 관행이 있다. 당시 인천 동구-미추홀을 선거에서는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다.


함바왕 유상봉 씨가 작성했다는 진정서와 고소장은 이처럼 실제 선거판에 활용됐다. 타깃이 된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모두 인천 동구-미추홀을 지역구에 출마하기로 했던 후보들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유상봉의 '선거 공작'이 실제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 계량적으로 측정할 방도는 없다. 윤상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전국 지역구 가운데 가장 적은 표 차인 171표 차로 4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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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바왕 ‘선거 공작’ 뒤엔 언론도 있었다
    • 입력 2020-07-17 11:27:25
    취재K
KBS는 4선 중진인 무소속 윤상현 의원이 21대 총선에서 '함바왕'이라 불리는 유상봉 씨와 '선거 공작'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연속 보도했다.

건설 현장 임시 식당을 뜻하는 '함바'업자 유상봉 씨가 KBS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주장의 요지는 그가 지난해 윤상현 의원과 보좌관을 서너 차례 만났고, 이들 요청으로 이번 총선 국면에서 윤 의원의 경쟁 후보를 흠집 내는 진정서와 고소장을 일부러 작성해줬다는 것이다. 선거 공작 의혹이다.

물론 그의 폭로는 검증이 필요하다. KBS는 그동안의 취재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유상봉 부자가 롯데건설 공사현장의 '함바'를 포함해 최소 3곳의 '롯데 관련'의 운영권 또는 계약을 따냈다는 것.

△윤상현 의원이 민주당 정성호·김두관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 유상봉 아들을 '친한 동생'으로 언급하며 잘 챙겨달라고 요청했고 실제 이들 의원이 경기도시공사와 경남 통영시 측을 연결해줬다는 것.

△윤상현 의원이 유상봉 씨를 위해 직접 채동욱 변호사(전 검찰총장)를 소개해 주고 서울아산병원 진료도 알아봐 줬다는 것.

△유상봉 씨가 윤 의원 부인 신경아 씨(롯데그룹 고 신격호 회장의 조카)를 직접 만나 사업 관련 논의를 했다는 것 등을 확인 보도한 바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도 관련 첩보를 접수하고 인지 수사 중이다. 이미 유상봉 부자와 윤 의원 측 보좌관 등 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이제 초점은 윤상현 의원도 '선거 공작'에 개입했느냐다.

윤 의원과 보좌관은 유상봉 부자의 사정이 딱해 일부 민원을 들어줬을 뿐, 선거 공작 의혹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 민주당 경쟁 후보 겨냥한 '함바왕 진정서' 건넨 지역지 대표

'함바왕' 유상봉이 작성한 진정서와 고소장 등은 지난 총선에서 어떻게 '결과적'으로 활용되었을까.

지난 2월 12일, 인천 동-미추홀을 민주당 경선을 목전에 두고 당시 남영희 예비후보에게 지역 언론사 대표 A 씨가 만남을 요청한다.

남 후보에 따르면 당시 언론인 A 씨가 건넨 것은 당내 경쟁자였던 박우섭 후보를 겨냥한 유상봉 씨의 진정서였다. 유 씨가 과거 박 후보에게 금품을 줬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진정서인데, 유 씨가 윤상현 의원 측 요청으로 작성했다고 말하는 바로 그 진정서다.

당시 A 씨는 남영희 후보에게 진정서의 출처에 대해선 말하지 않은 채 "진정서를 당에 제출하면 단수공천을 받을 수 있다", "분명 남영희 후보님께 도움이 될 거다" 등 부적절한 발언까지 했다고 남 후보는 회고했다.


하지만 남 후보는 해당 진정서를 A 씨에게 돌려줬다고 한다. 민감한 시기 진정서를 전달한 의도가 의심스러웠다는 것이다. 남 후보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진정서를 당에 제출했을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을 생각해봤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공작 같았다"고 밝혔다.

남 후보에게 진정서를 건넸다는 인천 지역 언론사 대표 A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박우섭 후보에 대한 진정서 입수 경위는 제보자 보호 차원에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진정서를 전달한 이유에 대해선 "검증해보라는 차원으로 준 것이지, 다른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진정서를 건넨 쪽이 누구든지 결과적으로 함바왕이 '선거 공작' 의도로 작성한 진정서가 선거판에 활용된 셈이다.

■ 고소장 접수 전 출고된 '통합당 안상수 후보' 피소 기사

이뿐만이 아니다.

윤상현 의원의 또 다른 경쟁자였던 안상수 후보의 미래통합당 공천이 최종 확정된 지난 3월 말, 유상봉 씨 아들은 아버지가 작성한 '안상수 고소장' 내용을 인천 지역 언론사 기자들에게 제공한 사실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무렵 유 씨 아들이 다른 사업가와 통화한 내역을 보면 유 씨 부자가 선거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공교롭게도 통화 다음 날인 3월 27일 인천 지역 또 다른 언론사에서는 '[단독]통합당 안상수, 내연녀 등 통해 수십억 편취 혐의 검찰 피소'라는 제목의 기사가 작성된다.

해당 기사엔 '통합당 안 후보와 오랜 지인으로 알려진 유상봉 씨는 지난 1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고소장을 우편등기로 인천지검에 접수했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그러나 KBS 취재 결과, 실제로 고소장이 인천지검에 접수된 시점은 4월 2일이었다.

해당 언론사는 실제 고소장 접수 시점보다 6일 앞서 관련 내용을 보도한 셈이다. 기사를 작성한 언론인 B는 KBS와의 통화에서 유상봉 아들에게서 내용을 전달받았는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고소장 접수 전에도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안상수 당시 후보의 현 입장은 어떨까. 안상수 후보는 KBS와의 통화에서 "고소장 내용은 모두 허위였다"며 "선거를 코앞에 두고 해당 언론사가 지속적으로 허위 비방 기사를 작성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고 토로했다.

통상 선거가 임박한 국면에서는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확실하게 확인되지 않은 고소·고발 내용은 언론이 기사화하지 않는 원칙과 관행이 있다. 당시 인천 동구-미추홀을 선거에서는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다.


함바왕 유상봉 씨가 작성했다는 진정서와 고소장은 이처럼 실제 선거판에 활용됐다. 타깃이 된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모두 인천 동구-미추홀을 지역구에 출마하기로 했던 후보들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유상봉의 '선거 공작'이 실제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 계량적으로 측정할 방도는 없다. 윤상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전국 지역구 가운데 가장 적은 표 차인 171표 차로 4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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