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엎친데 코로나 덮친 명동…사라진 ‘유커’ 돌아올까

입력 2020.07.17 (11:36) 수정 2020.07.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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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서울 명동하면 성당 대신 중국인 관광객, '유커'를 떠올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주말에 명동에 나갔다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중국어에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린단 생각을 해 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유커의 메카'가 된 명동 거리가 최근엔 몇 달째 한산하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2017년부터 시작된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 때문에 유커가 줄어들었는데,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친 탓이다.

명동 거리 곳곳엔 상가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고, 문을 연 상점도 찾는 사람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다. 관광업을 먹여 살렸던 유커 감소에 관련 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한한령 이후 유커 30% 감소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으로 생긴 관광업 등의 타격은 2016년 말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2017년 3월 15일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단체관광 금지 직후 나왔던 KBS 기사를 보면, 금지 조치 이후 첫 주말(2017년 3월 18~19일) 한 대형면세점의 매출은 1년 전보다 25% 이상 줄어들었다.

이 같은 양상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단체관광 금지 조치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2년 8개월(2017년 4월~2019년 12월) 동안 중국인 관광객은 월평균 40만 8,000명으로, 금지 조치 이전 2년 8개월(2014년 7월~2017년 2월)의 월평균 수치인 58만 3,000명보다 30% 줄었다.

■올해 초엔 '한한령 해제' 기대감

얼어붙은 유커 관광은 올해 초 다시 활성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월 중국의 한 기업은 포상휴가로 직원 5,000여 명을 인천에 데려왔다.

5박 6일 일정이었는데, 인천시는 내수 진작 효과를 216억 원으로 추정했다. 춘절엔 유커 13만 명이 한국을 찾을 거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엔 이미 개별 관광은 사드 배치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였고, 단체 관광만 공식적으로 풀리면 사라진 유커가 모두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3~4월쯤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면 자연스럽게 단체 관광도 시작될 거란 희망 섞인 전망까지 나왔다.


■코로나19에 유커 숫자 더 곤두박질

그러나 이런 희망은 코로나19로 모두 물거품이 됐다. 지난 1월 중순 이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해외여행은 '올스톱'됐다.

유커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획재정부가 오늘(17일) 발간한 '최근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을 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월부터 곤두박질쳤다.

지난 2월 중국인 관광객은 2019년 2월보다 84.7%나 줄었다. 감소 폭은 3월엔 98.6%, 4월엔 99.1%, 5월엔 98.8%, 6월에는 98.7%로 4달 연속 98~99%대를 기록 중이다. 1년 전에 중국인 관광객이 100명 왔다면, 최근에는 1~2명만 온다는 뜻이다.

이런 '유커 한파'는 또 다른 유커의 메카인 제주도에 큰 타격을 줬다. 통계청의 '2020년 1분기 시·도 서비스업 생산 및 소매판매 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제주의 소매판매가 1년 전보다 14.8% 감소했다. '면세점 큰손'이었던 유커가 자취를 감춘 영향이었다.

■'유커 리턴'은 당분간 어려울 듯

해외여행 재개는 코로나19 양상에 달렸는데, 전망은 밝지 않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지시각으로 오늘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7만 5,000명 늘어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다른 나라들 역시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하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0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해외 유입이 39명이었다. 최근 전체 신규 확진자에서 해외 유입 사례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규모로 받는 건 불가능하다.

한국관공공사가 중국 여행기업 '씨트립'과 공동으로 지난 1일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한국 관광 상품을 판촉하기도 했지만, 당장 관광객을 불러모으겠다는 의도보다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다는 의도가 더 컸다. 명동에서 중국어를 다시 듣는 건 당분간 어렵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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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한령 엎친데 코로나 덮친 명동…사라진 ‘유커’ 돌아올까
    • 입력 2020-07-17 11:36:38
    • 수정2020-07-17 11:37:00
    취재K

언제부턴가 서울 명동하면 성당 대신 중국인 관광객, '유커'를 떠올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주말에 명동에 나갔다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중국어에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린단 생각을 해 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유커의 메카'가 된 명동 거리가 최근엔 몇 달째 한산하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2017년부터 시작된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 때문에 유커가 줄어들었는데,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친 탓이다.

명동 거리 곳곳엔 상가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고, 문을 연 상점도 찾는 사람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다. 관광업을 먹여 살렸던 유커 감소에 관련 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한한령 이후 유커 30% 감소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으로 생긴 관광업 등의 타격은 2016년 말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2017년 3월 15일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단체관광 금지 직후 나왔던 KBS 기사를 보면, 금지 조치 이후 첫 주말(2017년 3월 18~19일) 한 대형면세점의 매출은 1년 전보다 25% 이상 줄어들었다.

이 같은 양상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단체관광 금지 조치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2년 8개월(2017년 4월~2019년 12월) 동안 중국인 관광객은 월평균 40만 8,000명으로, 금지 조치 이전 2년 8개월(2014년 7월~2017년 2월)의 월평균 수치인 58만 3,000명보다 30% 줄었다.

■올해 초엔 '한한령 해제' 기대감

얼어붙은 유커 관광은 올해 초 다시 활성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월 중국의 한 기업은 포상휴가로 직원 5,000여 명을 인천에 데려왔다.

5박 6일 일정이었는데, 인천시는 내수 진작 효과를 216억 원으로 추정했다. 춘절엔 유커 13만 명이 한국을 찾을 거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엔 이미 개별 관광은 사드 배치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였고, 단체 관광만 공식적으로 풀리면 사라진 유커가 모두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3~4월쯤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면 자연스럽게 단체 관광도 시작될 거란 희망 섞인 전망까지 나왔다.


■코로나19에 유커 숫자 더 곤두박질

그러나 이런 희망은 코로나19로 모두 물거품이 됐다. 지난 1월 중순 이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해외여행은 '올스톱'됐다.

유커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획재정부가 오늘(17일) 발간한 '최근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을 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월부터 곤두박질쳤다.

지난 2월 중국인 관광객은 2019년 2월보다 84.7%나 줄었다. 감소 폭은 3월엔 98.6%, 4월엔 99.1%, 5월엔 98.8%, 6월에는 98.7%로 4달 연속 98~99%대를 기록 중이다. 1년 전에 중국인 관광객이 100명 왔다면, 최근에는 1~2명만 온다는 뜻이다.

이런 '유커 한파'는 또 다른 유커의 메카인 제주도에 큰 타격을 줬다. 통계청의 '2020년 1분기 시·도 서비스업 생산 및 소매판매 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제주의 소매판매가 1년 전보다 14.8% 감소했다. '면세점 큰손'이었던 유커가 자취를 감춘 영향이었다.

■'유커 리턴'은 당분간 어려울 듯

해외여행 재개는 코로나19 양상에 달렸는데, 전망은 밝지 않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지시각으로 오늘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7만 5,000명 늘어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다른 나라들 역시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하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0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해외 유입이 39명이었다. 최근 전체 신규 확진자에서 해외 유입 사례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규모로 받는 건 불가능하다.

한국관공공사가 중국 여행기업 '씨트립'과 공동으로 지난 1일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한국 관광 상품을 판촉하기도 했지만, 당장 관광객을 불러모으겠다는 의도보다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다는 의도가 더 컸다. 명동에서 중국어를 다시 듣는 건 당분간 어렵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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