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WTO 사무총장 가능할까?…‘꼴찌’부터 떨어뜨린다!

입력 2020.07.1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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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 WTO의 첫 한국인 사무총장이자 첫 여성 사무총장에 도전하고 있는 유명희 산업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오늘 새벽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견 발표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입후보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견해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입니다.

유 본부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계적 위기가 WTO의 목적, 즉 재화와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자신이 사무총장이 된다면 WTO를 "더욱 유의미하고 회복력 있으며 대응력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을 다른 회원국처럼 지지할 수 있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는 "한국을 대표해서가 아니라 WTO 사무총장 후보로 이 자리에 왔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 '꼴찌' 후보 먼저 탈락...'스트로 폴(straw poll)' 방식
WTO 사무총장에는 유 본부장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지원했습니다.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나이지리아 오콘조-이웰라 후보 외에도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이집트의 하미드 맘두,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영국의 리엄 폭스 후보 등입니다.

이들은 내일까지 각각 한차례 씩 정견 발표와 기자회견을 하고, 약 두 달간의 선거운동을 펼치게 됩니다. WTO의 164개 회원국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면서 자신이 왜 WTO 사무총장이 돼야 하는지 설득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선자를 정하는 방식은 비공식 투표로, 이른바 '스트로 폴(straw poll)'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스트로 폴은 가장 적합한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합하지 않은 후보, 즉 '꼴찌' 후보를 탈락시키는 방식입니다. 여러 단계를 거쳐 가면서 최하위 후보를 차례차례 탈락시키고 최후의 한 명을 선정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런 절차를 선거(election)가 아닌 '선발'(selectio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반기문 총장도 같은 과정 거쳐
WTO는 이 절차를 협의(consultation)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사무총장 임명자를 선정하기 위해 후보자들의 압축하는 과정이라며, 목표는 회원국들의 합의(consensus)에 의해 결론짓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WTO는 회원국들을 상대로 모든 후보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조사에서 '가장 합의를 끌어내지 못할 것 같은 후보'를 선정하며 한 차례 조사에서 한 명의 후보자를 탈락시킵니다. 때에 따라 한 번에 여러 명이 탈락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선호도 조사는 후보자가 단 한 명만 남을 때까지 계속되고, 그 결과 마지막까지 남은 최종 후보가 WTO 총회에 사무총장으로 추천됩니다.

이런 방식은 유엔 사무총장을 선발할 때도 사용됩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에 각각의 후보자에 대해 '권장(encourage)' 또는 '비권장(discourage)'을 선택하게 한다고 합니다. '의견 없음'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비밀 투표입니다. 이런 투표는 최종 후보를 선택할 때까지 되풀이되고 결국 만장일치로 후보자를 총회에 추천하게 됩니다. 첫 한국인 UN 사무총장인 반기문 총장 역시 안보리 이사국 회의에서 이런 절차를 걸쳐 선출된 후 총회에서 추인을 받았습니다.

■ 11월 초 판가름...정부도 적극 지원
유엔 안보리는 15개국으로 회원국 수가 적지만 WTO는 160여 개국에 달하기 때문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는데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평소 석 달 정도 소요되는데 이번 '선발' 과정은 늦어도 2달 이내에 끝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현 사무총장이 임기를 모두 채우지 않고 갑자기 사퇴를 선언한 탓입니다. 따라서 차기 WTO 사무총장은 11월 초쯤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는 유명희 후보를 지원하는 대표단을 현지에 파견해 선거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견 발표 이후 주요국들을 상대로 만찬을 개최하고 리셉션도 열어 활발히 활동할 계획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EU 정상회담에서 지지를 호소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지난 9일 전 세계 180여 개 재외 공관장 등을 동시에 연결해 마련한 화상회의에서 적극적인 지지와 교섭 활동 수행을 주문했습니다. 강 장관은 지난 10일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직접 부탁했고 또 조세영 제1차관 역시 독일 외교차관과의 화상회의에서도 역시 유 본부장이 입후보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한국인이 WTO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것은 1994년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 2012년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에 이어서 세 번째입니다. 유명희 본부장이 세계 최초 여성 WTO 사무총장이라는 명예와 함께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치열한 선거전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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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첫 WTO 사무총장 가능할까?…‘꼴찌’부터 떨어뜨린다!
    • 입력 2020-07-17 14:52:30
    취재K
세계무역기구, WTO의 첫 한국인 사무총장이자 첫 여성 사무총장에 도전하고 있는 유명희 산업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오늘 새벽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견 발표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입후보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견해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입니다.

유 본부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계적 위기가 WTO의 목적, 즉 재화와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자신이 사무총장이 된다면 WTO를 "더욱 유의미하고 회복력 있으며 대응력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을 다른 회원국처럼 지지할 수 있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는 "한국을 대표해서가 아니라 WTO 사무총장 후보로 이 자리에 왔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 '꼴찌' 후보 먼저 탈락...'스트로 폴(straw poll)' 방식
WTO 사무총장에는 유 본부장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지원했습니다.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나이지리아 오콘조-이웰라 후보 외에도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이집트의 하미드 맘두,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영국의 리엄 폭스 후보 등입니다.

이들은 내일까지 각각 한차례 씩 정견 발표와 기자회견을 하고, 약 두 달간의 선거운동을 펼치게 됩니다. WTO의 164개 회원국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면서 자신이 왜 WTO 사무총장이 돼야 하는지 설득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선자를 정하는 방식은 비공식 투표로, 이른바 '스트로 폴(straw poll)'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스트로 폴은 가장 적합한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합하지 않은 후보, 즉 '꼴찌' 후보를 탈락시키는 방식입니다. 여러 단계를 거쳐 가면서 최하위 후보를 차례차례 탈락시키고 최후의 한 명을 선정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런 절차를 선거(election)가 아닌 '선발'(selectio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반기문 총장도 같은 과정 거쳐
WTO는 이 절차를 협의(consultation)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사무총장 임명자를 선정하기 위해 후보자들의 압축하는 과정이라며, 목표는 회원국들의 합의(consensus)에 의해 결론짓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WTO는 회원국들을 상대로 모든 후보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조사에서 '가장 합의를 끌어내지 못할 것 같은 후보'를 선정하며 한 차례 조사에서 한 명의 후보자를 탈락시킵니다. 때에 따라 한 번에 여러 명이 탈락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선호도 조사는 후보자가 단 한 명만 남을 때까지 계속되고, 그 결과 마지막까지 남은 최종 후보가 WTO 총회에 사무총장으로 추천됩니다.

이런 방식은 유엔 사무총장을 선발할 때도 사용됩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에 각각의 후보자에 대해 '권장(encourage)' 또는 '비권장(discourage)'을 선택하게 한다고 합니다. '의견 없음'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비밀 투표입니다. 이런 투표는 최종 후보를 선택할 때까지 되풀이되고 결국 만장일치로 후보자를 총회에 추천하게 됩니다. 첫 한국인 UN 사무총장인 반기문 총장 역시 안보리 이사국 회의에서 이런 절차를 걸쳐 선출된 후 총회에서 추인을 받았습니다.

■ 11월 초 판가름...정부도 적극 지원
유엔 안보리는 15개국으로 회원국 수가 적지만 WTO는 160여 개국에 달하기 때문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는데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평소 석 달 정도 소요되는데 이번 '선발' 과정은 늦어도 2달 이내에 끝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현 사무총장이 임기를 모두 채우지 않고 갑자기 사퇴를 선언한 탓입니다. 따라서 차기 WTO 사무총장은 11월 초쯤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는 유명희 후보를 지원하는 대표단을 현지에 파견해 선거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견 발표 이후 주요국들을 상대로 만찬을 개최하고 리셉션도 열어 활발히 활동할 계획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EU 정상회담에서 지지를 호소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지난 9일 전 세계 180여 개 재외 공관장 등을 동시에 연결해 마련한 화상회의에서 적극적인 지지와 교섭 활동 수행을 주문했습니다. 강 장관은 지난 10일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직접 부탁했고 또 조세영 제1차관 역시 독일 외교차관과의 화상회의에서도 역시 유 본부장이 입후보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한국인이 WTO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것은 1994년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 2012년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에 이어서 세 번째입니다. 유명희 본부장이 세계 최초 여성 WTO 사무총장이라는 명예와 함께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치열한 선거전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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