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중국·미국서 잇달아 출현한 흑사병…국내 유입 가능성은?

입력 2020.07.17 (17:07) 수정 2020.07.17 (17: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오늘(17일) 네이멍구에서 고위험 전염병인 페스트(흑사병) 의심환자 1명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2일 네이멍구에서 불법으로 사냥한 야생동물을 먹은 형제가 페스트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지금까지 4명의 환자가 보고됐고 그 가운데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도 페스트에 걸린 야생 다람쥐가 발견돼 현지 보건 당국이 경고령을 발동했습니다.

페스트는 14세기 유럽을 강타해 인구 3분의 1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전염병입니다. 피부가 까맣게 썩어들어가 흑사병으로 불렸죠. 그렇다 보니 온라인에선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중세시대병이 되살아났다"거나 "하다 하다 이젠 페스트까지 등장하는 중국, 정말 대단하다"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는데요.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라진 줄만 알았던 페스트…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살펴봤습니다.

거의 전 대륙서 산발적 발생…한국은 無

페스트는 급성 발열성 인수 공통감염병으로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이나 설치류에 물리거나 감염된 동물의 체액·혈액을 접촉하면 감염됩니다. 감염 후 상태가 악화된 폐페스트 환자의 비말을 통한 호흡기 전파도 가능합니다. 감염되면 발열과 오한, 근육통, 극심한 피로 그리고 기침과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죠.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전 대륙에서 발생하는데 1990년대 이후로는 주로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걸로 보고됩니다. WHO 자료를 보면 2010년~2015년 전 세계에서 3,248명의 환자가 발생해 584명이 숨졌고 이 중 92%가 콩고민주공화국과 마다가스카르에서 발생했습니다.

같은 기간 중국에선 총 10명의 환자가 발생해 5명이 숨졌습니다. 발생 규모로 보면 아시아(17명)가 아프리카(3,123명)나 미주지역(108명)과 비교하면 훨씬 적습니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페스트 환자나 페스트균에 오염된 설치류가 발견된 적이 아예 없습니다.

전 세계 페스트 분포 지역. 한국은 해당하지 않는다. (WHO 자료)전 세계 페스트 분포 지역. 한국은 해당하지 않는다. (WHO 자료)

높은 치사율…"사람 간 전파 가능성은 희박"

페스트의 치명률은 유형에 따라 30~100%로 매우 높습니다. 이는 메르스(35%)나 에볼라바이러스(90%) 보다 높은 수치죠.

페스트 증상의 대부분(80~95%)을 차지하는 림프절 페스트는 치사율이 50~60%에 이릅니다.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면 폐페스트로 진행되고 더 악화하면 패혈증 페스트로 진행되는데 그럴 경우 치사율이 더 치솟습니다.

다만 증상이 발현된 지 24시간 이내에 항생제 치료를 하면 림프절 페스트는 5~15%, 폐·패혈증 페스트는 30~50%까지 치명률이 떨어지는 걸로 보고됐습니다. 전문가들이 신속한 검진과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건 폐렴 증상과 비슷한 폐페스트입니다. 기침할 때 비말을 통한 전파가 가능하고 잠복기가 1~4일에 불과할 정도로 임상적 진행이 매우 빠른 게 특징인데요. 그것도 흔한 경우는 아니라는 게 국내외 보건당국의 설명입니다.

WHO와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사람 간 전염이 매우 드문 일("very rare")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폐페스트를 앓고 있는 사람과 직접적이고 긴밀한 접촉을 할 때 감염될 수 있다는 건데요. 각혈할 정도의 환자와 2m 이내에 있을 때 감염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의 질병관리본부도 같은 입장입니다.

CDC 자료 내용.CDC 자료 내용.

국내 유입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페스트가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페스트 풍토 지역인 중국 네이멍구에서는 앞으로도 추가 환자가 나올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예방·통제 조치가 잘 돼 있고 네이멍구에서 들어오는 항공편 운항도 중단된 상태여서 국내 유입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만약을 대비해 중국의 페스트 발병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감염병 전문가인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국내 위생상태와 의료수준, 방역조치가 잘 돼 있어 국내에서 페스트가 퍼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면서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의 경우처럼 우리가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음식문화를 가진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이달 들어 발생한 중국 확진자들은 모두 설치류인 '마못'을 먹거나 접촉한 적이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지금까지 국내 페스트 발생이 보고된 바가 없다는 사실도 전문가들이 국내 발생 가능성을 현저히 낮게 보는 주된 근거입니다.

페스트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최선 예방법

역시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는 게 필요합니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손을 수시로 비누로 씻거나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코로나 19 때문에 해외여행을 마음대로 못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출장 등의 이유로 아프리카나 중국 등 페스트 발생 지역을 다녀왔다면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나 가까운 보건소로 신고해야 합니다. 해당 지역을 불가피하게 다녀와야 할 경우 쥐나 쥐벼룩, 야생동물을 접촉하지 않아야 합니다.

결국, 이미 준수하고 있는 코로나19 예방조치와 다를 바가 없죠? 그래서 특별히 우려하거나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 진실을 향한 더 깊은 시선 [팩트체크K 보러 가기]
◆ 똑똑한 팩트체크 이야기 [체크살 보러 가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체크K] 중국·미국서 잇달아 출현한 흑사병…국내 유입 가능성은?
    • 입력 2020-07-17 17:07:47
    • 수정2020-07-17 17:10:52
    팩트체크K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오늘(17일) 네이멍구에서 고위험 전염병인 페스트(흑사병) 의심환자 1명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2일 네이멍구에서 불법으로 사냥한 야생동물을 먹은 형제가 페스트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지금까지 4명의 환자가 보고됐고 그 가운데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도 페스트에 걸린 야생 다람쥐가 발견돼 현지 보건 당국이 경고령을 발동했습니다.

페스트는 14세기 유럽을 강타해 인구 3분의 1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전염병입니다. 피부가 까맣게 썩어들어가 흑사병으로 불렸죠. 그렇다 보니 온라인에선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중세시대병이 되살아났다"거나 "하다 하다 이젠 페스트까지 등장하는 중국, 정말 대단하다"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는데요.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라진 줄만 알았던 페스트…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살펴봤습니다.

거의 전 대륙서 산발적 발생…한국은 無

페스트는 급성 발열성 인수 공통감염병으로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이나 설치류에 물리거나 감염된 동물의 체액·혈액을 접촉하면 감염됩니다. 감염 후 상태가 악화된 폐페스트 환자의 비말을 통한 호흡기 전파도 가능합니다. 감염되면 발열과 오한, 근육통, 극심한 피로 그리고 기침과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죠.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전 대륙에서 발생하는데 1990년대 이후로는 주로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걸로 보고됩니다. WHO 자료를 보면 2010년~2015년 전 세계에서 3,248명의 환자가 발생해 584명이 숨졌고 이 중 92%가 콩고민주공화국과 마다가스카르에서 발생했습니다.

같은 기간 중국에선 총 10명의 환자가 발생해 5명이 숨졌습니다. 발생 규모로 보면 아시아(17명)가 아프리카(3,123명)나 미주지역(108명)과 비교하면 훨씬 적습니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페스트 환자나 페스트균에 오염된 설치류가 발견된 적이 아예 없습니다.

전 세계 페스트 분포 지역. 한국은 해당하지 않는다. (WHO 자료)
높은 치사율…"사람 간 전파 가능성은 희박"

페스트의 치명률은 유형에 따라 30~100%로 매우 높습니다. 이는 메르스(35%)나 에볼라바이러스(90%) 보다 높은 수치죠.

페스트 증상의 대부분(80~95%)을 차지하는 림프절 페스트는 치사율이 50~60%에 이릅니다.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면 폐페스트로 진행되고 더 악화하면 패혈증 페스트로 진행되는데 그럴 경우 치사율이 더 치솟습니다.

다만 증상이 발현된 지 24시간 이내에 항생제 치료를 하면 림프절 페스트는 5~15%, 폐·패혈증 페스트는 30~50%까지 치명률이 떨어지는 걸로 보고됐습니다. 전문가들이 신속한 검진과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건 폐렴 증상과 비슷한 폐페스트입니다. 기침할 때 비말을 통한 전파가 가능하고 잠복기가 1~4일에 불과할 정도로 임상적 진행이 매우 빠른 게 특징인데요. 그것도 흔한 경우는 아니라는 게 국내외 보건당국의 설명입니다.

WHO와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사람 간 전염이 매우 드문 일("very rare")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폐페스트를 앓고 있는 사람과 직접적이고 긴밀한 접촉을 할 때 감염될 수 있다는 건데요. 각혈할 정도의 환자와 2m 이내에 있을 때 감염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의 질병관리본부도 같은 입장입니다.

CDC 자료 내용.
국내 유입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페스트가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페스트 풍토 지역인 중국 네이멍구에서는 앞으로도 추가 환자가 나올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예방·통제 조치가 잘 돼 있고 네이멍구에서 들어오는 항공편 운항도 중단된 상태여서 국내 유입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만약을 대비해 중국의 페스트 발병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감염병 전문가인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국내 위생상태와 의료수준, 방역조치가 잘 돼 있어 국내에서 페스트가 퍼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면서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의 경우처럼 우리가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음식문화를 가진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이달 들어 발생한 중국 확진자들은 모두 설치류인 '마못'을 먹거나 접촉한 적이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지금까지 국내 페스트 발생이 보고된 바가 없다는 사실도 전문가들이 국내 발생 가능성을 현저히 낮게 보는 주된 근거입니다.

페스트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최선 예방법

역시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는 게 필요합니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손을 수시로 비누로 씻거나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코로나 19 때문에 해외여행을 마음대로 못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출장 등의 이유로 아프리카나 중국 등 페스트 발생 지역을 다녀왔다면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나 가까운 보건소로 신고해야 합니다. 해당 지역을 불가피하게 다녀와야 할 경우 쥐나 쥐벼룩, 야생동물을 접촉하지 않아야 합니다.

결국, 이미 준수하고 있는 코로나19 예방조치와 다를 바가 없죠? 그래서 특별히 우려하거나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 진실을 향한 더 깊은 시선 [팩트체크K 보러 가기]
◆ 똑똑한 팩트체크 이야기 [체크살 보러 가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