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유충’에 식당 등 비상…민원 잇따르고 ‘보상 논란’도

입력 2020.07.17 (20:17) 수정 2020.07.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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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돼 논란이 된 지 나흘째. 유충을 발견했다는 신고는 오늘도 이어졌습니다. 지자체는 원인 파악과 문제 해결에 골몰하고 있지만,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 시민들은 더 답답합니다. 급한 마음에 생수를 대량으로 사는 사람들까지 나오면서 일부 점포에선 동날 정도입니다.

'생수로 조리', '생수로 샤워'

인천 서구의 한 분식 가맹점. 식당 앞에는 '생수로 조리'라고 크게 쓴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식당 안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생수통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식당 주인 박성진 씨는 사흘 전부터 모든 음식을 생수로 조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돗물 유충 사태가 불거지자 고객들의 안전과 걱정 해소를 위해 이같이 결정한 겁니다.


하지만 '유충'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점심시간인데도 식당을 찾는 손님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박 씨는 "음식을 배달시키면서 진짜로 생수로 조리하는 것 맞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있다"며 지금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인천 검단지역의 한 어린이 전용 수영장도 수돗물 '유충' 사태에 특별한 대책을 세웠습니다. 이 수영장은 사흘 전 2ℓ들이 생수 6개가 든 물꾸러미 40~50세트를 구입했습니다. 수영 강습을 마친 어린이들을 우선 수돗물로 씻긴 뒤 마지막에 생수로 헹구고 있습니다.


수영장 측은 수돗물 사태에 민감할 수 있는 학부모들을 고려해 이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수영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평소보다 조금 줄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사들인 생수를 활용하고 이후에는 수도사업소에 물 공급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 아파트에선 생수 수천 병 주문"…추가 주문 잇따라

이미 알려진 대로 인천 서구를 중심으로 생수 매출도 크게 올랐습니다. 이마트 계양과 검단점의 경우, 지난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7% 증가했습니다. 지난주와 비교해서도 30%나 늘었습니다.


또 인천 서구와 부평, 계양, 강화 등에 있는 편의점 GS25 50곳의 지난 15일 매출 역시, 일주일 전보다 177.1% 늘었습니다. GS리테일 측은 모 편의점의 경우 한 아파트에서 생수 2천여 병을 주문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발주 제한도 무용지물입니다. 일부 점포는 2ℓ들이 등 인기 생수 제품의 추가 물량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이사 가고 싶은 심정"…샤워기 필터 매출도 급증

지난해 적수(赤水) 즉 '붉은 수돗물'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를 시민들이 생수 구입에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인천 서구의 권혁미 씨는 "지금 마음 같아서는 딴 데로 이사 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찝찝해서 애들을 샤워시키는 거 조차도 싫다." 말했습니다.


생수와 함께 매출이 늘어난 제품은 바로 샤워기 '필터'였습니다. 이마트 검단점의 경우, 샤워기 필터 매출이 스무 배 이상 늘었습니다. 평소 매출이 30만 원대였는데 지금은 700만 원대로 올라선 겁니다.

혼란 부른 '보상' 안내 메시지…하루 만에 뒤집혀

이런 가운데 주민들에게 보상과 관련한 문자 메시지가 전달돼 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인천 서구의 일부 주민들은 행정복지센터로부터 '구체적 보상계획은 없지만, 생수 구입 시 영수증을 보관해 주시기 바란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인 어제 '생수 구입 시 영수증을 보관하면 추후 보상계획이 있을 예정이라고 알려드렸으나 구청에서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혼선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다시 이를 정정하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수돗물 유충'으로 인해 구매한 생수 비용과 관련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전달했다가 하루 만에 보상이 어렵다고 뒤집은 건데, 인천시 서구 지역 22개 주민센터 가운데 상당수가 주민들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구청 "당장 보상 어려워 메시지 정정"

이에 대해 인천 서구청은 인천시에서 교부금을 받아 주민들의 생수 구매 비용을 사후 보상해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내용을 안내했으나 추후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정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인천 서구 관계자는 "시에서 받은 교부금으로는 보상 성격의 지출이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와 직접 생수를 주민들에게 공급하기로 했고, 문자 메시지 내용을 정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천시 "주민 불편 없게 해달라고 한 것…곧 입장 정리할 것"

이와 관련해 앞서 서구청 등과 회의를 했던 인천시 관계자는 앞으로 보상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당장 생수나 샤워기 필터 구입에 주민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해 달라고 얘기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주민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부분 등에 대해서는 서구청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서구청 내부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 문제를 서구청만의 문제로 떠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각 구청과의 회의에서 원인 규명과 주민 불편해소, 보상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인천 공촌정수장 관련 민원 270건 넘어

이번 수돗물 유충 발견과 관련해 인천 공촌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서구와 강화, 영종도에서 오늘 오전 9시까지 272건의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111건은 유충이 확인됐으며, 79건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또 나머지에 대해서는 현장 확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부평과 남동, 수산 등 인천지역 다른 정수장으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는 지역에서도 이미 40여 건의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또 경기 시흥과 화성, 부천 등에서도 관련 민원이 이어졌습니다.

인천지역 배수지 3곳에서 20여 마리 검출

인천에서는 정수장과 배수지에 대한 조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수장에 대한 현장 조사에서는 48시간 필터링과 거름망을 통해 조사한 결과, 인천 공촌정수장을 제외한 부평과 남동, 수산 등 3개 정수장에서는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정수장 3곳의 경우 고도정수처리시설 기능이 없습니다.


인천시는 민원이 발생한 지역 계양기 직수관 11곳을 조사한 결과, 아직 유충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배수지 검사에서는 오늘 0시 기준으로, 검단에서 5마리, 석남에서 9마리, 청라에서 10마리가 각각 검출됐습니다.

"수도 관리 전문인력 필요…총체적 부실"

이번 사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재(人災)라고 지적합니다. 수도 관리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겁니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수도 관리 부서가 굉장히 전문적이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인력이 필요한 곳"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뼈아픈 충고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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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돗물 ‘유충’에 식당 등 비상…민원 잇따르고 ‘보상 논란’도
    • 입력 2020-07-17 20:17:15
    • 수정2020-07-17 20:22:58
    취재K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돼 논란이 된 지 나흘째. 유충을 발견했다는 신고는 오늘도 이어졌습니다. 지자체는 원인 파악과 문제 해결에 골몰하고 있지만,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 시민들은 더 답답합니다. 급한 마음에 생수를 대량으로 사는 사람들까지 나오면서 일부 점포에선 동날 정도입니다.

'생수로 조리', '생수로 샤워'

인천 서구의 한 분식 가맹점. 식당 앞에는 '생수로 조리'라고 크게 쓴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식당 안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생수통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식당 주인 박성진 씨는 사흘 전부터 모든 음식을 생수로 조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돗물 유충 사태가 불거지자 고객들의 안전과 걱정 해소를 위해 이같이 결정한 겁니다.


하지만 '유충'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점심시간인데도 식당을 찾는 손님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박 씨는 "음식을 배달시키면서 진짜로 생수로 조리하는 것 맞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있다"며 지금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인천 검단지역의 한 어린이 전용 수영장도 수돗물 '유충' 사태에 특별한 대책을 세웠습니다. 이 수영장은 사흘 전 2ℓ들이 생수 6개가 든 물꾸러미 40~50세트를 구입했습니다. 수영 강습을 마친 어린이들을 우선 수돗물로 씻긴 뒤 마지막에 생수로 헹구고 있습니다.


수영장 측은 수돗물 사태에 민감할 수 있는 학부모들을 고려해 이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수영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평소보다 조금 줄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사들인 생수를 활용하고 이후에는 수도사업소에 물 공급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 아파트에선 생수 수천 병 주문"…추가 주문 잇따라

이미 알려진 대로 인천 서구를 중심으로 생수 매출도 크게 올랐습니다. 이마트 계양과 검단점의 경우, 지난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7% 증가했습니다. 지난주와 비교해서도 30%나 늘었습니다.


또 인천 서구와 부평, 계양, 강화 등에 있는 편의점 GS25 50곳의 지난 15일 매출 역시, 일주일 전보다 177.1% 늘었습니다. GS리테일 측은 모 편의점의 경우 한 아파트에서 생수 2천여 병을 주문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발주 제한도 무용지물입니다. 일부 점포는 2ℓ들이 등 인기 생수 제품의 추가 물량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이사 가고 싶은 심정"…샤워기 필터 매출도 급증

지난해 적수(赤水) 즉 '붉은 수돗물'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를 시민들이 생수 구입에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인천 서구의 권혁미 씨는 "지금 마음 같아서는 딴 데로 이사 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찝찝해서 애들을 샤워시키는 거 조차도 싫다." 말했습니다.


생수와 함께 매출이 늘어난 제품은 바로 샤워기 '필터'였습니다. 이마트 검단점의 경우, 샤워기 필터 매출이 스무 배 이상 늘었습니다. 평소 매출이 30만 원대였는데 지금은 700만 원대로 올라선 겁니다.

혼란 부른 '보상' 안내 메시지…하루 만에 뒤집혀

이런 가운데 주민들에게 보상과 관련한 문자 메시지가 전달돼 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인천 서구의 일부 주민들은 행정복지센터로부터 '구체적 보상계획은 없지만, 생수 구입 시 영수증을 보관해 주시기 바란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인 어제 '생수 구입 시 영수증을 보관하면 추후 보상계획이 있을 예정이라고 알려드렸으나 구청에서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혼선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다시 이를 정정하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수돗물 유충'으로 인해 구매한 생수 비용과 관련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전달했다가 하루 만에 보상이 어렵다고 뒤집은 건데, 인천시 서구 지역 22개 주민센터 가운데 상당수가 주민들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구청 "당장 보상 어려워 메시지 정정"

이에 대해 인천 서구청은 인천시에서 교부금을 받아 주민들의 생수 구매 비용을 사후 보상해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내용을 안내했으나 추후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정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인천 서구 관계자는 "시에서 받은 교부금으로는 보상 성격의 지출이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와 직접 생수를 주민들에게 공급하기로 했고, 문자 메시지 내용을 정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천시 "주민 불편 없게 해달라고 한 것…곧 입장 정리할 것"

이와 관련해 앞서 서구청 등과 회의를 했던 인천시 관계자는 앞으로 보상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당장 생수나 샤워기 필터 구입에 주민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해 달라고 얘기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주민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부분 등에 대해서는 서구청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서구청 내부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 문제를 서구청만의 문제로 떠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각 구청과의 회의에서 원인 규명과 주민 불편해소, 보상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인천 공촌정수장 관련 민원 270건 넘어

이번 수돗물 유충 발견과 관련해 인천 공촌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서구와 강화, 영종도에서 오늘 오전 9시까지 272건의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111건은 유충이 확인됐으며, 79건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또 나머지에 대해서는 현장 확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부평과 남동, 수산 등 인천지역 다른 정수장으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는 지역에서도 이미 40여 건의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또 경기 시흥과 화성, 부천 등에서도 관련 민원이 이어졌습니다.

인천지역 배수지 3곳에서 20여 마리 검출

인천에서는 정수장과 배수지에 대한 조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수장에 대한 현장 조사에서는 48시간 필터링과 거름망을 통해 조사한 결과, 인천 공촌정수장을 제외한 부평과 남동, 수산 등 3개 정수장에서는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정수장 3곳의 경우 고도정수처리시설 기능이 없습니다.


인천시는 민원이 발생한 지역 계양기 직수관 11곳을 조사한 결과, 아직 유충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배수지 검사에서는 오늘 0시 기준으로, 검단에서 5마리, 석남에서 9마리, 청라에서 10마리가 각각 검출됐습니다.

"수도 관리 전문인력 필요…총체적 부실"

이번 사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재(人災)라고 지적합니다. 수도 관리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겁니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수도 관리 부서가 굉장히 전문적이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인력이 필요한 곳"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뼈아픈 충고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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