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는 정말 모자랄까?…통계 들여다보니

입력 2020.07.1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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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해!" vs "원활해!"... 통계 들여다보니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면 당연히 가격은 오릅니다. 서울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이 정부가 공급을 확 줄여서 가격이 올랐을까요? 상당히 많은 전문가와 언론, 부동산 커뮤니티의 논객들이 이같이 진단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토부는 시종일관 "서울의 주택 공급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다"며 '공급 부족론'은 '공포 마케팅'이라고 선을 긋습니다.

어느 쪽의 진단이 맞는 걸까요? 서울 아파트 공급 통계를 한번 들여다봤습니다.

정권 초기 서울 아파트 인허가는 역대급...착공은 MB 시절의 2배

정부에서 발표하는 서울 아파트 공급 관련 통계는 인허가, 착공, 분양, 준공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인허가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관청에 허가를 받는 절차입니다. 정부가 각종 규제로 부동산 공급을 꽁꽁 묶으려 했다면 당연히 인허가 건수가 줄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권 초기였던 2017년 서울 아파트 인허가 건수는 7만 4천984세대로 2003년(8만 3천611세대)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였습니다. 2017년을 월별로 들여다보면 7만 4천여 세대 가운데 5만 8천579세대가 현 정부 임기 시작인 5월 이후 이뤄졌습니다. 2017년부터 3년 동안의 평균은 4만 8천17세대로 박근혜 정부 4년 평균인 3만 5천173세대, 이명박 정부 5년 평균 3만 8천9세대보다 많은 수준입니다.


초반 역대급 인허가 물량에 힘입어서인지 착공 물량도 월등히 많습니다. 연평균 5만 세대에 육박합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 물량의 2배에 가깝습니다. 통상 착공한 지 3년 정도 지나면 준공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0년~2022년까지 입주 물량은 모자라지 않는다는 정부 설명을 뒷받침하는 수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허가와 착공 실적이 당장 입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아파트가 준공돼야 입주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준공은 인허가와 착공, 분양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건축이 완성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현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지난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받은 수치이기 때문에 현 정부의 실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준공 실적도 높지만...역대급 '멸실'에 실질적 입주 물량은 적어

현 정부 들어 지난해까지 서울 아파트의 연평균 준공 실적은 3만 9천734세대입니다. 지난 정부보다 다소 높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입주 물량이 줄지 않았다고 진단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멸실'입니다. 재건축·재개발 등으로 철거되어 사라지는 세대를 말합니다. 아무리 새 아파트가 들어서도, 멸실로 사라지는 아파트가 상당하다면 총량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서울 아파트의 멸실은 역대 최대급입니다. 2017년은 1만 4천738세대로 2010년 멸실 자료를 수집한 이후 최대였습니다. 2019년은 사상 처음으로 2만 세대를 넘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준공된 서울 아파트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준공 물량에서 멸실을 제외한 수치를 뽑아보면 실질적인 입주 물량은 대폭 줄어듭니다. 연평균 2만 5천여 세대로, 지난 정권의 연평균치보다 2천 세대 정도 적습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할까?

국토연구원은 제2차 장기(2013~2022년) 주택종합계획에서 서울의 신규 주택 수요를 연평균 5만 5천 세대 정도로 예측했습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다세대와 다가구, 단독 주택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입니다. 이 가운데 일부가 아파트 수요라고 가정한다면 국토부의 '공급 낙관론'은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집니다.


올해 5만 3천 세대, 내년은 3만 6천 세대, 2022년은 5만 세대 정도로 입주 물량을 예측하기 때문입니다. 민간기관의 예측치보다 1만 세대 가까이 높습니다. 국토부는 민간의 예측치에 대해 "분양예정물량과 후분양 물량, 분양계획이 없는 공공임대 공급물량 등이 제외되어 있어서 실제 입주 물량보다 과소 추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국토부의 예측치에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멸실 세대에 관한 내용은 없습니다.

통계는 말합니다. 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의 인허가, 착공, 준공 실적 모두 지난 정권보다는 높았다고 말입니다. 다만, 멸실을 고려한 실질적 입주 물량은 다소 적은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멸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재건축·재개발이 공급 총량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변수 많은 서울 아파트 수요 예측..."양적 대응은 불가능" 의견도

서울의 주택 수요 예측은 복잡한 변수가 많습니다. 실제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유효 수요' 뿐만 아니라 아직 구매력은 없지만 언젠가 집을 사려고 기다리고 있는 '잠재수요'도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100%에 육박하지만, 실제 자기 소유의 주택에 사는 비율인 자가점유율은 4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절반이 넘는 세대가 세입자라는 말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서울 아파트 구매 의사가 있는 잠재수요일 것입니다. 또 경기도와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통학하는 인구 133만 명 중에서도 서울 아파트의 잠재수요자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잠재수요자들에게 구매력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저금리 때문에 '영혼까지 끌어모을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수요는 집계도 쉽지 않습니다.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공급 대책은 사실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국책연구원인 국토연구원 강현수 원장은 201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주택 수요에 양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공급 대책이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수도권 인구를 분산하는 게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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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8 07:03:21
    취재K
"부족해!" vs "원활해!"... 통계 들여다보니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면 당연히 가격은 오릅니다. 서울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이 정부가 공급을 확 줄여서 가격이 올랐을까요? 상당히 많은 전문가와 언론, 부동산 커뮤니티의 논객들이 이같이 진단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토부는 시종일관 "서울의 주택 공급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다"며 '공급 부족론'은 '공포 마케팅'이라고 선을 긋습니다.

어느 쪽의 진단이 맞는 걸까요? 서울 아파트 공급 통계를 한번 들여다봤습니다.

정권 초기 서울 아파트 인허가는 역대급...착공은 MB 시절의 2배

정부에서 발표하는 서울 아파트 공급 관련 통계는 인허가, 착공, 분양, 준공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인허가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관청에 허가를 받는 절차입니다. 정부가 각종 규제로 부동산 공급을 꽁꽁 묶으려 했다면 당연히 인허가 건수가 줄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권 초기였던 2017년 서울 아파트 인허가 건수는 7만 4천984세대로 2003년(8만 3천611세대)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였습니다. 2017년을 월별로 들여다보면 7만 4천여 세대 가운데 5만 8천579세대가 현 정부 임기 시작인 5월 이후 이뤄졌습니다. 2017년부터 3년 동안의 평균은 4만 8천17세대로 박근혜 정부 4년 평균인 3만 5천173세대, 이명박 정부 5년 평균 3만 8천9세대보다 많은 수준입니다.


초반 역대급 인허가 물량에 힘입어서인지 착공 물량도 월등히 많습니다. 연평균 5만 세대에 육박합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 물량의 2배에 가깝습니다. 통상 착공한 지 3년 정도 지나면 준공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0년~2022년까지 입주 물량은 모자라지 않는다는 정부 설명을 뒷받침하는 수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허가와 착공 실적이 당장 입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아파트가 준공돼야 입주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준공은 인허가와 착공, 분양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건축이 완성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현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지난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받은 수치이기 때문에 현 정부의 실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준공 실적도 높지만...역대급 '멸실'에 실질적 입주 물량은 적어

현 정부 들어 지난해까지 서울 아파트의 연평균 준공 실적은 3만 9천734세대입니다. 지난 정부보다 다소 높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입주 물량이 줄지 않았다고 진단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멸실'입니다. 재건축·재개발 등으로 철거되어 사라지는 세대를 말합니다. 아무리 새 아파트가 들어서도, 멸실로 사라지는 아파트가 상당하다면 총량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서울 아파트의 멸실은 역대 최대급입니다. 2017년은 1만 4천738세대로 2010년 멸실 자료를 수집한 이후 최대였습니다. 2019년은 사상 처음으로 2만 세대를 넘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준공된 서울 아파트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준공 물량에서 멸실을 제외한 수치를 뽑아보면 실질적인 입주 물량은 대폭 줄어듭니다. 연평균 2만 5천여 세대로, 지난 정권의 연평균치보다 2천 세대 정도 적습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할까?

국토연구원은 제2차 장기(2013~2022년) 주택종합계획에서 서울의 신규 주택 수요를 연평균 5만 5천 세대 정도로 예측했습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다세대와 다가구, 단독 주택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입니다. 이 가운데 일부가 아파트 수요라고 가정한다면 국토부의 '공급 낙관론'은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집니다.


올해 5만 3천 세대, 내년은 3만 6천 세대, 2022년은 5만 세대 정도로 입주 물량을 예측하기 때문입니다. 민간기관의 예측치보다 1만 세대 가까이 높습니다. 국토부는 민간의 예측치에 대해 "분양예정물량과 후분양 물량, 분양계획이 없는 공공임대 공급물량 등이 제외되어 있어서 실제 입주 물량보다 과소 추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국토부의 예측치에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멸실 세대에 관한 내용은 없습니다.

통계는 말합니다. 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의 인허가, 착공, 준공 실적 모두 지난 정권보다는 높았다고 말입니다. 다만, 멸실을 고려한 실질적 입주 물량은 다소 적은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멸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재건축·재개발이 공급 총량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변수 많은 서울 아파트 수요 예측..."양적 대응은 불가능" 의견도

서울의 주택 수요 예측은 복잡한 변수가 많습니다. 실제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유효 수요' 뿐만 아니라 아직 구매력은 없지만 언젠가 집을 사려고 기다리고 있는 '잠재수요'도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100%에 육박하지만, 실제 자기 소유의 주택에 사는 비율인 자가점유율은 4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절반이 넘는 세대가 세입자라는 말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서울 아파트 구매 의사가 있는 잠재수요일 것입니다. 또 경기도와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통학하는 인구 133만 명 중에서도 서울 아파트의 잠재수요자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잠재수요자들에게 구매력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저금리 때문에 '영혼까지 끌어모을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수요는 집계도 쉽지 않습니다.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공급 대책은 사실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국책연구원인 국토연구원 강현수 원장은 201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주택 수요에 양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공급 대책이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수도권 인구를 분산하는 게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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