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유충’ 전국 확산…부평정수장 ‘유충 발견’ 미스터리

입력 2020.07.20 (16:16) 수정 2020.07.2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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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유충` 서울·경기 등 전국 확산…신고 접수 626건

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사태가 전국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와 중구, 중랑구 등에서는 세면대와 욕실 바닥에서 `유충`으로 보이는 벌레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중구에 위치한 신고자의 집에서 유충을 수거하고, 서울 물연구원에 맡겨 분석을 의뢰했다.

경기도와 다른 지역에서도 `수돗물 유충` 신고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 파주시의 운정신도시, 금촌동과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의 가정집에서 유충이 나와 관계 기관이 조사 중이다. 지난 16일에도 시흥시와 화성시에서도 비슷한 수돗물 유충 신고가 접수된 바 있다. 부산 수돗물에서도 의심 신고가 11건이 들어왔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 중 4건은 어떤 종류의 유충인지 확인됐지만, 가정 내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수돗물 유충` 최초 발생지인 인천에서는 어제(19일) 오후 6시까지 유충 신고 접수 건수가 62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인천시가 현장 조사를 벌여 `유충`을 직접 확인한 사례는 166건에 이른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정세균 총리 "`수돗물 유충` 원인 조사·전국 정수장 긴급점검"

정세균 국무총리는 오늘(20일) 오전 정부 차원의 원인 조사와 전국 정수장 긴급 점검을 지시했다.

정 총리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환경부 주관으로 인천시 등 관계 지자체, 기관과 협력해 신속히 원인 조사를 시행하고, 진행 상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려 불안감이 증폭되지 않도록 우선 조치하라"고 주문했다.

정 총리는 또 "정국 정수장 484곳에 대한 긴급점검도 조속히 추진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고,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정 총리의 이런 지시는 지난 9일 인천 서구 왕길동 소재 빌라에서 `수돗물 유충` 최초 민원이 접수된 지 11일 만이다.

인천 공촌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 [사진 출처 : 인천시 제공]인천 공촌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 [사진 출처 : 인천시 제공]

"인천시, 바깥에서 벌레가 날아 와 알 낳았다"

인천시는 지난 13일 대책회의를 연 뒤 같은 날 밤 11시, 인천 공촌정수장 활성탄 여과지에서 유충을 발견했다. 이 유충은 유전자 분석 결과 안개무늬날개깔따구, 등깔따구 2종으로 확인됐다.

활성탄 여과지는 종이(紙)가 아닌 연못(池) 형태다. 흡착성을 지닌 탄소 물질인 활성탄이 물 속의 오염 물질을 빨아 들이는 원리다. 인천시의 당초 설명은 "정수장에 켜놓은 환한 불빛에 벌레가 바깥에서 날아 와 활성탄 여과지에 알을 낳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여과지 이후에도 소독하는 공정이 따로 있지만, 깔다구 류의 유충은 소독약에 내성이 강해 쉽게 죽지 않는다고 한다.

현인환 단국대학교 명예교수를 단장으로 꾸려진 민관 합동 조사반은 18일, 인천 부평정수장과 부평 권역 배수지 3곳(희망천배수지·원적산배수지·천마산배수지)에서 깔따구의 죽은 유충 추정 물체를 발견했다. 앞서 부평정수장의 두 차례 조사에선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가, 정밀 조사에서 관찰된 것이다.

인천 부평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 [사진 출처 : 인천시 제공]인천 부평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 [사진 출처 : 인천시 제공]

`폐쇄형` 부평정수장에서도 `유충 발견` 미스터리

문제는 부평정수장은 공촌정수장과 달리 `폐쇄형` 시설이란 점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부평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는 외부로 개방된 공촌정수장과 달리 유리로 밀폐된 구조"라고 설명했다.

물론 `폐쇄형` 구조라고 해도, 벌레가 들어올 만한 작은 틈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폐쇄형` 부평정수장에서도 유충이 발견되면서 "바깥에서 날아 온 벌레가 알을 낳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기존 설명은 허점이 생긴 셈이다.

부평정수장은 또 공촌정수장과 달리 `오존접촉조`를 갖추고 있다. 여과된 물을 오존과 접촉시켜 발암 물질과 냄새 등을 제거하는 시설이다. 시민단체인 수돗물시민네트워크는 "`오존접촉조`를 갖춘 활성탄 여과지는 여름철에 3~5일 마다 한 번 씩 세척을 진행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는 부평정수장을 열흘에 한 번 꼴로 세척하다가, 어제(19일)부터 세척 주기를 이틀로 단축시켰다.

인천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의 수돗물 공급 현황인천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의 수돗물 공급 현황

인천 58만 세대 수돗물 `음용 자제`...주민 불편은 언제까지

인천 공촌정수장은 서구와 강화도, 영종도 26만 세대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부평정수장은 계양구와 부평구 32만 세대에 수돗물을 공급한다.

인천시는 약 150만 명에 달하는 이 곳 주민들에게 수돗물 음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피해 지역에 생수와 급수차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인천 서구 일대는 지난해 `붉은수돗물` 사태로 시민들이 큰 피해를 봤던 곳이다. 인천 지역 맘 카페에서는 생수로 영.유아 목욕을 시킨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담당자 징계와 교체를 요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함께 더 이상 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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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돗물 유충’ 전국 확산…부평정수장 ‘유충 발견’ 미스터리
    • 입력 2020-07-20 16:16:39
    • 수정2020-07-20 16:17:13
    취재K
`수돗물 유충` 서울·경기 등 전국 확산…신고 접수 626건

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사태가 전국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와 중구, 중랑구 등에서는 세면대와 욕실 바닥에서 `유충`으로 보이는 벌레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중구에 위치한 신고자의 집에서 유충을 수거하고, 서울 물연구원에 맡겨 분석을 의뢰했다.

경기도와 다른 지역에서도 `수돗물 유충` 신고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 파주시의 운정신도시, 금촌동과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의 가정집에서 유충이 나와 관계 기관이 조사 중이다. 지난 16일에도 시흥시와 화성시에서도 비슷한 수돗물 유충 신고가 접수된 바 있다. 부산 수돗물에서도 의심 신고가 11건이 들어왔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 중 4건은 어떤 종류의 유충인지 확인됐지만, 가정 내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수돗물 유충` 최초 발생지인 인천에서는 어제(19일) 오후 6시까지 유충 신고 접수 건수가 62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인천시가 현장 조사를 벌여 `유충`을 직접 확인한 사례는 166건에 이른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정세균 총리 "`수돗물 유충` 원인 조사·전국 정수장 긴급점검"

정세균 국무총리는 오늘(20일) 오전 정부 차원의 원인 조사와 전국 정수장 긴급 점검을 지시했다.

정 총리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환경부 주관으로 인천시 등 관계 지자체, 기관과 협력해 신속히 원인 조사를 시행하고, 진행 상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려 불안감이 증폭되지 않도록 우선 조치하라"고 주문했다.

정 총리는 또 "정국 정수장 484곳에 대한 긴급점검도 조속히 추진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고,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정 총리의 이런 지시는 지난 9일 인천 서구 왕길동 소재 빌라에서 `수돗물 유충` 최초 민원이 접수된 지 11일 만이다.

인천 공촌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 [사진 출처 : 인천시 제공]
"인천시, 바깥에서 벌레가 날아 와 알 낳았다"

인천시는 지난 13일 대책회의를 연 뒤 같은 날 밤 11시, 인천 공촌정수장 활성탄 여과지에서 유충을 발견했다. 이 유충은 유전자 분석 결과 안개무늬날개깔따구, 등깔따구 2종으로 확인됐다.

활성탄 여과지는 종이(紙)가 아닌 연못(池) 형태다. 흡착성을 지닌 탄소 물질인 활성탄이 물 속의 오염 물질을 빨아 들이는 원리다. 인천시의 당초 설명은 "정수장에 켜놓은 환한 불빛에 벌레가 바깥에서 날아 와 활성탄 여과지에 알을 낳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여과지 이후에도 소독하는 공정이 따로 있지만, 깔다구 류의 유충은 소독약에 내성이 강해 쉽게 죽지 않는다고 한다.

현인환 단국대학교 명예교수를 단장으로 꾸려진 민관 합동 조사반은 18일, 인천 부평정수장과 부평 권역 배수지 3곳(희망천배수지·원적산배수지·천마산배수지)에서 깔따구의 죽은 유충 추정 물체를 발견했다. 앞서 부평정수장의 두 차례 조사에선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가, 정밀 조사에서 관찰된 것이다.

인천 부평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 [사진 출처 : 인천시 제공]
`폐쇄형` 부평정수장에서도 `유충 발견` 미스터리

문제는 부평정수장은 공촌정수장과 달리 `폐쇄형` 시설이란 점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부평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는 외부로 개방된 공촌정수장과 달리 유리로 밀폐된 구조"라고 설명했다.

물론 `폐쇄형` 구조라고 해도, 벌레가 들어올 만한 작은 틈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폐쇄형` 부평정수장에서도 유충이 발견되면서 "바깥에서 날아 온 벌레가 알을 낳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기존 설명은 허점이 생긴 셈이다.

부평정수장은 또 공촌정수장과 달리 `오존접촉조`를 갖추고 있다. 여과된 물을 오존과 접촉시켜 발암 물질과 냄새 등을 제거하는 시설이다. 시민단체인 수돗물시민네트워크는 "`오존접촉조`를 갖춘 활성탄 여과지는 여름철에 3~5일 마다 한 번 씩 세척을 진행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는 부평정수장을 열흘에 한 번 꼴로 세척하다가, 어제(19일)부터 세척 주기를 이틀로 단축시켰다.

인천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의 수돗물 공급 현황
인천 58만 세대 수돗물 `음용 자제`...주민 불편은 언제까지

인천 공촌정수장은 서구와 강화도, 영종도 26만 세대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부평정수장은 계양구와 부평구 32만 세대에 수돗물을 공급한다.

인천시는 약 150만 명에 달하는 이 곳 주민들에게 수돗물 음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피해 지역에 생수와 급수차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인천 서구 일대는 지난해 `붉은수돗물` 사태로 시민들이 큰 피해를 봤던 곳이다. 인천 지역 맘 카페에서는 생수로 영.유아 목욕을 시킨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담당자 징계와 교체를 요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함께 더 이상 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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